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45
344화
“오랜만이네요.”
위치들의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는 장소에서 모니카가 강신을 반겨주었다.
“그간 잘 지내셨죠?”
강신의 안부 인사에 모니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대모님이 마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모니카가 위치들의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고, 강신이 곧장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모니카의 말에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기…. 강신 씨. 저분은 일행인가요?”
모니카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언제 따라왔는지 신하린이 있었다.
그녀를 보며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회사 사람이긴 하지만 일행은 아니니까, 같이 들어갈 이유는 없습니다.”
단호한 강신의 대답을 들은 신하린이 뒤에서 투덜댔다.
“에이~ 듣는 사람 섭섭하게.”
그녀가 그렇게 말해도 강신은 신하린과 함께 위치들의 마을로 갈 생각은 없었다.
모니카가 묘한 눈으로 신하린을 다시 한번 바라보다 다시 질문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네.”
평소 강신이라면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위치와의 계약 때문인지, 신하린이 마을 내부로 들어가는 걸 몸이 거부하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저희끼리 이동하시죠.”
그렇게 강신과 모니카는 신하린을 내버려 두고 위치의 마을로 들어섰다.
숲속 마을은 강신이 마지막에 들렀을 때보다 조금 더 넓어져 있었다.
“오, 강신이다. 무슨 일로 왔어?”
“뭐야 강신이 왔어?”
그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고 외부와 교류할 기회를 준 강신이었기에, 위치들은 강신을 살갑게 반겨주었다.
사람들이 몰리자, 당연히 강신의 발걸음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걸 보다 못한 모니카가 사람들과 강신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자, 반가운 마음은 알겠지만, 오늘은 대모님에게 용건이 있으셔서 오신 거니까. 다들 나중에 인사하세요.”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아쉬워하면서 강신이 대모에게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고마워요.”
“당연한 일을 한걸요. 대모님이 기다리시겠네요. 어서 가죠.”
모니카가 다시 앞장서서 대모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대모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거목으로 만들어진 집에서 살고 있었다.
“왔구나.”
대모는 모니카의 쌍둥이인 모나카와 함께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늙은이의 삶이야, 매일 똑같지. 그래서 최근에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고?”
대모의 뼈를 찌르는 말에 강신은 말을 잇지 못했다.
“쯧쯧, 표정을 보니. 꽤 심각했나 보구나,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왔나?”
대모는 강신의 굳어진 표정을 보더니 더는 묻지 않고, 바로 용건으로 넘어갔다.
“바쁘실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혹시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 카드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강신이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 카드를 찾자, 대모가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초의 트럼프 카드라…. 그걸 어째서 위치 마을에서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마을엔 없는 물건인 것 같은데.”
강신은 대모의 말을 듣고도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정보가 필요할 뿐이죠.”
강신이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라고 물어봤음에도 대모는 최초의 트럼프라고 정정해서 대답했다.
그래서 실물이 없더라도 대모가 뭔가 알고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알고 계신 정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간절한 강신의 모습을 본 대모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 그래, 우리는 동맹이니까, 당연히 정보를 알려줘야지.”
대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이곳에서 조금 쉬고 있게.”
그녀는 측은한 말투로 강신에게 말했다.
강신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이 곯았다는 걸 대모는 연륜으로 알아챘다.
“저는 괜찮습니다.”
대모가 자신을 배려한다는 걸 알고 괜찮다고 대꾸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너 같은 아이들을 수없이 봐 왔으니, 내 말대로 쉬고 있게.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대모는 기나긴 삶을 살아오면 강신 같은 사람들을 여럿 만나보았다.
애초에 자신을 위치의 마을로 데리고 와준 사람들도 강신과 비슷한 이들이었으니까.
그들을 가까이에서 봤던 대모는 강신과 비슷한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을 구해내도 구하지 못한 몇 명을 잊지 못해서 자책하며 사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직접 눈으로 봐 왔다.
‘등 뒤에 불이 붙은 것처럼 쉬지 않고 자신을 불태우지.’
그리고 끝내 무거운 짐을 이기지 못하고 열에 아홉은 산화되었다.
그들이 과연 자신의 상태를 몰라서 그렇게 됐을까?
“자꾸 괜찮다, 괜찮다. 자신을 세뇌하면 속은 이미 뭉그러졌으면서도 정말 자신이 괜찮다고 착각하는 법이지.”
대모의 날카로운 말에 강신은 더는 고집 부릴 수가 없었다.
“……그러면 돌아오실 때까지 조금만 쉬겠습니다.”
그제야 대모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카, 저번에 말려두었던 심신의 안정을 돕는 허브차라도 내오너라.”
“네, 대모님.”
모니카가 차를 타기 위해 주방으로 이동하자, 모나카가 강신이 다리를 펴고 편히 쉴 수 있도록 발판을 가져왔다.
모니카가 내온 차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평범한 허브차와는 결이 달랐다.
풍부한 허브의 향기가 몸속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 덕분일까, 그날 이후 계속 답답했던 속이 조금은 편해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졌다.
“읏….”
강신은 억지로 졸음을 이겨내려고 했지만, 모니카가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잠깐은 쉬셔도 돼요.”
낮은 저음의 목소리를 듣자, 강신은 잠에 빠져들었다.
강신이 잠들자, 모니카가 걱정스러운 듯이 대모에게 물었다.
“대모님, 정말 괜찮으신가요?”
“뭐가?”
“뭐긴요, 준비하신 허브요….”
항상 구비되어있는 허브차인 것처럼 말했지만, 강신이 마신 차는 위들이 특별한 방법으로 가공한 특제품이었다.
차를 마시는 이들에게 천상의 꿈을 보여준다고 해서 헤븐즈 드림(Heaven’s dream)이라 불리는 물건이었다.
만드는 방법이 매우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때문에 위치 마을에 사는 위치들조차 일 년에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말까 한 허브차였다.
모니카는 강신에게 내준 허브가 아까워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발판을 가져왔던 모나카가 말린 허브가 가득 들어가 있는 작은 병을 가지고 왔다.
저 정도 허브를 만들려면 위치들이 쉬지 않고 1년은 제조해야하는 양이었다.
“일어나면 아까워하는 티 내지 말고 넘겨줘.”
강신의 성격에 저 허브가 천만금을 줘도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라는 걸 알게 되면 받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애초에 이건 이런 이들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물건이야.”
지금이야 위치들이 기호품으로 만들어 마시고 있다.
그러나 대모가 처음 특제 허브차를 만들 당시만 해도, 자책에 빠져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조한 것이었다.
대모는 허브를 아까워하는 모니카를 보며 말했다.
“쯧쯧, 이런 배은망덕한 것아. 우리는 저 아이 덕분에 새로운 터전으로 왔고 외부와 교류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고작 허브차가 아깝더냐.”
“아니, 대모님 그게 아니라요.”
“우리 위치들은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야. 아무리 귀한 것이라도 받은 게 있으면 그만큼 돌려줘야지.”
대모의 말에 결국 모니카가 주눅이 들었다.
“그렇네요….”
“자, 이제 저 아이가 푹 쉴 수 있도록 내버려 두고 필요한 책을 찾자꾸나.”
“네, 대모님….”
모니카와 모나카는 잠든 강신을 뒤로한 채, 대모와 함께 책들이 끝없이 꽂혀있는 책장으로 향했다.
‘부디 저 미련할 정도로 착한 아이가 죄책감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기를.’
위치를 살리기 위해 강신을 이용했지만, 대모는 강신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 * *
강신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숙면을 취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꿈뻑 꿈뻑.
잠에서 깬 강신은 두 눈을 감았다 떴다.
‘내가 얼마나 잔 거지?’
무거웠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아…. 때마침 일어나셨네요.”
마침 대모와 두 쌍둥이가 책 몇 개를 들고 나무로 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제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죠?”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어요. 한 6시간 정도?”
딱 평범한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자신이 6시간이 잤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6시간이나 잤다고요?”
“네.”
강신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하루에 2시간 이상을 편하게 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들어도 2시간 이상 잘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강신 스스로도 최대한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허브차를 마시고 그저 눈을 한번 감았다가 뜬 느낌인데, 벌써 6시간이나 흘렀다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겨우 6시간 잔 걸로 뭘 그리 놀라고 있나.”
대모가 놀란 강신 앞에 책들을 내려놓았다.
“이게 자네가 원했던 최초의 트럼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책일세, 천천히 확인해보게.”
숲속 마을이 불타기 전, 모니카가 귀중한 자산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놨었기에 존재할 수 있는 책들이었다.
강신은 오래된 세월을 견딘 책 하나를 들어 제목을 확인했다.
‘한자?’
-교역(交易)
강신은 이곳에 동양권 서적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트럼프 카드가 영미권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 책에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 카드에 관한 내용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잠시 줘보실래요? 이건 다 읽으실 필요 없으세요. 중간 부분에 잠시 언급되는 수준이라.”
강신이 책을 건네주자, 모니카가 트럼프 카드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부분을 펼쳐주었다.
몇 줄 되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중국에서 종이가 개발되면서 트럼프 카드의 초기작으로 보이는 패들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동관패, 육호패, 호량패, 사색패.
대단한 정보는 아니고, 딱 그 정도 내용이었다.
패 놀이를 하며 특별한 현상이 일어났다는 정보도 없었으니, 강신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이건 아닌 것 같네요.”
강신이 말하자, 모니카가 민망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헤헤…. 역시 그렇죠?”
강신은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모와 쌍둥이가 가지고 온 책들에는 특별한 힘을 가진 트럼프에 대해 직접 언급된 내용은 없었다.
그저 어디서 먼저 만들어졌다거나, 비슷한 카드의 원본이 됐다거나, 어느 왕국으로부터 전파되었다 정도의 정보였다.
강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고, 세그레드 조라에서 보내온 정보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후….”
모든 책을 본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게도 쓸만한 정보는 없었다.
사실 전 세계를 돌며 트럼프 카드를 찾는 건 해변에서 모래알 찾기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포기해야 하나…. 차라리 화이트홀 논문 내용을 공유받는 대신 다른 의뢰를 처리해주겠다고 제안해볼까.’
강신은 수집가들처럼 논문의 원본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 논문의 내용이 필요한 것이었다.
논문의 내용만 받는 조건으로 다른 의뢰를 받을까 생각했을 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쿵.
대모가 두꺼운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위치의 수장들에게 내려오는 책일세.”
두꺼운 가죽과 양피지, 종이 같은 것들이 막무가내로 짜깁기된 이상한 책이었다.
표지에 제목이 적혀있었는데 오랜 세월을 견뎌왔는지 선명하지 않았다.
-아르카나(ARC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