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51
350화
트럼프가 미친 듯이 탐났다.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음에도 이런 감정이 계속 느껴졌다.
‘가지고 싶다.’
처음 트럼프를 찾았던 슬로바키아에서도 탐이 났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탐욕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기분을 가지고 있는 건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함께 있는 신하린조차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탐욕을 대놓고 내비쳤다.
강신은 신하린의 눈치를 살폈다.
“오빠, 이거 그냥 우리가 갖고 다른 걸 넘겨주면 안 돼요? 세그레드 조라에서도 이 트럼프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역사상 단 한 번 사용됐던 물건이다.
사실이 자세히 기록된 위치의 아르카나와 달리 트럼프의 능력을 본 사람들에 의해 남겨지긴 했으나, 그 내용은 어디까지나 전설에 가까웠다.
세그레드 조라에서는 트럼프가 특별한 기능이 들어있다고 추정할 뿐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꼭 신하린이 트럼프를 훔쳐 달아날 것처럼 느껴졌다.
‘신하린에게 넘길 수 없어.’
카드를 발견한 건 신하린이었지만, 위치와 만나 장소를 찾고 조사를 지시한 건 자신이었다.
트럼프를 찾은 공로를 따지자면 자신이 신하린보다 더 높았다.
‘이건 내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강신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신하린의 모습을 바라봤다.
카드를 가져다줄 때까지만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신하린이 탐욕을 내비치는 모습.
뭔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잠깐만,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자신을 위해 희생한 동료들을 버릴 정도로 강한 욕구를 내비치다니, 뭔가 정상이 아니었다.
탐욕이 몰아치는 장소에서 강신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흩어진 트럼프를 모았다.
강신이 트럼프 카드를 만지자, 뭔가에 홀린 듯이 신하린의 눈이 카드를 쫓아다녔다.
그런 그녀의 탐욕적인 시선은 강신이 카드를 모두 모아 가죽 주머니에 넣을 때까지 계속됐다.
모든 카드가 가죽 주머니에 들어가자, 방금까지 자신을 강하게 사로잡았던 소유욕이 옅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느낌을 받은 건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어라?”
그제야 신하린이 당혹스러운 듯 두 눈을 깜빡였다.
“뭐였지? 내가 왜….”
그녀는 방금까지 자신이 보여준 모습에 살짝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다 강신과 눈이 마주치자 황급하게 변명했다.
“오빠,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 트럼프 전혀 갖고 싶지 않아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강신이 피식 웃어버렸다.
“알고 있어.”
“네?”
강신과 신하린이 갑자기 트럼프를 탐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이 트럼프 사용하면 탐욕을 자극하는 것 같아. 카드의 사용자만인지, 아니면 그 주변 사람까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 조건 없이 사용 가능할 줄 알았던 트럼프에는 함정과도 같은 결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 가죽 주머니에 집어넣으면 탐욕이 사라지는 것 같네.”
“알고 계셨어요?”
신하린이 묻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어.”
슬로바키아에서 강신이 잠깐 카드를 사용했던 순간을 떠올렸을 뿐이다.
그때, 아주 잠시였지만 강신은 트럼프를 세그레드 조라에 넘기기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카드를 가죽 주머니에 넣자, 옅어졌던 걸 떠올린 것이다.
당시에는 사람으로서 탐나는 물건을 보고 느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가죽 주머니가 트럼프의 부작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다행히 강신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이래서 아무런 대가 없는 힘은 의심해야 한다니까….”
신하린이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단점이 있다고는 해도 트럼프가 엄청난 물건이라는 건 바뀌지 않았다.
“그럼 이걸로 조사는 끝인가요?”
트럼프가 가진 능력과 부작용을 알아냈으니, 신하린은 이제 조사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신의 대답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아니, 이제 부작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조사해야지.”
그냥 부작용이 무엇인지, 지레짐작하고 넘어갈 순 없었다.
이제까지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원치 않은 사고가 났던 것이니까.
강신은 자신이 조금 더 완벽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강신은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완벽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부작용에 대한 조사를 완전히 끝내고 나서야 강신은 세그레드 조라와 약속을 잡았다.
* * *
대전 동구 둔산동, 세그레드 조라가 운영하는 비밀 상점.
이미 몇 번 방문해서일까, 신비한 물건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강신은 태연할 뿐이었다.
비밀 상점에는 한국 지부의 지점장인 김태식 말고도 본사에서 보내온 직원과 트럼프를 찾아달라고 의뢰했던 금발 머리의 외국인이 있었다.
“부작용으로 트럼프에 대한 탐욕이 생깁니다.”
강신은 자신이 알아낸 부작용을 의뢰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무료로 알려주는 건 아니었다.
강신은 소정의 대가를 받고, 트럼프의 추가 정보를 넘기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부분은 확실하게 해야지.’
자신은 자원봉사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의뢰인은 그런 강신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애초에 정말 손에 넣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물건이었다.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모든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의뢰했었다.
강신이 청구한 비용은 합리적이었으며 이렇게 물건까지 가지고 왔다.
의뢰인 입장에선 추가 보수를 지급하면 지급했지, 이런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보통 강한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탐욕이 생기는 범위가 넓어지고, 카드의 사용자와 가까워질수록 그 감정이 증폭됩니다.”
“그러면 멀리 떨어져서 시연하는 정도는 괜찮다는 겁니까?”
의뢰인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면 괜찮을 겁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의뢰인의 입에서 미소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크게 흡족한 듯, 준비했던 서류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007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각형의 검은 서류 가방.
뭔가 특별한 장치가 있는지 의뢰인은 작은 열쇠를 가방에 꽂고 돌리자, 가방에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끼릭, 끼릭, 철컥. 철컥.
신기하게 보는 강신의 시선을 느낀 의뢰인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니, 이런 장비는 필수죠.”
서류 가방이 자동으로 열리며 내부에 있던 기계 장치들이 튀어나왔다.
기계 장치는 신기하게도 내부에 있던 물건을 마치 신하가 왕에게 바치는 것처럼 경건하게 천천히 들어 올렸다.
유리 케이스 내부에는 두꺼워 보이는 논문이 들어가 있었고, 종이가 삭지 않도록 특별한 기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따로 보관할 가방을 챙겨오시지 않은 것 같으니, 이 가방은 선물로 드리죠.”
의뢰인은 강신이 챙겨온 가방을 보고도 그런 말을 했다.
그들은 이제까지 애지중지 보관했던 물건을 아무런 조치도 되어있지 않은 가방에 넣어 가는 걸 원치 않았다.
의뢰인은 웃으며 방금 사용했던 열쇠를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강신은 열쇠를 받자, 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가방을 닫았다.
“확인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의뢰인은 내용물을 확인도 하지 않은 강신을 보고 놀란 듯이 물었다.
“제가 이곳에서 본다고 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진짜를 주든 가짜를 주든 강신은 의뢰인이 주는 물건을 가지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강신이 믿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이 물건은 세그레드 조라에서 받은 물건이니까요.”
강신이 알아보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세그레드 조라의 이름을 걸고 성사된 거래였다.
이곳은 속임수를 쓰는 것과 가격을 후려치는 걸 거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래하는 물건이 가짜인 건 용납하지 않는 장소였다.
만약 그런 수집가가 있다면 세그레드 조라에서 영구 추방당하고, 평생 수집가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약 상대가 작정하고 강신을 속인 것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이 논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회사에서 머무는 수많은 천재가 판단해 줄 테니까.
회사에는 이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만약 의뢰인이 가짜를 넘겼다면?
세그레드 조라에게 쫓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성신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강신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수집가가 말했다.
“이것 참, 이런 거래는 정말로 오랜만이네요.”
수집품을 거래할 때, 그 누구도 강신처럼 거래하지 않는다.
그만큼 귀중한 물건들이었으니 물건을 건네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신경이 매우 곤두서 있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건네주는 것도 건네받는 것도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마음 놓고 거래한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군요.”
흡족한 표정으로 손을 내민 의뢰자는 강신과 악수를 하고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추가 보수는 나중에 회사로 보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의뢰인은 강신이 건네준 가죽 주머니를 들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가 사라지자, 강신도 서둘러 서류 가방을 들고 회사로 돌아갔다.
개인 큐브에 도착한 강신은 권영식에게 연락을 넣고 곧장 서류 가방을 열었다.
세그레드 조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서류 가방은 톱니바퀴 소리와 함께 열렸다.
강신은 가방 내부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유리 케이스에서 두꺼운 논문을 꺼내 들었다.
휠러는 미국의 물리학자였기에 당연히 논문도 영어로 작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은 강신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래,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강신이 가진 지식수준으로는 논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을 뿐….
“……젠장.”
조급한 강신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튀어나왔다.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현재 강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길게 한숨을 내쉰 강신은 권영식이 개인 큐브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 * *
“이게 그 논문이라는 말이지?”
권영식은 개인 큐브로 들어오자마자 다른 공치사 없이 강신에게 건네받은 논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정독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다.
“나쁘지 않은 내용이긴 한데, 이렇게 실험했다면 엔트로피가 꽤 많이 발생했을 텐데….”
권영식은 휠러가 실행한 실험 내용을 보며 때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저녁을 넘어 새벽을 향해 달려가자, 권영식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거 하루 이틀만으로는 안 되겠는데….”
“그렇게 난해한 내용입니까?’
“난해하기도 한데, 그것보다 휠러가 생각했던 가설이 현대에 와서 바뀐 부분이 있어. 그런 부분들을 수정해서 새로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래서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강신이 걱정스럽게 묻자, 권영식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적어도 나흘, 길면 일주일까지도 걸릴 수 있겠군.”
강신의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나 오래 걸립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강신이 너무 쉽게 말하자, 권영식이 발끈했다.
“오래 걸린다니. 여기 연구소에 있는 시설이 아니었다면 최소 한 달은 넘게 걸렸을 것이네.”
강신이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깨닫고, 권영식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강책임, 초조한 건 알겠네만 그렇다고 연구를 대충할 순 없지 않나, 걱정되는 만큼 더 정밀하게 분석해야지.”
그만큼 초기 데이터는 중요했다.
초기 데이터는 실험의 중심이 되는 데이터였다.
초기 데이터가 잘못됐다면 최악의 경우, 이후에 진행한 모든 실험 결과가 폐기되기도 했으니까.
“후…. 길게 잡아 일주일, 논문을 검증하고 실험하는 기간이지. 그 이후 화이트홀에 대한 본격적인 실험을 진행해야지.”
시간이 걸리는 건 권영식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네. 그러니, 자네도 그전까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오게나.”
권영식은 초조해 보이는 강신에게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주일 동안 강제 휴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