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9
38화
갑자기 일어난 자신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는 사람들을 보며, 김 대리는 자기만 소외당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너무들 하시네요.”
“끌끌끌, 너무하기는 이제까지 실컷 잠만 자 놓고는!”
신단수가 김 대리를 지적하자, 그는 자신이 정신을 잃은 동안 뭔가 일이 있었다고 확신했다.
“자자,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 줄 테니. 일어났으면 여기서 이 물건들 좀 구분해 주겠나?”
김 대리가 삐져서 입이 튀어나와 있자, 척준신이 그를 달래며 여러 물건이 가득 쌓인 테이블을 가리켰다.
김 대리는 눈을 빛내며 신단수의 선물들을 감정하기 시작했다.
“뭐지? 전보다 품질이 좋은 물건들이 이렇게나 많이…….”
“회사로 가지고 가기 전에 살펴보고, 분류를 조금 해야 할 것 같네.”
“아무래도 그래야겠네요.”
테이블 위에 있는 선물들을 정리하는 척준신과 김 대리를 뒤로한 채, 신단수는 나뭇가지와 식물의 뿌리로 보이는 것을 들고 강신에게 다가갔다.
“이게 뭔가요?”
강신은 신단수가 귀한 약초들을 테이블 위로 막 쌓는 모습을 보았다.
그 때문에 이렇게 따로 챙겨 온 물건들이 뭔지 궁금했다.
“생각해 보니, 인간들이 다니는 회사라는 곳은 ‘성과’과 아주 중요한 것 같더구나.”
“그렇긴 합니다….”
“너희가 소속된 곳은 평범한 회사가 아닌 것 같으니, 외부에서 구할 수 있는 저런 물건들보다는 이곳에서밖에 구하지 못하는 특별한 물건이 필요하겠지.”
강신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려해 또 다른 선물을 주겠다는 신단수의 말에 놀랐다.
“내가 내어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은 이미 너의 배 속으로 들어갔으니, 다음으로 귀한 것을 내어 주마. 이거라면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겠지.”
외부에서 구하지 못하고 신단수의 열매 다음으로 귀한 것.
바로 신단수의 신체 일부였다.
“……이미 열매와 천 년 하수오도 받았는데, 이건 너무 과한 선물인 것 같습니다.”
구역으로 들어오기 전에 분명히 원했던 물건들이었지만, 강신은 조금 찜찜함을 느꼈다.
대부분의 U.M.A.와의 거래는 등가교환을 기본으로 했다.
인간 사회의 화폐가 필요 없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부탁을 들어주고 물건을 받는 식이었다.
강신은 이미 이곳에서 도와준 대가로는 넘치도록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신단수가 건네는 물건들을 함부로 받을 수 없었다.
“끌끌,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열매와 천 년 하수오는 나를 도와준 것에 대한 보상이고, 이것들은 앞으로의 우애를 위한 선물이다.”
신단수가 선물이라고 말했음에도 강신은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
“그냥 받는 게 조금 그렇다면 네가 이해할 만한 거래를 제안하지.”
신단수의 말대로 망설였던 강신이 선물이 거래로 바뀌자, 흔쾌히 수락했다.
“저희가 무엇을 드리면 될까요?”
“끌끌,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지, 매년 이 기간에 자네와 자네의 나비, 그리고 저기 덩치 큰 녀석이 오늘 준비했던 청주를 들고 나를 찾아오게. 그렇게 해 준다면 매년 가지고 오는 청주의 값으로 오늘과 똑같은 양의 물건들을 지불하지.”
신단수의 제안은 강신에게 너무나 유리한 조건이었다.
심지어 청주도 회사에서 힘을 쓴다면 비용은 조금 들어도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게 전부인가요?”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일세.”
신단수는 강신에게 그렇게 대답하며 멀리서 설야와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강신은 신단수의 나뭇가지와 뿌리를 받아들었다.
신단수는 강신의 어깨를 툭 치고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곳으로 가 버렸다.
시간이 흘러 강신이 날개 가루의 부작용을 털어 내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 신단수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각자 신단수의 선물이 든 세 개의 봇짐을 메고 있는 모습은 꽤 웃긴 모습이었다.
봇짐만 메고 있는 척준신과 김 대리와는 다르게 강신은 신단수의 나뭇가지와 뿌리를 조심스럽게 들고 있었다.
신단수는 자신의 구역에서 강신 일행이 나갈 수 있도록 들어왔을 때처럼 안개가 자욱한 길을 열어 주었다.
척준신과 김 대리가 신단수와 아이들의 마중을 받으며 먼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강신도 막 그들을 따라 움직이려는 찰나, 덤덤한 시선으로 강신을 배웅하는 신단수와는 다르게 똘망똘망한 아이들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후우….”
강신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짐을 잠시 내려 두고 설야와 함께 아이들에게 다가갔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다음에도 설야와 또 놀러 올게.”
강신의 상냥하고 따뜻한 한마디에 결국 아이들의 눈에서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것을 본 설야가 아이들에게 날아가 자신의 더듬이를 이용해 아이들의 볼을 어루만졌다.
비록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을 정도로 얇은 더듬이이었지만 설야가 하는 행동의 의미는 충분히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정말…. 또 오실 거죠?”
“꼭 오셔야 해요.”
아이들이 강신의 옷자락을 움켜쥐며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럼 당연하지. 약속할게.”
아이들은 강신에게 손을 내밀었고, 손가락을 걸고 나서야 잡았던 옷자락을 놓아주었다.
“그럼, 이거 드릴게요.”
“둘이서 열심히 만든 거예요.”
서낭과 당산이 꺼낸 것은 박달나무의 나뭇잎이었다.
강신은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아이들이 건네주는 나뭇잎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스륵.
하지만 아이들이 올려 준 나뭇잎이 마치 녹아내리는 것처럼 손바닥에서 사라졌다.
“이건…….”
“끌끌, 이 아이들도 어지간히 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그것은 인간의 소원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소원….”
“그래, 인간들이 이 아이들에게 항상 비는 소망의 결정체.”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서낭나무, 당산나무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빌었던 소망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가족들의 안전이었다.
특히 전쟁이 가득했던 옛날에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밤을 지새우며 빌었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제대로 된 것을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것이 너를 치명적인 위험으로부터 한 번 정도는 지켜 줄 것이다.”
신단수의 설명을 들은 강신은 눈을 치켜뜨며 놀랐다.
어쩌면 신단수의 열매만큼 귀중한 것이었다.
강신은 다시 한번 등가교환을 생각하며 아이들을 바라봤지만, 너무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감사의 인사밖에 할 수 없었다.
“정말 고마워.”
“히히.”
“헤헤….”
아이들은 강신의 모습을 보고 뿌듯해했다.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그럼 이제 정말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 보자꾸나.”
“네, 너희들도 다음에 볼 때까지 건강하렴.”
“네!”
강신이 다시 짐을 들고 안개 속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은 강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혼자서 안개를 헤치고 나오자, 도착한 곳은 신단수의 구역에 들어갔었던 공원이었다.
진입할 때와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한 남성이 구역에서 빠져나온 강신을 확인하고 어딘가로 보고를 했다.
“강 선임님 나오셨습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정장과 통신 장비를 보고 강신은 이들이 성신 그룹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신이 서둘러 주변을 확인하자, 들고 왔던 짐을 풀어서 환경 채취용 보관 용기에 넣고 있는 척준신과 김 대리의 모습이 들어왔다.
빠르게 현장이 정리되고 있다는 것은 일행이 나오기 전부터 요원들이 이곳에서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분명 강신은 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요원들을 모두 퇴근시켰기 때문에 이 요원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척준신과 김 대리 쪽으로 다가가려는데, 한 남성을 보고 잠시 멈춰 서야 했다.
“강 선임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는 근처 카페에서 잠시 쉬고 있겠다고 했었던 김병기였다.
“궁금한 게 많아 보이시는군요.”
김병기는 강신의 표정을 읽고 바로 말을 이어 갔다.
대기하고 있었던 김병기는 회사에서 급하게 온 전화를 받고 다른 요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제 장비에서 착용자를 보호하는 보호구가 작동하면 회사에서 바로 알게 된다는 겁니까?”
“네.”
사전에 권영식은 장비가 손상되면 회사로 보고된다고만 했지, 위치까지 알려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분명 보호구가 작동을 했다는 정보가 날아왔는데, 자세한 위치가 잡히질 않아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으음….”
원래라면 신단수의 구역에서는 신호도 통과하지 못하지만 침입자들이 만든 길을 통해서 신호가 새어 나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은 근처에 요원들을 소집하고 마지막으로 잡힌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맞습니까?”
“네, 정확합니다.”
“후우…….”
강신이 사정을 알게 되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이 끝났음에도 김병기는 강신에게 따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다.
“강 선임님 잠시 다른 이야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
일행들에게 가려던 강신을 붙잡은 김병기는 멀리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는 김 대리를 잠시 바라봤다.
“더 하실 말씀이 있는 건가요?”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의 표정은 간절하고 사뭇 진지해 보였다.
김병기의 요청은 갑작스러웠지만,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이야기해 보시겠어요?”
“……앞으로 김 대리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이신가요?”
강신은 밑도 끝도 없이 분위기를 잡으며 김 대리를 잘 부탁한다는 소리를 한 김병기가 이해되지 않아 되물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 회사 상부 회의 중에 나온 얘기가 아무래도 강 선임님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리려고 하는 것 같더군요.”
“태스크포스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서 만드는 팀입니다.”
“아니,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만.”
금시초문인 이야기였지만 강신은 김병기가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으음, 그럼 김 대리님이 그 팀으로 오시나 보군요.”
“네.”
“그것까지는 알겠습니다만…. 정확히 부탁한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
김병기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강 선임님의 팀으로 들어가면 다른 팀보다 더 많은 일이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렇겠죠.”
“그만큼 위험한 상황도 많겠죠.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현장 요원들은 교체가 가능한 지원팀 요원보다 강 선임님을 우선순위로 보호할 겁니다.”
“…….”
“상황이 나쁘면 아예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겠죠. 장비의 성능은 믿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은 잘 모르는 것이니까요.”
말이 좋아 태스크포스지, 잘 들어 보면 강신의 원 맨 팀이었다.
오로지 강신을 위해서 회사가 만들어 준 팀.
분명 팀 인원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일 테지만, 그들은 대체가 가능한 사람들이었다.
그 때문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희생해서라도 강신만은 보호하려고 할 것이다.
이미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임 상무가 자신의 안전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었고, 다른 현장을 경험하면서도 유독 강신의 안위를 챙기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면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김 대리님이 걱정이시면 팀을 만들 때, 김 대리님을 빼는 것도 생각하겠습니다.”
강신의 말을 들은 김병기는 고개를 저었다.
“저 아이의 성격상 저 때문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하면 난리를 칠 겁니다. 위험이 분명해도 지원을 할 아이죠.”
“그럼 제가 어떻게 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저 아이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위험성이 높은 U.M.A.가 있는 현장에서는 최대한 멀리서 대기시켜 달라는 것뿐입니다.”
“그건 어렵지 않은 부탁이네요.”
예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지만, 강신은 그것보다 김병기가 어째서 김 대리를 이렇게까지 아끼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하는 행동은 부하 직원을 단순히 챙기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런 강신의 생각이 표정에서 드러났는지, 김병기는 피식 웃으면서 사정을 설명했다.
“저 녀석, 제 조카입니다.”
“네…?”
“정확히는 남동생의 아들이죠. 저 녀석이 크게 다치면 다른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어서요. 차라리 제가 지원을 하고 싶지만…. 이미 상부에서는 부장급은 척 부장님에게 맡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랬군요.”
“조금 억지 같은 부탁이지만….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 걱정은 당연한 거죠. 이야기 끝났으면 이제 저도 정리하는 걸 도우러 가겠습니다.”
“이런, 피곤하신 분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군요.”
강신이 김병기와 대화를 끝내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다른 요원들이 강신이 들고 온 봇짐을 받아 주었다.
“왔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이리 늦었나?”
멀리서 김병기와 대화하고 있는 강신의 모습을 본 척준신이 강신을 타박했다.
강신은 김 대리에 대한 이야기를 빼고 김병기에게 들었던 정보를 그대로 척준신에게 알려 주었다.
“태스크포스라…. 예상은 했지. 전부터 말은 나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 정신을 좀 차렸나 보군.”
“정신을 차리다니요?”
강신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척준신에게 되묻자, 그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U.M.A.가 관련된 일이라면 똑똑한 자네가 본인 일에는 너무 무관심한 것 같군.”
“네?”
“회사에서는 자네를 다른 팀에 넣는 것보다, 자네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효율이 높다는 사실을 이제 안 거지.”
척준신의 표정에는 자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는 당당함이 깃들어 있었다.
강신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물과 신단수의 나뭇가지와 뿌리를 다른 요원에게 인계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