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96
395화
일행들에게 아울맨이 나타났다는 걸 알리고 싶었지만, 숨도 쉬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대신, 신하린이 먼저 보고했다.
-아울맨 등장했어요. 위치는 마우넌시 남쪽 성당, 묘지에요.
-남쪽 성당, 묘지 이동하겠습니다.
아울맨의 능력은 자신이 인지한 생물에게만 통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모습을 감춘 신하린에게 통할 리 없었다.
다만, 신하린이 아울맨을 공격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드러내는 순간, 몸이 굳겠지.’
그래서 강신은 아울맨이 나타나도 신하린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놓은 상태였다.
후옹~ 후옹~
부엉이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체감 시간은 매우 길게 느껴졌다.
‘괜찮아.’
이제 아울맨이 자신을 공격할 것을 알지만, 강신은 자신의 계획을 믿었다.
그리고 이내,
후옹!
불쾌한 울음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쐐애액!
그 순간, 강신이 위험한 계획을 짤 수 있었던 이유가 드러났다.
-컹!
원리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인지한 생명체를 멈추게 만드는 아울맨.
그의 그 특수한 능력은 어디까지나 생물에 국한되어 있었다.
즉, 기계나 조금 특수한 개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래, 그림자로 이루어진 초코 같은 존재들.’
퍽!
후오옹!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불쾌했던 울음소리가 비명처럼 들리자, 강신은 그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숨을 한 번에 몰아쉰 강신이 몸을 돌리자, 그곳에는 초코가 거대한 앞발로 아울맨을 짓누르고 있었다.
후옹…. 후옹!
초코의 발에 짓눌린 아울맨의 외형은 괴상했다.
두꺼운 인형 탈을 쓴 것처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거대한 얼굴과 주변의 털들.
손이 달려야 할 곳에는 날개가 있었으며, 비정상적으로 가느다란 하체를 가지고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신체 비율은 바라보는 사람에게 있어 혐오감을 주기 충분했다.
‘이게 끝이 아닐 거야. 광신도는 어디에 있지?’
이렇게 쉬운 상대에게 콘월 지부 현장 요원이 전멸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강신은 현장 요원들이 당한 이유가 아울맨이 아닌 광신도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나오지 않는다면 다 방법이 있지.’
강신은 바둥거리는 아울맨을 바라보고는 가방에서 건틀릿을 꺼내 장착했다.
과연, 광신도들이 자신이 섬기는 아울맨을 죽는 걸 보고 있을까?
강신이 건틀릿에 내재된 내부 충격파 기능을 작동시켰다.
위잉.
건틀릿이 천천히 떨려왔고, 건틀릿에 그려진 3개의 원은 어둠을 밝힐 정도로 밝은 붉은빛을 뿌려댔다.
제대로 장치가 작동한 걸 확인한 강신이 아울맨에게 천천히 다가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무리 죽이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생명을 빼앗는 건 언제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다.
‘누군가가 보면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명을 빼앗는 것에 익숙해지면 안돼.’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는 듯한 말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강신인 천천히 바둥거리는 아울맨에게 정권을 내질렀다.
후옹! 후옹!!
위협을 느낀 것인지, 귀가 찢어질 정도로 아울맨이 울어 댔다.
-팀장님!
갑자기 통신 장비로 신하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강신은 자신의 시야가 뒤집히는 걸 느꼈다.
분명 아울맨을 향해있던 시야가 어느 순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강신은 뒤늦게 자신의 몸이 공중에 떠있음을 깨달았다.
강신은 뒤늦게 낙법을 했지만, 당연히 제대로 낙법이 되었을 리 없었다.
쿵!
“큭!”
육체적 충격은 크지 않았지만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다.
분명 대비하고 있었는데 언제, 어떻게 공격당했는지 전혀 보지 못했다.
준비했던 것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모르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바닥을 구른 강신은 서둘러 자신이 있던 곳을 확인했다.
방금까지 강신이 있던 장소에는 서양에서 장례식을 할 때 입는 검은 복장을 한 여성이 있었다.
검은 베일까지 쓰고 있는 그 여성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흐느낌은 그녀가 현재 슬퍼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아…. 어째서….”
강신은 그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통신 장비를 통해 신하린에게 말했다.
“하린아, 저 여자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러니까…. 그냥 뒤에서 접근했어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뒤에서 접근했다.
강신이 눈치채지 못한 건 둘째치고, 신하린이 그걸 보고만 있었다는 게 강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깐만요. 내가 왜 그랬지?
신하린도 자신의 행동에 혼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내, 흐느끼던 여성이 강신을 천천히 다가오자 강신은 신하린이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
데자뷰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다시 한번 몸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조금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어째서 하늘을 날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지?’
여성이 얇은 팔로 자신을 던진 것도 놀라웠지만, 그 여성이 다가올 동안 자신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했다.
‘분명 보고 있었는데?’
조금 빠른 속도로 움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에 대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건 아니었다.
근데 어째서인지, 강신은 여성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아니, 막지 않은 건가?’
결과는 똑같지만 둘은 큰 차이가 있었다.
강신은 여성의 공격을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째서?’
바닥을 구르면서도 강신은 생각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상한 재능을 쓰고 있어.’
아직 광신도가 쓰는 능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강신은 다음 공격을 대비했지만, 그녀는 강신의 생각과 다르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녀는 강신에게 등을 돌리고, 아울맨이 초코에게 제압당한 곳으로 걸어갔다.
“이익…. 내 아이를 놔줘!”
그녀는 아울맨을 빼내기 위해 초코의 앞발에 매달렸지만, 초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모순덩어리였다.
방금까지 대치하던 자신을 내버려 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으며, 자신이 섬기는 아울맨을 자신의 아이라 칭했다.
그리고 자신을 가볍게 던졌던 그 힘을 초코에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까지, 어느 하나 정상적인 게 없었다.
초코가 꼼짝도 하지 않으며 아울맨을 놓아주지 않자, 지친 것인지 다시 한번 흐느꼈다.
“내 아이를 놔 주세요…….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
강신이 일어서서 다시 자세를 잡자, 그녀는 자신의 호소에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 초코를 내버려두고 강신에게 다시 몸을 돌렸다.
“당신이 저 아이의 주인인가요?”
강신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계속 강신에게 말을 걸었다.
“제발, 부탁이에요. 제 아이를 놓아주세요.”
-기습할까요?
신하린이 통신으로 보내온 음성을 누군가 들었다면 강신이 악당처럼 보이는 장면이었다.
강신은 신하린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고, 고개를 저어 기습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눈앞에 있는 여성이 광신도이긴 하지만 적어도 말을 통하는 인간이었으니, 강신은 대화를 시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저기 있는 게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습니까?”
“…….”
강신이 아울맨에게 적대적인 걸 눈치챈 여성은 입을 열지 못했다.
대답하지 않은 여성은 시간이 조금 흐르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저번에 이곳에 왔던 이들과 같은 곳에서 왔나 보군요.”
여성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어째서 당신들은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 건가요. 우리는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
아울맨에 대한 정보를 믿지 못한 사람이 들었다면 충분히 오해할만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강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울맨을 데리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요?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요?”
쾌락을 위해 사람을 해치는 개체였다.
그런 존재를 데리고 있으면서 평화롭기를 바란다니, 이상했다.
“이 아이는 다른 아울맨과는 달라요. 내가 직접 키워서 그런 흉폭함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진심을 담은 듯한 하소연이었지만, 강신은 속지 않았다.
“아울맨이 가진 쾌락은 마약과도 같은 것이라 사람을 한 번이라도 다치게 했다면 그 행동을 끊을 수 없습니다.”
강신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내뱉자, 방금까지 불쌍한 척 연기를 하던 여성이 본성을 드러냈다.
“아울맨이 어떤 존재인지 자세히 아는 사람이군요. 저 아이를 풀어준다면 곱게 보내주려고 했는데, 후회하지 마시죠.”
그녀가 지금까지 보인 모습은 강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속아 넘어갈지 모를 정도의 연기였을 뿐이었다.
‘온다.’
이번에야말로 강신은 여성의 공격에 단단히 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강신은 다시 한번 던져졌다.
결과는 같았지만, 이전과 다르게 강신은 몇 가지 정보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나를 집어 던진 건 특별한 능력이 아니야, 그저 오랜 훈련으로 단련된 유술이야.’
그것도 강신이 이전에 상대해본 기억이 있는 특정 유파의 유술이었다.
그녀가 가진 기술은 분명 최태원이라 불렸던 자의 기술이었다.
‘작은 몸으로 사람을 이렇게 쉽게 날려 보내는 걸 잊을 리 없지.’
그 사람과의 만남을 계기로 무술에 입문했으니, 착각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나를 이렇게 쉽게 던져도 처음 보는 생물인 초코의 앞발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군.’
강신이 다시 바닥을 구르고 몸을 일으키자, 여성이 다시 다가와 강신을 집어던졌다.
“큭!”
여성이 가진 유술 실력이 뛰어난 건 맞았다.
하지만 아예 반격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계속 바닥을 구르는 건 필시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강책임, 저희 도착했어요.
그러는 사이, 외부에 있던 이순자와 3팀 요원이 모습을 감추고 묘지에 도착했다.
강신이 계속 던져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인내심을 발휘해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대기했다.
-어떻게, 바로 진입할까요?
강신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큭…. 잠시만 대기해 주세요.”
생각 같아서는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아직 콘월 지부 사람들이 당한 능력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아직 아울맨을 처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대로 이순자와 3팀이 나타나도 아울맨의 능력때문에 아까 강신이 그랬던 것처럼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게 분명했다.
‘한번 못 움직이게 했던 사람을 다시 못 움직이게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강신은 현재 바닥을 구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알겠어요. 하지만 더 위험해지면 지시와 상관없이 바로 개입할 거예요.
강신이 던져지고는 있었지만 크게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순자는 적이 앞에 있음에도 강신의 말대로 3팀 요원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