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27
426화
강신은 며칠 더 숙소에서 머물며 빅브라더 패밀리를 치료했다.
치료를 진행하며 조금 이상한 게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치료 순서였다.
그들은 몸 상태의 경중을 떠나 서열로 가장 아래 있는 사람부터 치료해 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마지막 날, 마지막 치료자는 바로 빅브라더였다.
적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지만, 강신이 빅브라더의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간 빅브라더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엔 저주받은 걸 감추기 위해 외부 활동을 아예 하지 않았다.
현재는 패밀리의 간부들이 강신을 위험인물로 지정하고, 최대한 강신과 만나지 못하도록 손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리암도 포함되어 있었다.
리암이 움직이니, 그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 빅브라더가 강신을 만나지 못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했고, 강신은 치료할 때가 되어서야 빅브라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빅브라더의 모습을 본 강신은 자신의 틀에 박힌 생각을 깰 수 있었다.
“……빅브라더?”
강신의 의문 섞인 말을 들은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왜 처음 보는 사람마다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참….”
강신이 생각한 빅브라더는 마피아 영화에서 나오는 보스처럼 큰 덩치에 시가를 손에 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빅브라더는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큰 덩치는커녕 마른 몸이었고, 시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심지어 보스 특유의 묵직한 느낌도 전혀 들지 않았다.
그는 그저 평범하게 생긴 아저씨였다.
당장 길거리에만 나가도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평범했다.
“허허, 내 외형이 카르텔 보스와는 어울리지 않기는 하지. 그래서인가, 우리 애들이 항상 과보호를 한단 말이지….”
그는 이웃집 아저씨가 하는 푸념처럼 가볍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강신이 대꾸해주자, 뭔가 신나 보이는 빅브라더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니까~ 저번에는 리암이 글쎄….”
그가 푸념하는 동안 강신은 쥐고 있는 주화의 지속시간이 끝나기 전에 그를 치료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그에게 대꾸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치료가 끝났음에도 계속 강신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런 그의 말은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야 끝이 났다.
강신은 빅브라더가 굳이 자신과 수다를 떨기 위해 이렇게 주저리 떠드는 게 아님을 알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진짜 하고 싶으신 이야기는 뭡니까?”
“허, 듣던 대로 사람 심리를 아주 잘 파악하나 보구만? 보통 내가 이렇게 떠들면 대부분 가볍게 생각하던데.”
빅브라더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그래서 대부분 실수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실수는 꽤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하지만 강신은 빅브라더의 외형을 보고 놀라긴 했지만, 카르텔 보스라는 걸 떠올리며 방심하지 않았다.
그런 사정을 아는 것인지 강신이 인상을 찌푸리자, 빅브라더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시험하려고 한 게 아니니, 그렇게 쳐다보지 말게.”
평소라면 시험하는 것이었겠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정말로 강신을 시험할 생각은 아니었다.
“고맙다는 말을 너무 오랜만에 하게 되니, 입이 잘 안 떨어져서 입을 조금 풀고 있었던 것뿐이네. 크흠, 그래도 할 말이니 해야지.”
“…….”
“고맙네. 우리 패밀리가 전쟁에 휘말리지 않게 해주었고, 내 아들이 다치지 않게 손을 써주었지. 자네들 덕분에 배신자를 잡았고, 우리를 치료해 주기까지 했어.”
빅브라더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일과 연관 없는 이들이 피를 흘리지 않게 해준 것까지 전부 고맙네. 우리가 직접 도와줄 수 있는 건 적겠지만, 그래도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겠네.”
빅브라더는 자신과 강신이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도움을 받은 만큼 강신에게 뭔가를 해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받은 은혜는 꼭 갚고 싶어 했다.
“괜찮습니다. 애초에 제가 원하는 건 이거 하나였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신은 쥐고 있던 주화를 빅브라더에게 보여주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헤이든에게 자네가 그런 물건 말고는 관심이 없다는 걸 보고 받았네. 듣자 하니, 크립티드나 그런 신비한 물건을 찾아다닌다고 들었네만….”
“맞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크립티드는 무리겠지만 그런 물건을 찾게 된다면 따로 보내주겠네.”
괴물은 마주친 적 없어도 뒷세계에서 생활하다 보면 종종 그런 물건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까지는 모두 사기꾼으로 생각했지만, 강신을 만나고 정말 그런 물건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물건을 이곳에서 사용하지 않고 보내주신다고요?”
강신은 의문을 표했다.
강복 받은 주화처럼 직접 사용하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물건을 그냥 보내준다니, 의심되는 게 당연했다.
그러자, 빅브라더가 강신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나름 주제 파악을 잘하는 편이네. 그런 물건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나면 자네 같은 괴물들이 그 물건을 빼앗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오겠지.”
빅브라더는 현명한 판단을 했다.
“그럼, 파스라챠 패밀리가 하루 만에 날아간 것처럼, 아마 우리도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거란 생각이 들거든.”
먹다가 탈이 나는 것보다는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주겠다는 말이었다.
신비한 물건을 보내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빅브라더의 표정이 밝아졌다.
곧이어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웨이가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세이프 하우스 주소를 빅브라더에게 적어주었다.
“이곳으로 보내시면 됩니다.”
장웨이가 회사 주소가 아닌 다른 곳의 주소를 적어준 이유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보상을 약속받고 다른 이들의 인사를 뒤로한 채, 강신과 울프팀 요원들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길고 길었던 장기 출장이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 * *
강신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 세그레드 조라 직원에게서 두 개의 부유석을 받고 회사로 복귀했다.
반년에 가까운 시간을 비웠지만, 회사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기 때문일까.
개인 큐브에는 이미 권영식과 임상무, 김병기가 강신과 울프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 큐브와 그들을 보고 나서야 강신은 정말 돌아온 것을 실감했다.
“후…. 다들 오랜만입니다.”
강신이 인사를 건네자, 권영식이 강신과 울프팀 요원들을 격려했다.
“다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네.”
입으로 고생했다고 말했지만, 눈은 강신의 짐으로 향해있었다.
권영식의 의도가 너무나 뻔히 보였다.
강신은 섭섭하기보다는 그냥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강신은 권영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하고 공항에서 받아온 부유석을 건네주었다.
“크흠, 이런 걸 달라고 말한 것이 아닌데.”
그는 말과 반대로 강신이 꺼낸 두 개의 상자를 빼앗듯이 냉큼 받고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
“가볍군?”
처음 상자를 받았을 때, 강신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상자는 겉으로 보기에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어 상당히 무거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얇은 노트 하나 정도의 무게밖에 나가지 않았다.
“듣기론 떠오르는 부유석을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놨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부유석 때문에 무겁게 느껴지진 않을 거라고 합니다.”
“과연, 중력을 거스르는 부유석이라 그렇군.”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인지,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조금이라도 빨리 상자를 열고 부유석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사람이 참 한결같아.’
하지만, 강신은 아직 건네야 할 물건이 있었기에 권영식을 당장 보내줄 수는 없었다.
“팰로우님, 이것도 받아가셔야죠.”
얇은 플라스틱판에 하나의 주화가 들어가 있었다.
“아, 그래 이것도 있었지.”
부유석에 정신이 팔려있던 권영식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플라스틱판을 받았다.
“강복 받은 주화라…. 이건 나중에 자네가 ‘사용’할 생각이지?”
“네, 기회가 된다면 사용할 생각입니다.”
이미 해당 주화에 대한 것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이 되어 있었기에 권영식도 해당 주화가 어떤 물건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강신이 빅브라더 패밀리에게 강복 받은 주화가 사람의 탐욕에 따라 저주를 걸고 치료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만 알려주었지만, 사실은 그 외에도 주화는 사용법이 더 있었다.
굳이 그들에게는 전부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주화가 가진 능력이 치료와 저주뿐이었다면 강신이 그렇게까지 탐내지 않았을 것이다.
초월체가 만들었다는 강복 받은 주화의 본래 사용법은 치료도, 저주도 아니었다.
외형 모습 그대로의 ‘화폐’로서의 가치도 있었다.
날개 개수에 따라 치료 범위가 달랐던 것처럼 화폐 가치 또한 날개 개수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이 화폐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야, 이 화폐는 초월체와 거래할 때 사용되는 화폐니까.’
사용하려면 초월체를 만나야 했다.
하지만 현세에 초월체가 나타날 수는 없었기에 초월체가 강림할 수 있는 구역을 찾아야 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구역에 강림한 초월체를 정말 우연히 찾았다고 한들, 그곳에 있는 초월체와 거래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었다.
‘그러니, 언제 어떻게 초월체와 만날지 모르니,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주화를 들고 다녀야겠지.’
그래서 권영식도 강신에게 주화를 사용할 것이냐고 물어본 것이었다.
“그럼 간단한 물성 조사만 빨리하고 다시 돌려주겠네.”
“괜찮습니다. 팀원들에게 길게 포상 휴가를 줄 예정이라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휴가라…. 하긴 이번에 정말 고생하긴 했으니, 그래서 휴가는 며칠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
권영식이 계획을 묻자 강신이 두 개의 손가락을 펼쳤다.
“이틀? 너무 짧은 거 아닌가? 적어도 4~5일은 쉬다 오는 게….”
강신은 걱정하는 권영식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고 말했다.
“이틀이 아니라, 이 주일입니다.”
“이 주일이나?”
“네, 이참에 저희 팀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듣기로는 다른 부서들은 이미 1박 2일로 다녀왔다고 들었거든요.”
“끄응…. 그건 그렇지만, 이 주일은 너무 길지 않겠나?”
“그만큼 다들 고생했습니다.”
“……그래, 자네가 그렇다면 알겠네.”
연가도 아닌 포상 휴가였다.
즉, 유급 휴가라는 소리였다.
권영식의 허락에 일행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돈을 주면서 쉬라고 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뭐, 나는 워크숍만 다녀와서 다시 출근할 생각이긴 하지만….’
굳이 다른 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팀장이 쉬지 않는다고 한다면 다른 팀원들이 제대로 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 * *
휴가가 결정되고 다음 날 강신은 일행들과 바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아침 일찍부터 모여서 약 1시간 동안 반년간 있었던 일들을 다시 토론하며 간단히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강신은 일행들을 데리고 빠르게 이동했다.
“와….”
“여기 진짜 좋네요.”
강신이 일행들을 데리고 간 곳은 1박에 2천만 원이나 하는 울릉도에 있는 최고급 풀빌라였다.
원래라면 가득 찼을 객실이지만 HG 그룹의 구성만에게 부탁해 자리를 만들었다.
그간 고생한 일행들을 생각하면 별것 아니었지만, 나름 일행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준비한 강신의 선물이었다.
건물 자체가 꽃잎 모양으로 내부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으며, 수영장은 물론 외부의 바다가 그대로 보이는 아름다운 오션뷰를 자랑했다.
그렇게 일행들은 6개월 동안 고생했던 피로를 아름다운 장소에서 편하게 풀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