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3
42화
강신은 피해자들을 데리고 지원팀이 준비해 준 병원 근처의 카페로 이동했다.
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카페로 손님이 많아 제대로 된 대화가 힘들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2층에는 전망이 좋은 방이 따로 존재했다.
사람이 몰릴 시간임에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걸 보고, 강신은 박재성이 이 카페 전체를 빌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신과 청년들이 가게로 들어서자, 강신은 자연스럽게 계산대에서 간단히 마실 것과 조각 케이크 몇 개를 주문해서 2층에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강신은 사건이 있었던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피해자들에게 처음부터 말해 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저희가 역에서 만나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근처 골목으로 갔었죠.”
“아, 세 분이 함께 움직이신 거군요?”
강신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음에도 그들이 흥이 나도록 추임새를 넣었다.
“그렇죠. 그런데…. 골목으로 들어가서 담배를 꺼내는 순간 갑자기 딱 봐도 수상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수상한 사람이 나타났다고요?”
“네, 그 수상한 사람 복장은 영락없이 노숙자였죠. 혼자서 막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데, 조금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더라고요.”
이야기를 하던 피해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피해자가 다시 말을 이어 갔다.
“그때 우리를 바라보는 눈이 뒤집힌 것을 보고 딱 직감했죠. 아, 여기서 이 사람을 그냥 보내면 사람들이 여럿 다칠 것 같다! 그래서 저희가 딱!”
“오오……. 그래서요?”
강신이 또 리액션을 하자, 그들은 신나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과장되게 이야기했다.
말만 들으면 정의감이 가득한 용감한 시민들이 일반 시민을 지킨 영웅담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 과장된 내용을 뺀다면 경찰 조서에서 나왔던 피해자들의 진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자,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춰 주다 가장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했다.
“이야, 역시 정말 대단하시네요. 겁도 났을 텐데, 혹시 용의자가 사용한 무기가 무엇이었습니까?”
강신이 용의자가 사용한 무기를 물어보자, 갑자기 피해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인지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굳게 닫아 버렸다.
“상처들에 대해 들어 보니 둔기류는 아닌 것 같은데…….”
강신이 눈치를 보며 살짝 운을 뗐지만, 피해자 중 한 명은 동공이 흔들리며 입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인원이 입을 열었다.
“사실 너무 어두워서 어떤 것에 공격을 당했는지, 셋 다 보지 못했어요.”
“네? 용의자의 모습은 자세히 보셨으면서 용의자가 사용한 무기를 본 사람이 없다고요?”
강신이 놀라는 척 다시 묻자, 두 명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을 달싹이고 있던 피해자가 결국 입을 열었다.
“아, 아니야. 난 분명히 봤어, 그건 분명 그 노숙자가 데리고 다녔던 개였어…….”
입을 연 피해자는 불안한 듯이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자, 다른 피해자가 그를 말리기 위해 고함을 쳤다.
“야!”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졌고, 분위기를 깬 당사자는 방금까지 밝은 모습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끝까지 떨고 있었다.
“저기 기자님 죄송한데, 저희가 아직 그때 충격이 너무 커서 그런데, 인터뷰는 여기까지만 하면 안 될까요?”
“음…. 아무래도 그래야겠네요.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사전에 이야기했던 보상으로는 부족한 것 같으니, 조금 더 챙겨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보상을 더 챙겨 준다는 강신의 말을 들은 피해자 두 명은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녀오세요.”
강신은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의 상태를 보았는데, 두 명이 손을 떨고 있는 한 명을 노려보고 있었다.
강신은 방 밖으로 나와 바로 옆방으로 들어갔다.
외부인이 사라지자마자, 피해자들은 서로 말다툼을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 그런 이야기를 여기서 왜 하는 건데!”
“그, 그렇지만 난 분명히 봤어….”
“미친 새끼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분명 그 개새끼가 숨넘어가는 것을 눈앞에서 봤는데 그 노숙자가 어떻게 개를 데리고 있겠어!”
“아니야! 정말 난 봤다고!”
“이 새끼가 그래도.”
“야, 잠깐만 그만해 봐.”
피해자 중 한 명이 성질을 내는 사람을 조용히 말렸다.
“아니 창원아, 이 새끼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가만히 내버려 둘 거야?”
“넌 좀 가만히 있어 봐. 후…. 야. 주상진.”
“으, 응….”
“그래, 그 개새끼가 네 말대로 살아 있다고 치자. 근데 그게 뭐.”
“창원아, 그 개가 혀 빼물고 죽었던 거 우리 눈으로 확인했잖아.”
“그래, 우리가 다 봤지. 근데 네가 우리를 공격한 게 그 개새끼라며. 그 개가 살아 있으면 오히려 우리는 아무 죄도 없지.”
“…….”
“그리고 개가 죽든 말든 우리가 사람을 팼냐? 애초에 노숙자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네가 아직도 제대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거야.”
주상진으로 불린 피해자는 계속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을 해도 증거도 없어.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 안 그래도 노숙자 새끼가 복수한답시고 찾아와서 짜증 나 죽겠는데, 너까지 그러지 마라.”
“응….”
“그리고 다음에 또 찾아오면 ‘그곳’으로 넘기기 전에 우리가 당한 치욕을 갚아 준다.”
그곳이 어디를 뜻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들은 노숙자들을 한두 번 괴롭힌 게 아닌 것 같았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몰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 그들이 이야기하는 장면을 강신과 그 일행들이 옆방에서 모두 보고 있었다는 것을…….
“하, 묻지마 범죄가 아니었군.”
척준신이 피해자들의 대화를 듣자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의 대화만 들어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의 대화였으니까.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원래 용의자와 안면이 있었다는 소리네요.”
김 대리가 놀란 듯이 말하자 강신이 추가적인 설명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진술 내용과 다르게 용의자가 골목에서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그게 중요한가요?”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라, 용의자가 이들을 직접 찾아갔다는 소리니까요.”
“음…….”
“그리고 이들은 용의자가 키우는 개를 죽였죠. 그것 때문에 용의자에게 보복성 공격을 당한 것 같습니다.”
“개가 무슨 죄라고….”
“그리고, 조금 전에 말한 그곳이 조금 신경 쓰이는군요. 혹시 저들에게 사람을 붙일 수 있을까요?”
강신은 그들 뒤에 숨겨진 구린 냄새를 맡았다.
한두 번 노숙자를 폭행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저들은 지금까지 신고를 받은 적이 없었다.
확신은 없지만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박재성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재성이 강신의 부탁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을 알게 돼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군요.”
김 대리의 대답과 함께 박재성도 찜찜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상황은 알겠네. 그럼 저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척준신이 강신에게 피해자들의 처분을 묻자, 강신은 잠시 고민하고 대답했다.
“우선…. 약속했던 대로 준비한 상품권을 조금 쥐여 주고 돌려보내죠.”
“네? 이대로 돌려보낸다고요? 차라리 잡아 두고 진상을 알아내는 편이 편하지 않을까요?”
김 대리는 정말 잘못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 강신에게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급한 일이 생겼어요. 박 대리님이 사람을 붙여 둘 테니. 저자들의 처분은 조금 미뤄도 충분합니다.”
강신의 표정은 전과는 다르게 진지하고 말투는 확고했다.
척준신은 평소 머리를 잘 쓰고 이득을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불의를 보면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 강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강신이 이 상황을 나중으로 미루었다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뭔가 다른 문제가 있나 보군.”
“네?”
김 대리가 척준신에게 되물었지만, 척준신은 딱히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
그때, 박재성의 휴대폰이 울기 시작했다.
띠리리리…….
“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박재성이 강신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받았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네, 네…. 용의자를 찾았다고요?”
용의자를 찾았다는 말을 들은 박재성에게 강신이 다급히 말했다.
“박 대리님, 저희가 바로 간다고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위험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용의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해 주세요.”
박재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통화 상대에게 강신에게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전화를 끊고 강신은 서창원과 그의 친구들에게 약속한 상품권을 건네주고 병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동안 박재성은 용의자의 위치를 듣고,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강신도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는데, 김 대리는 아직도 얼굴에 의문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바로 출발하죠. 궁금한 것들은 차 안에서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네!”
강신이 이동 중인 차량 안에서 입을 열었다.
“피해자의 진술을 통해서 저희가 만나게 될 U.M.A.가 무엇인지 확실해졌어요.”
“벌써요?”
김 대리는 부산으로 내려온 지 채 하루가 되지 않았는데, U.M.A.의 정체를 파악했다는 강신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네, 이번 U.M.A.는 그림자 반려로 불리는 개체입니다.”
개체명을 말하는 강신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게 어둡기만 했다.
그림자 반려.
숙주가 되는 상대의 그림자에서 반려처럼 살아가는 U.M.A.는 탄생 과정부터가 다른 개체들과 조금 달랐다.
숙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존재가 죽으면서 탄생하는 U.M.A.였다.
특이한 점은 인간보다 동물이 그림자 반려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간의 복잡한 사랑보다 동물들의 순수한 사랑이 변화의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갈망이 크면 클수록 그림자 반려는 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숙주의 그림자에서 생활하며, 숙주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일을 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이 U.M.A.는 생존을 위해서 숙주의 생명력을 조금씩 빼앗아야 했다.
그래서인지, 그림자 반려의 대부분은 숙주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사랑했던 숙주를 위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허…. 그렇게 헌신적인 U.M.A.가 있을 줄은…….”
“그림자 반려는 생존해 있는 개체를 찾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탄생과 함께 자신이 숙주의 생명력을 갈취한다는 것을 알고 하루 이틀 사이에 스스로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게 아니면 위험으로부터 숙주를 지키다가 숙주의 생명력이 다해서 함께 죽어 버리니까요.”
“그런데, 강 선임님은 이 개체가 그림자 반려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운전대를 잡고 있는 박재성이 질문하자, 강신은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몇 가지 부합하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우선 피해자들의 상처와 주변 기물이 파손된 흔적을 통해 동물과 관련된 U.M.A.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김 대리는 강 선임의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한 상태였다.
“피해자의 진술 중에서 개가 공격했다고 했었죠. 하지만 박 대리님이 주신 용의자가 도망가는 사진을 보면 혼자서 도망가는 모습이 찍혀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확신한 건 피해자들의 대화를 통해서입니다.”
“노숙자가 기르는 개를 죽였다고 한 것이요?”
“네, 노숙자는 반려동물의 복수를 위해서 그들을 찾아갔겠죠. 하지만 오랜 노숙자 생활로 상할 대로 상한 몸으로 젊은 사람 세 명을 상대하는 건 누가 봐도 무모한 행동이죠.”
“어……. 그러니까 강 선임님 말은 노숙자가 무모한 행동임을 알고도 찾아갔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그들은 길거리를 떠도는 개를 죽인 것이겠지만, 그 노숙자에게는 눈앞에서 가족이 죽임을 당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꼈을 겁니다. 그러니 목숨을 걸고 그들을 찾아간 것이겠죠.”
“그럼,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복수로 자신의 목숨을 걸 정도로 피해자들을 증오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어째서 그렇게 가벼운 상처만 만들고 도망간 것이죠?”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군요.”
많은 부분을 알아냈지만, 강신은 아직 자신이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숙자가 피해자들을 그렇게 가볍게 용서하진 않았을 테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저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최초 사건으로부터 이미 며칠이 지났다. 상대는 노숙자이며 용의자로 몰리고 있어 경찰의 추격을 받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그림자 반려는 계속 용의자에게 붙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만큼 노숙자의 생명력은 깎여 나갔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