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33
432화
강신은 바로 답장하려는 이한울을 말렸다.
“지금 바로 답장하지 마세요.”
“네?”
“내일 출근해서 답장하는 게 좋겠군요.”
“하지만….”
이한울은 강신이 어째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그를 보며 강신은 생각했다.
‘하나하나 일일이 알려줘야겠구나.’
손이 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한울 씨, 지금 상황에서 조급해야 할 쪽은 어디일까요? 저희? 아니면 이채연 경감?”
“음, 아무래도 협업이 끊어졌으니까…. 이채연 경감 쪽이 아닐까요?”
“맞습니다. 그쪽은 지금 제가 방금 돌렸던 전화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죠.”
이한울은 강신의 말에 집중했다.
“그래서 지금 이채연 경감이 사죄하려는 게 과연 본인의 의지로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니라고 강신은 장담할 수 있었다.
말은 사죄라고 해도 오히려 저번보다 더 큰 반감을 품었을 가능성이 컸다.
강신이 봤던 이채연은 자존감이 높아도 너무 높았으니까.
“지금 만나서 사죄를 받고 다시 협업을 진행해봐야, 이전과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할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바뀐 것처럼 행동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그 행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저희는 이채연 경감이 더 간절해질 때까지 더 기다릴 겁니다.”
그녀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심해지고 수세에 몰릴수록 그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정말 괜찮을까요?”
“네, 시간제한도 충분히 걸어두었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의미심장한 말을 한 강신이 미소를 지었다.
뭔가 음모를 꾸미는 흑막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에 이한울은 움찔 몸을 떨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죠.”
시간이 늦었다.
강신은 이한울만 있었다면 조금 더 상황을 보고 싶었지만, 이곳에는 학생인 백소은도 함께 있었다.
그녀가 성신의 직원이라고 해도 학생을 야근시키는 건 양심에 찔리는 일이었다.
강신은 그 말을 끝으로 이한울과 백소은을 돌려보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이한울이 다급하게 강신을 찾아왔다.
“강책임님!”
호칭은 어느새 정보꾼에서 강책임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이것 좀 보세요!”
이한울을 대뜸 강신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이밀었다.
거기에는 전날 헤어지기 전, 이채연이 보내왔던 문자부터 지금까지 보낸 문자들로 가득했다.
‘이건 뭐야….’
강신의 표정이 질려버렸다.
이한울은 강신이 내린 지시를 분명하게 지켰다.
즉, 이채연은 아무 대꾸도 없는 사람에게 잠을 자지도 않고 계속 문자를 보냈다는 소리였다.
이한울을 자세히 보니, 밤새 문자에 시달렸는지 안색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강신은 이채연이 보낸 문자들을 확인했다.
처음 보낸 내용은 비교적 평범한 내용이었다.
자신이 미안하다, 사과하겠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하지만 점점 문자 내용이 이상해져 갔다.
-문자 보고 계신 거 다 알아요. 제가 잘못했으니, 답장이라도 해주시면 안 될까요?
-왜 답장이 없으시죠?
부터 시작해서,
-혹시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집이신가요? 제가 찾아가도 될까요?
-왜 전화를 받지 않으시죠?
-제가 사과한다니까요?
점점 내용은 과격해지며 말이 짧아졌다.
그리고 종반에는….
-자니?
헤어진 남자친구가 술을 먹고 할 법한 문자를 보내왔다.
“우와아…. 정말 이렇게까지 보낼 줄은 몰랐는데….”
내용을 본 강신도 기겁할 만 내용이었다.
문자 내용은 집착을 넘어 광기가 엿보일 정도였으니까.
경찰인 그녀가 보일 행동이 아니었다.
분명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행동을 했다는 건 전날 자신이 말했던 대로 그녀가 정신적으로 몰려 있다는 소리였다.
증상은 맞췄지만, 현재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이른데….”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지만 고작 하루 만에 그녀가 이 정도까지 몰려서 저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
“어…. 이 정도면 약속을 잡아도 될까요?”
강신이 원하던 그림이긴 했지만, 너무 극단적인 그녀의 문자 내용에 강신은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고민 좀 해보죠.”
* * *
나름 본청에서 미녀 수사관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채연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은 수사 중에도 허다한 일이었지만, 심리적 압박으로 평소보다 지친 탓이 컸다.
‘젠장, 젠장, 젠장. 왜 연락이 없지? 날 차단했나? 너무 심하게 문자를 보냈나?’
그녀는 성신이 협업을 취소하고 다른 기업들이 자신의 협업을 받지 않았을 때까지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전날 본청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를 떠올렸다.
아무 성과도 없이 본청으로 돌아온 그녀를 반기는 건 다른 이들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그때도 그녀는 본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이쁘고 능력이 있는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많았으니까.
그런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이 그런 종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평소 자기에게 호감을 표하던 이들까지 그런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무슨 일이 생겼나? 왜 다들 표정이 안 좋지?’
그녀가 사태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자신을 본청에서 쫓아냈던 상사가 그녀를 발견했다.
그리고 다급하게 다가와서는 그녀에게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이채연, 너 왜 여기 있어? 내가 분명 네가 저지른 일들 수습하기 전까지 돌아오지 말라고 했잖아.”
상사의 말을 들은 이채연은 괜히 섭섭해졌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상사의 시선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선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우리 경찰이에요. 범죄자를 잡는 경찰이요. 그런데, 그런 경찰이 사건의 피해자도 아니고 기업에게 고개를 숙이라고요? 무슨 기업이 공권력 위에 있답니까? 저희가 성신 공화국에서 사는 것도 아닌데, 꼭 그러셔야겠습니까?”
그녀는 감정에 복받쳐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상사가 다급하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
“야, 임마, 조용히 이야기해! 다른 사람들이 다 듣잖아.”
“읍! 읍!”
“하, 진짜 저놈의 성질머리하고는….”
울분이 가득한 그녀의 투정에 안 그래도 모여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더 집중되었다.
그리고, 방금 그녀의 투정을 들은 사람들은 그녀를 동정하기보다는 더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주변 시선이 너무 따가워지자, 그녀의 상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일단, 따라와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대화 좀 하자.”
그는 본청 건물에 가장 조용한 장소인 비어있는 취조실로 그녀를 데리고 이동했다.
상사를 따라가는 동안에도 이채연의 표정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아무것도 없는 취조실에 도착하자, 이채연이 먼저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적어도 선배님은 저의 편을 들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사건에 편이 어딨어, 야, 이채연.”
그녀의 상사가 정색하며 분위기를 잡으며 이채연을 부르자, 그녀가 몸을 움찔하고 떨며 대답했다.
“네.”
“채연아, 채연아. 널 어쩌면 좋냐.”
푸념에 가까운 혼잣말에 이채연이 강하게 반발했다.
“제가 뭘요.”
“이것아,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너 신입도 아니잖아. 이쯤 했으면 알아야 하지 않겠냐? 너 아직도 그동안 범죄자를 잡을 수 있었던 게 온전히 너 혼자 한 일이라 생각하냐?”
“당연하죠! 제가 수사해서 범인을 쫓고 체포했으니, 제가 다한 게 맞죠!”
“하…. 진짜, 이런 것도 부하라고…. 네가 앞뒤 안 가리고 미쳐 날뛸 때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서, 제대로 단속시키라고…. 너는 네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서 사람들은 매일 네가 싸는 똥을 치우고 있다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자신도 이채연처럼 젊었을 때는 혈기가 넘쳤다.
그래서 사고도 많이 치고 실수도 많이 했다.
그럴 때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수습해 준 건, 언제나 같은 부서의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보니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래서 그가 이채연의 사수가 되었을 때,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받았던 것처럼 똑같이 그녀가 한 잘못들을 뒷수습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채연도 자기처럼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채연은 자신과 달랐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자신뿐이었다.
공을 쌓기 위해 주변을 무시하며 독선적인 선택을 했다.
많은 이들이 그녀를 욕했지만, 사수인 자신만은 그녀를 믿어주었다.
능력은 출중했기에 마음가짐만 바뀌면 충분히 좋은 실적을 낼 부하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자신도 그녀를 감싸 줄 수 없었다.
이번 일로 성신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대부분과 연결이 끊어졌다.
괜히 날벼락을 맞은 다른 부서에서 이 사달을 낸 이채연을 징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채연을 쫓아내는 것처럼 외부로 피신시켰다.
그동안 자신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피신시켰던 그녀가 자기 잘못도 모르고 불만만 가득한 상태로 되돌아왔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심지어 이채연은 이번 사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후…. 그래 뭐, 협업하는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었지. 그건 알겠어. 그런데, 너 이번에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
“제가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니요?’
“도대체, 정보꾼은 왜 건드린 거야….”
“정보꾼이요? 그게 누군데요?”
“누구긴 누구야, 네가 외부인이라 지랄을 떨었던 사람이지!”
그제야 이채연은 이한울이 데리고 왔던 외부인을 떠올렸다.
이한울과 다르게 경험이 많아 보였던 남자.
나이가 젊어 직책이 그리 높아 보이진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이번 일의 원흉인 걸 떠올린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아, 그 건방진 사람.”
“뭐? 아니, 방금 그렇게 말했는데. 이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이제 막아주는 것도 지친다, 지쳐. 나도 이제 모르겠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한결같은 이채연의 태도에 그가 질린 듯이 취조실의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아니, 그 사람이 도대체 뭔데. 선배도 정말 너무하네.”
그녀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끝까지 투덜댔고 그녀가 취조실을 나오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경찰청장의 부름이었다.
그녀가 맡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범죄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기밀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경찰청장이라 해도 재능 범죄를 담당하는 과학 수사담당관을 부를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아무도 모르게 부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달랐다.
사람들이 모두 보는 곳에서 호출을 당했으니까.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그 호출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경찰청장이 있는 사무실로 들어가자, 그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채연 경감, 그간 고생했네. 그러니, 이제부터 재능 범죄에서 손을 떼게.”
그 말을 들은 이채연은 자신이 서 있는 바닥이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