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38
437화
“공범이 그렇게나 많다고요?”
이채연은 강신의 말을 듣고 놀란 눈치였다.
“네, 이것도 대충 조사한 것이라, 확실한 인원만 4명입니다. 제대로 조사하면 이것보다 더 많이 존재하겠죠.”
“4명보다 더 많다라…. 그럼, 6명? 7명?”
“아니요. 어쩌면 그 수가 수십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자, 잠깐만요. 수십이요?”
이채연은 강신의 대답에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사건 초기만 해도 살해당한 피해자의 범죄 이력을 조사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이 살해당한 건 원한 관계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피해자가 점점 늘어가자, 모든 피해자의 범죄를 조사하기에는 시간도 인력도 부족했다.
그래서 지금은 원한 범죄일 가능성이 낮다고 전제로 수사에 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강신이 요구한 자료들은 누가 봐도 원한 범죄를 의심하는 사람의 요청이었다.
‘아니, 그래, 의심은 할 수 있지.’
자신도 사건 초반에는 강신처럼 원한 범죄에 가깝다고 생각했으니까.
이 자리에서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는 건 용의자의 기록만 보고 공범이 있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강신이었다.
심지어 공범이 있어 봐야 적게는 1명 많아 봐야 두 자릿수를 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강신은 최소 네 명 많으면 수십 명이라고 했다.
이채연은 그 말을 듣고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강신은 이채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공범으로 유추할 수 있는 용의자의 상세 자료는 수원으로 올라가면 바로 제공하겠습니다. 그걸 보시면 제가 왜 그들을 공범이라고 했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죠.”
사실 이곳에서 바로 자료를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가 공직에 앉아 있는 사람을 공범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이곳에서 자료를 보여주면 기록이 남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당장 급한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10명의 용의자에게는 이미 강신의 지시로 성신 요원들이 한 명씩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에게 공범이 있다는 말을 먼저 꺼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왜 히어로 메이커는 조도손을 살해하고 그의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겼을까요?”
강신이 질문하자, 이채연은 마땅한 답변을 할 수 없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강신은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그는 시신을 옮기는 것만으로 위험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감수하고 시신을 옮겼습니다. 즉,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다는 소리였죠.”
“아…!”
강신의 말을 듣던 이채연이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 듯했다.
만약 강신이 공범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채연은 강신이 말한 히어로 메이커의 수상한 행동과 이전에 말했던 공범을 떠올리며 자신이 추리한 정답을 꺼냈다.
“조도손이 살았던 동네에 공범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네, 바로 그겁니다. 아무래도 그 동네에 히어로 메이커의 공범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아마 동네 사람들을 수소문하다 보면 어떠한 범죄에 피해를 본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 범죄와 연관된 사람을 찾아보면 확실해지겠죠.”
운이 좋다면 이미 당한 피해자 중 하나일 수도 있었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강신의 추측이었기에 증거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
자세한 것은 이채연이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를 위해서 강신은 이채연과 협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바로 확인해 봐야겠네요.”
범죄에 협력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는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그럼, 뒷일은 경감님에게 맡기고 저희는 이만 수원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전 같으면 먼저 올라간다는 말이 기분이 나빴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채연은 이렇게 많은 힌트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강신에게 고마웠다.
“네, 맡겨두세요.”
그렇게 강신은 이채연에게 장흥을 맡기고는 회사로 돌아갔다.
수원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한울을 걱정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요?”
강신은 이한울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왜요? 이채연 경감이 혼자 일해서 또 저번처럼 정보를 저희에게 주지 않을까 봐요?”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이한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전에 그녀에게 당했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떠올랐을 것이다.
“상관없어요. 말해주지 않아도 그곳에 히어로 메이커의 공범이 있다는 건 거의 확실하니까요. 그리고 거기에서 공범을 발견해도 체포하는 것은 저희 일이 아닙니다.”
히어로 메이커와 다르게 공범은 평범한 인간일 가능성이 컸다.
“우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요, 그건 경찰이 할 일이죠.”
용의자에게 요원들을 붙일 때, 이채연에게 허락을 구했던 것도 대상이 일반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경찰과 협업을 하는 중이지만 강신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히어로 메이커가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그쪽에는 더 신경 쓸 겨를이 없네요.”
강신은 그렇게 말하며 이채연이 주었던 실타래를 꺼내 보였다.
그제야 이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 * *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만큼 돌아오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래서일까, 차 안에서 강신은 이한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한울이 살아온 환경이나, 가족관계 같은 이야기부터 회사에 관한 이야기까지.
강신이 대화가 끊어지지 않게 대화를 이끌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강신과 일행들은 어느새 회사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강신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실타래를 들고 권영식을 찾아가 보여주었다.
“이게 뭔가?”
대뜸 찾아와 실타래를 꺼냈으니, 권영식은 그 물건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요즘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히어로 메이커가 재능으로 만들었다고 판단되는 물건입니다.”
“아! 그 뉴스에서 나오는 엽기 연쇄 살인마?”
“네.”
“그럼, 평범한 실은 아니겠군?”
“네, 그래서 이 실이 어떤 물건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그래, 그건 또 내가 전문이지. 물성 조사는 물론 특별한 특성까지 전부 다 알아낼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맡겨보게.”
강신은 자신하는 권영식에게 실타래를 건네주고는 개인 큐브로 돌아왔다.
그리고 프로네시스가 찾고 있는 자료들을 확인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이채연에게 연락이 왔다.
-공범, 체포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꽤 밝아 보였다.
그야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었으니, 기뻐하는 것도 당연했다.
“체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강신은 이채연이 공범을 파악하는 것까지만 상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채연은 강신의 생각보다 유능했다.
심증만 가지고는 체포할 수는 없었을 테니, 범죄 흔적이 남은 증거물을 찾아낸 것이 분명했다.
-네, 다행히 그가 조도손의 혈액이 묻은 옷가지를 태우던 걸 먼저 발견했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체포하지 못했을 거예요.
조금이라도 지체되었다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뭘요, 그런데 그보다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면….”
-체포당한 사람이 히어로 메이커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채연은 히어로 메이커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라면 고문도 마다하지 않을 불같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한국에서 고문은 불법이다.
자신이 근무하는 본청도 아니고 지방 경찰서, 그것도 속사정을 알고 있는 강신과 이채연이 아닌 다른 경찰들이 봤을 때, 체포한 사람은 범인으로 보일 것이다.
따라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고,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가만히 공범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윽박도 질러보고, 협박도 해봤습니다. 어르고 달래보기도 했는데, 분명 불안에 떠는 모습인데 도통 입을 열지를 않아요.
이채연은 그런 공범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 경찰서와 연이 없는 일반인들이 경찰서에 잡혀 오면 동요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을 조금만 압박해도 겁에 질려 대부분 모든 걸 실토했다.
하지만 그녀가 잡아 온 공범은 조금 달랐다.
체포당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분명 겁에 질려 있었음에도 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히어로 메이커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도 말하지 않았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것처럼 입을 달싹이기는 하는데, 이상하게 말을 안 해요. 마치 자기 입으로는 히어로 메이커를 언급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그건, 확실히 곤란하네요.”
이채연이 공범을 체포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강신은 내심 히어로 메이커에 대해 작은 단서라도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채연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공범은 앞으로도 입을 열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후….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내일 아침 공범을 본청으로 호송하고 강책임님이 말했던 자료를 확인하고 용의자들을 다시 확인해야겠죠.
더는 이채연도 장흥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 맞았다.
“좋습니다. 그럼 서울로 올라가시면서 저희 회사에 한 번 들려주세요. 바로 자료를 준비해 넘겨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럼 올라가서 뵙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강신은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네.’
잘하면 히어로 메이커를 쉽게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너무 욕심이었다.
“나도 조금은 쉬어볼까.”
강신은 퇴근하지 않고 개인 큐브에 준비된 침대에 몸을 맡겼다.
* * *
다음 날, 이채연이 장흥에서 출발했다는 연락을 강신에게 보내 왔다.
이후, 이한울과 백소은이 강신이 찾아왔다.
“이제 저희는 무엇을 하면 됩니까?”
어제 상경하며 대화를 나눴던 덕분일까, 이한울은 이전보다 강신을 편하게 대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이 피식 웃으며 미리 준비해 두었던 자료를 이한울 눈앞에 띄워주었다.
“오늘 안으로 이거 숙지해주세요.”
딱 봐도 자료의 양이 많아 보였지만, 이전과 다르게 이한울은 싫은 내색하지 않고 굳은 의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와 별개로 백소은은 마치 자기 방처럼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패드를 들고 게임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권영식이 충격적인 소식을 들고 강신을 찾아왔다.
권영식의 손에는 전날 그에게 맡겼던 실타래가 들려있었다.
“자네가 맡긴 실, 아무래도 재능으로 만든 물건이 아니라 U.M.A인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