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52
451화
강신이 타협안을 내놓자, 존과 이채연은 고민하는 눈치였다.
반면, 최철수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처럼 흥미롭게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원하는 목적은 이미 이루었다 이거지.’
이번 사건의 최고 공로자는 강신이었지만, 사건을 책임지는 것은 이채연이었다.
최철수는 자신이 말한 내용에 이채연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 같아도 고생해서 잡은 범인을 다른 부서에서 멋대로 빼앗아 이상한 것을 요구한다면 반발할 테니까. 그것도 자신이 원하는 요구도 아니라면 더더욱. 그것을 알면서도 저렇게 행동했다는 건 아마 이채연을 시험해보려는 것이겠지.’
혹시 자신도 시험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철수를 바라보자 마침 그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흠, 저번에 만났을 때는 저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그는 저런 가벼운 느낌보다 진중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던 사람이었다.
고민이 길어지자, 강신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촉법소년이라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아이가 실수로 범죄를 저질러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죠.”
강신이 갑자기 촉법소년 제도에 관한 내용을 꺼내자, 다른 이들의 시선이 강신을 향했다.
“그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어린아이들이 계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만든 제도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뿐이지, 바뀌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촉법소년은 어렸을 때, 잘못을 뉘우치고 나중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 제도였다.
“히어로 메이커가 저지른 범죄는 분명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큰 범죄이긴 합니다. 하지만, 덩치와 비교하면 자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고, 정신연령을 따지자면 본래 나이보다 훨씬 어리죠. 즉, 뭐가 나쁜 짓인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린아이들은 꽤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다른 이들에게 지적당하기 전까지 막연하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가 기생충을 집어넣어 협력자로 만든 공범을 떠올렸다.
그는 경찰의 심문에도 히어로 메이커에 대한 내용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뿐, 그 외에는 딱히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히어로 메이커가 그들에게 요구한 것은 하나로 보였다.
‘바로 자신에 대한 침묵.’
범죄자를 처리한 것은 히어로 메이커가 아닌 공범으로 추정되는 이들이었다.
히어로 메이커가 한 행동은 그저 그들을 조금 부추기고, 이름 빌려줬을 뿐이었다.
물론 그것이 잘못이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다른 이들에게 더한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게 중요했다.
‘그렇다고 그 행동이 살인에 비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시체를 훼손하고 살인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것이 가벼울 리가 없었다.
그가 한 행동은 엄연히 범죄고 사람을 죽인 연쇄 살인마에게 버금가는 끔찍한 행동이었다.
“히어로 메이커는 자신의 행동에 악의가 없었을 겁니다. 아니, 반대로 자신이 한 행동이 옳다고 진심으로 믿었겠죠. 문제는 그게 정말로 잘못된 행동이라는 게 문제입니다만….”
친구가 그랬듯이 히어로 메이커는 이 세상에 진정한 영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히어로 메이커는 촉법소년 제도에 알맞은 이가 아닐까요?”
히어로 메이커는 길을 잘못 들었을 뿐이다.
강신은 그런 히어로 메이커가 갱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틀려진 정의로 악의를 품었지만, 그것이 다른 이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풀어주기에는 사건은 너무 커졌고 경감님도 원하지 않은 결말이겠죠. 그래서 말씀드린 것이 방금 꺼낸 타협안입니다.”
히어로 메이커의 부모가 아이 대신 벌을 받는 것, 이는 간단해 보였지만 복잡한 현재 상황을 모두 해결할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양쪽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가 인간의 악의에 노출되지 않겠죠.”
존은 강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가 가장 걱정하며 원하는 것은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높은 형량이 나와도 저들은 그것에 불복하지 않을 겁니다.”
이미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렙틸리언들이 어떠한 형벌이 내려와도 항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히어로 메이커가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형을 받는 것은 아이가 아닌 부모였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 히어로 메이커가 성숙해진다면 이 순간을 기억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이 기억에 강하게 남겠지.’
그 기억은 히어로 메이커에게 족쇄처럼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강책임님. 다른 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강하게 불만을 표출할 거예요.”
강신의 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제대로 범인을 잡을 수 있어 성과를 남길 수 있고 무엇보다 범죄자가 스스로 죄를 뉘우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하지만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걸고 넘어갈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렙틸리언에게 더 얻어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질책할 것이고, 누군가는 인간이 아닌 이에게 특혜를 베풀었다며 말할 것이다.
그리고 또 어느 누군가는 국제회의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비난할 게 분명했다.
강신은 그런 이채연의 걱정을 알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누가 그걸 말할건데요?”
대답을 들은 이채연이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이곳에 있는 이들만 입을 다문다면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어…. 음….”
그러고 보니, 그랬다.
애초에 히어로 메이커가 U.M.A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는 여기에 있는 이들을 제외하면 극소수에 불과했다.
또한,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외부에 이번 일을 발설할 사람들은 없었다.
‘국정원은 애초에 비밀이 가득한 집단이고 성신 쪽은 보안이 단단하지. 그렇다고 렙틸리언 쪽에서 이번 일을 꺼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는 않을 테니.’
정말 조심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이채연뿐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걸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다른 말을 이어갔다.
“언론은 애초에 히어로 메이커가 어떻게 생긴 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히어로 메이커의 얼굴을 알고 있는 공범들이 있다고 해도 상관없죠. 히어로 메이커가 덮고 있던 인간의 가죽을 그의 부모가 사용하면 그만일 테니까요.”
“…….”
이채연은 더는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처음 강신이 이런 제안을 던졌을 때만 해도 가볍게 던진 제안인 줄만 알고 있었다.
조금 걸리는 게 있긴 하지만, 듣다 보니 이보다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대안이 이채연에게는 없었다.
이채연이 눈을 굴리자, 강신은 그녀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고 회복된 몸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지루해하는 백소은의 입에 과자를 집어 넣어주었다.
백소은은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강신이 건네는 과자를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다.
햄스터처럼 양 볼이 빵빵해진 것을 본 강신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인간이 아니어도 보여?”
입속 가득히 과자를 넣어 오물거리는 백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괜찮은 것 같아?”
그러자, 음료수를 마신 백소은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후아…. 네, 오히려 인간보다 더 진실된 느낌이에요.”
“그거 좋네.”
강신과 백소은이 짧게 대화를 끝내자, 이채연이 고민을 끝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좋아요. 저는 강책임님이 말씀하신 것을 받아들이겠어요.”
가장 반대하던 이채연의 승인이 떨어지자, 렙틸리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강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좋아요, 차장님과 경감님은 이걸로 괜찮으시다고 했으니, 저도 한가지 요구하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이대로 회담이 끝날 줄 알았던 이들이 의문이 가득한 시선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사실 성신이 이곳에서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성신은 그저 경찰과 협업을 진행한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회담에 참석한 이들 중 강신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히어로 메이커를 잡은 것도 강신이었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 모두가 만족할만한 답을 이끌어낸 것도 강신이었으니까.
그들은 단지 강신이 무엇을 요구할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존이 조심스럽게 묻자, 강신이 존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대꾸했다.
“저는 당신의 종족을 원합니다.”
갑작스러운 대답에 렙틸리언들이 당황한 눈치였다.
“정확히는 당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히어로 메이커를 원하죠.”
“그게 무슨….”
존이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까지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떠들었는데, 갑자기 아이를 내달라고 하니, 존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강신의 요구가 얼마나 뻔뻔했는지, 이채연마저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음,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제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저 아이를 원한다고는 했지만 어디에 가두거나 강제로 뭔가를 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저희 회사의 직원으로 채용하려고 하는 거죠.”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말에 존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저 아이를 말씀입니까?”
“네, 렙틸리언이라는 종족이 궁금하기도 하고, 다른 렙틸리언은 하지 못하는 능력을 갖춘 히어로 메이커에게 관심이 있거든요.”
딱히 무슨 능력이라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히어로 메이커가 다룬 기생충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기생충 이야기가 나오자 신하린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강신은 애써 모른척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쪽에도 나쁜 이야기만은 아닐 겁니다. 히어로 메이커의 정서를 위해서 죽은 아이를 대신할 다른 아이를 찾아야 하실 테니까요.”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의 말대로 이전에 죽어버린 아이를 대신할 이가 필요한 게 사실이었다.
“저희 회사로 온다면 굳이 다른 아이를 찾을 필요 없습니다. 저희 회사에는 히어로 메이커와 잘 어울리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강신은 슬며시 자신의 옆에 있는 백소은을 바라봤다.
백소은은 강신이 아는 아이 중 가장 순수한 아이였다.
그녀와 친한 김만복 또한 그에 못지않은 선한 사람이었다.
특히 김만복은 바티칸 소속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걸 실천하는 아이다.
어쩌면 히어로 메이커가 생각하는 히어로와 가장 가까운 존재가 아닐까, 강신은 생각했다.
“아이들의 상태는 제가 보증하죠. 그리고 저희 회사에서는 렙틸리언이라는 것을 숨길 필요가 없으니, 아이에게도 편할 겁니다.”
존으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를 그냥 회사에서 보호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이번 사건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처사였으니까.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
비록 그 벌을 그의 부모가 대신 받는 것이지만, 히어로 메이커도 가장 힘든 벌을 받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구속하거나 괴롭힘 같은 것이 아니었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뉘우쳤을 때 가장 고통이 되는 벌은 바로 피해자들을 직시하는 것이었다.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의 자아가 제대로 성립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을 직접 만나게 할 계획이었다.
‘히어로를 사랑했던 만큼 큰 고통이 되겠지.’
자신이 저지른 일이 다른 이들에게 비극이 되었고, 그들에겐 자신이 악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가 만화 속이 아닌 현실을 볼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존으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아니, 그가 오히려 부탁해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저희는 만약 히어로 메이커가 갱생되지 않고 새로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장 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아….”
존은 더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강신이 말한 대처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자신은 바보가 아니었다.
마지막 말을 듣자, 마음을 바꾸려 했던 존에게 강신이 쐐기를 박았다.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강제성도 없는 그저 말로 하는 약속이었다.
계약서도 잘 믿지 못하는 이런 세상에서 저런 말이 얼마나 신용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강신의 말에는 존은 알지 못하는 단단한 신뢰의 힘이 느껴졌다.
어째서일까, 자신도 모르지만, 그저 믿음이 갔다.
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디.. 저희 종족의 아이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