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53
452화
-국내를 뜨겁게 달구었던 히어로 메이커가 드디어 체포되었다.
대한민국 경찰 당국이 금일, 새벽 3시경 히어로 메이커가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간 히어로 메이커는 악을 처단한다는 목적으로 출소한 범죄자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히어로 메이커는 이제까지 총 34명의 피해자를 낸 것으로 밝혀졌으며 추가로 저지른 범죄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히어로 메이커를 체포한 것은 이채연 경감으로 평소 철저한 수사로 많은 범죄자를 체포했던 그녀는 이번에도….
“유명인이 되셨네요.”
강신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채연을 보며 말했다.
“후후, 놀리지 마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야 히어로 메이커에 대한 모든 공을 독차지하게 되었으니, 강신이 뭐라 해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러고 있으셔도 됩니까? 바쁘신 게 아닌가요?
옆에 앉아 있던 이한울이 묻자, 이채연이 기쁜 듯 아닌 듯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쁘긴 하죠. 사건에 연루된 공범들도 모두 체포해야 하고 정치 쪽 높으신 분들은 사진이나 찍자고 난리예요. 그리고 히어로 메이커의 추종자들은 매일 같이 살해 협박을 보내옵니다.”
히어로 메이커는 20명의 공범이 있다고 실토했다.
공범의 숫자에 머리가 아찔해질 뻔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공범들의 모든 인적 사항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히어로 메이커와 처음부터 함께 움직였던 한 명의 공범 덕분이었다.
“사회 복무 요원(공익) 중 한 명이 사람들 인적 사항을 조회해서 넘겨주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약간 어리숙하고 어린 히어로 메이커가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커뮤니티에서 다른 공범을 모으며 그들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모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그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진짜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나 싶더라니까요. 어쨌든, 저는 지금 다른 분들이 그 사회 복무 요원을 체포하는 동안 잠시 시간이 나서 온 거예요.”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와 함께했다는 사회 복무 요원의 이야기를 듣고 턱을 쓸며 말했다.
“음…. 그 사람 정말로 우연히 만난 것일까요?”
“네? 그게 무슨….”
공교로워도 너무 공교로웠다.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히어로 메이커가 인간 사회에 나오자마자, 그런 사람을 만나 이렇게까지 일을 벌일 수 있는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누군가를 비하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사회 복무 요원치고는 능력이 너무 뛰어났다.
‘인적 정보를 조회하는 것도 모자라, 공범을 모집하고 범죄자들이 어디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조사를 했다는 게 말이 되나?’
돈을 받고 일하는 흥신소에서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우연히 만났던 의도적으로 만났던, 체포하고 물어보면 되겠죠.”
강신은 이채연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고민해봐야 직접 물어보는 것이 편할 테니까.
시간이 지났고 사회 복무 요원을 체포하기로 했던 시간이 지났지만, 둘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그들은 사회 복무 요원에게서 답을 듣지 못했다.
그 이유는….
“놓쳤답니다.”
그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공범을 놓쳤다는 말에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한울이 위로하듯 말했다.
“지금 놓쳐도 어차피 독 안에 든 쥐잖아요?”
이미 공범의 정체는 다 알려진 상황이니, 지금 당장 놓쳤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저 체포가 조금 늦어지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그런 이한울의 위로에도 이채연의 표정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그냥 놓친 게 아닙니다. 마치 증발한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가 조작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놓친 것뿐만이 아니었다.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건 물론이고 공범에 대한 모든 정보가 조작되어 있었다.
그가 사는 집, 가족, 학력 같은 모든 것이 꾸며진 내용이었다.
“그게 가능한가요? 공익 요원이라면서요?”
사회 복무 요원은 징병제의 병역 의무자 중 신체, 심신이나 전과 사항으로 군인으로 복무하는데 제한이 있는 이들이었다.
입대하기 싫어 편법을 쓰는 사람도 많았기에 사회 복무 요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꼼꼼하게 사람을 판단하고 지정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즉, 일반인보다 더 많은 정보를 국가에서 알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런 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조작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채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에는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게 말소되어 있었다.
강신은 그 흔적을 찾기 위해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았지만, 프로네시스 조차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 * *
빛이 들지 않는 골목에서 한 남성이 자신이 살던 집을 습격한 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 재미는 있었네.”
그런 그의 뒤에 다른 남성이 나타나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재미는 개뿔, 너 때문에 다른 이들이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아, 왜. 그래도 귀찮은 정도지.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잖아.”
“이 망둥어 같은 놈이…. 네가 노출되는 바람에 흔적을 지우는 것도 일이었지만, 그 흔적을 따라붙은 곳이 있었다고!”
“오? 그걸 따라붙었다고 누가?”
“성신.”
“그쪽 비밀 연구소 쪽이 움직인 건가?”
“그래, 우리는 아직 그쪽과 접촉하면 안 된다는 거 몰라?”
“거기서 나올지는 나도 몰랐지.”
“어쨌든, 너 이번 일은 각오해야 할 거야. 평의회에서 이번 일에 네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
“아씨…. 된통 걸렸네. 하필이면 성신이냐. 나는 그냥 우리 이름을 쓰는 이들이 누군가 궁금해서 접근한 건데.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는데.”
그 남성이 살짝 흥분해서 말하자, 그의 목 부분에 보이지 않던 갈색 비늘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투정 부리는 남성에게 툭 쏘듯이 말한 남성이 그를 데리고 골목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골목의 끝엔 무엇인가 일렁이는 구체가 있었다.
“빨리 타, 다들 기다리니까.”
“아, 알았다고.”
사고를 친 남성이 먼저 일렁이는 구체로 들어가자, 그를 따라가던 남성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집을 수색하는 경찰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우리 행성은 없으니, 이곳에서 살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려면 지금보다 더 조심해야겠지. 아직은 우리의 기술력이 더 뛰어나지만, 언제 그 차이가 메꿔질지 모르니….”
그가 구체로 들어가자, 구체는 하늘 위로 솟구쳐올랐고 이내, 한점의 별이 되어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정체는 음모론에 나오는 ‘렙틸리언’이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 * *
한 남성이 퉁명스럽게 개인 큐브에서 강신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뭔가 일그러진 표정의 위화감이 느껴지는 남성은 강신에게 불만이 가득한 듯이 보였다.
짝!
그런 남성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백소은이었다.
“악!”
비명을 지른 남성은 새로운 인간 마스크를 뒤집어쓴 히어로 메이커.
아니, 이제는 박정배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그는 살짝 삐진 표정으로 백소은을 바라봤다.
“왜, 뭐. 그렇게 보면 어쩔 건데.”
강신은 백소은의 태도를 보며 살짝 놀랐다.
이제까지 백소은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강신이 알고 있는 백소은은 언제나 바보처럼 웃기만 하며 불평하지 않는 아이였으니까.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너는 여기 있지도 못했어. 고마워해도 모자를 망정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너무 배은망덕하지 않아?”
독설에 가까운 백소은에 말을 들은 박정배는 몸을 움찔 떨어야 했다.
‘소은이한테, 저런 면이 있었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신도 함께 몸을 떨어야 했다.
“일하는데, 방해되면 안 되니까, 저쪽 가서 기다리고 있어.”
백소은이 지시하자, 박정배가 고개를 끄덕이고 축 늘어진 채로 그녀가 말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자 강신이 백소은에게 넌지시 말했다.
“너무 쏘아붙이지만 말고 잘 대해줘.”
“네, 걱정하지 마세요!”
박정배를 대할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백소은이 대답하자, 강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부탁할게.”
“네.”
백소은이 박정배를 따라 이동하자, 그들을 따라왔던 김만복이 강신에게 말했다.
“제 어른들에게만 착한 척하는 거예요. 그동안 그거 모르셨죠?”
김만복의 말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라도 아셨으면 됐죠. 저거 아주 여우에요, 여우.”
“만복아 빨리와~”
목소리와 표정은 사근사근했지만, 왠지 모르게 백소은에게서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후…. 이대로 있으면 저도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것 같으니, 가봐야겠네요.”
김만복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을 부르는 백소은에게 합류했다.
강신은 백소은이 김만복의 옆구리를 꼬집는 것을 애써 모르는 척했다.
그래도 덩치가 산만한 박정배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강신은 안도했다.
‘감시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고….’
박정배는 모르고 있지만, 사실 박정배는 휴고보다 더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었다.
사람의 세뇌까지 가능한 범죄자를 자유롭게 풀어둘 정도로 강신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강신은 상부에 박정배에 대한 것을 보고하고 신하린이 소속되어있던 첩보 부대의 도움을 받았다.
강신은 큐브 구석에서 뭔가가 살짝 일렁이는 걸 보고 생각했다.
‘물론 신하린만큼 완벽하게 은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저들에게 헥사곤 바인더를 지급했으니, 사고가 터지면 빠르게 제압할 수 있겠지.’
박정배의 눈앞에서 사용한다면 기생충으로 막을 수도 있겠으나, 모습을 감추고 기습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에 제압이 가능할 것이다.
강신은 아이들에 관한 생각을 떨치고는 자신에게 온 메일을 확인했다.
경찰은 히어로 메이커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회 복무 요원을 체포하지 못했지만, 나머지 공범은 모두 체포하여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많은 사람이 반발했지만, 이로 인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재정비한다고 공표했다.
‘민심 달래기를 하려고 나온 것이겠지.’
진짜로 법을 제정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저 흐지부지 사람들의 관심이 식을 때를 기다릴 것이 분명했다.
강신은 그런 태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정세찬 의원님과 이경석 의원님에게 연락을 해봐야겠군.’
정치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둘이라면 대통령이 말한 법의 개정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한울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의욕적으로 바뀌어 경찰과 협업을 전담했으며, 강신을 도와주었던 휴고는 다시 광신도를 잡는 팀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한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히어로 메이커 사건은 조금 찜찜함을 남기고는 마무리되었다.
강신은 문득 달력을 보며 생각했다.
‘며칠 뒤면 팀원들도 돌아오겠네.’
팀원들에 준 휴가가 끝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팀원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나갈 현장을 물색하기 위해 강신은 하루하루 알차게 미확인 현장을 확인했다.
그러는 동안, 고장 났던 장비들의 수리도 모두 끝났고 강신은 권영식에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느꼈던 보호 장비의 취약 부분을 개선을 부탁했다.
“확실히 소리에 대한 공격은 방어하기가 쉽지 않지.”
특정 음파에 맞추어 소모형 장치가 작동되게 만든다고 해도 외부 소리를 차단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소리가 중요했으니까.
“높은 음파를 가진 소리는 투과하지 못할 장비를 만들어야 하나.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거미줄을 희석해서 만들면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이건 좀 확인해 봐야겠군. 아, 그리고 보호 장비를 한층 견고하게 만들어보고 싶은데, 정배에게 부탁해서 기생충을 받을 수 있겠나?”
“네, 정배에게 말해둘게요.”
그렇게 시간은 또 흘러갔다.
* * *
한강, 반포대교.
한 남성이 한강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허…. 저게 뭐야.”
뱀과 비슷한 모습의 어떤 생명체가 한강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하지만 뱀이라고 보기엔 매우 거대했으며 뭔가 미끈해 보였다.
생물학적으로 거부감이 들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생명체를 본 남성은 자신이 본 걸 휴대전화의 카메라로 촬영해 언론사에 넘겼다.
그리고 다음 날, 각 언론사에서는 반포대교에서 괴생명체가 나타났다며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