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11
510화
젊은 청년의 이름은 조민철이었다.
그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교류하고 있던 친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친구는 무난하게 살아왔던 조민철과 다르게 세상에 미움을 받고 있다는 것처럼 모든 불합리를 받은 것처럼 불운한 삶을 살아왔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였냐면 길을 걷다가 개똥을 밟는 건 일상다반사였으며, 10명 중 8명을 뽑는 자리에서도 단 한 번도 당첨되어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불운이 가장 절정이었던 날은 그 친구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찾아왔다.
수능을 위해 공부하는 그를 내버려 두고 그의 가족들은 당일치기 여행을 갔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
사고의 원인은 화물차의 판 스프링이었다.
가족들이 탄 차량 앞에서 달리던 화물차에서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판 스프링이 떨어져나와 가족들이 타고 있는 차를 덮친 것이다.
판 스프링은 정말 운 나쁘게도 운전대를 잡은 그의 아버지를 덮쳤고 그의 아버지는 그대로 핸들을 꺾어버렸다.
그렇게 가족이 탄 차량은 중앙 가드레일을 박고 그대로 전복되었다.
운이 나쁘게도 뒤에서 달려오던 차들은 전복되는 차에 반응하지 못하고 전복된 차와 부딪혔다.
그렇게 그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가족을 잃어야 했다.
조민철은 불운한 친구를 동정했다.
그 친구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가족의 사고가 자신의 불운이라며 자책했다.
자책하는 친구를 위해 조민철은 친구들과 매일 그를 찾아가 그가 괜찮아질 때까지 함께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그들은 피를 나눈 가족만큼이나 친한 친구가 되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던가, 조민철의 친구는 공부를 잘했지만, 그 상황에서 제대로 수능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덕분에 공부를 못한 조민철이 다니는 지방대학으로 함께 입학했다.
조민철은 처음 재수하는 것이 어떠냐고 친구에게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같은 대학에 입학했지만, 턱걸이로 입학한 조민철과 다르게 여유가 있던 그의 친구는 대학교에서 가장 경쟁이 심했던 학과에 합격했다.
과가 달라져 예전만큼 매일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둘의 사이는 여전히 친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친구에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과제가 바빠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다른 학과 친구들이 조민철의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조민철을 찾아왔다.
그제야 조민철은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혹시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걱정되었다.
조민철은 그 길로 곧장 그와 관련된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자신과 연관된 친구들뿐만 아니라 학과 사무실, 급한 마음에 다른 학과 교수실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이 아는 것도 어느 날부터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됐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친구의 행동에는 어떤 전조 현상도 없었다.
조민철은 그대로 친구가 살고 있던 원룸에 찾아갔다.
친구가 살던 원룸은 당연히 굳게 잠겨 있었고 내부에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원룸을 계약한 부동산을 찾아가 원룸 건물주의 연락처를 받아 현재 사정을 설명하고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계약자가 아닌 이상 그럴 수 없다면 조민철에게 못을 박았다.
그래도 조민철은 포기하지 않았다.
항상 자신의 불운은 자신의 죄라며 죄인처럼 살아가던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자신의 불운에 먹혀 사고를 당했다면 그것보다 슬픈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국가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친구가 실종되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웠지만 실종된 친구에 대해 이상한 정황들이 포착되어 경찰들은 바로 수사에 착수해 주었다.
며칠 후 조민철은 경찰의 도움으로 친구의 원룸을 강제로 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전에 이야기했던 것과 같았다.
“일단 실종 처리를 하긴 하겠습니다.”
내부 수색을 끝낸 경찰이 특이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원룸을 보며 말하자 조민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적어도 이야기는 해줄 수 있잖아.’
집에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는 친구가 왠지 야속하게 느껴졌다.
“선배, 이거 뭐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가 된다고 하던 ‘그거’ 아닙니까?”
그가 말하는 것은 일본에서 한 해에 8만 명이 사라지는 인간 증발 현상이었다.
사라진 이들은 지금 실종된 사람처럼 모든 것을 두고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인간 증발은 어려운 일이었다.
“야, 우리나라 주민등록제도가 얼마나 철저한데, 그게 가능할 거라고 보이냐?”
일본의 인간 증발이 가능한 것은 그들의 호적이 아날로그 형식이며 그들이 사라질 수 있도록 돕는 흥신소도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휴대폰이나 집안 물건이 멀쩡한데, 사라진 것은 이상하잖아요.”
“그러니까, 수사해 봐야지. 경찰이라는 놈이 빠져서는.”
선배 경찰은 후배 경찰의 머리를 살짝 툭 치고는 친구가 사용하던 휴대폰과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뜯어 사이버팀에 공조를 요청하겠다며 경찰서로 돌아갔다.
조민철과 열쇠공은 파손한 자물쇠를 새것으로 달아주고 나서야 친구의 원룸을 떠날 수 있었다.
모든 이들이 떠난 비어있는 원룸, 조민철과 경찰은 그 원룸에서 수상한 걸 찾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들이 놓친 게 있었다.
원룸에 있는 침대 위에 주먹만 한 귤과 비슷한 모양의 무엇인가가 홀로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귤 같은 것은,
움찔,
어둠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 * *
전국 각지에서 조민철의 친구처럼 갑자기 모습을 감추는 이들이 발생했다.
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멀쩡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어떤 조짐도 없이 증발하고 있었으니, 경찰은 매번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곤욕을 치러야 했다.
경찰은 증발된 사람들의 주변 CCTV, 통화 내역과 인터넷 내역 그리고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의 내역까지 확인해 봤다.
하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모든 활동이 끊어졌으며 그 전날까지 실종이나 증발에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경찰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실종자들 사이에서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성별, 나이 불문, 살아가던 지역도 도시, 지방을 가리지 않았으며 주거 시설도 원룸, 아파트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실종자가 조민철처럼 혼자 사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랬다면 저들이 경찰서에서 소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었으니까.
“내 딸이 납치되었다니까! 빨리 찾아달라고!”
“으아앙! 저희 오빠를 찾아 주세요.”
전라북도 익산시에 있는 한 경찰서는 두 개의 실종 사건으로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젠장…. 우리도 찾아 주고 싶다고…. 그런데,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어떻게 찾냐고….”
혼잡한 경찰서에서 한 경찰이 투덜댔다.
“우는 소리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라.”
“네에, 네에.”
“대답은 짧게 한 번만 해.”
“넵.”
우는소리를 했던 경찰은 사이버팀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던 내용을 확인하려 했다.
“음? 이건 또 왜 이래?”
그가 의아한 목소리를 내자, 옆에서 그의 사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또 뭐?”
“선배, 이거 갑자기 락이 걸렸는데요?”
“뭐?”
어제까지 멀쩡하게 잘만 확인했던 자료들이 모두 확인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사이버 수사팀에 전화해봐.”
“네.”
갑작스러운 정보 통제에 당황한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실종 신고를 받고 움직이는 전국 각지에 있는 모든 경찰도 그들과 같은 상황이었다.
정보가 통제당하고 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사건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관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이관 받은 곳이….
“한울씨와 협력하고 있는 이채연 경감님이란 말이죠?”
“네….”
회사 앞, 카페.
강신은 그곳에서 이전에 잠시 인연이 있었던 과학 수사담당관인 이채연 경감과 사이코메트리의 재능을 가진 이한울을 만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채연 경감은 간절한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실종 사고일 수도 있을 텐데요?”
이채연이 움직였다는 것은 재능 범죄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사람이 사라지는 사건은 주의 깊게 살피라는 공문이 내려왔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요즘 이상한 실종 사건, 특이 실종이라고 지칭한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아하….”
강신은 그 공문이 어떻게 이채연에게 갔는지 쉽게 알 수가 있었다.
그녀의 상부에서 원하는 것은 특이한 실종 사건이 아니라 렙틸리언의 흔적을 찾으려고 한 것일 터였다.
‘그러다 우연히 이번 사건을 맡게 된 건가.’
렙틸리언이 이번 사건과 연관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컸다.
“사람이 증발하는 것 말고는 아무 공통점이 없는 실종 사고라…. 실종자 집에 있는 물건들은 사이코메트리 해보셨습니까?”
“당연하죠.”
이한울이 가진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은 시점을 자신이 잡을 수는 없다는 흠이 있었지만, 물건이 많다면 그만큼 시도를 할 수 있기에 뭐라도 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가 생각보다 썩 좋지 않았는지, 이한울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아쉽게도 알아낸 건 없었습니다.”
이한울은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실종자가 사라지기 전과 후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특이점을 확인할 순 없었다.
“그래서 저를 찾아왔다는 거군요.”
“네, 강책임님이라면 뭔가를 아실까 싶어서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이한울은 이미 강신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있었다.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일을 너무나도 가볍게 해낸 것도 놀랐지만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다른 H들에게 강신이 어떤 사람인지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그의 기대와는 다른 대답이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군요.”
강신의 대답에 이한울과 이채연이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어느새 나타난 신하린이 옆에서 그들이 들리도록 중얼거렸다.
“현장을 나가 본 것도 아닌데, 이야기만 들어선 모르는 게 당연한 거죠.”
이한울이 신하린의 말을 듣고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 그…. 그렇겠군요.”
“그러면 현장을 한번 봐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채연 경감이 다급하게 강신에게 부탁했다.
“음….”
강신은 이걸 도와줘야 할지 고민했다.
평소 같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도와줬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강신은 너무나 바쁜 상황이었다.
U.M.A 국제회의에서 정보를 받으며 독자적으로 렙틸리언을 찾고 있다.
그와 함께 광신도들의 계략으로 미니 블랙홀에 갇힌 일행들도 구출할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까.
그런데도 강신이 바로 거절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사건이 정말 렙틸리언과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나?’
그건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람이 증발하는 부분이었다.
주변 인물들과 CCTV를 확인해보면 분명 그들은 집에서 사라진 것으로 판명되었다.
‘증발된 사람들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혹시 그들도….’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척준신이 사라졌던 것처럼 그들도 그와 관련된 일을 겪어서 사라진 것이라면 뭐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기대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은 확률이라는 것은 알지만, 강신은 차마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현장을 확인해보죠.”
강신의 대답에 이한울과 이채연 경감은 그제야 화사하게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