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10
509화
예전에도 말했듯, 성신에는 H 제도가 있어 특정 인재를 포섭하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사내 정치가 치열한 파벌들도 자기들끼리 싸우지, H로 지정된 이들은 잘 건드리지 않는 게 성신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H 제도를 무시하는 이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욕심에 눈이 멀거나 자만에 빠져 자신은 포섭하고도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해서, 혹은 H를 포섭하면 성신이 자신을 내쫓지 못할 거라 여기기도 했다.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었고, 그 수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H 제도를 지키지 않는 이들은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가장 처음 포섭하려는 H는 의외로 백소은이었다.
1대 관상가의 손녀이자 정보꾼인 강신과 친분이 두텁고 다른 H들과 두루두루 친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까지 어리니, 회유하기 쉬우리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뿜는 오라를 볼 수 있는 그녀에게는 그들이 접근하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그래서 백소은은 최대한 그런 이들과 만나지 않았고 만나도 말조차 섞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를 회유하는 것에 실패하면 그런 이들이 노리는 두 번째 타깃은 백소은과 붙어 다니는 미카엘이라는 세례명을 가진 김만복이었다.
김만복은 바티칸 교황청 소속으로 H가 아니니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제도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도 백소은과 마찬가지로 회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였다.
김만복이 가진 신앙심은 그 누구보다 신실했기에 소속을 성신으로 옮기게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렇게 두 번째 포섭이 실패하면 마지막 세 번째로 노리는 게 바로 강신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 다르게 사리사욕을 적당하게 챙기는 어른인 강신은 그들이 봤을 때, 그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원래라면 포섭 순위로는 1위여야 할 강신이 세 번째 회유 대상자가 되는 이유는 강신의 곁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강신은 가끔 자신을 회유하기 위해 접근하는 이들을 떠올려봤다.
그들은 평범하게 강신에게 접근하는 것 말고도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친구의 여자친구로 나타났을 때는 나도 식겁했었지….’
모태솔로인 친구가 결혼할 사람을 강신에게 소개를 해주겠다며 술자리에 자신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왔다.
강신과 그들은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한 뒤, 간단하게 한잔하기 위해 술집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울 일이 생겼고, 강신과 친구의 여자친구가 단둘이 되었을 때, 그녀가 강신에게 본심을 털어놓았다.
방긋방긋 웃는 여우상의 여자가 표정이 180도 변하며 냉정하게 자신에게 말을 건네오는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소름 끼쳤다.
그녀는 강신을 포섭하려고 했다.
당연히 강신은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 이후 친구가 꾸었던 한여름 밤의 꿈은 그렇게 끝이 났다.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신났던 친구를 떠올리면 지금도 괜히 미안해졌다.
‘생애 첫 여자친구라고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괜히 자신 때문에 그런 일을 겪은 것 같아, 강신은 한동안 실의에 빠진 친구에게 술을 사주며 푸념을 들어주었다.
물론 그렇게 사람을 붙였던 간부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신은 그런 짓을 한 간부를 찾아 다이렉트로 회장에게 보고했고 친구에게 사람을 붙였던 간부는 결국 회사에서 갈려 나갔다.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일까, 강신의 주변에서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강신이 뭔가를 하기 전에 강신의 주변에서 해당 인물을 탐색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29층에 있는 회의실에는 소년과 소녀, 그리고 두 명의 여성까지 총 4명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4명과 하나의 AI였다.
-흔히 인간들이 말하는 쓰레기예요. 뛰어난 성과를 냈던 인재도 이지헌 상무가 소속된 팀으로 들어가면 제대로 된 성과조차 올리지 못하고 심할 경우 몇 달 지내지도 못하고 퇴사를 했대요.
프로네시스가 이지헌 상무에 관련된 것들을 분석해 알려주었다.
“부서 사람을 유혹해서 진실을 들었는데 성과를 빼앗는 건 사실인 것 같더군요.”
카밀라도 자신이 유혹한 사람에게 들었던 말을 꺼냈다.
“개인 큐브에 찾아왔을 때, 보였던 행동은 팀장님을 회유하는 것보단 강압적으로 몰아놓고 포섭할 것처럼 보였어요.”
당시 강신과 장웨이만 개인 큐브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신하린 또한 그곳에서 은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지헌 상무가 개인 큐브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이지헌 상무가 보였던 행동을 말하자 맞은편에 앉은 백소은이 입을 열었다.
“저번에 저를 찾아왔을 때 보이는 빛은 상당히 역한 느낌이었어요. 헤헿….”
백소은이 역하게 느꼈다면 그가 결코 좋은 사람일 리가 없었다.
“저번에는 저를 찾아와서 성신에 입사할 생각이 없냐고 묻더군요.”
백소은 옆에서 김만복이 그 확신을 더 해주었다.
“더는 들을 필요도 없겠네요. 그럼 다들 동의하시는 건가요?”
신하린이 다른 이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럼 그가 삭제한 주요 기밀들을 복구해보죠.
“나는 이전 피해자들을 유혹해서 자세한 내막을 알아 올게요.”
“저는 오랜만에 첩보부로서 일해야겠네요.”
백소은과 김만복은 아직 어리기에 프로네시스와 카밀라, 신하린이 의지를 다졌다.
그들은 이지헌 상무를 확실하게 날려버리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사람 몇 명이 움직인다고 해서 바뀌는 게 있을까 싶었지만, 그들이 움직이고 며칠 뒤 이지헌 상무는 돌연 비밀 연구소에서 사퇴하고 한직으로 밀려나 버렸다.
말이 한직이지, U.M.A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부서로 컴퓨터도 없이 의자와 책상만이 있는 자리로 실상 회사에서 내쫓기는 것과 다름이 없는 처사였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바로 내쫓겨나겠지.’
일반 사원들과 다르게 회사 임원들은 엄연히 계약직이었으니, 쉽게 쳐낼 수 있었다.
강신은 그를 내쫓은 게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신하린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러자, 평소에는 대부분 은신하며 지내는 신하린이 모습을 감추지 않은 채 커피를 마시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왜요, 왜 그렇게 보세요?”
“그냥 고마워서.”
무엇이 고맙다는지, 신하린이 모를 리가 없었다.
얼굴이 붉어진 신하린이 투덜거렸다.
“알면 저에게 잘하세요.”
강신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강신은 신하린을 보고 웃고 있었지만, 사실 그리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다.
현재 일어난 일말의 모든 상황이 회사의 상부가 의도하고 만든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이지헌 상무가 아무리 성과를 빼앗고 사람들의 입을 막았다고는 했지만, 그 소문이 회사에 퍼지지 않았을까?
‘회사에서 소문은 눈 깜짝할 사이에 퍼지지.’
그렇다면 어째서 이지헌 상무를 그런 중요한 자리에 앉힌 것일까,
‘뻔하지.’
아주 가끔이지만 이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내 정치는 회사의 물을 흐리는 정도로 끝나지만, 이지헌 상무처럼 야망이 너무 커, 흙탕물로 만드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 이들을 그냥 쳐내기에는 반발이 심하겠지.’
회사를 더럽게 만들지만, 그들이 가진 회사 권력은 무시하지 못했다.
‘회사 라인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니까.’
톱니바퀴가 빠진다고 해서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빠진 부분이 다시 채워질 때까지 삐걱대는 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삐걱대는 것은 회사의 손해로 이어졌으니, 회장과 상부는 라인을 멀쩡하게 보존하며 분탕을 치는 윗머리만 날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몇 가지 방법이 나왔고 그중 하나가 이지헌 상무가 당한 방법이었다.
‘H 제도는 초대 회장님이 만든 최우선적인 회사 규정이니까.’
인재를 아꼈던 초대 회장이 만든 만큼 그 규정은 규정을 어긴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돕는 조력자, 반대 파벌까지 그 누구도 간섭하지 못하는 규정이었다.
‘아마 이지헌 상무를 비밀 연구소 중책으로 앉힌 사람은 나에게 접근할 거라는 걸 알고 있겠지.’
그가 누구인지는 뻔했다.
임상무의 빈자리는 회사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중요한 자리였다.
그런 자리로 발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회사에 한 사람밖에 없었다.
이전에도 이런 경험은 몇 번 있었기에 강신은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회장님.’
이런 행동은 성신의 회장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이로 인해 강신이나 주변에 피해가 생겼다면 반발했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식으로 처리된 이들은 모두 어수룩한 인물들로 강신에게 직접 피해를 끼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회장님이 괜히 피해를 줬다며 보내주신 격려품입니다.”
장웨이는 강신의 개인 큐브로 온갖 물품을 가지고 왔다.
“이 브랜드 커피 제가 좋아하는 거네요.”
신하린을 위한 최고급 커피 머신과 캡슐은 물론이고,
“이 냉장고는 내부 온도를 정밀하게 유지해준다는 그 냉장고네요. 피를 관리하기 좋겠어요.”
카밀라를 위한 정밀 온도 냉장고,
“나 이 게임 해보고 싶었는데.”
김만복과 백소은을 위한 신작 게임 타이틀과 기기,
-회의용 탁자에 여러 시스템이 깔려 있군요.
프로네시스를 위한 최첨단 회의 탁자까지, 노골적으로 보내오는 물품에 강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이 격려품이지 딱 봐도 이번 일을 처리한 이들에게 주는 보상 같은 것이었다.
‘어차피 나는 움직이지도 않았으니.’
회사가 깨끗해지면 자신도 움직이기 편하니, 좋으면 좋았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움직인 이들도 보상을 받고 모두 만족스러워했으니, 딱히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이지헌 상무가 앙심을 품고 U.M.A나 기밀을 다른 회사에게 알려도 상관없었다.
이지헌 상무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성신의 회장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모르겠지만 그가 알고 있던 기밀들은 암암리에 다른 정보 단체에서 구하려고 한다면 구할 수 있는 수준의 기밀이었다.
그가 알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기밀만을 공개했을 것이다.
‘나도 아직 이 비밀 연구소에 있는 정보 등급이 어디까지 있는지 모르는데, 이제 처음 들어온 사람이 얼마나 알겠어.’
처음 강신도 회사에 처음 입사할 때는 자신이 이 연구소에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알았다.
하지만 후에 H 제도와 31층의 존재를 알게 되자, 정말 자신이 이곳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후우…. 일이나 하자.”
이미 끝난 일이다.
아마 이지헌 상무는 이제 성신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가 회사의 방침에 순응한다면 먹고 살 수는 있게 성신의 협력 업체로 보내지겠지만, 불응한다면 평생을 성신의 법무팀과 적대하며 법원에서 싸워야 할 것이다.
강신에게는 이지헌 상무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있었다.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렙틸리언을 쫓는 것은 물론이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권영식이 나왔을 때, 하던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필요한 물질과 U.M.A들도 구해야 했다.
그러니 강신은 이지헌 상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자신의 컴퓨터를 두드렸다.
* * *
원룸.
방 한 개로 구성된 주거 시설로 1인 거주를 목적으로 만든 공간.
한국에는 수많은 원룸이 있었고 많은 이들이 오늘도 원룸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대학가에는 그런 원룸이 많이 몰려 있었다.
그리고 이변은 그런 원룸 중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가 살았던 원룸의 문을 누군가가 강하게 두드렸다.
쾅! 쾅! 쾅!
“박규현! 문 열어! 지금 안 열면 문 따고 들어간다!”
무슨 이유로 저렇게 거칠게 두드리는 것일까,
취객일까? 아니면 빚을 받으러 온 빚쟁이일까?
둘 다 아니었다.
위이잉~!
드드득!
집 밖에서 드릴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뜯겨나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원룸으로 들어온 사람은 젊은 청년 하나와 두 명의 경찰 그리고 문을 연 열쇠공이었다.
경찰은 비어있는 집을 수색하고 젊은 청년에게 말했다.
“휴대폰이나 지갑은 집에 있는데, 집주인은 없습니다.”
“아….”
젊은 청년은 짧게 탄식했다.
그는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야 자신과 가장 친하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 한번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