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22
521화
강신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최소한의 인원만을 차출해 이동했다.
다들 기본적인 일정이 있었기에 시간이 되는 사람은 항상 강신을 호위하는 신하린과 강신이 언제 움직이는지 몰라 여유 있게 일정을 빼두었던 장웨이.
그리고 언제나 연구소에서 뒹굴거리는 카밀라, 우연히 일정이 맞은 빌리뿐이었다.
많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이전과 다르게 사람의 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강신은 팀을 꾸리고 곧장 모로코로 향했다.
날씨가 쌀쌀한 한국과 다르게 모르코의 온도는 따뜻하기만 했다.
강신과 일행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장웨이가 사전에 예약해 두었던 숙소로 향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 모든 설명을 들었던 카밀라가 눈을 가리던 안대를 머리 위로 올리면서 강신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 넓은 곳에서 팰로우님의 모습을 한 존재를 어떻게 찾으실 생각인가요?”
그러자, 강신은 이미 생각이 있던 것인지 아무 고민도 없이 곧장 입을 열었다.
“사진이 찍힌 장소를 중점으로 탐색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팰로우님의 사진을 보여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사진 속 배경을 분석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를 통해 해당 위치를 알아내는 것쯤은 프로네시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권영식의 모습을 한 존재와 모르코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악수한 장소는 모로코에서 외국인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장소였다.
그런 곳에 동양인이 돌아다녔으니, 주변을 수소문하면 꽤 많은 목격담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강신은 생각했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숙소에 들러 간단하게 짐을 풀어놓고 바로 프로네시스가 알려주었던 장소로 향했다.
그 장소는 모로코의 수도인 라바트에서도 외곽 지역에 있는 곳으로 관광객이 즐비한 중앙 시장과 다르게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이었다.
강신은 잠시 쉴 시간도 없이 권영식의 사진을 들고 사진에 나온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상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강신이 유창하게 아랍어를 내뱉자, 시장 상인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거 얼맙니까?”
강신은 사진을 보여주기에 앞서 상인 팔고 있는 그릇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음…. 우리말을 정말 잘 하는구만, 원래는 25디르함을 받아야 하는데, 20디르함만 주쇼.”
“여기 있습니다.”
강신은 물어볼 것이 있었기에 가격을 흥정하지 않고 미리 환전해둔 10디르함짜리 동전 두 개를 상인에게 건넸다.
동전을 받은 상인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허허, 화끈하시구만. 아랍어를 잘하는 동양인은 드문 편인데.”
아랍어가 유창한 동양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이곳은 외부인이 잘 찾지 않는 장소였기에 상인이 놀라는 것도 그리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다.
강신은 구매한 그릇을 받으며 은근슬쩍 권영식의 사진을 상인에게 보여주었다.
“혹시 이 사진에 있는 동양인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러자, 웃고 있던 상인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사진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강신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어째서 이 사람을 찾고 있는 거지?”
“개인적으로 물어볼 것이 있어서 찾고 있습니다.”
강신은 용무를 밝히지 않고 개인적인 일이라며 말을 돌렸지만, 그것이 악수(惡手)가 되었는지, 오히려 상인은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나는 모르는 사람일세.”
방금까지 알고 있던 것처럼 말했으면서 돌변하는 그의 모습은 뻔뻔해 보일 정도였다.
‘뭔가 알고 있긴 하군.’
강신은 슬쩍 자신의 옆에 있던 카밀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카밀라는 이곳에 온 본분을 잊고 상인이 팔고 있는 물건을 구경하다 강신과 시선을 마주치자, 들고 있던 물건을 슬며시 내려놓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강신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한국말로 물었다.
“카밀라, 지금 앞에 있는 남성에게 매혹을 쓰실 수 있겠습니까?”
“매혹을 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작은 문제가….”
그녀는 뭔가 망설이는 듯이 말꼬리를 흐렸다.
“저는 모로코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몰라요.”
아무리 오랜 삶을 살아온 흡혈귀라고 해도 배우지 않은 것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의 매혹은 눈빛만으로 가능하지만, 그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들어가야 했다.
또한, 상인에게 질문하고 듣기 위해서는 상대가 사용하는 언어를 알아야 하는 건 필수였다.
“아…. 이런.”
그녀의 대답에 강신은 아차 싶었다.
자신은 이고르에게 받았던 언어팩의 도움으로 상인과 너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기에 언어 쪽으로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강신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리고는 카밀라에게 매혹에 사용할 몇 가지 단어들을 알려주었다.
카밀라는 강신에게 들은 단어들을 이용해 바로 상인에게 매혹을 걸었다.
그러자, 방금까지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강신과 일행을 보던 상인의 눈이 살짝 풀렸다.
카밀라에게 시선을 고정한 상인은 입을 살짝 벌리고는 의미 없는 소리를 냈다.
“아….”
“음…. 제대로 걸렸네요.”
카밀라는 상인의 상태를 보고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제 말을 따라 해주시겠습니까?”
카밀라는 강신이 옆에서 읊어주는 아랍어를 그대로 따라 하며 강신이 하고픈 질문을 대신 해주었다.
매혹에 걸린 상인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질문에 답변해 주었다.
그가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강신 다음으로 아랍어를 잘 알고 있는 장웨이가 따로 태블릿을 꺼내 필요한 내용을 메모했다.
상인에게 질문을 끝낸 강신이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럼 다음으로 이동하죠.”
그렇게 강신은 그 상인뿐만 아니라, 계속 시장 일대를 돌아다니며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권영식의 모습을 한 이에 대한 걸 물었다.
그리고 질문하던 강신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시장에 모인 이들은 첫 번째 상인이 그랬던 것처럼 카밀라의 매혹에 걸리기 전까지 그 존재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알려주지 않는 것뿐만이 아니라 경계 가득한 눈으로 강신과 일행들을 바라봤다.
물론 그 이유는 매혹이 걸린 사람에게서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음…. 일단 정보 수집은 여기까지만 하죠.”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모로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움직였기에 일행들의 피로를 고려했다.
‘쉬면서 이곳에서 얻은 정보를 정리하고 일행들에게 공유하면 되겠지.’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아주 잠깐 들렸던 숙소로 돌아왔다.
* * *
숙소로 돌아온 강신은 일행들에게 휴식을 권하고, 장웨이에게 받은 태블릿으로 시장 상인들이 말한 정보들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그 후 저녁 식사를 끝낸 강신은 다시금 일행들을 모아 정리한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아지즈, 동양계 모로코인으로 아버지가 모로코인, 어머니는 한국인으로 이곳 토박이라고 합니다.”
강신이 정리한 앞 내용만 들었을 뿐인데도 일행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복잡해졌다.
“어…. U.M.A가 아니었던 건가요?”
카밀라가 일행들을 대신해 질문하자, 일행들의 시선이 강신에게 집중되었다.
이곳으로 향할 때만 해도 강신은 권영식의 모습을 따라 한 존재가 U.M.A 가능성이 크다고 했었다.
하지만 막상 까보니, 그저 외모가 권영식과 매우 닮은 사람으로 판단되었다.
“글쎄요. 그냥 닮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고요?”
“네.”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 독일어로 도플갱어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이 개체는 여러 매체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존재였다.
어떤 곳에는 사람을 흉내 내는 악마로 사람을 잡아먹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신이 알고 있는 이중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은 조금 달랐다.
“일이 상당히 곤란해졌어요.”
“왜요?”
강신이 웬일로 약한 소리를 내뱉었다.
이 개체는 강신이 생각해도 매우 까다로운 존재였다.
사람을 해치거나 딱히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그리 까다롭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개체가 까다로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평범한 인간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흉내쟁이나, 틈새 동거자처럼 인간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면 오히려 찾기 쉬웠겠지만, 이 존재는 외형과 내부 모두 평범한 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스스로도 자신이 평범한 인간이라고 믿고 있었다.
“인간과 구분하기 어렵다라…. 저는 그보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대뜸 장웨이가 강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인간에게서 태어나는 겁니까? 아니면 그의 부모도 그 개체인 겁니까?”
상인들이 알려준 정보를 생각한다면 아지즈라고 불린 남성에게는 부모가 존재했다.
강신은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설명해야 했다.
“아지즈의 부모는 평범한 인간일 가능성이 큽니다.”
강신은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태어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들이 인간의 틈에 끼어드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보통 인간의 아기와 자신을 바꿔치기합니다.”
바꿔치기 당한 아기는 어디로 갔을까, 그 사실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건 강신이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었다.
강신이 적은 내용에는 사라진 아기를 다루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 개체는 이후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걸 잊고 살아갑니다.”
이 개체는 성실하게 인간처럼 살아갔다.
딱히 사람을 해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특별한 걸 하는 것도 아니었다.
평범, 그 자체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리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자신이 바꿔치기한 아기의 성장한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그대로는 성인의 모습을 갖출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레 지구상에 있는 다른 인간의 모습을 따라 하게 된다.
인간과 똑같은 성장 과정을 거쳐 외형이 변하기에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특이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의 삶 속에서 나이가 들어 죽어갔다.
“……그러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거 아닌가요?”
권영식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 또한, 상당히 나이가 있었다.
다른 인간에게 해가 없다는 걸 본다면 그냥 내버려 두어도 별문제가 없어 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무해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개체가 인간의 틈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이미 아기를 뒤바꿨다는 걸 생각하셔야죠.”
그 모습을 빼앗기 위해 인간 아기와 자신을 뒤바꿨다.
그런 성격을 가진 개체가 자신이 외형을 따라한 다른 인간을 마주친다면 어떻게 될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자신과 닮은 이를 발견한 순간, 이 개체는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 자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