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23
522화
“자각이라고요? U.M.A가 자각하면 뭔가 달라지나요?”
빌리가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뀌죠. U.M.A가 자각하는 순간 자신이 따라 했던 인물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으음…?”
빌리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반인인 아지즈가 권영식을 만날 일도 없겠지만, 정말 우연히 만나 자각하게 되어 권영식을 해하려 해도 권영식은 성신의 견고한 시설 내부에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보안 요원들이 밤낮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 곳에 아지즈가 들어온다 해도 권영식을 해하기는커녕 반대로 제압당할 것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빌리는 권영식과 아지즈, 둘이 마주친다고 해도 문제 될 게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이중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나 할 법한 생각이었다.
강신은 일행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설명을 덧붙였다.
“해당 개체가 자신이 U.M.A라는 걸 자각하는 순간, 그들은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됩니다.”
잊어버렸던 기억과 더불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힘을 깨닫고, 그 힘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은 인간의 아기와 자신을 바꿔치기했던 저희로서는 알 수 없는 힘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죠.”
그 힘이 무엇인지 강신조차도 알지 못했다.
이 개체가 생애 단 두 번만 사용할 수 있는 그 힘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었다.
“만약 아지즈가 팰로우님과 마주치게 된다면 우리는 팰로우님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날 이후로 팰로우님을 다시 뵐 수 없게 되겠죠.”
그게 사망이든 실종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아지즈가 그런 행위를 만약 하게 된다면 막을 수 없다는 게 중요했다.
강신이 단언하자 평점심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웨이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는 그는 강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바로 의도를 파악했다.
“강책임님 말씀대로라면 저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해야겠군요.”
그러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황이 발생하면 이미 너무 늦습니다.”
“흠…. 예방이라, 어떻게 예방하실 건가요?”
카밀라가 강신의 생각을 물었지만, 그 질문에 대답한 건 강신이 아니라 신하린이였다.
“가장 깔끔하게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신하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겠다고 말했지만, 일행 중 그 말을 듣고 동요하는 어수룩한 사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신하린의 의견이 나쁘지 않다는 듯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런 신하린의 생각을 반대했다.
“그건 안돼.”
“왜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U.M.A라면서요? 그럼 살인은 아니지 않나요?”
그녀는 강신이 사람을 죽이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 반대했다고 생각했지만, 강신이 반대한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아지즈가 U.M.A인지 아닌지 확실하지가 않아.”
아지즈가 ‘이중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지만 정확하게 아지즈가 그 개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건 그렇겠네요…. 제거했다가 아지즈가 그냥 민간인이었다면 후폭풍을 무시할 수 없겠어요.”
만약 아지즈가 U.M.A라고 판단해 죽인다고 해도 그 시체는 평범한 인간의 것과 다르지 않았기에 U.M.A를 죽인 것인지 사람을 죽인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손에 피를 묻힌 사람과 지시를 내린 사람,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까지 평생 찝찝함을 마음에 두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아지즈를 마냥 방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지즈가 사는 곳은 모로코이며 권영식은 대한민국에 있다.
만약 이 둘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서로 마주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거리였지만, 아쉽게도 권영식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성신에는 적이 많았으며 그중 권영식을 노리는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혹시라도 그들 중 누군가가 아지즈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들은 권영식을 처리하기 위해 아지즈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면 팀장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신하린이 묻자, 강신이 아무렇지 않게 살인에 버금가는 무서운 단어를 내뱉었다.
“이왕이면 납치하고 싶은데.”
“네?”
살인은 반대했으면서 납치라니, 신하린이 따가운 시선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강신은 내뱉은 말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그는 신하린의 시선을 모르는 척하며 장웨이에게 말했다.
“장 대리님, 죄송하지만 본사에 몇 가지 물건들을 요청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말씀해 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구해보죠.”
“일단 아지즈를 납치하기 위해서 사용할 차량과 위치 추적기, 그리고…….”
강신의 입에서는 하나 같이 범죄에서 사용될 물건들이 줄줄이 흘러나오자, 일행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끝내 참다못한 신하린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냥 죽이는 편이 아지즈에게 더 행복할지도…….”
그곳에 있던 일행들은 신하린에게 공감했다.
일행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강신의 작전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강신이 필요한 물건을 모두 말하자 장웨이는 메모를 덮고는 말했다.
“그럼, 저는 이 물건들을 구하기 위해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그렇게 장웨이가 떠나자, 그날 회의는 종료됐다.
장웨이가 강신이 요청한 물건들을 공수하는 동안 일행들도 마냥 노는 건 아니었다.
강신은 신하린에게 부탁해 아지즈의 미행을 부탁했다.
모습을 감추고 이동하는 것에 특화된 신하린에게 평범한 아지즈의 뒤를 쫓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매혹으로 상인들에게 정보를 얻은 이후였기에 아지즈를 찾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작 문제는 신하린의 태도에서 나왔다.
“저는 호위인데요?”
그녀는 강신에게서 떨어지는 걸 거부하고 있었다.
완고한 그녀의 표정을 본 강신은 그녀의 성격상, 쉽게 물러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럼, 나도 근처에서 대기할게.”
결국, 그녀는 위험하면 바로 뛰어올 수 있는 거리에서 강신이 기다리는 것으로 협의를 보고 아지즈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하…. 아무리 봐도 팰로우님과 똑 닮았네요.
아지즈의 모습을 확인한 신하린의 목소리가 통신 패치를 통해 들려왔다.
신하린은 아지즈를 미행하며 일일이 통신 패치로 상황을 보고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은 놀라웠다.
신체는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이곳에 사는 아지즈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아지즈의 직업은 약사였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으며 돈이 없는 이웃들에게 무상으로 약을 베풀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봉사하는 U.M.A라…. 뭔가 신기하긴 하네요, 그냥 무지성으로 처리했다면 팀장님 말대로 상당히 찝찝할 뻔했어요.
이곳에 사는 이들은 그런 아지즈를 매우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 정착해서인지, 대부분 사람이 그를 알고 있었고 한 번씩 신세를 졌었다.
누가 봐도 그는 선한 사람이었다.
그것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민 것이 아닌 종교에서 성인으로 취급할 정도로 선한 사람.
오죽했으면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이웃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밥을 주고 자신의 잠자리까지 내어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아는 지인을 통해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까지 직접 알아봐 주는 사람이었다.
신하린이 그를 쫓는 동안 그녀는 그의 선한 행적을 그대로 보고했다.
강신은 그녀의 보고에도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보고는 강신만 듣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울프팀 요원들도 그녀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나마 산전수전 다 겪은 다른 일행들은 강신처럼 흔들리지 않았지만 단 한 명, 빌리는 아니었다.
그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선한 모습을 보이는 아지즈를 납치해야 한다는 사실에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정말로 옳은 일인가.’
U.M.A일 가능성이 크다고는 했지만, 그냥 인간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했었다.
‘만약 아지즈가 정말 그냥 인간이라면 어쩌지?’
강신의 말과 행동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강신이 틀린 것이라면?
다른 이와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것이다.
‘저렇게 착한 사람인데….’
그런 빌리의 고뇌는 장웨이가 강신이 요청한 물건을 구해올 때까지 계속됐지만, 그는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곳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강신이 일행들 모두에게 발언권을 주기는 했지만 이제 막 이쪽 세상으로 발을 들인 빌리는 아직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에 서툴렀으니까.
빌리 표정을 확인한 장웨이가 빌리의 표정을 보고는 그를 따로 불러냈다.
“빌리, 요즘 고민이 많아 보이는군요.”
“…….”
빌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복잡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곳에 있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가 들어도 아지즈는 매우 선한 사람입니다.”
장웨이는 움찔거리는 빌리를 보며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선한 사람을 대상으로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 심란하겠죠.”
빌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현재 자신의 상태를 인정했다.
“네, 맞습니다.”
“제가 이쪽 분야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저도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장대리님이요?”
“네, 제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저는 중국인입니다.”
장웨이는 자신의 출신을 말하며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성신의 소속이었지만, 홍위병의 부모를 가진 중국인으로서 국가에 많은 걸 강요당했다.
빌리는 현재 선함과 악함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상태지만, 과거 장웨이는 악하다는 걸 알면서도 일을 해야 했다.
“저는 그게 정말 싫었습니다.”
그래서 장웨이는 빌리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장웨이도 악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으며 선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장웨이가 그럴수록 그의 부모는 장웨이를 압박했다.
“제가 악한 행동을 하기 싫어하자 저의 부모님은 애매한 일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은 선과 악으로 딱 잘라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의 부모는 장웨이가 생각하기 어렵게 선과 악의 중간에 있는 일들을 시켰다.
장웨이는 그런 일을 처리하며 점점 무엇이 선한 것이고 악한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됐다.
장웨이의 감정은 점점 마모되어 갔다.
조금씩 악한 일을 하더라도 더는 심적으로 힘들어하지 않을 정도로….
“그대로 있다가는 부모의 꼭두각시가 될 것 같았죠.”
그는 아련한 눈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저는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일의 선함과 악함을 떠나, 그 상황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기준을 잡은 것이다.
“아…. 그만큼 강신 책임님을 믿고 계신다는 건가요?”
빌리는 그가 강신에 대한 믿음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웨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사람에 대한 믿음을 기준으로 잡아서는 안 됩니다. 지금 저의 기준은 권영식 팰로우님이 아지즈를 만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강신의 말이 백 퍼센트 맞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장웨이는 모든 상황을 직접 판단했다.
행동하지 않았을 때, 강신의 말이 맞는 경우 권영식은 죽게 된다.
반대로 행동했지만 강신의 말이 틀렸을 때는 고작 아지즈가 조금 괴로운 게 전부였다.
그 행동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전자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였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장웨이의 생각이었다.
“이건 저의 생각이죠. 빌리의 생각이 아닙니다. 그러니, 빌리도 이런 일이 생겼을 때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의 기준을 찾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장웨이의 말에 빌리는 뭔가 느끼는 게 많은 것인지, 한동안 묵묵하게 바닥만 바라보았다.
“빌리가 원한다면 강책임님에게 말해서 이번 작전에서 빼 드리겠습니다.”
자신의 기준을 찾기 전까지 빌리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장웨이는 끝까지 빌리를 배려했다.
하지만, 빌리가 고개를 저었다.
빌리의 흔들렸던 눈이 어느새 올곧아진 걸 본 장웨이는 그가 이 짧은 시간 동안 조언을 듣고 자신만의 기준을 새웠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짐작대로 빌리는 자신만의 기준을 정했다.
-직접 보고 듣는 걸 믿는다.
그러니, 작전에서 빠질 순 없었다.
“아니요, 이번 작전에 꼭 참여하겠습니다.”
제자의 성장은 스승을 기쁘게 한다.
그래서일까, 빌리를 보는 장웨이의 시선에는 대견함이 깃들어 있었고 그는 드물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