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32
531화
현재 강신과 일행들이 위험하냐고 묻는다면 강신은 단언컨대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야 강신은 큐브가 한번 움직인 것과 관계없이 이곳을 탈출할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빠져나가는 건 현재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이었기에 울프팀은 아무런 피해도 없이 빠져나갈 방법이 있었다.
만약 강신이 이 공간을 조금이라도 늦게 파악하고 한 칸이라도 방을 옮겨갔다면…….
아무리 강신이라 하더라도 부상자를 만들어가며 탈출할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우리 상황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아.’
큐브를 탈출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편하고 안전한 방법은 처음 진입한 방에서 움직이지 않는 게 중요했다.
“에? 여기서 움직이지 않으신다고요?”
송기덕이 되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석적으로 큐브를 빠져나가려면 특정 ‘공식’을 알아야 하죠.”
퍼즐 큐브를 풀 때, 필요한 공식이 있듯이 이 큐브에도 특정 공식이 존재했다.
단, 그 공식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하며 그리고 최소 명문대 교수 수준의 지식을 갖춘 인물이 필요했다.
하지만 강신에게는 그런 공식 없이 간단하게 탈출할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강신이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이유였다.
“첫 번째로 진입한 방이 서른여섯 번을 움직이면 이 방은 탈출구가 있는 곳에서 멈춥니다.”
강신이 큐브의 특별한 공식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소설 속에서 자신이 묘사한 인물이 그 공식을 이용한 결과를 알고 있었다.
“그럼 이제 서른다섯 번만 움직이길 기다리면 되겠군요, 그래서 큐브는 언제 움직이나요? 특별히 움직이는 주기가 있는 건가요?”
“아니요, 주기가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보통 정해진 시간 없이 방이 움직이며 사람들이 어떤 입구를 통과했을 때, 그 라인 전체가 움직이죠.”
“……그러면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네요.”
첫 번째 조건만 있었다면 강신과 일행들은 하염없이 방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자는 조금 달랐다.
이미 큐브에는 수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었고, 앞으로도 들어올 예정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이순자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쾅!
열어두었던 입구들이 일제히 닫히며 큐브가 다시 움직일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이내,
철컥! 끼릭~ 끼릭~
뭔가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큐브가 움직였다.
이미 한번 겪어봐서일까, 이전에는 볼품없이 바닥을 굴렀던 것과는 다르게 강신과 일행들은 벽면에 붙어 있는 사다리나, 튀어나와 있는 손잡이 같은 것들을 붙잡고는 바닥을 구르지 않고 버텼다.
격렬한 움직임이 끝나고 방의 움직임이 멈추자, 강신은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이제 서른네 번 남았습니다.”
그 이후로 강신과 일행들이 한 일은 그저 기다리는 일이었다.
많은 이가 입구를 통해 움직이는 것인지, 대략 10분의 한 번씩 그들이 있는 방이 움직였다.
강신은 혹시 몰라 방이 움직일 때마다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수시로 입구를 열어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간으로 치면 360분, 6시간이 흐르자 강신과 일행들이 있는 큐브는 정확히 강신이 말했던 대로 서른여섯 번을 움직였다.
서른여섯 번의 움직임이 끝나자 강신은 바로 발로 디디고 있는 지면에 있는 입구를 망설임 없이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이제까지 봐왔던 곳과 다른 곳이 연결되어 있었다.
공허와 비슷할 정도로 어두웠지만 아래로 향하는 사다리가 있는 공간이었다.
강신은 그 사다리를 보며 아주 잠깐 고민했다.
자신이 쓴 소설에서는 작중 인물들이 그저 큐브에서 빠져나갔다는 묘사만 되어 있었기에 정확하게 탈출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강신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봤던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공간도 정육면체의 방도 아닌 공간이 나왔다.
강신은 짧은 고민을 마치고 확신하며 입을 열었다.
“큐브가 움직이기 전에 나가야 합니다. 서둘러주세요.”
강신이 혹여나 갑작스럽게 방이 움직일까 봐 일행들을 재촉했다.
그러자, 뒤늦게 이순자가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심대리가 가장 먼저 출발해!”
“알겠습니다!”
요원들이 이순자의 지시에 미리 정해둔 것처럼 딱딱 맞추어 움직였다.
요원들이 하나둘 빠르게 탈출구로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방을 맡기로 했던 송기덕이 강신에게 물었다.
“강책임님, 빠져나가는 것은 좋은데, 마지막으로 나가는 사람은 괜찮은 겁니까?”
마지막 사람의 신체 일부가 잘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순번으로 가장 마지막인 송기덕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탈출할 때는 괜찮습니다.”
들어올 때, 다친 사람이 없었듯 탈출할 때도 큐브는 인간의 사지를 자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더 서둘러주세요!”
강신이 대략 시간을 가늠하고 일행들을 재촉하자, 요원들이 더 급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요원들이 빠져나가고 강신이 따라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송기덕이 탈출구를 이용하자 정말 아슬아슬하게 큐브의 입구가 닫혔다.
쾅!
조금만 늦었다면 송기덕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송기덕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강신과 일행들이 큐브를 빠져나왔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보는 게 옳았다.
그들은 큐브를 탈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렙틸리언의 본거지를 침투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었으니까.
이제 렙틸리언이 준비한 관문 하나를 통과한 것에 불과했다.
공허와 같은 어둠 속에서 튼튼한 사다리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게 아래를 향해 뻗어 있었다.
강신이 매달린 사다리 아래쪽에서 이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광 스틱으로 시야를 밝히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었다.
자신의 위치를 적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뭉쳐있다가 공격당하면 한 번에 여러 명이 당할 수 있고,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일렬의 길에서는 이미 위치가 들킨 것과 마찬가지였다.
외부의 적에게 공격당한다면 빛이 있든 없든 위험한 것은 똑같았다.
그러니, 이순자는 공격을 당하더라도 그들을 공격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빛을 유지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그렇게 일행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당할지도 모르는 긴장 속에서 계속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향했다.
강신과 일행들이 그렇게 사다리를 타고 한참을 내려갔지만, 그들은 쉽게 지면에 닿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너무 깊은데.’
정말로 깊었다.
만약 큐브 내부에서 공허를 향해 뛰어내렸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살아남기 어려운 깊이였다.
강신과 일행들은 큐브가 움직이길 기다리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사다리 아래에서 한 줌의 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아래로 더 내려갈 때마다 한 줌의 빛은 점점 가까워지며 몸집을 불려 나갔다.
그리고 이내, 강신과 일행들은 그 빛이 어떤 구조물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잠깐 대기.”
이순자는 일행들을 잠시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지휘를 이어갔다.
“심대리, 먼저 내려가서 안전부터 확보해.”
“알겠습니다.”
그는 위험할 수도 있는 지시에도 덤덤하게 대답하더니 사다리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양옆을 잡고는 순식간에 미끄러지듯 내려가 버렸다.
그리고는 잠시 시간이 지나고 아래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리어! 위험 요소 없다고 판단됩니다.”
“좋아, 그럼 나머지 요원들도 진입한다.”
심대리의 보고를 들은 이순자가 말하자, 다른 요원들도 한 명씩 심대리가 그랬던 것처럼 아래로 미끄러지듯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강신과 송기덕을 마지막으로 모든 인원이 지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신이 내려오자, 도착한 장소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흐음…. 이곳에 도착한 것이 저희가 처음은 아닌가 보군요.”
“제가 봐도 그래 보이네요.”
어느새 다가온 이순자가 강신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도착한 공간은 큐브에 있던 방과는 구조가 전혀 달랐다.
정면에는 두꺼워 보이는 철문과 주변에는 괴상한 모양의 기계장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느 하나 멀쩡한 것이 없었다.
두꺼운 문은 날카로운 뭔가에 사선으로 잘린 것처럼 보였으며 다른 기계 장치들 또한,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그러지거나 파괴되어 있었다.
‘렙틸리언들이 어째서 반응이 없나 했더니….’
반응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당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보아하니 반응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렙틸리언들이 가만히 당하고 있었던 것만은 아닌듯했다.
방 내부에는 곳곳에 그을음이 있었고, 어떤 그을음은 인간의 형체와 비슷한 것도 보였다.
이순자가 그런 그을음을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보자, 그대로 손에 묻어나왔다.
“광자 무기 같은 건가?”
흔히 레이저 같은 무기를 이용한 것 같았다.
인간들도 빛을 이용한 무기를 개발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이렇게까지 극적인 효과가 나오는 무기는 만들지 못했다.
이것만으로도 렙틸리언이 얼마나 발달한 과학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누가 이곳에 도착한 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네요.”
강신은 사선으로 잘린 철문을 보며 확신하며 말했다.
“적어도 먼저 도착한 이들이 이곳에서 전멸당하지는 않았다는 것을요.”
그것만으로도 강신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추측해낼 수 있었다.
먼저 좋은 소식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아군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나쁜 소식은 그런 자가 있었음에도 이곳을 탈출하거나 외부와 연락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금부터는 주변 경계를 철저하게 유지하며 이동하죠.”
강신의 지시에 요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포지션을 잡자, 강신이 말했다.
“출발하죠.”
강신과 일행들은 사선으로 베어진 철문을 넘어 더 안쪽으로 이동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HG 그룹 비밀 연구소와 비슷하네요.”
어디에 사용하는지도 모를 여러 기계장치가 복도를 채우고 있었다.
마치 기계로 이루어진 복도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 복도에는 여러 보안 시스템이 존재했었다.
비록 지금은 사용할 수 없지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있다면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싶을 정도네요.”
만약 강신이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면 돌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보안 장비를 파괴해 주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으니, 지금 강신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잘 닦아 놓은 길을 걷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길을 이동하는 길목에는 많은 기계장치들이 고장 나 있었다.
강신은 그렇게 어쩌면 렙틸리언이 준비했던 두 번째 관문을 아주 쉽게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