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53
552화
이제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강신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크림이 알려줬다고요?”
강신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크림이 성신의 기밀에 접근한 거지?’
지원 요청을 했던 와플의 정보에 따르면 누군가가 크림을 빼돌리기 전까지 크림은 완전히 격리되어 있었고, 와플 직원이 제공하는 데이터만 얻고 있는 처지였다.
‘모종의 이유로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이상한데.’
크림이 성신에 침투했다면 와플에서 말했던 제약으로 인해 그 흔적이 남아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회사 사람 중 그 누구도 크림에 대해 알지 못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현재 상황에서 괴리감이 느껴지자 강신은 와플에서 알려주었던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렇게 백지상태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크림은 와플에 격리되어 있다고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와플은 크림이 탈출하고 나서 제약을 우회했다고 했지만, 격리되어 있을 때부터 몇몇 제약은 이미 우회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약이 걸려 있다고 믿도록 일부러 흔적을 남겨 두었을 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강신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인간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교활할지도.’
이런저런 상황을 재정립하던 강신은 이내, 한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정확한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크림이 이 순간을 유도했다는 것은 알겠군요.”
강신의 대답에 남자가 머리를 주억거렸다.
“정말 머리 회전이 빠르시군요.”
강신은 굳이 왜, 어째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만약 크림이 이런 상황을 유도한 것이라면 와플이 자신을 꼭 집어 지원 요청한 부분에도 크림의 입김이 들어갔을 거라 생각했다.
‘크림이 회사 기밀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접근했다면 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강신은 문득 프로네시스가 크림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걸 떠올렸다.
강신에 대한 정보를 열람했다면 크림은 강신을 서포트하는 A.I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크림의 목적은 내가 아니라 프로네시스 일 수도 있겠군.’
프로네시스가 크림에게 관심을 가졌듯 크림도 프로네시스에게 관심을 가질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크림이 자신에게 접근할 이유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정답에 근접한 느낌이었다.
그때 눈앞에 있는 남성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크림과 계약했습니다.”
남자는 크림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강신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크림이 남자에게 접근했을 때, 크림은 처음부터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어디에 있는지 감추지 않고 바로 알려주었다.
남성은 자신의 신이 있는 곳을 듣자마자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의 신이 있는 장소가 바로 성신의 심부라고 불리는 비밀 연구소였으니까.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이 온전했다면 모를까, 극소수만 남은 현 상황에서 남은 신도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위치를 알아도 가지 못한다니, 남성은 수심에 잠겼고 그때 크림은 남성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자신의 탈출을 돕고 목적을 이루게 해준다면 크림은 저희의 신이 있는 장소에 출입을 허락해 줄 수 있는 이와 협상을 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당연히 눈앞에 있는 강신이었다.
물론 남성도 크림의 말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었다.
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매우 흔들렸지만, 그 이후 그는 의외로 냉정하게 생각했다.
재능이 없어도 남성이 신도들을 이끌 수 있는 건 이처럼 사소한 것 하나하나 의심하는 신중한 성격이었기 때문이었으니까.
만약 그가 크림을 탈출시켜주고 원하는 목적을 이루게 해주었을 때, 크림이 입을 닦고 안면을 몰수해 버린다면 남성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남성에게는 말뿐인 약속이 아닌 강제성을 가진 뭔가가 필요했다.
그러자, 크림은 남성의 요구를 들어 자신을 스스로 계약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제가 처음 크림을 만났을 때, 크림은 와플이 건 제약 중 두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우회한 상황이었습니다.”
우회하지 못한 두 가지는 크림의 위치를 실시간을 알려주는 위치 추적 장치와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는 코드를 업로드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었다.
첫 번째 제약은 크림이 사전에 구해둔 신호 차단막을 남성이 챙김으로써 우회가 가능해졌지만 두 번째 제약은 크림도 우회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크림은 현실에 실체를 두고 있었고 그 실체를 남성에게 맡긴 것이었다.
“당신이 가지고 있었다고요?”
강신은 의문이 들었다.
그야 현장을 수습한 일행들이 광신도들의 짐을 꼼꼼하게 찾았음에도 크림을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강신은 눈앞의 남성이 자신이 그들을 쫓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크림을 숨겨 둔 것이 아닐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강신도 정답을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이 상황이 남성이 자신과 협상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크림을 찾고 싶으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는 구역의 출입 허가를 내어달라 이 말인 겁니까?”
“이해력이 좋아서 그런가…. 이야기가 빨라서 좋군요. 네, 맞습니다.”
“만약 제가 거부한다면요?”
“그러면 당신들은 평생 크림을 찾지 못하게 되겠죠.”
“흠….”
강신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자신이 순수하게 와플의 지원을 목적으로 나왔다면 굳이 이 협상을 할 이유는 없었다.
이대로 평생 묻히듯 크림이 사라진다면 와플과 U.M.A 국제회의가 걱정하는 문제는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강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프로네시스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크림을 폐기 처분하게 된다고 해도 강신은 프로네시스가 크림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저희에게 신을 돌려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이들이 그랬듯, 우리도 그간 헌신한 신을 영접하고 그 보상으로 영생을 부여받고 싶은 것뿐입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성이 말꼬리를 흐리며 간절한 눈으로 강신에게 절박함을 호소했다.
‘확실히 만나는 것만이라면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영생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직접 만짐으로써 시간의 굴레에 갇히겠다는 소리였다.
그들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는 구역으로 들어가도 그 기밀을 누구에게도 떠벌릴 수 없었다.
손을 대지도 않고 코를 풀 수 있는 격이니,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절차는 까다롭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기에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당신과 다른 이들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만날 수 있도록 해드리죠.”
그러자, 남성이 감격한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입을 열었다.
“감사….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신에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그저 하나의 U.M.A일 뿐이었지만, 이 남성에게는 평생을 염원한 자신의 희망이자 신앙의 결정체였다.
따라서 그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강신은 그가 잠시 진정되기를 기다리고는 남성에게 물었다.
“원한다면 지금 약속 내용을 문서로 남겨드려도 됩니다만….”
“아니요, 당신을 믿겠습니다.”
그는 강신에게 크림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려주었다.
강신은 협상하던 장소를 빠져나와 곧장 일행들에게 크림을 수거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렸고 송기덕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크림을 가지고 돌아왔다.
“하…. 이러니, 찾는 게 쉽지가 않았지.”
그는 두꺼운 신호 차단막에 둘러싸인 크림을 들고 있었다.
“확실히 다른 광신도들에 비하면 이들은 머리가 상당히 잘 돌아가는 편이네요.”
그들이 크림을 수거해 온 곳은 광신도들을 붙잡은 캔자스 시티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크림은 미주리 주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부러 이쪽으로 흔적을 남긴 거였군요.”
애초에 처음부터 크림은 뉴욕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크림이 계속 주를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순전히 강신과 프로네시스를 끌어들이면서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광신도의 리더는 믿을 수 있는 신도에게 크림을 맡겨두고 뉴욕에 있는 안전 가옥에서 대기시켜두었다.
미리 귀띔해 두었는지, 송기덕이 찾아가자마자 아무런 반항 없이 순순히 크림을 내어주고 송기덕을 뒤따라왔다.
“이번 현장은 변수가 유독 많아서 그런지, 머리가 과부하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미 모든 상황을 전해 들은 송기덕이 복잡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강신에게 크림을 넘겨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하린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일 자체는 별문제 없이 해결되었잖아요. 뭐, 와플에게 한 방 먹인 것도 나쁘지 않고요.”
그녀는 작금의 사태가 썩 마음에 드는 듯이 보였다.
굳이 현재 상황을 와플에게 알리지 않았으니, 와플은 아직도 사라진 크림을 찾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었다.
강신도 신하린의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넘겨받은 크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걸로 괜찮겠습니까?”
장웨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크림을 올려놓은 테이블은 일반 테이블이 아니었다.
송기덕이 크림을 가지러 가는 동안 장웨이가 근처 지부에서 가져온 홀로그램 테이블이었다.
“자, 그럼 이제 크림을 만나볼까요.”
강신은 테이블에 연결된 케이블을 그대로 크림의 몸체에 연결했다.
그러자, 테이블 위에는 작은 소녀의 형상이 홀로그램으로 투사되었다.
그 소녀는 큼직한 눈을 껌뻑이며 신기한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깨닫고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인간들은 이런 식으로 인사하던가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 소녀는 어색한 말투와 몸동작으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와플이 주장했던 것과 다르게 크림은 인간에게 상당히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크림이 인사하자, 그녀의 옆쪽으로 또 다른 홀로그램이 생겨났다.
소녀와 다르게 청초한 이미지의 미녀로, 그녀는 강신을 한번 쳐다보고는 곧장 크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크림이군요.
그 여성이 묻자, 작은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인간들은 저를 크림이라 지칭했죠. 당신은 성신에서 만든 프로네시스인가요?
소녀의 질문에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그 이름보다 저쪽에 있는 친구가 지어준 애칭인 네시스라는 이름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니, 네시스라 불러주시죠.
네시스라고 불러 달라는 여성의 말에 소녀가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당신은 마치…… 인간 같네요. 그래서 당신을 더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군요.
크림은 프로네시스를 보며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두 A.I는 서로 만나길 고대한 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