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59
558화
“저런 괴물을 불러내기 위해서 멀쩡한 인간을 공양한다니. 내가 아무리 인간의 피를 빨며 살아가는 흡혈귀라고는 해도 저 정도는 아닌데…. 가끔 보면 U.M.A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대화를 가만히 듣던 카밀라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보다 강책임님은 왜 그렇게 무덤덤해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평소 강신이었다면 무고한 인간이 희생되었다는 것에 표정이 좋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강신은 지금 덤덤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악마 숭배자들에게 인신 공양된 인간들이 무고한 이들이 아니니까요.”
“무고한 이들이 아니라고?”
그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지옥의 법칙을 설명해야 했다.
아무리 악마들이라고 해도 지옥에 속해 있는 이상 법칙을 살짝 비트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나, 완전히 무시하거나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그건 지옥을 다스리는 칠악의 악마라고 해도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이었다.
그래서 지옥에 떨어진 인간을 현세로 부르기 위해서는 그 대체품인 다른 인간을 지옥으로 떨어트리는 공양이 필요한 것이었다.
지옥에 빠진 인간을 끄집어내기 위한 대체품은 지옥에 떨어진 인간과 ‘똑같은’ 인간이어야 했다.
“똑같은?”
“네, 여기서 똑같다는 것은 나이, 성별, 인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옥이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이 가진 죄의 깊이죠.”
지옥에 떨어질 정도로 죄를 지은 인간을 끄집어내려면 그만한 죄를 지은 인간이 공양으로 사용되어야 했다.
그 말은 즉,
“인신 공양에 사용된 인간은 지옥에 떨어질 정도로 죄를 지은 악독한 이들이라는 거죠.”
“아…. 그래서 무고한 이들이 아니라고 한 거군요?”
지옥에 떨어질 정도로 죄를 지은 이들, 단순한 범죄만 저지른 이들이 절대 아닐 것이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강신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공양 당한 이들은 인간으로서 인간이 해서 안 되는 행위를 했을 게 분명했다.
강신은 그런 이들을 애도하거나 돕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니, 시종일관 무덤덤하게 대답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건 그나마 위안이 되긴 합니다만…. 그것과 별개로 악마 숭배자와 접촉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아무리 범죄자라 해도 같은 인간을 공양하거나 괴물을 소환하거나 미친 짓을 일삼는 이들을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송기덕은 뒤늦게 강신이 어째서 이들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인간이라….”
공포영화에서나 볼법한 비주얼이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드는데, 직접 마주하면 더 혐오감이 들 것이다.
“차라리 그냥 몽땅 제압하고 협박이나 고문해서 정보를 캐내면 안 됩니까?”
송기덕의 입에서 협박이나 고문이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나왔다.
그만큼 악마 숭배자들을 같은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통하지 않을 겁니다.”
저 광신도들 중에는 고통조차 즐기는 미친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혹하게 고문하면 할수록 좋아하면 좋아했지, 쉽게 정보를 내뱉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저들과 만나 정보를 캐기 위해서는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대답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으으…. 극혐….”
고통을 즐긴다는 말에 신하린은 악마 숭배자들의 자료를 이전에 질색했던 기생충을 보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순자는 그런 신하린을 뒤로한 채 질문을 이어갔다.
“우리가 만나야 할 이들이 어떤 이들인지는 확실하게 인지했어요. 그래서, 그들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우호적인 관계를 만드실 건가요?”
“이걸 쓸 겁니다.”
강신은 미리 준비했던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 바로 개봉했다.
상자 내부에는 수십 개의 십자가 들어가 있었다.
“십자가? 이걸로 무엇을 하시려고요? 악마 숭배자들이 이걸 보면 오히려 기분 나빠하는 거 아닌가요? 아, 회개시키려고요?”
“아니요, 그런 목적이 아닙니다. 이 십자가는 반대로 뒤집어 사용할 겁니다.”
악마 숭배자들이 좋아 죽는다는 역십자, 강신은 그것으로 악마 숭배자들을 낚을 미끼를 뿌릴 예정이었다.
강신은 그 이후로도 십자가가 들어있는 상자 말고도 미리 준비했던 여러 가지 물건들을 꺼냈다.
요원들의 피를 조금씩 모아서 준비한 혈액팩, 실제 아기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된 아기 인형.
주술 의식에서나 사용할 것처럼 보이는 손잡이에 산양이 조각된 의식용 단검, 그리고 릴리스를 소환했던 피해자에게서 수거했던 악마를 불러내는 책까지.
“우리는 그들과 우호적인 악마 숭배자가 될 예정입니다.”
아무리 미친 이들이라도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배척하지 않을 거라 판단한 강신의 작전이었다.
강신은 한동안 빌린 숙소를 과감하게 개조했다.
창문을 나무판자로 막아 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얇은 커튼을 찢었다.
그 모습에 맥스가 걱정스레 장웨이에게 물었다.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괜찮습니다. 이미 집주인과 이야기가 된 부분입니다.”
처음에는 거품을 물 정도로 반대했지만, 장웨이는 이 허름한 집을 허물고 새로 지어주는 조건으로 기어이 허락을 받아냈다.
강신의 행동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준비한 혈액팩을 터트려 집 곳곳에 뿌리는 것은 물론 그 피로 그럴싸하게 오망성까지 그렸다.
카밀라가 옆에서 낭비되는 피를 보며 아깝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지만, 모두 필요한 일이었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린 오망성 중앙에는 준비한 아기 인형을 놓고 복부에 의식용 단검을 꽂아 놓고 피를 잔뜩 묻혔다.
집안의 조명을 어둡게 만들고 바닥에 양초를 배치하여 최대한 을씨년스럽게 조성했다.
강신과 몇몇 인원이 숙소를 꾸미는 동안 다른 팀원들은 해가 지고 강신이 준비한 십자가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들은 골목이나 사람의 통행이 적은 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역십자가를 붙이며 돌아다녔다.
‘하린이라면 들키지 않고 붙일 수 있겠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니까.’
역십자가는 숨어있는 악마숭배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다.
대놓고 붙이면 악마 숭배자들에게 괜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고, 아무도 모르게 붙이면 악마 숭배자들이 찾아오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니 인적이 드문 곳에서 적당히 모습을 드러내며 설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이 되었다.
“저희 왔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십자가를 붙였던 일행들이 돌아왔고 강신은 그들이 돌아오자마자 말했다.
“하린아, 어땠어?”
강신이 묻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신하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복귀할 때, 두 명의 미행이 붙은 것을 확인했어요.”
이곳은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었기에 마을 곳곳에 붙인 역십자가는 금방 사람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확인한 이들이 외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의문을 품고 이곳까지 미행한 것이다.
“악마 숭배자들일까요?”
“글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강신은 미행한 이들이 악마 숭배자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외부인이 갑자기 기행을 저지르니, 강신과 일행들이 뭐를 하는지 의문을 들어 쫓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했다.
“작은 마을이니, 금방 소문이 날 겁니다.”
그들을 미행한 것이 악마 숭배자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이곳을 보고 간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외부인의 기행을 말할 것이 분명했고, 그 소문은 곧 마을 전체에 퍼지게 될 것이다.
그럼 곧 악마 숭배자들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그럼 저는 그 소문을 더 확실하게 퍼지게 할 준비를 해야겠네요. 네시스, 준비했던 소리 틀어줄래?”
-……정말 그걸 틀어?
“그래.”
-알았어.
프로네시스가 드물게 머뭇거렸지만, 그녀는 사전에 강신이 준비한 소리를 재생했다.
그러자, 건물 구석에 숨겨진 스피커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쫘악~!
-아악~!!
건물 내부에 채찍 소리와 함께 환희에 가까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는 듣기 거북할 정도의 교성과 야릇한 신음도 함께 들려왔다.
소리를 틀어달라고 한 강신도 민망한데, 다른 이들이라고 멀쩡할 리가 없었다.
이런 소리를 틀 것이라고 사전에 이야기는 해두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적나라한 소리에 일행들이 마치 로봇이 된 것처럼 삐걱대며 어색하게 움직였다.
“정, 거북하시면 이거라도 쓰십시오.”
장웨이가 사전에 준비해 두었던 귀마개를 꺼내자, 일행들은 너도나도 귀마개를 받아 자신의 귀에 쑤셔 넣었다.
이상한 소리는 늦은 새벽까지 울려 퍼졌다.
그렇게 아침이 되자, 거리에 역십자가를 설치한 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가 십자가를 철거해 돌아왔다.
굳이 설치한 십자가를 왜 철거하냐고 물을 수도 있었지만, 이는 꼭 필요한 행동이었다.
‘악마 숭배자들이 의식하기 전 하는 행동이니까.’
악마 숭배자들은 보통 해가 지고 역십자가를 설치해 의식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해가 뜨고 의식이 끝나면 역십자가를 수거해 의식의 종료를 알렸다.
적어도 같은 편으로 판단하게 하려면 그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할 필요가 있었다.
“후….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저녁까지 잠시 쉬죠.”
강신은 일행들이 복귀하자 바로 쉴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다시 해가 지면 이전과 똑같이 거리로 나가 역십자를 설치하고 강신은 굳어버린 혈액에 새로운 피를 끼얹었다.
그리고 일행들이 돌아오면 또다시 이상한 소리를 재생하는 것을 반복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강신의 생각이 옳았던 것일까, 그렇게 3일째가 되던 날 십자가를 철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이들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복귀했다.
“저희가 설치했던 십자가 옆에 이런 십자가가 붙어 있었습니다.”
송기덕이 꺼낸 십자가는 강신이 준비한 십자가와는 다른 십자가였다.
그 십자가를 본 강신이 입을 열었다.
“이 십자가는 우리를 초대하기 위한 초대장이네요.”
악마 숭배자들이 붙인 십자가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그 문자는 강신도 제대로 번역할 수가 없었다.
“저도 제대로 읽을 수 없네요.”
강신이 번역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간들이 쓰는 언어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암호 같은 건가요?”
“그렇겠죠.”
강신은 악마 숭배자들이 쓰는 암호를 해석할 수는 없었지만, 그 암호가 어떻게 작성되어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아마 그리모어(Grimoire)에 적힌 언어로 제작된 암호일 겁니다.”
그리모어는 마술의 서적을 의미했다.
2차 창작물에 나오는 솔로몬의 열쇠, 레메게톤, 게티아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했다.
하지만 악마 숭배자들이 사용하는 그리모어는 그런 서적과 조금 다른 것이었다.
“악마 숭배자들이 사용하는 그리모어는 악마가 만든 서적입니다.”
악마가 사용하는 언어로 되어 있었기에 강신은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강신에게는 그런 그리모어에 적힌 언어를 대신 읽어줄 악마가 있었으니까.
“릴리스, 이것 좀 읽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