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93
592화
요트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파괴되었지만, 어차피 파괴되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지금 강신이 걱정한 것은 파괴된 요트를 물어줄 생각이 아니라, 짐을 옮기기 위해 그 근방으로 이동한 장웨이와 다른 이들을 안위를 걱정한 것이었다.
돌섬에 요트를 정박하자마자 실려 있는 짐을 돌섬에 내려서 잘 보이지 않게 은닉했다고는 하나, 그 장소가 요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만약 지금 요트를 파괴한 이가 해적들이 두려워했던 그 사제라면 요트 근처에 있는 일행들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장대리님! 괜찮습니까?”
강신이 서둘러 통신으로 장웨이를 불러봤지만 돌아온 목소리는 장웨이가 아닌 맥스의 것이었다.
-적에게 습격받았습니다! 저를 제외한 다른 인원은 모두 의식을 잃었으며 습격자는 1명….!
맥스는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넘기기 위해서 빠르게 닥친 상황을 전달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사제로 보이는……. 크악!
쿠웅!
맥스의 비명과 함께 멀리서 육중한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그리고는 맥스의 목소리는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젠장!, 이부장님과 송대리님은 여기서 은닉처를 보호해주세요! 신하린, 너는 나랑 간다.”
“네!”
조급한 상황이었지만 강신은 은신처를 보호할 인원을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강신은 신하린과 함께 요트가 파괴된 장소로 달렸다.
지원 요원들이 있는 은닉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몰랐지만, 강신에게는 모든 요원의 위치를 알고 있는 프로네시스가 있었으니 그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신은 일행들이 크게 다쳤을까, 걱정하며 더 빠르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다리를 움직였다.
‘죽이지는 않았을 거야.’
강신은 자신이 우월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사제였다면 침입자를 바로 죽이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침입자를 바로 죽이는 것보다 포획해서 소속과 목적 같은 정보를 캐내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그러니, 일행들을 걱정해 흥분하거나 조급해하지 말자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인 덕분일까, 얼마 가지 않아 강신과 중간에 모습을 감춘 신하린은 프로네시스가 알려준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은닉품이 숨겨 있는 장소에 도착한 강신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젠장.”
돌과 바위들로 인해 철저하게 파괴된 장비들 그리고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를 일행들이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런 난장판 속에서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여성이 고고하게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하~, 어쩐지 이상한 언어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만 지원을 부른 거구나?”
맥스가 강신에게 보고할 때,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보고했기에 여성은 맥스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다른 일행들이 모두 쓰러진 상태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이 이질적이었기에 다른 인원이 더 있다고 판단하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제가 당신들에게 궁금한 게 정말 많은데, 조금만 알려주시지 않을래요?”
여성이 높임말을 썼지만, 그 억양은 마치 사람을 깔보는 것처럼 비꼬듯 말하고 있었다.
강신은 그 여성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린아, 내가 시선을 끌 테니까, 너는 구조를 우선으로 해.”
-알겠습니다.
신하린에게 지시를 내린 강신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여성을 향해 걸어갔다.
아무 말도 없이 유유자적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강신의 모습을 본 여성은 꽤 흥미롭게 바라봤다.
태연해 보이는 강신은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주변을 곁눈질하며 상황을 살피며 최대한 많은 것들을 눈에 담았다.
장웨이와 지원 요원들이 나르려 했던 장비들이 자동차만 한 바위에 깔린 모습과 주변 곳곳이 깊게 파여 있는 흔적들, 그리고 해적들이 이전에 말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눈앞에 있는 사제의 재능을 빠르게 추론했다.
‘돌과 바위를 다루는 재능.’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한번 다룬 돌이나 바위에 재능의 영향이 남아 있다는 것쯤은 쉽게 추측할 수가 있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동안 강신은 사제의 앞에 도착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 상황 자체가 즐겁다는 듯이 입꼬리가 길게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후후…. 일행들에게 상황을 전달받고 주변 상황을 보고도 제 앞에서 그리 당당하게 다가오다니, 재밌는 분이네요.”
그녀는 강신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눈치였다.
‘아마 자신의 실력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겠지.’
“음, 항복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아마 당신은 저와 비슷한 사람이겠죠?”
자신과 비슷한 사람, 즉 동류.
그녀가 말한 동류는 자신의 실력이 다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을 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 앞에 저렇게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니까.
“히힛, 후후후….”
여성이 갑자기 미친 것처럼 혼자서 음침하게 웃다가 강신을 보고는 흠칫 몸을 떨고는 손으로 입꼬리를 문지르며 다시 중얼거렸다.
“안 되지, 안돼, 너무 흥분했어.”
입꼬리를 내린 그녀는 다시금 강신에게 말을 걸었다.
“원래라면 대화를 나누어야겠지만 도저히 안 되겠어요.”
이제까지 강신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도 사제는 혼자서 신나 계속 떠들어댔다.
“과연, 누구의 자신감이 맞는지 일단 부딪혀 봐야겠어요!”
그 순간,
오싹!
사제의 기세가 돌변했다.
순간 등 뒤로 소름이 돋았고 위협을 느낀 것인지, 머리 위에 있던 설야가 튕겨 나가듯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크르르….
그리고 초코가 낮게 으르렁댔다.
하지만 평소 위험한 순간을 미리 알려주었던 강신의 직감은 이상하게도 얌전했다.
몸은 사제의 위협으로 떨리는데, 직감은 멀쩡하다니 뭔가 둘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졌다.
“후후, 부디 죽지 말아주세요?”
사제는 자신의 옆에 놓인 거대한 바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바위의 크기는 여성의 몇 배나 되는 크기였다.
연약해 보이는 사제는 놀랍게도 그 바위를 번쩍 들어 올려 그대로 강신에게 집어 던졌다.
부우웅!
거대한 질량을 가진 바위가 날아왔다.
보호 장비가 바위의 충격을 완화해 주기는 하겠지만 바위의 무게를 줄여주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대로 깔리면 곤란해지리라 판단한 강신은 그대로 오른손을 내질렀다.
콰쾅!
오른손과 부딪힌 바위가 그대로 수십 조각으로 나뉘었고 강신은 그대로 살짝 뒤로 빠졌다.
첫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사제는 즐거워 보였다.
“역시 이런 공격에 당하면 재미없지!”
여성은 그대로 주변에 있는 거대한 바위들을 마치 돌멩이로 돌팔매질하듯이 손에 잡히는 대로 강신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이미 바위가 날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신은 바위를 부수는 것보다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쾅! 쾅! 쾅!
강신이 지나간 자리에 바위가 꽂혔다.
꽤 위협적인 상황으로 보였지만 이미 많은 현장을 돌아다녔던 강신에게 지금 상황은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다.
‘그냥 만진 바위의 질량을 줄이는 재능인 건가?’
강신은 사제의 능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그녀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사제에게 신경을 쓰면서도 정신을 잃은 지원 요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변을 살피며 움직였다.
그리고 강신을 상대하는 사제가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보고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하, 나를 상대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다니, 이거 자존심 상하는군요.”
그리고 그 순간 단조로웠던 사제의 공격이 변화했다.
바위를 던지는 것은 이전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 결과가 완전히 달랐다.
강신이 지나간 길에 바위가 떨어지자,
콰아아앙~!!
지면이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 지면을 강타했다.
강신이 작은 지진에 깜짝 놀라 바위가 떨어진 지점을 보자, 거기에는 반쯤 깨져버린 바위의 파편이 보였다.
‘질량을 줄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군.’
사제의 재능은 바위의 질량을 줄이기도 늘리기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분명 그녀의 재능은 위협적인 재능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방금 사제의 공격으로 그녀가 가진 재능의 단점도 단번에 파악할 수가 있었다.
‘밀도는 바꾸지 못하고 순전히 질량만 바꾸는 건가?’
만약 밀도를 높여 질량을 높이는 공격이었다면 지면에 강한 충격을 주었던 바위가 저렇게 볼품없이 깨질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단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질량을 줄이고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이대로 소모전으로 끌고 갈까, 아니 차라리 속전속결로 끝내야겠어.’
이미 사제의 재능은 충분히 파악했다.
사제가 지금은 강신에게 흥미를 느껴 집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계속 피하기만 하다가 관심이 식어 아직 구조가 끝나지 않는 다른 일행들을 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신의 생각과 다르게 눈앞에 사제는 그리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후후, 그래요. 언제까지 피할 수 있나 보자고요.”
다시 한번 사제의 공격이 변화했다.
마치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처럼 휘어서 날아오거나 자신을 지나쳤다고 생각한 바위가 갑자기 아래로 푹 꺼지기도 했으며, 천천히 날아오던 바위가 갑자기 폭발하듯 가속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기도 했다.
불규칙하게 날아오는 바위들은 강신에게도 꽤 까다로웠다.
방금까지는 피하기만 해도 충분했지만 예상치 못하는 방향에서 날아오는 바위를 모두 피할 수가 없었다.
쾅! 콰쾅!
강신은 오른손만 사용해 날아오는 바위들을 쳐냈다.
‘유술은 사용하지 못하겠군.’
만약 바위의 질량이 일정했다면 날아오는 바위를 되돌려 줄 수도 있었겠지만, 날아오는 바위의 질량이 워낙 뒤죽박죽 했기에 제대로 흘려내는 것조차 어려웠다.
‘안 되겠어. 이대로 뚫는다.’
불규칙하게 날아오는 바위를 보며 강신은 피한다는 선택지를 지워버렸다.
그렇게 자신에게 날아오는 바위를 일일이 파괴하며 한 발짝, 한 발짝, 급하지 않게 천천히 사제에게 다가갔다.
질량이 무거운 바위를 파괴할 때마다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충격이 강신의 몸에 차곡차곡 쌓였지만, 강신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강신의 모습에 방금까지 여유로웠던 사제의 미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걸 그냥 몸으로 뚫고 전진한다고? 무식한 것도 정도가 있지!”
어지간한 기업의 요원들도 뚫지 못하는 공격을 뚫고 오는 강신을 보며 사제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난 사제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의 공격을 피해서 다가오지, 저렇게 강신처럼 무식하게 바위를 파괴하며 다가오는 이는 없었다.
바위를 파괴하면서 다가오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바위를 뽑기 위해 움직이면 그만큼 더 가까워졌다.
결국, 묵묵하게 바위를 파괴하며 다가오는 강신의 박력에 사제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야 했다.
그렇게 강신은 기어이 사제의 바로 앞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익!”
사제는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에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주변에 바위는 대부분 소진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를 사용하려고 해도 눈앞에 있는 강신이 그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제는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질 거야.’
이대로 질 수는 없었다.
지기 싫었던 그녀는 이내, 눈앞의 괴물에 일행을 떠올렸다.
아무리 괴물 같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동료가 위험한 이상 날뛰지는 못하리라 생각했다.
사제는 이전에 자신이 제압했던 침입자들이 있는 곳을 확인하고는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뭐야…. 다 어디로 갔어.”
이미 그 장소에는 인질로 삼으려고 했던 이들이 모두 사라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