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0
59화
강신은 작전을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세웠다.
복잡한 작전일수록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화마와 U.M.A가 지나간 산의 고지에서 U.M.A를 관측하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조금 더 가까운 다음 관측지점으로 이동하면서 U.M.A의 정체를 특정하기로 했다.
무턱대고 불구덩이 안으로 들어가기보단, U.M.A의 정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각 조에게 총 4개의 관측지점을 선정해 주었다.
시간이 많았다면 더 많은 관측지점을 만들어 천천히 접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강신이 지정한 4개의 관측지점에서 U.M.A를 관측하기 힘들다면, 그때는 최후의 수단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으로 직접 들어가 U.M.A를 포획해야 했다.
모든 설명이 끝나자 현장 요원들은 자신이 가야 하는 지점들을 숙지하고, 조별로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U.M.A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있었지만, 감지기의 오차 범위가 있고 현장이 화재가 일어난 산속이어서 포획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신과 현장 요원들이 입고 있는 장비가 내화성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 장비의 내구력이 닳아,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강신은 정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U.M.A를 잡겠다고 무작정 현장 요원들을 위험한 불 속으로 던져 넣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산이라는 지형을 고려해 U.M.A가 있는 화재 현장이 보이는 주요 고지에서 관측을 지시했다.
요원들뿐만 아니라 울프팀 또한 U.M.A가 관측 가능한 지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 * *
한 차례 인원들을 태우고 사라졌었던 소방차가 울프팀을 태우기 위해 돌아왔다.
소방차는 화재 현장을 우회해서 이미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지점으로 울프팀을 데리고 이동했다.
멀리서 거대한 재해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해가 떠있는 오후였지만, 화재 현장 근처는 주황빛으로 보였고 연기가 자욱했다.
드디어 울프팀의 하차 지점에 도착했는데, 화재로 인한 여파때문인지 아스팔트에 열기가 남아있었다.
다행히 소방차의 타이어는 특수 내화성 코팅이 되어있어 그런 열기 속에서도 멀쩡했다.
지원 요원이 이 지역을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고, 강신은 자신의 헬멧 위에 앉아있는 설야에게 말을 걸었다.
“설야야 이제부터는 뜨겁고 위험한 곳으로 가야 하니까, 잠시 저 사람과 함께 있지 않을래?”
그림자 속에서 숨어있는 초코와는 다르게 설야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이번 현장의 불과 연기, 뜨거운 온도를 고려했을 때, 연약한 설야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설야는 강신의 말을 거부하는 것인지, 자신의 더듬이로 강신이 쓰고 있는 보호 헬멧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쳤다.
“이번에는 정말로 위험해.”
아이를 달래듯이 강신이 설득하려 했지만, 설야는 강신이 쓰고 있는 헬멧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의지를 어필했다.
“후우…. 그래, 네가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대신에 절대 헬멧에서 나가면 안 된다?”
강신이 체념하고 설야에게 다시 한번 당부하자, 설야가 기분이 좋은지 자신의 더듬이로 강신의 뺨을 연신 비벼대다가 헬멧 안으로 들어갔다.
“강선임님, 준비 끝났습니다.”
어느새, 내화 처리된 작은 힙색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긴 김대리가 강신에게 보고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죠.”
“고생하십시오.”
지원팀 요원이 소방차를 몰고 이 자리를 떠나자, 강신 일행은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작전 지점을 향해 이동했다.
울프팀은 첫 번째 관측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경사가 가파른 산을 타기 시작했다.
현재 강신 일행에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불에 타고 남은 검은 나무들과 아직 열기를 머금은 듯이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잿더미들뿐이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강신은 속도를 올렸다.
지속적인 훈련과 체력 단련을 해왔던 강신, 척준신과는 다르게 체력이 약한 김대리는 강신을 따라가다 힘에 부치는지 거칠게 숨을 쉬었다.
맨몸으로 올라가도 힘들어 보이는 산세였는데, 무거운 짐들을 가지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헥헥….”
숨을 몰아쉬며 괴로워하는 김대리를 보고 강신은 잠시 멈췄다.
그냥 산을 오르고 있었다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도 되겠지만, 지금은 작전 중이었고 시간 내에 첫 번째 관측 지점에 도착해야했다.
“으음…. 어쩔수 없겠네요. 척부장님.”
비틀거리며 산을 오르는 김대리를 함께 보고 있던 척준신은 강신이 더 말하지 않아도 그의 의도를 파악했다.
척준신은 김대리에게 다가가 어깨에 두르고 있는 내화성 힙색과 장비들을 몸에서 강제로 해제시켰다.
“에? 척부장님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러운 척준신의 행동에 김대리가 당황했다.
척준신이 김대리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강신에게 건네주자, 이내 둘이 자신의 짐을 대신 들어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으….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짐이 되어버렸네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희에게도 도움이 되니까 함께 온 겁니다.”
강신은 스스로도 살짝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라고 생각했는데, 김대리는 감격한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갑자기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는 척준신 때문에 김대리는 깜짝 놀라 버둥거렸다.
“발버둥 치지 말게. 그리고 이동할 때에는 몸에서 힘을 풀고 혀를 씹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말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네.”
척준신이 김대리를 자신의 어깨에 둘러메고 충고했다.
“으으…. 그래도 이 모습은 좀…….”
김대리가 미안한 마음에 소심하게 말하자, 어느새 김대리의 장비들을 챙기고 이동할 준비를 마친 강신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저도 그렇게 이동해 본 적이 있어서 말하는 겁니다만, 모습은 조금 그래도 힘든 몸을 이끌고 올라가는 것보다는 훨씬 편할 겁니다.”
강신까지 그런 말을 하자, 결국 김대리는 체념했다.
그리고 척준신이 이야기한 대로 몸에서 힘을 최대한 빼고, 혀를 깨물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럼, 다시 출발하죠. 속도를 조금 더 올리겠습니다.”
“알겠네.”
그 이후, 김대리가 자력으로 산을 오르던 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동속도가 현저히 빨라졌다.
강신은 신단수의 열매를 먹은 뒤, 체력의 회복 속도가 빨라 지칠 줄 몰랐고, 척준신은 무예가라는 호칭을 얻은 인물답게 남들보다 체력이 월등히 좋았다.
그래서일까, 다른 현장 요원들보다 늦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관측 지점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울프팀, 최초 작전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조들 현재 상황 보고해 주세요.”
강신이 통신 장비를 통해 현 상황을 알리며, 다른 관측지점으로 향한 요원들에게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치익.. 1조, 목표지점까지 앞으로 5분 남았습니다.
-2조, 목표지점까지 7분 전입니다.
-3조….
울프팀을 제외한 다른 조들은 아직 아무도 작전 지점까지 도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조금만 더 서둘러 주세요. 작전 지점에 도착하면 바로 관측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조들에게 지침을 내린 강신은 본부로 연락해 U.M.A의 현재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곳을 관측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멀리 보이는 U.M.A 출몰 예상 지점은 화재로 사방이 붉게 보였으며,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었다.
“이래서는 U.M.A를 관찰하기 굉장히 힘들겠는데요.”
척준신의 어깨에서 내려온 김대리가 상황을 살피며 걱정했다.
“이 지점에서 관측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역시나군요.”
강신은 덤덤히 위장용 보호 장비에서 오른손을 꺼냈다.
보호 장비 속에서 느껴지지 않던 후끈한 열기가 오른손에서 느껴졌다.
“그게 권 팰로우님의 새로운 작품인가요?”
이미 사전에 권영식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일까, 김대리는 강산이 오른쪽 손목에 차고있는 장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이게 다용도 렌즈를 조절하는 장치죠.”
다른 조들에게는 성능이 좋은 쌍안경이 지급되었지만, 강신에게는 다용도 렌즈가 있었다.
강신이 대답하고 바로 웨어러블 장비를 조작했다.
렌즈가 망원 모드로 변했고, 강신은 12배율로 줌을 당겼다.
강신의 시야가 확 바뀌고, 화재 현장을 바로 앞에서 보는 것처럼 불길이 어른거렸다.
“윽.”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순간 어지러웠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재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U.M.A를 살펴보기 어렵겠네요.”
“그럼, 바로 다음 지점으로 가겠나?”
“네, 그렇게 하죠.”
척준신이 다시 김대리를 어깨로 둘러메고 이동 준비를 했다.
“울프팀, 첫 번째 지점 관측 불가로 바로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신 일행은 곧 두 번째 지점에 도착했다.
하지만 거리만 가까워졌을 뿐, 불과 연기 때문에 U.M.A를 제대로 볼 순 없었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 관측지점까지 도착했다. 화재 현장과 가까워지면서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후…. 보호 장비를 입고 있어도 덥네요…….”
능선 하나만 넘어도 맹렬히 타오르는 화재 현장이었다.
가까워질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네 번째 관측지점은 아직 불들이 완벽히 소화되지 않아, 곳곳에 잔불들이 남아있었다.
U.M.A의 위치를 다시 갱신한 강신이 다용도 렌즈로 예상 출몰 지점을 유심히 관측했다.
“이곳에서 관측은 어려울 것 같네요. 다른 조들도 마지막 지점에서 U.M.A를 찾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들 U.M.A를 잡기 위해 불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U.M.A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포획 작전을 벌이게 될 줄은 몰랐다.
김대리는 걱정이 앞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저희가 화재를 진압하고 포획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어찌 보면 편하게 잡을 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강신도 가장 처음 떠올렸던 생각이었지만, 그 방법을 쓴다면 U.M.A를 놓칠 수도 있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U.M.A가 이번 화재의 원인이라면 U.M.A를 포획해야 화재를 진압할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리고 만약 U.M.A가 불 속에서만 파동을 내보낸다면, 감지기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척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조금 기다려보죠. 다른 조들의 위치에서 U.M.A의 모습이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행히도 강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관측지점에 도착한 2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익.. 여기는 2조, 화재 현장에서 수상한 생명체를 발견했습니다!
“U.M.A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강신이 묻자, 2조 조장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 그게 고라니인 것 같은데 몸이 불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