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1
60화
“고라니…….”
불타는 고라니를 목격했다는 보고를 받은 강신은 2조가 잘못 본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강신이 목격 정보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데, 옆에 있던 김대리가 말했다.
“그냥 고라니가 화재에 휩쓸린 것 아닙니까?”
화재는 인간뿐만 아니라 식물, 동물 구분할 것 없이 모든 것을 휩쓰는 재해였다.
2조가 말한 고라니도 어찌 보면 화재에 휩쓸린 불쌍한 동물일 수도 있었다.
-저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무시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고라니를 발견한 2조도 처음에는 김대리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좀 더 자세히 관찰을 해보고 나니, 그 고라니가 화재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라니는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라니가 거대한 불구덩이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풀밭에서 뛰어노는 것처럼 평온한 고라니의 모습은 U.M.A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질적으로 느끼기 충분했다.
“불타고 있다는 것 말고 다른 눈에 띄는 점은 없습니까?”
설명을 들은 강신이 2조에게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계속 관측 중이긴 한데, 그 외에는 딱히 특별한 부분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외형은 평범한 고라니와 다른 점이 전혀 없었다.
“화재 현장이라고 해서 염두에 두고 있던 U.M.A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고 있던 ‘그것’ 이 맞는 것 같네요.”
-그것?
강신에게는 화재하면 떠오르는 U.M.A가 하나 있었다.
“저 고라니는 통칭 ‘불타는’ 시리즈에요.”
불타는 시리즈는 다른 U.M.A들과는 다르게 어떤 종이라기보다 현상에 가까운 특이한 U.M.A였다.
발화 현상이 일어난 종(種)의 이름에 ‘불타는’을 붙이는데, 예를 들어 다람쥐에게 이 현상이 일어나면 ‘불타는 다람쥐’라고 불렀다.
모든 종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이 현상은 인간에게도 발현한다.
대중에게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인체 자연 발화는 사실 이 현상이 인간에게 나타난 것이었다.
자연 발화 현상이 생명체에게만 나타났기 때문에 U.M.A로 구분해 놓았다.
산에서 일어나는 화재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는 대부분 이 U.M.A와 관련이 있다고 봐도 무관했다.
정체를 알게 됐지만, 강신은 이 U.M.A와 관련된 정보를 팀원들에게 알려주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현상 자체가 워낙 무작위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발화 현상이 언제 일어나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불타는 시리즈? 이름 한번 괴상하군.”
척준신이 강신의 말을 듣고 의문을 표하자, 강신이 그의 말을 수정해주었다.
“그게 이름이 아니에요. 으음…. 이번 같은 경우는 불타는 고라니라고 불러야겠네요. 저 U.M.A는 포획해도 제대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본부 쪽에 먼저 연락을 해봐야겠어요.”
포획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문제는 포획한 다음이었다.
불타는 시리즈는 발화 현상이 끝나면 신체가 급속도로 붕괴되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지속시간이 무작위인 탓에 포획하고 바로 잿더미가 될 수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 발화 현상이 유지될 수도 있었다.
본부로 연락을 건 강신이 권영식에게 현재 U.M.A의 정체와 특징들을 알렸다.
-흠, 그렇단 말이지……. 무리가 아니라면 나는 개인적으로 포획을 시도해 봤으면 좋겠네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도, 권영식은 U.M.A의 연구 욕심을 잠재울 수가 없었다.
포획하고 바로 잿더미가 된다 해도 시도를 해봤으면 하는 게 권영식의 심정이 전해졌다.
평소 자신을 끔찍하게 잘 챙겨주는 권영식의 부탁 때문일까?
아니면 스스로도 누를 수 없는 U.M.A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강신은 한숨을 푹 내쉬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고라니를 옮길 수 있는 케이지를 이곳으로 보내주세요.”
-알겠네, 그럼 잘 부탁하네.
통화를 끝내고 강신은 현장 요원들에게 작전의 재개를 알렸다.
“포획 작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현장 요원들은 통신 패치를 통해 강신의 말을 다 듣고 있었음에도 전혀 불만을 갖지 않았다.
“그럼, 해당 U.M.A의 정보부터 전달하겠습니다. 해당 U.M.A는 불타는 고라니로…….”
U.M.A에 대한 정보를 전해준 강신은 효율적으로 불타는 고라니를 포획하기 위해 새로운 작전을 짰다.
“현재 화재로 인한 불과 연기만 조심한다면 포획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진행될 겁니다.”
* * *
이번 작전의 개요는 이러했다.
2조는 계속 U.M.A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울프팀은 직접 포획하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간다.
다른 조들은 U.M.A가 울프팀을 피해 도망갈 수 없도록 방위선을 만든다.
작전에 맞춰 빠르게 방위선이 구축되자, 강신은 척준신, 김대리와 함께 U.M.A가 뛰어다니는 불길 속으로 움직였다.
가끔 보이는 큰불들을 피하며 이동했음에도, 보호 장비를 뚫고 열기가 느껴졌다.
산소통과 연결된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상태로 강신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김대리가 통신 장비를 통해 말했다.
-이건 뭐,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덥네요.
-그러게, 강선임이 다른 요원들과 배치를 바꿔준다고 했을 때, 바꾸지 그랬나.
체력적으로 부족한 김대리를 걱정한 강신이 외각의 방위선을 구축하고 있는 현장 요원과 김대리의 위치를 바꾸어 주려고 했다.
그런데 김대리 스스로가 배치 변경을 거부했다.
-울프팀이 가는데, 저만 빠질 수는 없잖아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지금이라도 바꾸실래요?”
-이미 여기까지 와서 그럴 수는 없죠.
“혹시 너무 힘들다 싶으면, 저희를 따라오지 마시고 불과 연기가 없는 곳으로 피하세요.”
불타는 고라니가 도망간다면, 김대리가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강신이 충고했다.
-으으…. 알겠습니다.
-이제 U.M.A 출몰 지점과 가까워졌네.
앞장을 서고 있던 척준신이 멈춰 서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울프팀의 지근거리는 사방이 불바다였지만, 무엇보다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였다.
이대로 들어갔다가는 U.M.A를 포획하는 것은커녕 길을 찾기도 어려워 보였다.
허나 강신 일행은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셋은 연기 속에서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미리 챙겨 두었던 내화성 로프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서로의 몸을 연결했다.
그런데 울프팀은 어째서 우회하지 않고, 연기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앞이 보이지 않아도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U.M.A를 쉽게 포획하기 위해서였다.
강신이 먼저 앞장선 이유는 강신이 착용하고 있는 다용도 렌즈의 때문이었다.
2조가 관측하고 있는 불타는 고라니의 위치 정보는 강신이 착용하고 있는 렌즈에 전송된다.
보이는 것이 연기뿐일지라도, 렌즈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향하다 보면 U.M.A가 있는 곳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짙은 연기 속을 보지 못하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었다.
U.M.A 또한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연기 때문에 울프팀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최대한 U.M.A와 가까워지면 포획도 그만큼 쉬워지리라고 강신은 판단했다.
-강선임님, 현재 U.M.A의 위치 좌표 찍었습니다. U.M.A가 관측되는 순간마다 좌표를 새로 찍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신이 착용한 렌즈에는 내비게이션처럼 고라니의 위치와 자신의 위치, 그리고 방향까지 나타났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강신이 앞장서서 연기가 자욱한 화재의 현장으로 들어갔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벌써 화상을 입었을 온도였겠지만, 다행히도 그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는 그 열기를 사우나에 들어온 정도로 느껴지게 만들어주었다.
최대한 큰 불과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이동한 탓에 시간은 계속 소요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U.M.A가 움직이는 것보다 강신 일행이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 불타는 고라니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헉헉….
이미 땀에 절어 온몸은 축축하고, 숨이 가빠진 김대리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자신을 믿어준 강신과 척준신을 위해 이를 악물며 걷고 있었다.
“조금만 더 참으세요. 거의 다 왔습니다.”
김대리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지만, 속도를 줄일 수는 없었던 강신은 지친 김대리를 격려하며 U.M.A가 있는 방향으로 우직하게 걸어나갔다.
김대리 뒤쪽에서는 척준신이 김대리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김대리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김대리의 숨은 이미 목 끝까지 올라왔다.
강한 열기 때문일까, 산소호흡기의 앞면은 멀쩡했지만, 헬멧에 달려있는 투명한 가드가 살짝 녹아 흐물거렸다.
잘 보이지 않는 시야로 인한 불안함 때문인지, 김대리는 과호흡 증상까지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때, 김대리가 그토록 원하던 말이 들려왔다.
“도착했습니다.”
조금만 도착이 늦었어도 주저앉을 뻔했던 김대리가 안도했다.
연기 때문에 U.M.A는 보이지 않았지만, 강신의 렌즈에는 30m 전방에 U.M.A가 있다는 표시가 있었다.
-허억.. 허억….
“고생하셨습니다. 김대리님, 아무래도 포획은 저와 척부장님 둘이서 해야겠네요.”
-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곳에서 잠시 쉬다가 내려오세요.”
딸칵.
강신과 척준신이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 달려있는 D형 카라비너에서 천천히 서로를 연결했던 로프를 빼냈다.
그리고 김대리가 챙겨온 포획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다.
“척부장님, 준비해 주세요.
-알겠네.
사전에 이미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말을 맞추어 놓았기 때문에 다른 대화는 필요 없었다.
“초코야.”
-멍!
강신이 초코를 부르자, 초코가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대의 크기로 앞발을 만들어 휘둘렀다.
부웅~~
그래봐야 이곳의 연기를 잠깐 날려보내는 정도였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초코 덕분에 잠시 연기가 사라졌고, 그 순간 강신과 척준신의 눈에는 깜짝 놀라 몸이 굳은 U.M.A의 모습이 들어왔다.
2조가 말한 것처럼 온몸이 불타고 있는 고라니였다.
강신이 다시금 초코를 불렀다.
“초코야, 잡아!”
이번에는 고라니가 있는 곳으로 강신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났다.
강신의 그림자와 고라니의 그림자가 이어지자, 고라니의 그림자에서 검은 촉수 같은 것이 튀어나와 고라니를 속박했다.
그 모습을 본 척준신은 고라니에게 달려들었다.
잠시 사라졌던 연기가 다시금 사방을 메워 강신의 시야를 방해했다.
연기 때문에 척준신과 U.M.A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강신은 척준신이 U.M.A를 포획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웨에엑!!!”
제압당한 고라니가 특유의 듣기 싫은 괴상한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