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2
61화
“웨에에엑!”
강신이 고라니의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가기 위해 연기 속으로 들어갔다.
비명이 들리는 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초코가 만들었던 촉수들은 사라진 상태였다.
척준신이 아라미드 로프를 이용해 불타고 있는 고라니의 앞발과 뒷발을 포박해놓았다.
허탈할 정도로 쉽게 포획에 성공했지만, 그것은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나 할 이야기였다.
불길을 막아주는 보호 장비, U.M.A의 위치를 상세하게 잡아주는 관측팀의 도움이 있었다.
그리고 연기로 가득한 화재 현장에서도 U.M.A를 찾게 해주는 다용도 렌즈가 큰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그림자 반려, 초코의 어시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척준신이 고라니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울프팀과 요원들의 팀워크, 권영식이 만들어준 장비들까지….
단 하나라도 빠졌다면 이렇게까지 쉽게 U.M.A를 포획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U.M.A 포획 성공.”
-휴…. 고생들 하셨습니다.
-고생했습니다.
요원들은 통신 장비를 통해서 서로를 격려했다.
상황이 완전히 종료된 건 아니었지만, 임무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해결됐다.
“우선 이대로 불 속에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 본부에서 포획 케이지를 보낼 때까지는 포획한 U.M.A를 데리고 후방으로 빠지겠습니다. 다른 요원들도 그쪽으로 합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신은 U.M.A의 상태를 확인하고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듣고 있던 척준신은 시끄럽게 비명을 지르고 있던 불타는 고라니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어깨에 둘러멨다.
꽤나 무게가 나가는 장비들을 착용한 채 사람만 한 고라니를 짊어졌는데도, 헬멧 안쪽 척준신의 얼굴은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웨에엑!”
-그럼, 가지.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강신과 척준신이 불과 연기를 피해 이동하며 화재 현장을 빠져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김대리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게 산불을 만든 장본인이군요.”
“웨엑!”
김대리가 온몸이 불타고 있는 고라니의 모습을 신기한 듯이 바라봤다.
“아 참, 본부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강선임님이 요청한 케이지를 헬기로 실어서 강선임님이 지정하셨던 네 번째 관측지점으로 보내겠다고 합니다.”
“헬기요?”
성신 그룹에 헬기가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강풍 때문에 소방헬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인데 헬기를 보냈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비밀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헬기입니다. 광학 미채를 사용한 스텔스 기능이 있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이곳으로 올 겁니다.”
김대리의 설명이 이어졌다.
“워낙 연료를 많이 잡아먹고 유지 비용이 비싸서 자주 사용하진 못하지만, 팰로우님과 임상무님이 강력하게 요청하셔서 허가가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광학 미채라…. 이제 그런 기능은 별로 놀랍지도 않네요. 그런데 강풍에서 헬기가 뜰 수 있습니까?”
“조금 위험하긴 한데, 그룹 헬기는 다른 헬기들과 달라서 바람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기능이 있고, 헬기 조종사 분이 비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답니다.”
처음 작전에 투입됐을 때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누구 하나 다친 사람없이 U.M.A의 포획까지 빠르게 끝났다.
이제 U.M.A의 운송만이 남은 상태였다.
함께 큰 공터가 있는 고지로 이동한 뒤, 긴장이 조금 풀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강신과 일행들은 이곳으로 오기로 한 다른 요원들과 헬기를 기다리며, 무거웠던 산소통과 헬멧을 벗어둔 채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강신 일행을 찾아온 것은 성신 그룹의 현장 요원들이 아니었다.
“이야.. 그렇게 찾아도 안 뵈이더만 여기 있었구만.”
초면에 반말을 던지는 양아치 같은 말투와 몸짓에서 껄렁함이 느껴지는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강신 일행처럼 소방관의 보호 장비를 입고 있어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는 둔기로 보이는 물건들이 들려 있었고, 소방관은 아닌 듯했다.
“웨에엑~~”
“누구십니까?”
그들이 강신 일행이 잡은 U.M.A에게 접근하려고 하자, 김대리가 그들을 막으며 나섰다.
“성신 그룹 사람들이네?”
정체불명의 사내들 중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강신과 일행들의 소속을 간파했다.
김대리는 사내의 말을 듣고 긴장했고, 척준신은 풀어졌던 자세를 바로잡았다.
다들 경계했지만, 강신은 아무렇지 않게 그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성신 그룹이요? 저희는 화순 소방서에서 파견돼서 나왔습니다. 저는 소방교인 강신이라고 합니다.”
강신은 시치미를 떼며 사전에 임상무가 알려주었던 소속과 직책을 말했다.
“평범한 소방관이 그런 이형의 동물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 그쪽에서는 이형의 동물을 U.M.A라고 불렀지 아마?”
이형의 동물, U.M.A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는 것은 그들도 강신과 마찬가지로 그런 존재들을 마주치는 동종업계 사람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강신과 일행들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자, 그 사내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는 불평을 해댔다.
“하아.. 진짜 너무 모르는 척하는 거 아니냐.”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군요.”
“이런 심력 싸움 그만하자. 너희가 성신쪽 놈들인 건 거기 있는 척준신 부장만 봐도 알고 있으니까.”
강신은 끝까지 시치미를 뗐지만, 그는 이미 다른 현장에서 척준신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현장요원이 척준신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HG 그룹쪽 사람인 것 같습니다.”
HG 그룹은 한국에서 성신 다음으로 큰 대기업이었다.
강신의 친형인 강찬이 다니고 있는 회사로 성신과 마찬가지로 U.M.A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비밀연구소를 가지고 있었다.
“HG 그룹 요원이었군. 날 알고 있었나….”
“흥, 당신이 이쪽 업계에서 유명하기도 하고, 실제로 직접 만난 적도 있지.”
사내의 말에서 왠지 모르게 척준신에 대한 적대감이 묻어났다.
“너희가 맨날 그렇게 U.M.A를 쓸어가면 우리는 도대체 뭘 먹고살라고 그러냐 진짜….”
다른 기업과의 경쟁은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U.M.A 출몰 현장에서 자주 부딪히면서 점차 상황은 변해갔다.
U.M.A를 포획하지 못하는 날에는 상부의 잔소리를 들어야했고, 점점 적개심이 높아졌다.
척준신이 앞으로 나서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U.M.A는 양보할 수 없네.”
원래라면 팀장인 강신이 나서야겠지만, 척준신은 강신의 존재를 다른 기업에게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 HG그룹의 요원들을 상대했다.
척준신이 딱 선을 긋자, HG 그룹의 사람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 격인 사내가 척준신과 협상을 시도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말고, 안 그래도 몇 개월 전부터 너희가 U.M.A를 쓸고 다녔잖아. 오늘 하루만 양보해 주면 안 되겠냐?”
“미안하지만 그건 조금 힘들겠군.”
“진짜 나는 당신과 싸우기 싫었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행동은 척준신과 싸울 마음으로 가득 차 보이는 HG 그룹의 요원들.
그들은 이번 현장으로 들어오기 위해 큰 대가를 국가에 지불했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간다면 회사에서 어떻게 나올지 자신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리더로 보이는 사람은 척준신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성신 쪽 보호 장비는 튼튼하기로 소문났으니까, 무기의 기능을 2단계까지 사용하는 것을 허가한다.”
사내가 자신과 함께 온 HG 그룹의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둔기는 전부 다른 색이었지만, 모두 한쪽에 작은 홈이 있는 알루미늄 배트처럼 생겼다.
HG 그룹의 요원들이 둔기를 고쳐 잡고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조작하자, 둔기의 홈에서 사각형 기둥이 살짝 솟아올랐다.
“김대리님, 이쪽으로!”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
강신은 일행들을 바닥에 놓여있던 산소통을 들어, 김대리 앞에 있던 HG 그룹 요원에게 집어던졌다.
그들도 엄연히 U.M.A를 포획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로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요원 중 한명이 강신이 던진 산소통을 들고 있는 둔기로 쳐냈다.
캉! 펑!
신기하게도 둔기에 맞은 산소통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둔기에 닿자마자 찢어져 터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드물게 당황했다.
다행히도 척준신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안전을 위해 김대리의 뒷덜미를 잡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끌어왔다.
김대리의 입에서 괴상한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강신 일행은 고작 3명이었고, HG 그룹 인원들은 어림잡아도 열은 넘는 숫자였다.
척준신은 신중한 표정으로 김대리를 강신 옆으로 보내고, 앞으로 나서 그들과 대치했다.
현재 척준신의 표정은 정보가 아직 확인되지 않는 U.M.A를 대치할 때, 긴장한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김대리는 어째서 척준신이 이렇게까지 긴장한 건지 궁금했다.
그와 반대로 강신은 척준신이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바로 저들이…….
‘U.M.A 만큼 위험하니까.’
그들이 들고 있는 둔기가 견고하게 제작된 산소통을 종이 찢듯이 찢어발기는 모습을 이미 눈으로 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강신 일행과 HG 그룹의 대화를 통신장비를 통해 듣고, 이곳으로 향하던 성신 그룹의 1팀 요원들이 빠르게 이동 중이라는 점이었다.
-빨리 이동해!
-젠장, HG 그룹 새끼들. 작전이 잘 풀리나 했는데 갑자기 끼어들고 난리야!
-금방 도착합니다.
-뛰어!
“꼭 이래야만 하겠나?”
“그걸 우리에게 양보를 해주면 조용히 물러나는 것도 생각해보지.”
“흠, 거짓말이군.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
이미 척준신과 HG그룹의 리더의 기세는 싸울 생각으로 가득했다.
“큭큭, 난 대화를 좋아하는데.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얘들아! 쳐라!”
마치 조직폭력배처럼 명령을 내리는 HG 그룹 요원들이 리더.
그리고 그 지시를 받은 다른 요원들이 강신 일행을 일제히 포위했다.
다른 현장에서 척준신의 위용을 봤던 것인지, 그들은 강신과 김대리에게는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부분의 요원들은 척준신에게 달려들기 위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김대리만 있었다면 그들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문제는 그들이 과소평가한 인원 중에는 강신이 있었다.
“초코야. 휘둘러!”
강신이 자신의 그림자 반려에게 부탁하자, 앞서 불타는 고라니를 포획할 때처럼 커다란 초코의 앞발이 그림자에서 솟아났다.
그리고 그림자 반려의 앞발은 울프팀 앞에 있던 HG그룹 요원들을 휩쓸었다.
부웅!
“으악!”
“이게 뭐야!”
초코가 발톱을 세우지 않고 오로지 발로 그들을 후려쳤다.
몇 명의 HG 요원들이 앞발에 맞아 튕겨나갔고, 산비탈에서 굴러떨어지며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