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01
600화
이로써 카밀라가 이곳에서 도망가지 못할 이유가 추가되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신하린이 작전의 핵심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진실을 알게 된 순간 그게 아니라는 걸 파악했으니까.
제단 위에 있는 이가 단순히 엔젤의 선전용 소모품이라는 진실을 강신조차 알지 못했었다.
지금 그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 해서든 저 엔젤을 불태워야 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네….’
카밀라가 잠깐 생각을 이어가는 동안, 제단 위로 사람을 올려 둔 줄기가 지면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방금까지 멀쩡했던 광신도들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구역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모습에 카밀라는 화들짝 놀라며 그들과 똑같이 행동했다.
‘일단, 뭐가 되었든 엔젤에게 접근부터 하자.’
그렇게 카밀라는 비틀거리며 엔젤을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그러면서 다른 줄기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불을 끄기 위해 움직인 줄기들은 불이 붙은 나무를 쓰러트리며 불의 확산을 막으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지르고 있는 것인지, 줄기가 없는 곳에서 다시금 불이 치솟았다.
줄기는 다급히 불이 번진 곳으로 움직여 이전과 같은 일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또한, 광신도들을 유인하는 강신을 공격하던 줄기는 강신을 사로잡기는커녕 오히려 강신이 줄기를 피하자 같은 편인 광신도들을 공격하기 일쑤였다.
아무 트러블이 없는 일행들의 모습에 카밀라는 안도하며 엔젤을 향해 더 나아갔다.
약쟁이 연기를 하며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그렇게 카밀라는 간신히 엔젤 바로 앞에 설 수가 있었다.
엔젤을 바라보는 카밀라의 소감은 이전과 다름이 없었다.
‘다시 봐도 진짜 징그럽게 생겼네.’
원뿔형 몸에 그 끝부분에 걸린 구체까지 카밀라의 미적 감각으로는 엔젤은 마치 유치원생이 그리다 만 그림처럼 제멋대로 생겼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럼 이제 불을 지르고 이 지긋지긋한 곳을 탈출해야겠어.’
엔젤 주변에도 광신도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송기덕이 처음 엔젤을 봤던 것처럼 엔젤에게 홀려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카밀라가 조금 수상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서둘러야 해.’
신하린이 주요 인물이라 판단되었던 이를 납치했으니, 송기덕과 강신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알지 못했다.
만약 그들이 탈출한다면 자신만 이곳에서 고립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지도 몰랐다.
카밀라는 주변에 있는 광신도들의 시선을 다시 확인하고는 품속에서 강신이 따로 챙겨 주었던 소이폭탄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소이폭탄의 아날로그 타이머를 작동시키고 바닥에 자연스럽게 굴렸다.
그리고는 폭발이 일어나기 전 아무렇지도 않게 비틀거리며 그 지역을 벗어났다.
그녀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이폭탄이 터지며 불꽃이 치솟았다.
푸쉬이이이!
강신이 사용했던 소이폭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강신이 사용한 폭탄은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었다면 카밀라가 사용한 소이폭탄은 마치 분수 폭죽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대인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폭발 범위가 넓게 퍼지지 않았지만 치솟았던 불꽃들이 하늘거리며 주변으로 퍼졌다.
불꽃에 닿은 부분이 뜨거운 열로 인해 녹아내리는 것처럼 파였고 그 주변에는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자, 엔젤도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드드드드…….
이전 진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면에서는 거대한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는….
콰과과!
엔젤이 숨겨두고 있었던 수십 개의 줄기를 일제히 지면에서 끄집어냈다.
보통 식물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지만, 엔젤은 보통 식물이 아니었다.
엔젤은 자신의 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것처럼 지면에서 꺼낸 줄기들이 다급하게 꾸물거리고 있었다.
그중 몇 개의 줄기는 카밀라가 터트린 소이폭탄이 있던 곳을 두드렸다.
주변에 옮겨붙은 불은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진압할 수 있었지만 엔젤의 몸을 파고 들어간 불꽃은 천사라고 해도 제거할 방도가 없었다.
엔젤이 안절부절못하며 줄기를 우왕좌왕하자, 주변에 있던 광신도들이 광분하기 시작했다.
“누가 감히 이 아름다운 생명체에 상처를 냈지?!”
“잡아, 잡아 죽여!”
“불을 꺼! 불을 끄라고!”
“천사님! 저를…. 저를 이용해 주십시오!”
엔젤의 현혹되었던 광신도 중 일부는 불을 지른 이를 찾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봤고, 다른 일부는 엔젤의 줄기에 붙들려 좌우로 찢겨 불이 난 곳에 피를 쏟아내고 죽어갔다.
물이 없다고 사람을 찢어서 피를 쏟아낸다니, 정말 악마 같은 발상이었지만 엔젤에게 인간은 그저 식량일 뿐이었다.
따라서 자신의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인간을 피 주머니처럼 사용했다.
‘나도 인간은 아니지만…. 저건 진짜 발상 자체가 다르네요.’
엔젤의 행동을 보고 흡혈귀인 카밀라가 정색할 정도였다.
카밀라는 엔젤과 광신도들의 광기 어린 행동들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지만, 움직이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카밀라는 다른 광신도들처럼 광분하고 있는 모습을 따라 하며 조금씩 불이 붙은 지역에서 떨어졌고 두 번째 소이폭탄을 굴리고는 다시 이동했다.
카밀라가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소이폭탄이 터지자, 엔젤은 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소이폭탄이 터진 주변의 인간들을 줄기로 모두 쳐내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한 줄기가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수십 명의 인간이 하늘을 날았다.
구역에 취한 광신도들은 엔젤의 줄기에 맞아 하늘을 날고 있었지만, 그 고통까지 쾌락으로 느끼는 것인지 끝끝내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대로 추락하면 그들 중 태반은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고, 그들 또한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것마저도 그냥 좋아하는 듯이 보였다.
카밀라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 더 서둘렀다.
‘한시라도 빨리 이 미친 공간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그렇게 다시금 세 번째 소이폭탄을 터트리고 이동, 네 번째, 다섯 번째까지 터트리자 엔젤의 밑동이 반절 이상 불타게 되었다.
불타버린 지역의 줄기는 더는 행동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대로 지면에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엔젤은 죽지 않고 다른 곳에서 줄기를 뽑아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엔젤의 상태를 사람으로 치면 다리 한쪽이 불타서 사라진 상태였다.
주요 장기가 있는 신체 부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면 불타는 다리를 보며 쇼크사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만약 엔젤이 다른 식물과 고통을 느낀다면 그에 준하는 고통을 느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도 줄기를 움직이는 모습에 카밀라는 질색했다.
‘아무리 그래도 생명력이 너무 질긴 거 아닌가….’
카밀라는 이제 도망가고 싶었지만 엔젤이 아직 쓰러지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이 남은 반절을 불태우기 위해서 움직여야 했다.
인간의 주요 부분이 상체에 머무는 것과 별개로 식물의 주요 부위는 아래쪽에 집중되어 있으니, 엔젤의 밑동을 전부 불태워버린다면 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엔젤이라고 해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섯 번째 소이폭탄을 굴린 카밀라는 다시금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지만, 갑자기 몸에 닭살이 올라왔다.
흠칫. 탁!
카밀라는 망설임 없이 뒤쪽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자, 방금까지 카밀라가 서 있던 장소에 거대한 줄기 3개가 꽂히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쿵! 쿵! 쿵!
“이런….”
소이폭탄을 터트리며 전진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시야가 상당히 좁아졌던 것인지 뒤늦게 지금 자신의 주변에는 다른 광신도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을 언제 물렸지?’
분명 네 번째 소이폭탄을 사용할 때까지만 해도 주변에 많은 광신도가 있었다.
그들이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으니, 의문이 들긴 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엔젤이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엔젤은 절대 자신의 몸을 불태운 적이 내버려 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거대한 엔젤의 줄기가 마치 화가 난 것처럼 카밀라가 있던 장소를 거칠게 찍었다.
카밀라는 빠르게 몸을 날려 줄기를 피하고 있었지만, 이 술래잡기가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이쯤 도망가야 하나….’
지금이라면 응축된 죽은 피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시간을 버티고 이곳을 탈출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반절이나 태우고 움직이는 엔젤을 이대로 두고 가기에는 앞으로의 후환이 두려웠다.
카밀라는 엔젤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흡혈귀의 직감으로 봤을 때, 엔젤은 자신의 몸에 붙은 불을 진압하고 회복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여기서 만약 엔젤이 생존한다면 환락의 집단과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결속이 더 강력해질 것이다.
어쩌면 이번 일에 앙심을 품은 엔젤이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협력하여 성신을 찾고 성신이 하는 모든 행사를 방해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성신도 만만한 단체는 아니었으니, 그 둘이 연합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여력이 있긴 하지만 문제는….
‘그들은 부딪힌다고 해서 잃을 것이 없어.’
잃을 게 많은 것은 오히려 성신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여기에서 엔젤과 끝을 보고 싶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빠르게 소이폭탄을 나머지 부분에 터트리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쫓는 줄기는 그리 빠르지 않았고 비틀거리면서 움직인다고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지 남은 면적도 그렇게 넓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줄기를 피하고 빠르게 달린다면 몇 분이면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해보자. 해보는 거야!’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일행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카밀라를 지배했고, 그녀는 결국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자신을 쫓아오는 엔젤의 줄기를 피해 방향을 틀고 아직 불타지 않는 곳으로 젖먹는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엔젤이 노린 것도 그 부분이었다.
카밀라가 향하는 지점이 있는 곳에 갑자기 묵직한 뭔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쿵! 쿵! 쿵! 쿵! 쿵!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겹겹이 쌓이더니 카밀라가 나아갈 방향을 막았고, 그러는 동안 카밀라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카밀라의 앞길을 막는 방호벽은 주변에 있던 광신도들이 사라진 이유이기도 했다.
죽은 인간들로 제대로 방호벽이 세워질 리가 없다.
실제로 저 인간들의 시체를 밟고 빠져나가면 그만이었다.
어느 정도 지성을 가진 엔젤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카밀라는 엔젤이 굳이 저런 퍼포먼스를 보인 이유를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진짜 가지가지 하네.”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저 행위는 엔젤이 카밀라를 동요시키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 시체들을 밟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위쪽과 우회하지 못하게 길목을 모두 줄기로 틀어막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또 다른 줄기는 카밀라의 뒤를 쫓고 있었다.
카밀라는 지금이라도 응축된 죽은 피를 사용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대로라면 포탈이 제대로 열리기도 전에 엔젤에게 붙잡힐 것이 분명했다.
진퇴양난의 상황,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강책임님이라면 이런 순간에도 방법이 있었을까.’
그렇게 카밀라는 인간의 시체로 세워진 방호벽에 도착했다.
앞뒤로 보이는 줄기가 점점 숨을 조여오듯 다가왔다.
죽기 전까지 발버둥 치는 것도 어느 정도 희망이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카밀라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결국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쿵! 쿵!
‘하…. 이번에는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점점 가까워지는 줄기를 보며 카밀라는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좋은 인간들이었지.’
쿵! 쿵!
그리고 강신이 떠올랐다.
‘피도 맛있었어.’
아이처럼 투정 부리긴 했지만, 그만큼 강신의 피가 매우 맛있었다.
쿵!
카밀라가 눈앞까지 다가온 줄기를 보며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