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00
599화
신하린이 임무에 성공하고 파라다이스를 탈출하기 얼마 전.
카밀라는 약쟁이 연기하며 광신도들 사이를 파고 들어갔다.
그녀는 연기에 재능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주변에서 서성이는 광신도들은 그런 그녀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게 자연스레 인파에 섞여 천천히 엔젤이라고 말했던 U.M.A에게 접근하는 동안 제단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신하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신하린의 모습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카밀라가 보기에도 신묘하기 그지없었다.
카밀라는 제단 위를 힐끔 바라보며 거기 있는 주요 인물이 납치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지금이야 약쟁이 흉내를 내면 그만이었지만, 주요 인물이 납치된 이후 광신도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그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행동했다가는 모난 돌이 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몸을 흐느적거리며 엔젤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지만, 눈은 쉬지 않고 제단 위의 상황과 주변 광신도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전체적인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신하린이 제단 위에 있던 남성을 데리고 탈출하자 카밀라는 황급하게 다른 광신도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봤다.
교단의 주요 인물이 납치되었으니, 화를 낼 것인가, 아니면 남은 침입자들을 잡기 위해 움직일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행동을 할 것인가.
그녀는 여러 가지 상황을 유추하며 상상했지만 이어지는 광신도들의 행동은 마치 그런 그녀의 상상을 비웃는 것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상 행동을 보였다.
“크히!, 드디어!”
“다음은 나야!”
“아니야! 나다!”
“여깁니다!”
구역에 취해서 좀비처럼 몸을 비틀거렸던 광신도들이 마치 일제히 정신을 차린 것처럼 또렷하게 말을 하는 것도 모자라 비틀거리던 몸을 바로 세우고 양손을 엔젤이 있는 방향으로 내뻗었다.
뭔가 간택을 위한 행동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행동은 마치 처음부터 제단 위에 있던 남성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카밀라는 그들의 기행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서둘러 그들을 따라 엔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다르게 행동하면 바로 걸릴 거야.’
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카밀라는 알지 못했지만, 그냥 따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드드드….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강한 지진이었다.
강한 지진으로 인해 땅이 갈라지거나 지면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광신도들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더 열광하고 있었다.
“선택의 순간이다!”
“제발! 이번에는 나를….”
“접니다, 제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뭘 선택하고 뭘 원하는 것일까, 카밀라는 광신도들의 집단 광기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지진은 더 심해졌고 이내, 카밀라가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지면이 줄이 가듯 흙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녹색 줄기가 땅을 가르며 튀어나왔다.
쿠구구구!
거대한 녹색 줄기가 튀어나온 곳에도 광신도들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무사할 수 없었다.
몇몇은 줄기가 튀어나온 땅속으로 떨어져 생사가 불명해졌으며 몇몇은 튀어나온 줄기에 튕겨 나가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다.
또한, 줄기에 딸려 올라간 이들도 똑같이 지면에 추락했다.
상당히 높은 곳에서 떨어진 광신도들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운이 좋으면 팔다리가 부러진 정도로 그쳤지만, 운이 나쁜 이들은 머리가 깨지거나 지면에 있는 사람과 부딪혀 그대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광신도들은 튀어나온 거대한 줄기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기 바빴다.
“와아아아!!”
그들은 자신의 동료가 죽는 것도 전혀 괘의치 않아 했다.
떨어지는 광신도들을 은근슬쩍 피하던 카밀라도 그런 광기 어린 광신도의 모습에 움츠러들었다.
‘그간 살면서 이상한 인간들은 충분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집단 광기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카밀라는 다시금 인간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길게 이어질 수는 없었다.
바닥에서 다시금 다른 줄기들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줄기가 지면을 뚫고 튀어나올 때마다 광신도들의 광기 또한 더 짙어졌다.
지면에서 총 다섯 개의 줄기가 튀어나오자, 각각의 줄기들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개의 줄기는 불이 붙은 숲을 향해 움직였고, 하나의 줄기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많은 광신도를 유인하고 있는 강신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마지막 줄기는 제단 근처에 모인 광신도들을 향해 움직였다.
그녀는 거대한 줄기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불을 끄고 침입자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인 줄기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신에게 우호적인 광신도들을 향해 움직이는 줄기만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거대한 줄기가 위협적으로 광신도 머리 위를 움직였지만, 광신도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발광하고 있었다.
“여기! 여깁니다!”
“저에요!”
“나야!! 나라고!!”
강하게 내려치는 다른 줄기들과 다르게 광신도들에게 다가온 줄기는 마치 인형 뽑기를 하는 크레인처럼 줄기 끝이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카밀라는 그것을 보며 엔젤이 뭔가를 고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엇을 고르는 것일까, 고민해 봐야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곧 카밀라의 표정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게 왜 여기로 오지?’
거대한 줄기가 제단 주위를 맴돌다 카밀라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광신도들 사이에 침입자가 있다는 것을 U.M.A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카밀라가 걱정했다.
만약 저 줄기가 정말 자신을 찾는 것이라면 상당히 위험했으니까.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강신이 자신에게는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했었던 것을 떠올렸다.
울프팀 요원 중 엔젤을 불태우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대로 탈출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그간 강신이 카밀라를 현장에 데리고 가는 경우는 대부분 매혹이 필요할 때였다.
그마저도 그녀가 활약할 수 있는 순간은 한순간뿐이었다.
그랬던 강신이 모처럼 믿고 맡긴 일이었다.
그러니, 왠지 모르게 오기가 생겼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자신을 향해 오는 줄기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괜찮아, 할 수 있어.’
강신은 이곳에 있는 엔젤이 신이 아니라 U.M.A라 지칭했다.
구역을 만들 정도로 대단한 U.M.A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침입자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리가 없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각오는 했지만, 막상 줄기가 더 가까이 다가오자 등 뒤가 축축이 젖어왔다.
‘그냥 탈출할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더는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응축된 죽은 피를 사용한다고 해도 가까워진 줄기보다 포탈이 늦게 열릴 테니까.
‘도망칠까? 아니, 줄기가 움직이는 게 더 빠를 거야.’
거대한 줄기는 도망치는 자신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저 줄기에 잡히면 어떻게 되는 걸까, 오랜 세월을 살아온 흡혈귀였지만 그녀에게도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존재했다.
그리고 미지(未知)는 인간이든 흡혈귀든 가리지 않았다.
‘무섭다.’
거대한 줄기가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데, 어찌 무섭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수록 카밀라는 이를 악물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줄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후회는 하겠지만 결국, 자신이 한 선택이었다.
줄기가 카밀라의 머리 위까지 내려왔고 카밀라는 각오를 다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카밀라에게 내려오던 줄기가 카밀라가 아닌 그녀의 옆에 있는 광신도를 휘감았다.
줄기에 휘감긴 광신도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크허어엉, 나야! 나라고! 내가 선택받았어!”
그가 보인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몰랐지만, 카밀라는 위기를 넘겼다는 마음으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광신도를 휘감은 줄기가 그 광신도를 들어 그대로 신하린이 주요 인물을 납치했던 곳으로 옮겼다.
제단 위로 올라간 남성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엔젤을 바라보며 경건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그곳으로 그를 옮겼던 줄기가 꿈틀대며 움직이다 끝부분으로 그대로 남성의 정수리를 꿰뚫었다.
머리가 관통되었으니 보통 인간이라면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흐아아아!”
정수리가 찔린 남성은 극한의 쾌락을 얻은 것인지 환희에 찬 비명을 지르며 격렬하게 몸을 떨다 이내, 축 늘어졌다.
그러자, 남성의 정수리에 박혀 있던 줄기가 빠졌다.
‘뭐야, 뭐가 일어난 거야?’
엔젤이 자신의 신도를 죽인 것인가?
그렇다면 굳이 저렇게 제단 위에 올려서 신도를 죽인 것인가?
카밀라는 혼란스러웠지만, 그것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축 늘어져 죽었다고 생각했던 남성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제단 아래에 있는 신도를 향해 저 남성과 비슷하게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파라다이스는 전초기지에 불과하다! 나는 방금 진짜 천국을 맛보고 왔다. 그곳은 이곳보다 더 많은 쾌락이 있었고….”
그 남성의 모습에 카밀라는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설마, 저 엔젤이 인간을 조종하는 건가?’
이제까지 그녀뿐 아니라, 강신마저도 다른 비밀 종교처럼 이 교단을 꾸리는 사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엔젤을 신이 보낸 사자라 떠받들고 있으니, 그것을 주도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카밀라는 그런 게 아니라는 확신하게 되었다.
‘설마 엔젤이 이곳을 주도하고 있던 거야?’
처음부터 이곳에는 환락의 집단에 사제고 대사제고 없었던 것이다.
U.M.A가 만든 구역에 들어올 수 있는 생명체가 얼마나 있을까?
그중에서 우연이 아니라 의도하고 들어올 수 있는 생명체는?
분명 강신은 엔젤과 엔젤이 키우는 식물은 인간까지 잡아먹는 잡식성이라고 했다.
그들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었지만 엔젤이 자리한 곳은 외딴 돌섬이었다.
이곳에서 우연히 구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해봐야 주변을 나는 새들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양은 엔젤과 엔젤이 키우는 식물을 배부르게 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엔젤은 꾸준히 식량을 얻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을 구상해야 했다.
어느 정도 지성이 있지 않는 한 의도적으로 구역으로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엔젤은 어느 정도 지성이 있는 생명체를 노렸다.
그것도 지구에서 많은 수를 자랑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하지만 인간을 구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엔젤은 우연히 자신의 구역을 찾아온 인간이 쾌락을 느낄 수 있도록 파라다이스를 만들었고, 미라클이라는 체내 물질을 만들어 인간들을 이곳으로 유인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식충 식물이 다른 벌레들을 유인하기 위해 달콤한 향을 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구역은 처음부터 엔젤이라는 U.M.A가 인간을 보관하기 위한 장소였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