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21
620화
‘계단?’
1층을 돌아다닐 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분명 하나뿐이었다.
‘따로 숨겨진 공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
그렇다면 저 계단은 도대체 어디로 이어진 것일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강신은 사내를 뒤쫓을 수밖에 없었다.
사내가 계단을 내려가자, 강신은 바로 그를 따라갔다.
그리고 이내, 이 계단이 방금까지 있던 전당포가 아닌 전당포 뒤쪽에 있는 다른 건물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 이런 식으로 시간을 벌려고 했다니, 잔머리 하나는 끝내주네.’
입구를 경계하는 병력부터 일반 숙소로 위장된 계단과 뒷건물까지.
누군가가 전당포를 습격했을 때, 시간을 끌기에 좋은 방법들이었다.
‘누군가가 전당포를 공격하면 중요한 물건을 빼돌리고 자료들을 폐기할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겠군.’
강신이 생각을 이어가는 동안 어느새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전당포 건물의 허름했던 문과 다르게 깨끗한 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문을 지나 나온 곳은 전당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호화스러운 휴식 공간이었다.
넓기도 매우 넓었으며 딱 봐도 고급스러운 실내장식과 가구들이 즐비했다.
또한, 한켠에는 뷔페형식으로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술을 마실 수 있게 바에 바텐더까지 있었다.
벽 한쪽에는 거대한 벽걸이 TV가 붙어 있었다.
반대편에는 게임 테이블까지 갖춰져 있었다.
‘신도들을 위해서 이런 휴식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강신이 치밀하게 휴식 공간을 면밀히 살피는 동안 누군가가 강신이 쫓아왔던 남성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벌써 교대 시간이야?”
“그래, 나 피곤하다니까, 빨리 다음 근무나 들어가.”
“알았다, 알았어. 그런데, 뭔가 특이 사항은 없었냐?”
“뭐가 있었겠냐, 맨날 똑같지.”
“하긴, 뭐 맨날 똑같긴 하지.”
그러자 그들의 대화를 들은 다른 남성이 화를 냈다.
“야이, 너희 또 그렇게 대충대충 일할 거야? 다른 지점이 돈을 밝히는 불신자들에게 공격당했다는 소식 못 들었어? 긴장해야지!”
그러자 강신이 쫓아왔던 남성에게 말을 걸었던 남성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긴장은 무슨 그 불신자들도 여기는 공격할 수 없을게 당연한데.”
“으휴….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어쨌든 웡힌와는 고생했고 너는 빨리 근무나 투입해라.”
“고생은 무슨…. 아, 그리고 너는 애들 좀 그만 괴롭혀라.”
“내가 뭘.”
“너 때문에 고장 난 신도들이 한둘이냐? 내가 본 것만 스물이 넘는다. 새로운 신도를 데리고 다시 써먹게 훈련을 시키려면 얼마나 손이 가는지 잘 알잖아?”
“아, 너나 잘해.”
그는 남성의 말을 더는 듣기 싫다는 듯이 투덜거리며 남성과 강신이 나왔던 문으로 들어가 버리고는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아 버렸다.
“하여튼 저 싸이코 같은 녀석이….”
대화를 나누던 이가 사라지자, 다른 이들이 웡힌와라 불린 남성에게 가볍게 한마디씩 던져댔다.
“오, 웡힌와, 근무도 끝났는데, 한잔 어때?”
“나중에 마시자, 밤을 새워서 지금은 피곤해, 조금은 자야겠어.”
“그래, 알았어. 일어나면 마시자고!”
“웡힌와, 그럼 영화는 어때?”
“방금 들었잖아, 일단 자고….”
강신이 뒤따라온 남성은 이곳에서 인기가 좋은 편이었는지, 휴식 공간에서 쉬던 이들이 모두 그에게 말을 건네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강신은 속으로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이 남성에게 툭툭 던지는 말투는 누가 봐도 친구나 혹은 상급자 같은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사제인 남성에게 저런 식으로 말을 걸 수 있는 건 같은 사제나 그 이상의 직책을 가진 이들밖에 없었다.
즉, 이곳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은 모두 사제라는 소리였다.
‘허…. 이렇게 많은 사제가 한곳에 몰려 있는 것은 오랜만에 보는데…. 이곳이 수십의 사제를 동원할 정도로 중요한 시설이라는 것이겠지?’
그 놀라움도 잠시, 강신이 쫓던 남성이 다른 이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어딘가로 이동하자, 강신은 다시금 그를 따라갔다.
휴식 공간을 벗어나자, 전당포 2층에 있는 숙소와 비슷한 복도가 나왔다.
‘사제들이 사용하는 숙소인가 보군.’
남성이 그대로 자신의 숙소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강신은 더는 그에게 볼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방문 고리를 잡았던 남성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주변과 동화되어 있는 강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천박했던 남성의 태도가 180도 바뀌어 정중해졌다.
그 순간 강신은 자신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보고 말한 것이 아닐까, 주변을 둘러봐도 그곳에 있는 건 강신 혼자였다.
‘언제부터?’
어떻게 자신을 알아봤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남성이 언제부터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는지가 더 중요했다.
“후, 이렇게 서서 이야기하기는 위험하니, 일단 들어오십시오.”
그가 당장 이곳에서 소리치면 몰려올 사제가 수십이었음에도 그는 정중한 태도로 강신을 불렀다.
그는 이상하게도 전당포에 몰래 침입한 강신에게 그리 적대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우선 그의 말대로 그와 함께 그가 머무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정말로 강신을 보이는 것인지, 강신이 방으로 들어오자 곁눈질로 주변을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강신 앞에 의자를 두고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그런 그의 행동에 강신은 그의 행동이 블러핑이 아님을 깨닫고는 의태를 풀어 모습을 드러내고 입을 열었다.
“정말 제가 보이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눈이 좋은 편이라서요. 뭐, 덕분에 편하게 사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죠.”
강신은 앞에 있는 남성이 눈과 관련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짐작했다.
그런 그가 어째서 강신을 공격하지도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의도가 뭐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었기에 강신은 그냥 대놓고 그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저를 이렇게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웡힌와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그야 성신에서 오신 강신 책임님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죠.”
덜컹!
강신이 정말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의자에서 뛰어오르듯 일어났다.
주변과 동화된 자신의 모습을 찾은 것은 재능 덕분이라 쳐도 자신의 존재를 단번에 알아보는 건 전혀 상정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자, 남성이 손을 들어 강신을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강책임님. 저는 당신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니, 방금 말했다시피 오히려 도우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강신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사제를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사내가 입을 열자, 강신은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스미스라고 합니다.”
“스미스?”
“네, 이전에 모노리스 사건을 해결하실 때, 정체를 숨기고 당신에게 접근했던 그 친구와 같은 소속이죠.”
그때 정체를 숨기고 강신에게 접근했던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눈앞에 있는 남성과 같은 이름을 댔던 사람, 바로 스미스였다.
그리고 그가 속해있던 곳은 미합중국 정부 기관인….
“펜타곤?”
“맞습니다.”
본명이 아닌 스미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 바로 펜타곤의 특수 요원이었다.
“아니, 펜타곤이 여긴 왜….”
“광신도들만 사람을 심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웡힌와라 불린 대만 남성은 대만계 미국인으로 펜타곤 소속의 특수 요원이었다.
그가 맡은 임무는 광신도의 사제가 되어 정보를 빼돌리는 역할이었다.
그는 특수 요원답게 신체 능력이 뛰어났으며 남들은 쉬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눈을 가졌으니, 사제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재능 덕분일까, 그는 대부분 대만에 있는 광신도들의 주요 시설을 방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PMC가 대만 쪽에 있는 광신도들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도 모두 그가 외부로 정보를 누설한 덕분이었다.
그는 적당히 침입자에 대처해 공로를 쌓아 현재 이 전당포에서 경계의 일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의원님이 조만간 강책임님이 이곳으로 올 거라고 미리 알려주셨습니다. 뭐, 정확히는 강책임님이 이끄는 팀이 오신다는 것이었지만….”
그가 말한 의원이 누구인지, 강신은 알고 있었다.
‘키퍼 소속의 상의 의원.’
이미 키퍼들에게 현재 상황에 도움을 청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으니, 그가 강신을 돕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째서 미리 알려주지 않았는지가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선 이곳에 대해서 알려드려야겠군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방금 저희가 있던 전당포는 눈속임용입니다.”
“진짜는 아마 이곳에 있겠군요?”
“네, 정확히는 이 건물 지하에 있죠.”
그가 막 숨겨진 전당포에 대해 더 설명하려고 할 때, 강신이 그의 말을 끊고 가장 궁금한 내용을 질문했다.
“아, 그전에 혹시 제가 오기 전 저희 팀원이 이곳에 오지는 않았습니까?”
“음…. 아니요, 저는 보지 못했고 이곳에 있는 이들도 모르고 있습니다.”
스미스가 아무리 눈이 좋아도 신하린의 은신마저 꿰뚫어 볼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도 모르고 이곳에 있는 이들도 모르니, 적어도 적들에게 붙잡힌 것은 아니리라 판단되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네, 일단 무사하다는 소리니까.’
“크흠, 그러면 설명을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아, 네.”
“그러니까, 지하에 있는 진짜 전당포는….”
그렇게 스미스가 알려준 중요한 정보는 총 3가지였다.
첫째, 지하에 있는 전당포는 특수한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그 특수한 합금은 녹는 점이 매우 높아서 쉽게 녹일 수 없으며 통신을 차단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당포에 갇히면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비밀 전당포는 내부에 있는 물건이 외부로 나오거나 들어갈 때만 열린다.
“다른 지부가 공격받기 전까지는 일주일 중 단 한 번만 열린 적도 있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한 번, 많게는 두 번도 열립니다. 오늘 새벽에도 한 번 열렸었죠.”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전당포를 내부를 지키는 인원이 따로 있다.
“이곳에 있는 사제들이 지키는 게 아니라는 겁니까?”
“네, 덕분에 저조차도 전당포 내부에는 쉽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전당포 내부에 있는 이들도 모두 사제입니까?”
“네, 그것도 평범한 사제가 아닙니다. 내부를 지키는 이들은 대부분 복수의 종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중이 아닌 3중으로 지키고 있다는 것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내부에 있는 이들이 복수의 종교자라니, 갈수록 태산이었다.
“아니, 무슨 복수의 종교자를 거점을 지키는 개로 사용하는 교단이 어디 있어….”
복수의 종교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이상의 교단을 믿는 이들이었다.
즉, 그들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 교단에 충성하지 않는 이들이며 그저 일을 조금 거들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이들을 한 교단이 집 지키는 개로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스미스가 지금까지 풀어낸 정보를 모두 종합해보자면 지금 강신이 향하려고 하는 전당포 내부는 마굴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