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25
624화
권영식이 꺼낸 붉은 알약은 겉으로 보기에도 평범하지 않았다.
불투명한 알약 내부에는 마치 우주가 있는 것처럼 빛나는 알갱이들이 소용돌이를 그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약이라는 명칭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죽했으면 강신이 그 약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먹기 아깝다고 생각을 했을까.
“원래 의도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나왔지만, 자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챙겨 왔네.”
권영식이 개발하려고 했던 약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언급되는 엘릭시르라는 환상의 물약이었다.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병이 치료되고 불로장생에 효험이 있다고 하는 그 엘릭시르.
물론 그런 환상의 물약을 진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권영식은 불로장생을 과감하게 버리고 만병통치에 중점을 두었다.
척준신을 구하기도 바쁜 와중에도 권영식은 어째서 이런 약을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김대리님을 치료하려고 하셨군요.”
몸에 어떤 이상도 없다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병실에 계속 누워만 있는 김대리를 깨우기 위함이었다.
“……맞네.”
권영식은 강신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척준신과 김대리, 그리고 다른 요원들을 이전으로 돌리기 위해서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것을 기꺼이 감내했다.
강신이 잡아 온 남성의 특이체질을 이용해 비인도적인 인체실험을 진행하는 건 물론이며, 다른 곳에서 잡혀 온 광신도들을 통해 일반인에게는 어떻게 증상이 나오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광신도가 남긴 잔혹한 연구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참고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약이 바로 권영식이 들고 있는 약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권영식이 만든 약은 완성품이 아니었다.
아니, 완성품은커녕 실패작에 불과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들었지만, 일반인은 써먹지도 못할 약이었으니까.
“계획대로였다면 약을 먹는 순간 섭취자의 몸에 있는 악영향을 주는 모든 병과 이상을 치료하는 약이 되어야 했지.”
하지만, 정말 마법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닌 이상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몸에 나쁜 영향이고 이로운 영향인지, 그 경계가 모호했으며 그게 구분이 가능하다고 해도 각 증상을 치료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고작 약하나 먹는다고 그 모든 병을 치료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그러기에 엘릭시르는 환상으로 불리는 물건인 것이다.
“뭐, 어쨌든 실패한 것은 실패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 약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말이지….”
일반인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강신이라면 사용이 가능할 것이니까.
“나는 이 약을 부스팅(Boosting.)이라고 부르기로 했지.”
“부스팅이라면 제가 생각하는 약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겁니까?”
부스팅은 여러 곳에서 사용되는 단어지만, 음료나 약 같은 것에 사용되었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흔히 말하는 정신, 혹은 육체를 강화하는 약이라는 것이다.
“그래, 자네의 생각이 맞네. 이 약은 정신과 육체를 한층 강화하는 약이지. 아니, 정확히는 다른 부스팅 제품들이 그렇듯 강화가 아니라 쥐어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나? 효능은 간단하네. 움직이지 못하는 몸과 정신을 억지로 일깨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네.”
어쩌면 권영식이 만든 겨울 나비를 통해 만든 약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었다.
큰 후유증이 뒤따르지만, 인간이 낼 수 있는 한계 이상의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약.
수명이 깎여 나갈 정도로 혹독한 부작용 때문에 남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위기에 순간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만든 부스팅은 그 약과 조금 궤를 달리하는 약이었다.
“이 약은 일반적인 상태에서 사용하면 안 되는 약이네.”
“어째서죠?”
“효과가 너무 과하거든.”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처럼 한계를 뛰어넘지 못함에도 강제로 정신과 육체를 한계까지 쥐어짠다.
그러면 멀쩡한 사람이라도 몇 초 버티지 못하고 바로 탈진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강신이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한 상황이라면 달랐다.
“자네는 겨울 나비 가루를 마시면 일정 시간 이후 탈진 상태에 빠지지. 탈진 상태에 빠지면 몸을 꼼짝하지도 못할 정도로 무방비해지고 말이야.”
“네. 그렇죠.”
그렇기에 강신은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할 때, 그 상황과 여건을 모두 고려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섭취했다.
전장에서 무방비해진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은 말이었으니까.
심지어 강신은 혼자만의 몸도 아니었다.
강신이 탈진에 빠져 무방비한 상태가 된다면 주변에서 그를 지키는 이들은 강신이 위험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불로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목숨을 내던지며 강신을 지키려고 할 게 분명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까지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 강신은 당연히 확실하거나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때를 제외하면 설야의 날개 가루를 최대한 섭취를 자제하고 있었다.
“내가 방금 정신과 육체를 강제로 쥐어 짜준다고 했지? 그건 자네가 탈진에 빠진 상태라도 똑같네.”
“음…. 설마….”
강신이 뭔가 눈치채고 입을 열려고 하자, 권영식이 그 말을 끊으며 확실하게 말했다.
“이 약은 자네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강제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물건이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네만….”
권영식은 부작용에 대해서 말끝을 살짝 흐렸다.
“부작용이라면….”
여타 부스트들이 그렇듯, 이런 약은 사용하고 난 이후가 문제였다.
“끔찍한 고통이 뒤따를 것이네.”
끔찍한 고통, 가벼워 보이면서도 무거운 말이었다.
어지간한 고통이 아니라면 권영식의 입에서는 끔찍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
권영식은 약을 개발하고 다른 인간에게 투약했을 당시 그 인원이 비유한 내용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몸 안쪽에서부터 개미들이 살을 갉아 먹는듯한 작열통이 느껴진다고 했었나?”
사람이 가장 큰 고통을 느끼는 불타는 고통인 작열통, 그 고통이 몸속에서 끝없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으면 포로로 잡힌 광신도 중 하나가 차라리 죽여달라고 사정했을까.
하지만 부작용을 들은 강신은 전혀 괘의치 않았다.
‘몸이 불타는 고통? 분명 엄청나게 고통스럽겠지. 하지만 눈앞에서 동료를 잃는 고통보다는 아니야.’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고통을 감내하는 것만으로도 동료가 살 수 있다면 그런 고통쯤이야 강신은 얼마든지 견뎌낼 수가 있었다.
“팰로우님, 좋은 물건입니다. 정말 잘 쓰겠습니다.”
“무리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지만…. 앞으로 할 일은 무리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따로 말하지는 않겠네.”
“네.”
“좋아, 그럼 나는 전할 내용을 다 전달했으니, 이만 가봐야겠군. 자네도 쉬엄쉬엄하게나.”
그렇게 권영식이 떠나자, 강신은 아직 풀리지 않은 피로를 풀기 위해서 다시금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기 전, 강신은 문득 권영식이 만든 알약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위험한 실험에 누가 임상시험을 자진했을지 잠깐 의문이 들었지만, 곧 몰려오는 수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강신이 권영식을 만나고 사흘 후,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휴가를 보낸 일행들이 복귀할 시간이 되었다.
일행 중 가장 먼저 회사로 복귀한 이는 장웨이였다.
그는 복귀하자마자 개인 큐브로 왔고 들어오자마자 강신의 상태를 살피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 휴가 간 동안에도 쉬지 않으실 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만….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한 것 같군요?”
그가 강신의 상태를 걱정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그야 사흘 만에 본 강신의 상태가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밤을 새워도 저런 모습을 보인 적 없었던 걸 떠올린다면 지금 강신의 상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음…. 잠은 충분히 잤습니다. 조금 전까지도 자고 있다가 일어난 겁니다만….”
강신이 변명 아닌 변명을 했지만, 강신의 몰골을 보면 그 말을 쉬이 믿을 수 없었다.
“잠을 잤다고 보기에는 꼴이 영…. 지금 강책임님 상태를 다른 분들이 보면 분명 한마디씩 하실 겁니다.”
“그렇게 제 상태가 안 좋아 보입니까?”
“네, 제 눈에는 사흘이 아니라 일주일은 밤을 새워 일한 사람처럼 보이는군요. 혹시 어디 몸이라도 좋지 않으신 겁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다만 뭔가 확인할 것이 있어서…. 그 부작용인 것 같군요.”
강신이 푸념하듯 한숨을 내쉬기 무섭게 강신의 귓가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부작용이요?”
강신의 등 뒤에서 갑자기 아무 전조도 없이 신하린이 튀어나오며 질문을 던졌다.
“아, 하린이구나, 깜짝 놀랐네.”
평소보다 한 박자 느린 강신의 반응에 신하린이 게슴츠레 눈을 떴다.
“정말 상태가 안 좋아 보이시네요? 따로 현장에 나가신 것 같지는 않은데….”
강신은 피곤한 듯 두 눈을 문지르고는 테이블 위에 권영식이 자신에게 주었던 약을 올려놓았다.
건네받을 때까지만 해도 꽉 차 있던 약은 어느새 반절이 사라진 상태였다.
“팰로우님이 주신 신약을 테스트했어.”
강신이 현재 육체적 피로를 느끼는 것은 힘든 일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약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아무리 권영식에게 말로 설명을 들었다고는 하나, 새로운 물건을 사용해보지 않고 바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건 정말 멍청한 짓이었으니까.
탈진 상태에서 약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 그리고 약을 먹고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격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지.
그리고 약효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약의 부작용으로 느껴질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몸으로 모두 직접 체험해 봐야 했다.
그래야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강신은 권영식에게 알약을 받은 날 곧바로 자신의 몸으로 실험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썩 나쁘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든 탈진 상태에서 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도록 설야에게 약을 자신의 입에 넣어주는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약을 먹으면 천천히 달리는 것까지는 괜찮다는 데이터를 얻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약효 시간이었다.
‘탈진 시간 전부.’
탈진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 이후로 그대로 기절하듯 정신을 잃는 게 문제였지만 탈진 시간이 워낙 길었던 터라 어떻게든 몸을 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걱정했던 고통은….
‘정말 아팠지.’
지금도 생각하면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였다.
분명 마음을 다잡고 각오를 했음에도 갓 태어난 아이처럼 우렁차게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첫 투약 당시 입에 물고 있던 천이 아니었다면 혀를 씹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첫 투약은 눈물을 질질 흘리며 고통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 투약할 때는 그 고통에 제법 익숙해졌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지속 시간 연장.’
강신은 권영식이 건넨 약의 지속 효과 시간이 끝날 때쯤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다시 알약 하나를 삼켜 그 시간을 늘릴 수 있나 실험했다.
그 결과,
‘반의 성공.’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능은 했다.
다만, 몸에 엄청난 무리가 오며 피를 토하고 지속 시간은 반의 반 토막 났으며 움직임 또한, 전보다 더 느려졌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깨어났을 때, 지금 일행들이 보고 있는 모습이 될 뿐이었다.
신단수의 열매 덕분에 뛰어난 회복력을 가진 강신조차도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몸이 망가지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순간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을 방법이야.’
어쨌든 그렇게 모든 실험을 마친 강신은 현장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설야의 날개 가루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기뻐했다.
물론 일행들이 개인 큐브로 들어올 때마다 방금과 같은 설명을 늘어놔야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