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26
625화
일행들이 모두 휴가를 끝내고 복귀하자, 강신은 피곤한 모습으로 그들을 반겼다.
그리고 곧바로 물건을 수송하는 남성이 움직인 동선을 일행들과 공유했다.
그 경로를 확인한 일행들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고 카밀라가 그들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사흘이나 지났는데, 지금까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건가요?”
“네.”
마주칠 때만 해도 매우 급하게 움직였기에 바로 의식 장소로 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와 달리 남성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들어간 이후 차를 타고 여러 주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굳이 비행기를 내버려 두고 차량으로 움직이는 게 조금 의아해했다.
“혹시 위치 추적기가 있다는 것을 들킨 게 아닐까요?”
이순자가 걱정스레 묻자, 강신이 고개를 저으며 단언했다.
“그건 아닙니다.”
사실 처음 강신도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누가 봐도 그가 보이는 행동은 수상쩍었으니까.
그래서 수많은 생각이 강신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만약 광신도가 상자 내부에서 단추를 발견했다면?’
그가 그걸 보자마자 과연 위치 추적기라고 생각했을까?
그럴 리가 없었다.
강신이 던져 넣은 위치 추적기의 외형은 누가 봐도 평범한 단추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니, 그가 상자 내부에서 단추를 발견했다고 해도 바로 위치 추적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런 추론만으로 단언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증거는 바로….
“여러분이 휴가를 간 동안 딘이 소속된 PMC의 도움을 조금 받았습니다.”
비밀 종교에 억울하게 당했던 PMC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한 것도 시간이 조금 흐른 상태였다.
크게 피해를 본 PMC라면 모를까, 미미한 피해를 본 PMC들은 어느 정도 전투의 피해를 수습하고 남았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PMC 중에는 딘이 소속되어 있는 PMC도 있었다.
강신은 권영식이 건네준 약을 실험하면서도 빨간 점이 움직이는 걸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위치는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사람을 붙이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그냥 위치 정보만 공유해도 그를 미행할 수 있었으니까.
원래라면 성신의 다른 지부 사람에게 그 일을 부탁했겠지만, 강신이 쫓고 있는 이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인물이었다.
이 내용이 그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어떤 대응을 할지 몰랐다.
‘다른 지부 요원들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복수의 종교자를 미행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이들은 얼마 없었어.’
마침 운이 좋게도 딘과 그가 속한 PMC가 미국에 입국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딘에게 그가 믿을 수 있는 이들을 고용해 미행을 부탁했다.
딘은 강신의 의뢰에 돈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강신은 딘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돈을 쥐여주었다.
“비싸기는 했지만 딘이 꾸린 팀에는 실력이 상당한 이들이 많아서 그 값은 똑똑히 하더군요.”
강신이 딘에게 맡긴 의뢰는 복수의 종교자를 쫓으며 그가 무엇을 하고 어떤 이와 만나는지 알려달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모자랐던 것인지, 그가 어떤 말을 하고 무엇을 먹었으며 당일 입은 속옷의 색깔까지 알아낼 정도로 철저하게 그를 따라다녔다.
“저는 복수의 종교자가 미국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들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딘의 말로는 그가 보물처럼 품속에 보관하고는 상자는 외부에서 단 한 번도 꺼내진 적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딘은 그가 가끔 만나는 광신도들에게도 그 상자를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 남자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상자 속에서 뭔지 모를 이물질을 발견했다면 결코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작에 이물질을 상자에서 꺼내 버리거나, 그게 무엇인지 확인을 했겠지.’
하지만 복수의 종교자는 사흘 내내 움직이기만 할 뿐, 어딘가 들려서 뭔가를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다.
“중간에 상자를 바꿔치기한 것은 아닐까요? 이미 내용물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든지….”
나름 타당한 추론이었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이미 확인이 끝났습니다.”
“네? 어떻게요?”
“여러분이 오기 전, 제가 고용한 이들이 그 남자가 머무는 숙소에 몰래 침입해 그가 씻는 동안 숨겨 두었던 상자를 찾아 내용물을 확인했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저에게 보내줬거든요.”
사진에는 강신이 보관소에서 봤던 그 물건이 그대로 단추와 함께 찍혀 있었다.
정말 뛰어난 실력이었지만, 울프팀에 소속된 여성들은 조금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 그렇게까지 행동했다고요?”
“오늘 입은 팬티의 색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고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그걸 누가 진담으로 받아들여요.”
도대체 광신도 입는 팬티 색깔을 알아서 무엇을 한다고 그걸 알려준단 말인가, 카밀라는 당연히 그 말이 질 나쁜 농담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후…. 어쨌든 그 복수의 종교자가 지금까지 물건을 가지고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소리죠?”
“그렇게 봐야 맞긴 한데….”
확신할 수는 없었다.
지금 그가 하는 행동 모든 것이 불분명했으니까.
이번만큼은 강신도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쫓고 있다고 판단하고 혼선을 주기 위한 행동일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무방비했다.
적의 의도를 모르니, 고민할수록 머리만 더 아파졌다.
“저도 이번만큼은 머리가 복잡하군요.”
그래서 강신은 일행들이 돌아오기를 손꼽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만으로는 그 한계가 있었으니, 이럴 때일수록 집단 지성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강신은 일행들과 그간 광신도가 보인 행적을 토대로 토론을 나누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아쉽게도 끝내 강신이 원하는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 먹은 게, 뭔가 그들만의 신호는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딘에게 조사를 부탁해보죠.”
의견을 내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그만큼 딘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행들이 휴가를 복귀하고 며칠이 더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일행들이 알아낸 것이라고는 광신도가 길거리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뿐이었다.
이쯤 되니, 강신과 일행들은 광신도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이동하는 지역, 이동 속도, 오늘 먹은 음식, 입은 옷, 걷는 속도와 숙소,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까지.
나중에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의미를 부여하는 강신과 일행들의 모습에 A.I인 프로네시스와 크림이 말릴 정도였다.
덕분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강신과 일행들이 하던 행동을 멈췄다.
“잠시 머리를 식혀야겠네요.”
평소에 냉정했던 신하린조차 열변을 토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럼 내일까지, 머리를 비우고 다시 모이도록 하죠.”
그렇게 일행들은 잠시 광신도를 머리에서 지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딘이 추가로 보낸 정보를 확인한 강신과 일행들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껴야 했다.
“그간 우리가 한 행동은 모두 헛짓거리였네요.”
“하, 빌어먹을 광신도….”
“나중에 만나면 가만히 안 둘 거에요.”
일행들의 불평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
강신은 그런 일행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자신부터도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장웨이조차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딘이 보낸 강신에게 보낸 것은 복수의 종교자의 대화를 감청한 내용이었다.
-오기로 한 시일이 지났는데, 왜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
그보다 상급자로 보이는 이의 근엄한 목소리가 묻자, 딘이 쫓던 광신도가 목소리를 떨며 대답했다.
-아, 그게…. 지금 가는 중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보관소에 침입자가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근처에서 며칠 대기했습니다.
-음…. 보관소에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연락은 받긴 했지. 그래 알았다. 서둘러 중간 경유지를 이용해 복귀해라.
-알겠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뭔가 이상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선 가장 먼저 딘이 쫓는 이가 계획된 시간보다 오래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과 그의 상급자로 보이는 이가 그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딘이 쫓는 광신도가 상급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에 강신과 일행들은 광신도가 지금까지 보인 행동을 모두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광신도의 행동이 의미가 없는 행동이 되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하, 저런 중요한 물건을 수송하면서 농땡이를 피울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요?”
뭔가 급하게 보관소를 떠날 때만 해도 이런 결말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가 움직이는 경로와 장부에 적힌 몇몇 장소가 겹친 이유? 그것도 그냥 우연일 뿐이었다.
있지도 않은 의미를 찾겠다며 머리를 쥐어짠 것을 생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후…. 다들 진정하시죠.”
강신은 애써 화를 가라앉히고 흥분한 일행들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화가 나는 것은 이해하지만 상황 자체는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화가 나긴 했어도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쩔쩔매던 것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
이제부터 광신도는 정말 의식을 진행하는 곳으로 이동할 테니까.
“이제는 정말 쫓기만 하면 됩니다.
복수의 종교자는 자신도 모르게 강신과 일행들을 의식을 치르는 곳까지 안내해 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그에게 충분한 복수가 되겠죠.”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의식을 방해할 이들을 자기도 모르게 안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지금 강신과 일행들이 느끼는 분노보다 더한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강신의 말이 먹힌 것일까, 일행들이 대부분 화를 가라앉히자 강신이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럼 어디로 가는지 다 같이 지켜보도록 하죠.”
복수의 종교자를 가리키는 빨간 점은 분명 이전에는 느긋하게 움직였지만, 지금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곧장 향한 곳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였다.
그런 그의 행동에 강신은 의아한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리버사이드? 여긴 유동 인구가 상당히 많을 텐데?’
리버사이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97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화려한 도시로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의식을 진행하기에는 부적합한 장소였다.
강신은 리버사이드가 그들이 통화 중 말했던 중간 경유지라는 것을 직감했다.
-리버사이드에 있는 광신도와 접촉했습니다.
복수의 종교자가 다급하게 움직였음에도 끈질기게 따라붙은 딘이 그의 행동을 모두 보고하고 있었다.
복수의 종교자는 리버사이드에 있는 광신도들과 접촉하고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는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표적이 이동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음?”
“어라?”
복수의 종교자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는 빨간 점은 원래 있던 장소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