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29
628화
강신과 일행들은 늦은 시간 리버사이드 도심에 있는 낡은 건물 옥상에 모여있었다.
일행 중 빌리가 미리 챙겨왔던 쌍안경으로 반대쪽 건물 안쪽을 훔쳐보며 말했다.
“우와아…. 정말 이게 먹힐 줄이야….”
빌리가 보고 있는 것은 강신이 이전에 풀어준 광신도가 있는 방이었다.
광신도는 강신 일행이 처음 보는 남성과 함께 있었다.
“음, 누가 봐도 저쪽 직책이 높아 보이죠?”
이순자도 쌍안경으로 방 내부를 같이 보며 중얼거렸다.
이순자가 그렇게 확언하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야 풀어주었던 광신도가 그 남자에게 굽신거리며 최대한 조심히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광신도는 강신이 되돌려주었던 상자를 그 남성에게 건네주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오, 건네준다.”
“아니, 저 머저리는 진짜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건가? 어떻게 그런 일을 겪었는데, 아무 언질도 없이 그냥 넘겨주는 거지? 보통 계획을 바꾸거나 위쪽에서 보고하는 게 기본 아닌가?”
그 덕분에 울프팀은 이익을 봤지만, 카밀라는 이상하게 광신도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투덜거렸다.
“그래서 말했잖아요. 사상교육을 막 끝낸 광신도는 ‘아이’ 같다고요.”
강신은 비유를 아이 같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사상교육을 끝낸 광신도는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마치 아이들처럼 말이다.
“아마 우리에게 납치당했던 일도 자신이 너무 잘나서 질투한 이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과 대화를 통해 개도 되었다며 지금 속으로 엄청나게 뿌듯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와우…. 그건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맥스가 짧은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그래도 덕분에 우리 일은 편해졌잖아요?”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지금쯤 저 광신도의 입을 열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래서 강신은 광신도에게 물건을 빼앗고 최대한 정보를 캐낸 이후 딘이 쫓는 복수의 종교자를 함께 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광신도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그 짧은 시간 바로 노선을 틀어 의식 장소를 찾는 것을 선택했다.
‘딘의 실력은 믿을 수 있으니까.’
U.M.A 상대로는 조금 떨어지는 실력을 보여주었으나, 같은 인간이 대상이라면 딘은 척준신과 비등할 정도로 강력한 검사였다.
‘그리고 딘 혼자서 복수의 종교자를 쫓는 것도 아니니까….’
딘이 소속된 PMC가 일반적인 PMC일 리가 없었다.
‘무려 키퍼가 직접 고르고 고른 PMC야.’
그 PMC에 소속된 이들은 각자 숨겨둔 한 수 정도는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강신은 딘이 소속된 팀이 복수의 종교자를 쫓아 대사제가 있는 장소까지 도달할 것이라 믿었다.
강신이 상념에 빠진 것도 잠시였다.
“목표가 움직입니다.”
다른 일행들과 건너편 건물을 같이 살피고 있던 장웨이가 물건을 건네받은 남성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상념에 빠졌던 강신은 빠르게 정신을 다잡고 일행들에게 즉각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린아! 사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최대한 목표에 접근해서 쫓아줘.”
“네, 팀장님.”
신하린이 대답과 함께 모습을 감추자, 강신은 다음으로 구석에서 태블릿을 확인하고 있는 케빈에게 말했다.
“케빈은 3분 단위로 추적기의 위치를 통신으로 보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부장님!”
“그래요, 저는 저기 있는 광신도를 다시 잡아 오면 되는 거죠?”
“네, 마침 정바른 책임도 한국에서 일이 끝나서 바로 이곳으로 와주겠다고 했으니, 광신도를 포획하면 연계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뽑아내 주세요.”
“오, 정바른 책임이 온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겠네요. 그럼 저도 저 머저리가 도망가기 전에 바로 잡으러 갈게요.”
이순자는 그들이 있는 건물 뒤쪽에 사람이 통행이 적은 곳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송대리님과 맥스는 저와 함께 신하린이 추격하는 남자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쫓을 겁니다.”
그러자, 자신의 이름을 불리지 않은 카밀라가 다급하게 강신에게 물었다.
“그럼 저는요?”
“카밀라는 장대리님을 도와주세요. 협조할 때, 카밀라의 힘이 필요할 겁니다.”
그제야 만족한 카밀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만 믿으세요.”
그 지시를 끝으로 강신은 송기덕, 맥스와 함께 바로 움직였다.
물건을 건네받은 남성은 누군가가 자신을 쫓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상당히 여유롭게 행동하기에 강신 일행이 그를 쫓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물건을 건네받은 남성이 바로 의식 장소로 향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리버사이드를 벗어나질 않는군요.”
“애초에 이 도시를 벗어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각각 송기덕과 맥스가 의견을 내자, 거기에 동의하듯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성을 쫓은 지 벌써 12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아무 성과도 없는 그들과 다르게 다른 임무를 맡은 이들에게는 작은 소득이 있었다.
복수의 종교자를 뒤쫓았던 딘은 그를 따라 라스베이거스에 진입한 상태로 그곳에서 그가 다른 광신도들을 만나는 것을 일일이 점검하며 동료들에게 만났던 이들을 조사한 결과 그들이 최소 사제급 이상의 광신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스베이거스에 그렇게 많은 사제가 있을 줄은….’
반면, 이순자는 명령이 떨어지고 1시간이 지나지도 않아 광신도를 다시 납치하는 것에 성공했고 정바른이 리버사이드에 도착하기 전까지 사태파악이 되지 않아 호통을 치는 광신도에게 직접 예절이라는 것을 주입해주었다.
그녀의 예절 교육은 정바른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고 정바른이 도착했을 때, 자신만만했던 광신도는 피떡이 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정바른이 함께하는 U.M.A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못해 모니카의 도움을 받아 폐창고까지 도착하는 것에 그리 긴 시간이 들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뭐, 광신도의 상태가 어찌 되었든 정보만 캐낼 수 있으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정바른은 애써 피가 뚝뚝 떨어지는 이순자의 건틀릿을 애써 모른척하며 바로 광신도의 정보를 뽑아냈다.
그렇게 알게 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는 하지 않았어.’
사상교육을 이제 막 끝낸 광신도가 알아봐야 얼마나 많은 것을 알겠는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적은 정보 속에서 강신이 쫓는 남성에 대한 정보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제는 아니래요, 그냥 사상교육이 끝난 광신도들을 전담으로 지도하는 평신도라고 하네요.
그녀의 정보에 강신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사제도 아니다라….”
중요한 물건을 나르는데,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광신도의 행적은 이상했다.
‘우리가 쫓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걸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광신도들 특성상 자신들이 쫓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끄는 것보다 함정을 파놓고 유인했을 가능성이 컸다.
즉, 나중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강신이 스산한 눈으로 남성을 바라보았다.
‘그냥 이쯤에서 저 남자를 잡고 물건을 빼앗을까?’
물건을 빼앗는 것만으로도 광신도들의 의식을 방해한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내,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다른 곳에서 성과를 내니까. 나도 모르게 조금 조급해졌나…. 의식을 방해해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식이 진행되는 장소야.’
이제 고작 1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조급함을 버려야 했다.
강신은 생각을 다잡고는 묵묵하게 일행들과 함께 계속 남성을 쫓기로 했다.
그렇게 남성을 쫓은 지 만 하루가 되었을 때, 남성은 리버사이드에서 자신이 들고 있던 물건을 다시 다른 여성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책임님, 어떻게 할까요?”
운전대를 잡고 있던 맥스가 묻자, 강신은 곧장 통신 장비로 이순자를 불렀다.
“이부장님.”
-네.
“지금 많이 바쁘십니까?”
-아니요, 이미 뽑아낼 정보는 다 뽑아내서 그리 바쁘지 않아요.
“그러면 거기 있는 광신도처럼 한 명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강신은 그렇게 물건을 건네준 남성의 처리를 이순자에게 맡기고는 물건을 들고 있는 여성을 쫓았다.
그리고 그 여성도 전임자와 똑같이 리버사이드를 떠나지 않았다.
‘어째서? 리버사이드가 의식 장소인 건가?’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여기는 사제가 보이지 않아.’
차라리 사제가 몰려 있는 라스베이거스나, 복수의 종교자가 많은 보관소가 더 신빙성 있어 보였다.
그렇게 여성을 쫓은 지 만 하루가 지났을 때, 그 여성은 이순자에게 끌려간 남성처럼 다른 이에게 물건을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사람도, 또 그 다음 사람도….
물건을 받은 이들은 딱 만 하루가 지나면 다른 이에게 물건을 넘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잡아 온 이들이 아홉이 되니까, 크게 느껴졌던 창고도 제법 북적이는 느낌이 드네요.
막 아홉 번째 광신도의 심문을 끝낸 이순자가 가벼운 투로 보고를 이어갔다.
-이번에도 꽝이에요. 딱 물건을 건네받고 건네줄 사람만 알고 있어요. 의식이란 단어에 의자도 모르더군요.
그녀의 보고에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아홉의 광신도를 납치했으니,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지금 이곳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모를 리 없었다.
강신은 현재 물건을 들고 있는 남성을 보며 다시금 길게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이쯤 손절해야겠네.’
무려 이곳에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공들였다.
이대로 포기하는 것이 아쉽지 않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들어간 시간, 자원, 인력까지…. 손해가 막심하네.’
그렇다고 해서 안 되는 일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 시간을 끌면 오히려 우리 쪽에서 함정에 빠질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빠질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됐다.
“쯧, 아무래도 마무리해야겠네요. 하린아.”
-네, 팀장님.
“작전 마무리할 거야, 그러니까 쫓는 사람 제압해줘.”
강신은 미련 없이 지시를 내렸다.
-음…. 네.
조금 떨떠름하게 대답한 신하린이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물건을 가지고 있는 이를 습격했다.
자신의 체구보다 2배는 큰 남성을 단숨에 기절시키고는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을 빼앗았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수 초밖에 되지 않았다.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던 맥스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송기덕도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원래도 빨랐지만, 이전보다 움직임이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물건을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기절한 남성을 질질 끌고 온 신하린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팀장님 괜찮으시겠어요?”
강신은 신하린이 무엇을 묻는지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더 늦기 전에 빠져야 해.”
“팀장님이 그러시다면야….”
아쉽기는 했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고 끝난 작전이었다.
강신이 허탕을 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긴 했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야 강신도 사람이었으니까.
“후,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어.”
강신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송기덕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맥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열 번째 광신도를 데리고 이순자가 있는 폐창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