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39
638화
“으윽….”
아프다,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너무 아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시야는 흐릿해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귀에서는 삐~ 하며 이명이 들려왔다.
심지어 기억이 드문드문 끊어져 지금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지금에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몸이 아프고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더 중요했다.
숨통이 턱턱 막히는 고통을 얼마나 참았을까, 시간이 조금 흐르자 뿌옇던 시야가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것은 처참하게 찌그러진 금속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람 팔로 보이는 살덩이 하나가 보였다.
팔이 금속과 금속 사이에 껴 있다면 그 팔의 주인이 어떻게 되었을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각종 날카로운 금속에 몸이 꿰뚫린 남성도 보였다.
‘윽.’
생기를 잃은 눈이 그가 살아 있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시체의 얼굴을 자세히 보자, 토드는 끊어졌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릴 수 있었다.
‘분명 대전차지뢰를 사용했는데?’
뒤쪽에서 따라오는 차량이 그 물건을 밟고 터지는 것까지 똑똑히 확인했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더라?’
분명 그 폭발에 휘말린 건 아니었다.
폭발 때문에 험비가 구르는 것까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그 괴물 같은 차량이 도로를 굴렀지. 그리고, 아….’
그는 뒤늦게 그 험비가 자신이 타고 있던 차를 덮쳤던 걸 떠올렸다.
‘하필이면….’
그의 불운한 기질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를 괴롭혔다.
폭발로 험비가 굴러서 충돌이라니, 운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어째서 맨날 자신은 이렇게 운이 나쁜 것일까, 그저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마치 세상이 그것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도 양심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인지, 지금 토드의 몸은 온몸에 타박상 말고는 어디 하나 부러진 곳도 없었다.
물론 토드는 그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운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죽었으면 이런 더러운 꼴도 안 봤을 테니까.’
그러던 그때, 머리 위쪽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긱.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그곳에는 처음 보는 물건이 유리창에 걸려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가방?’
무슨 가방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지만, 악기를 집어넣는 가방인 것은 확실했다.
뜬금없이 저런 가방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토드는 그 악기 가방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야, 머리 위에 있는 악기 가방의 걸쇠가 충격으로 약해진 것인지, 위태롭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가방에 들어 있는 악기가 떨어져 자신의 머리통을 깨부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픈 몸을 질질 끌며 기어서 그 자리를 필사적으로 벗어났다.
그가 그곳을 벗어나기 무섭게 악기 가방이 내부에 있던 물건들을 쏟아냈다.
와르르~ 쿵!
여러 물건과 묵직한 뭔가가 방금까지 토드의 머리가 있던 곳으로 떨어졌다.
만약 제대로 피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머리가 깨졌으리라 생각한 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도대체 뭐가 떨어졌는지, 확인했다.
‘종이와 손 모양의 쇳덩이, 그리고 저건….’
투명한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금빛으로 빛나는 저울.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번 일의 목표였다.
‘행운의 천칭이라고 했던가?’
토드는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몸이 아팠지만, 난생처음으로 다가온 행운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를 악물고 억지로 움직여 바닥을 기었다.
‘저것만 있으면!’
지금 상태로 저 물건을 얻는다고 해서 저것을 제대로 옮기긴 힘ㄷㄹ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다시 빼앗기지 말라는 법도 없었지만, 맘속 가득한 욕심과 고통이 토드의 눈을 흐리게 했다.
토드는 그저 눈앞에 있는 행운의 천칭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고 그의 손이 투명한 케이스에 닿는 순간 감격했다.
‘드디어 나도….’
토드의 손이 닿자, 행운의 천칭이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외부를 막고 있는 찌그러진 쇳덩이가 갑자기 들어 올려졌기 때문이었다.
끼이익….
틈을 비집고 들어온 손가락이 엉킨 고철덩이를 끊어냈고, 사람 하나가 들어올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공간으로 한 인영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고 토드를 발견하자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허? 이런 상황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있군요.”
검은 머리의 동양인으로 자신이 소속된 낙오자들이 아니었다.
낙오자 중 동양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렇게 깔끔한 복장을 갖춘 이들은 없었으니까.
토드는 자신이 잡은 한 줌의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게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몸 상태가 좋지않은 자신이 한 손으로 찌그러진 쇳덩이를 들어 올리는 사람에게서 이 물건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게 내 마지막인가?’
그간 낙오자에 소속되어 남의 물건을 탐낸 이들의 최후가 어땠는지, 잘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도둑놈의 새끼들.
-너희 같은 해충들은 세상을 위해서 죽는 게 낫지.
-하, 주제도 모르고 남의 물건을 탐하다니.
-패배자 주제에 누구 물건에 손을 대는 거야!
마치 바퀴벌레를 보는 듯한 혐오 가득한 사람들의 시선과 가슴을 할퀴는 듯한 말들, 이제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 시선과 말들은 비수가 되어 언제나 가슴 한쪽 편에는 상처가 되어 남아 있었다.
저벅, 저벅.
동양인이 자신에게 걸어왔다.
저 동양인도 이전에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분명 자신을 모욕하고 발로 짓밟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처음으로 손에 닿은 행운을 빼앗기게 되겠지.
억울하다, 너무나 억울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토드는 마른 입술을 벌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을 쏟아냈다.
“당신도 나와 같은 환경이었다면 나와 같은 삶을 살았을까?”
대답을 원한 질문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눈앞에 있는 동양인에게 말하고 싶은 질문이 아니었다.
애초에 눈앞에 동양인은 오늘 처음 보는 이었으니까.
그는 그저 자신에게만 이렇게 불합리한 세상에 하소연하듯 말을 내뱉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동양인은 자신의 의미 없는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글쎄요.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환경이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알겠네요. 당신은 운이 좋아요.”
“무슨 헛소리를….”
토드는 그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다.
정말 자신이 운이 좋았다면 이런 상황을 겪을 리가 없었으니까.
아니, 이전부터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토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헛소리를 내뱉은 동양인을 바라보고는 몸을 살짝 떨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동양인의 시선이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따듯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벌레나 해충, 오물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은 아니었다.
마치….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그래, 눈앞에 있는 동양인은 자신을 동등한 ‘사람’으로 봐주고 있었다.
얼마 만에 느끼는 시선일까, 토드는 자기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자, 동양인이 상당히 당황한 눈치였다.
그야 지금 상황을 초래한 남성이 애처럼 눈물을 흘리니 자신이라도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은 벌레나 오물이 아닌, 사람으로 죽을 수 있는 건가.’
토드는 하류 인생의 마지막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삶에 대한 갈망과 주연이 되고 싶었던 삶,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애써 참고 있었던 고통이 신물 올라오듯 올라왔다.
의식이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정신을 잃기 전 동양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미롭네.”
그렇게 토드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 * *
행운의 천칭을 찾기 위해 부서진 잔해를 치우고 내부로 들어온 강신은 눈앞에 기절한 남성을 바라봤다.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남성은 뜬금없이 이상한 말을 내뱉고 펑펑 울었다.
그 모습은 강신조차 당황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서 그 길이 절대 평탄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지금 그가 저지른 일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아니었다.
남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는 것은 살아온 삶과 다르게 잘못된 행동이었으니까.
비련의 주인공처럼 말했지만,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이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하다못해 강신이 최근 멕시코에서 만난 해적들은 그보다 더한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강신은 어쭙잖게 그를 위로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모르듯, 자신도 그를 모르니까.
강신이 흥미를 느낀 것은 그의 삶이 아니었다.
그가 놓치지 않겠다고 품에 안고 있는 행운의 천칭을 보고 흥미를 느낀 것이었다.
‘행운의 천칭이 왼쪽으로 완전히 기울었어.’
오른쪽이 아닌 왼쪽이었다.
황금만능주의 대사제인 테일러조차, 완전히 기울지 않았던 천칭이었다.
눈앞에 사내는 한 교단의 머리보다 더 많은 행운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이런 꼴로 있는 것인지,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강신은 쏟아진 내용물 중에서 건틀릿을 찾아 착용하고는 나머지 물건들을 망가진 악기 가방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망가진 경첩 대신 얇은 금속으로 가방이 열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했다.
‘이 정도면 쉽게 끊어지지는 않겠지.’
원래라면 어깨에 메고 갔겠지만, 끈마저 끊어져 있었기에 강신은 어쩔 수 없이 악기 가방을 질질 끌어야 했다.
강신은 기절한 남성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신보다 덩치는 조금 더 커 보이긴 했지만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그리 무겁지는 않았다.
강신은 그를 어깨에 들쳐메고 악기 가방을 질질 끌며 밖으로 나왔다.
외부로 나오자, 언제 험비 밖으로 나온 것인지, 카밀라가 강신을 반겨주었다.
“나왔다!, 어라? 그 사람 누구예요?”
카밀라는 강신이 데리고 나온 남성이 누구인지 묻자, 강신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저희에게 지뢰를 던진 사람이요.”
“뭐요?”
카밀라가 황당하다는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그 사람을 왜 챙겨 나왔어요?”
“음…. 이 사람에게 흥미가 생겨서요. 자세한 것은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없어도 충분하죠?”
그들 주변에는 갑작스러운 폭발로 접근하지 못했던 낙오자들이 어느새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하고 있었다.
카밀라 뒤쪽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송기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러자, 카밀라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래요, 일단 이 상황을 정리하고 이야기하죠.”
U.M.A가 상대였다면 송기덕 혼자서 상대했겠지만,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재능이 없는 일반인에 가까운 이들, 그런 이들을 상대로는 송기덕보다 카밀라가 더 나았다.
그 증거로 지금 카밀라의 시야에 있는 이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그들은 뭔가 핑크빛 도는 기류와 함께 눈이 살짝씩 풀려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는 사이, 장웨이가 강신에게 다가왔다.
“수고랄 것까지 있나요. 그냥 떨어진 물건을 주워온 것뿐인데요.”
강신은 웨어러블 장치를 조작해, 자신의 보호 장비를 의태 시켜 기절한 남성의 몸에도 보호 장비를 둘러주었다.
차단력은 조금 낮아지겠지만, 시중에서 사용하는 총기류는 충분히 막아 주고도 남을 것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송기덕이 들고 있는 톤파를 빙글빙글 돌리며 제자리에서 통통 뛰었다.
거리를 가늠한 그는 카밀라와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곤 그대로 적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송기덕이 움직이자,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이들이 외쳤다.
“쏴!, 다 죽여버려! 그리고 빼앗아!”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