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71
670화
쏴아아-!
다시 비가 내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이전과 엄연히 달랐다.
폭발음을 듣고 놀란 U.M.A들이 모두 천막에서 튀어나왔고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뒤집어 쓰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급해진 광신도가 이전에 비구름을 날렸던 장치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성신은 똑같은 방법을 두 번이나 당할 정도로 부족한 이들이 아니었다.
쿠콰광!
그리 멀지 않는 장소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웨더 클리너 장치, 파괴 공작 완료.
계획에는 없었던 임무였지만 강신이 따로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요원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여 장치를 파괴해 주었다.
그와 동시에 비를 맞은 U.M.A가 요원들과 마주하기 시작하자, 요원들의 보고가 다시금 이어졌다.
-4조 U.M.A와 조우, 사진 분석 요청.
처음 보는 U.M.A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 이야기는 지니즈 랜드에 서브 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줄곧 화자가 되었던 주제였다.
U.M.A에게 무작정 달려든다? 그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광신도가 모은 서브 몬스터는 의식 장소를 지키기 위해 모은 집을 지키는 개들이었다.
즉, 기본적으로 집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인 전투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뜻한다.
그게 아니면 그에 못지않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과 어떠한 정보도 없이 부딪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전투는 없었다.
그래서 강신은 U.M.A와 만난 인원들에게 보호 장비에 달린 나노 카메라를 이용해 해당 U.M.A 촬영할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U.M.A의 모습이 촬영되면 그 사진을 바로 프로네시스가 업로드해 권영식과 그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연구원들이 모여 바로 U.M.A의 특징을 잡아낸다.
그 특징을 토대로 프로네시스가 강신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 가장 유사한 개체를 찾아 알려주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 지금처럼 말이지.’
-해당 개체는 구르는 돌로 판단, 원래는 존재하지 않은 팔다리가 달린 것을 봐서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사용하는 에볼루션을 투약해 이레귤러화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설명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U.M.A가 가진 약점 또한 알려주었다.
-해당 개체는 몸속에 핵이라고 불리는 약한 결정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 핵이 파괴되면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 핵을 찾기 위해서는 몸에서 미묘하게 색이 다른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프로네시스는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계속 통신을 보내왔고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었을 때, 4조가 대답했다.
-4조 해당 U.M.A와 전투에 돌입합니다.
U.M.A와 만난 것은 4조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U.M.A가 튀어나온 것만큼 많은 조가 모습을 드러낸 U.M.A와 속속히 만나고 정보를 요청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격렬한 전투 소리가 지니즈 랜드 전체에 울려 퍼져왔다.
강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송기덕이 걸음을 멈춘 강신을 재촉하듯 말했다.
“내버려 두어도 알아서들 잘할 겁니다.”
“……네.”
강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막 내부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요원들이 임무가 있듯, 자신도 해야 할 임무가 있었으니까.
중력침이 있는 천막 내부에는 당연히 상주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있어야 했지만, 그들이 들어선 입구에는 한 명의 연구원밖에 없었다.
성신 소속의 연구원인 그가 강신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어, 어…. 강책임님? 지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그리고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로….”
연구원은 지금 밖이 소란스러운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연기를 하는 것이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어벙해 보였다.
만약 이곳에 있는 이들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면 강신조차 그의 태도를 보고 헷갈릴 정도였다.
강신이 송기덕에게 눈짓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식간에 뛰쳐나가 무방비한 연구원에게 로우킥을 날려 하체를 무너트렸다.
그리고 그대로 팔을 잡아 뒤로 꺾으며 반대 팔꿈치로 등을 눌러 그대로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쿵!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연구원은 제대로 된 반항은커녕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크헉, 컥컥,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바닥에 깔린 연구원은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했지만, 그게 강신과 일행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송기덕이 천천히 연구원의 팔을 꺾기 시작하자, 당황한 연구원이 강신과 일행들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유라도 알려주십시오.”
하지만 강신과 일행들은 그와 어떤 말도 섞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송기덕은 점점 더 심하게 팔을 꺾기 시작했다.
결국, 그 고통을 참지 못한 연구원이 비명을 질러댔다.
“끄아아악! 내 팔!”
그러자, 다른 곳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연구원들이 다급하게 입구로 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침입자가 여기까지 온 건가?”
“가드들은 뭘 하는 거야!”
연구원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자, 카밀라가 앞으로 나섰다.
“이제 제 차례네요, 자. 여기 잠시 주목해주세요!”
짝!
카밀라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그 소리에 연구원들의 시선이 카밀라에게 향했고 그 순간, 그들의 눈이 살짝 풀리며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매혹 끝났어요. 송대리님, 이제 놔도 돼요.”
송기덕은 카밀라의 말을 듣고 팔을 꺾은 연구원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비명을 질렀던 것이 거짓말처럼 그도 다른 연구원들처럼 카밀라를 바라보며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매혹에 걸린 모습을 본 송기덕이 흡족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숨어있는 인원을 한 번에 끄집어내는 방법은 동료의 비명이 최고죠.”
송기덕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무서운 말을 내뱉었지만, 실제로 연구원의 비명을 듣고 흩어진 연구원들이 모였기에 강신과 카밀라는 그 말에 반론할 수가 없었다.
“에휴, 어쨌든 전 바로 심문이나 시작할게요.”
그 말을 끝으로 카밀라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연구원들에게 다가갔다.
* * *
강신과 일행들이 천막에 들어가기 한참 전, 신하린은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소란으로 중앙 천막에 들어갔던 이가 나오자 바로 모습을 감추고 먼저 중앙 천막으로 진입했다.
천막에 들어서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빛 한점 없는 일방통행의 복도였다.
‘어둡네.’
그 생각도 잠시 그런 그녀의 뒤쪽에서 오싹한 소리가 들려왔다.
콰직, 콰직!
“끄아아아악! 왜! 어째서!”
신하린 다음으로 들어오려고 했던 남성의 비명과 마치 뭔가가 그를 씹는 듯한 소리도 함께 들렸다.
‘팀장님 의견을 듣지 않고 정찰을 했으면 아마 내가 저 꼴을 당할 수도 있었겠네.’
순간 신하린은 소름이 돋았지만 애써 진정하고는 그 어두운 길을 전진했다.
어두운 복도 끝에 도달했을 때, 어떤 이질감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불쾌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깜빡였을 때, 신하린은 방금 자신이 있던 곳과 전혀 다른 세계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게 뭐야….’
분명 자신이 들어 온 곳은 거대한 천막 내부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서 있는 장소는 천막이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이었다.
그것도 새벽의 초원이 아닌, 하늘에는 뜨거운 태양이 또 있는 초원.
그리고 초원에는 몽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르라고 불리는 전통 가옥들이 수도 없이 깔려 있었다.
신하린은 애써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몸과 들고 있는 장비에는 큰 이상은 없어. 통신 장비는 먹통인가….’
통신이 먹통인 것을 제외하면 딱히 이상은 없었기에 그녀는 작전을 속행했다.
신하린은 우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게르를 손으로 훑어 본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촉감은 진짜 같은데, 어쩔 수 없네.’
혹시 자신이 진짜 같은 환상을 겪은 것은 아닐까, 의심하며 신하린은 특수하게 제작된 각성제를 꺼냈다.
그녀가 꺼낸 각성제는 첩보부에게 지급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제품이었다.
이 시제품은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각성제로 매혹, 공포 같은 정신적인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건이었다.
그러니 각성제를 사용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이 환상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시제품 단계라 끔찍한 부작용이 동반했다.
‘어지간해서는 사용하기 싫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부작용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원통형으로 제작된 각성제는 그대로 내려치면 안에 있는 바늘이 튀어나와 그대로 내부에 있는 액체를 몸속으로 주입되니, 사용 자체도 간편했다.
신하린은 작은 천을 입에 물고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슬쩍 내려 피부를 노출해 그 부위에 각성제를 꽂았다.
푸슉.
작은 소리와 함께 바늘이 튀어나와 피부를 뚫고 들어왔고 내부에 있는 액체가 주입되었다.
그리고, 각성제의 부작용인 어마어마한 고통이 그녀를 덮쳐왔다.
‘으긋….’
마치 생이빨을 뽑는 듯한 끔찍한 고통에 신하린의 몸이 덜덜 떨려왔지만, 입에 물고 있는 천 덕분에 겨우 소리를 내지 않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각성제 효과가 몸에 돌고 끔찍한 고통을 수습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신하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광경이 각성제를 맞아도 똑같이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환상이 아니라는 소리지.’
눈앞에 있는 초원과 게르가 진짜라면 과연 자신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몽골과 애너하임의 시차는 대략 12시간이니, 해가 뜬 것도 이해할 수 있어.’
혹시 광신도 중에서 모니카처럼 공간을 뛰어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지니즈 랜드에 꾸려 놓은 모든 것들은 의식을 방해하는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들인가?’
하지만 이내, 신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어.’
이 모든 게 기만전술일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부정한 이유는 모니카와 같은 재능을 가진 이가 있을 리 없다는 걸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모니카의 재능은 제약이 걸려 있긴 해도 뛰어난 재능이지.’
그녀의 재능은 대모가 만든 공간을 거쳐야 하고 직접 발로 이동한 곳에만 문을 열 수가 있었다.
만약 광신도 중 정말 그런 재능을 가진 이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보인 행동은 모두 말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 있는 모든 지부가 본사를 공격할 때, 그 재능을 사용했다면 우리는 쉽게 대처하지 못했을 거야.’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거점이 공격당했을 당시에도 그 재능을 가진 이가 있었다면 더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전당포에서 물건을 옮기는 것도 복수의 종교자를 통해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옮겼을 것이다.
‘그럼 여긴 뭐지?’
분명 눈앞에 있는 초원과 게르는 환상이 아니었으며 하늘 위에 떠 있는 태양조차 진짜처럼 보였다.
‘일단 통신은 재머 때문인지, 먹통이니 촬영이라도 해야겠네.’
신하린은 자신이 이곳에서 빠져나갔을 때를 대비해 이곳에 있는 것들을 기록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지역을 촬영할 수가 없었다.
그야, 통신 장비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진 나노 카메라도 작동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작동하지 않는 카메라를 보며 신하린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다른 기계 장치들도 확인했다.
‘여긴 몽골이 아니야.’
아니, 정확히는 지구조차도 아니었다.
신하린은 처음 통신이 먹통이 되었을 때만 해도 통신을 보내지 못하게 재머 장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른 기계 장치는 정상으로 작동해야 했다.
하지만, 신하린이 꺼낸 모든 기계 장치는 먹통이 되어 있었다.
신하린은 기계 장치가 모두 먹통이 되는 곳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야 대모가 만든 숲속 마을이 이런 현상이 있었으니까.
‘여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만든 구역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