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83
82화
강신은 자신을 겨누고 있는 화기를 보며, 오랜만에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권영식이 그렇게나 강조했었던 의태 기능의 단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호 장비의 형태를 변화하면 차단력이 극도로 낮아졌고, 적의 화기로부터 제대로 몸을 보호할 수 없다.
‘장비의 의태 기능을 풀 시간도 없어….’
당장이라도 의태 기능을 풀고 몸을 보호하고 싶었지만, 강신이 수상한 행동을 하는 순간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았다.
몸을 보호할 수 없는 장비,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설야의 날개 가루까지….
현재 강신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도 적었다.
‘총체적 난국이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치중인 비밀 종교 사람들이 신단수 작전에서 강신이 겪었던 호전적인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게 강신이 데리고 있는 U.M.A 때문인지, 아니면 성신과 HG 그룹의 요원들이 작전 지역 밖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강신을 발견하자마자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음에도, 당기지 않았다는 건 그들이 지금 당장은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인원들 속에서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다른 인원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HG인가? 성신인가?”
그가 강신을 보고 첫 번째로 꺼낸 말은 소속을 묻는 말이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상대의 의도가 짐작되지 않는 상황에서 강신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 걸 선택했다.
“흐음, 신중하구먼. 자네가 어디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자네가 들고 있는 ‘그것’을 나에게 넘겨줬으면 좋겠는데.’
목소리는 앳되어 보였지만 늙은이 같은 말투를 사용하는 리더는 강신에게 U.M.A를 맡겨 두었던 것처럼 당당하게 요구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다시금 강신에게 선택이 강요되었다.
U.M.A를 건네주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를 해, 위기를 모면하고 추후를 도모할 수 있다.
아니면, 위협을 무릅쓰고 U.M.A를 보호하며 이들에게서 도망갈 수도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신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몇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지만, 강신은 결국 머리가 선택한 답이 아닌 가슴이 시킨 답을 택했다.
새끼 U.M.A를 건네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어떻게 행동할지는 결정했지만 지금 당장 움직이는 건 굉장히 위험했다.
‘적어도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가 돌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해.’
먼저 자신이 안고 있는 U.M.A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으로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고 시간을 끌기 위해 강신은 적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 아이는 제가 찾은 것입니다.”
“흠…. 그러면 곤란한데, 나는 젊은 친구에게 강압적이고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네만.”
리더로 보이는 사람은 강압적이고 과격한 방법이 싫다고 했지만, 돌려 말하면 언제든지 그런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신을 압박하는 것이기도 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그것’을 우리에게 넘겨주면 자네가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주지.”
리더의 말을 들은 강신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요원들이 작전 지역에 갇혀 있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군. 그렇다면 이번 작전과 관련한 대부분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저들은 강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이곳의 정보는 성신 그룹이 아닌 HG 그룹에서 흘러나갔을 확률이 높았다.
리더 격으로 보이는 남성은 강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굳어 있는 표정의 강신을 보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길을 헤맨 현장요원 중 하나라고 지레짐작했다.
“보아하니, 이곳에서 꽤나 고생한 것 같은데 ‘그것’만 넘겨주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대도.”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사탕을 주며 아이를 달래는 할아버지가 저러할까.
만약 강신이 U.M.A와 저들의 정체에 대해서 몰랐고, 그의 말대로 이곳에서 오랜 시간 갇혀있었다면 틀림없이 혹했을 이야기였다.
리더 격의 남자는 강신을 달콤한 말로 어르고 달랬지만, 강신은 고민하는 듯한 모습만 내비치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더 이상 시간을 쓰는 걸 손해라고 생각했는지, 결국 말을 바꿔 강신을 압박했다.
“당장 자네에게 믿음을 주는 건 어렵겠지. 우리를 믿지 못한다 해도 자네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네.”
리더 격의 남자가 강신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강신은 다가오는 남자를 피해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미 비밀 종교 사람들이 포위한 상황이었다.
그들이 강신을 보고만 있을 확률은 극히 낮았다.
-으르르르….
적의를 느낀 것인지, 그림자 속에서 초코가 낮게 으르렁대며 경고를 했다.
“괜찮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강신은 초코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초코를 진정시켰다.
그러는 동안 남자는 강신에게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 곧 시간이 다 됐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남성을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순간, 드디어 강신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개 가루의 효과가 나타났다.
뜨거운 기운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이 솟구쳤다.
피부 또한 붉게 달아올랐지만, 다행히도 길리 슈트로 의태한 보호 장비에 가려져 피부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원하던 힘이 생겼음에도 강신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혹시 갑작스럽게 움직여서 다칠까, 안고 있던 U.M.A의 새끼를 구은혜가 주었던 크로스백으로 조심스럽게 넣었다.
“잠시만요. 여기 있습니다.”
강신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던 리더 격의 남자는 강신이 U.M.A의 새끼를 크로스백에 넣어 건네주는 거라고 착각했다.
“끌끌, 그러게 진작에 그럴 것이지.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서 다행이군.”
강신은 조심히 들고 있는 크로스백을 그에게 넘겨줄 것처럼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비밀 종교 집단의 리더는 크로스백을 받기 위해서 강신에게 다가갔다.
손을 뻗으면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리로 들어섰을 때, 그때야 그 남자는 강신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추운 날씨는커녕 오히려 후덥지근한 날씨인데도, 강신의 입에서 하얀 수증기와 같은 기체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 뭘 숨기고 있는 거지?”
리더 격의 남자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강신은 그의 말을 들어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크로스백을 재빨리 자신의 몸에 멘 강신은 그대로 오른발에 힘을 줬다.
그대로 지면을 박차서 다가오던 남성에게 달려들었다.
강신은 이곳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를 잡게 되면, 모든 일이 수월하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능감에 취한 강신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 때문에 놓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상대방이 강신을 모르듯, 강신 또한 상대방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부웅~
“어…??”
강신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까지 눈앞의 남성을 공격하기 위해 손을 내질렀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은 하늘을 바라보는 상태로 공중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하늘을 날고 있는 강신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강신과 그들의 리더를 포위하고 있었던 광신도들은 방금 벌어진 일을 똑똑히 보았다.
자신들의 리더가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강신의 주먹을 오른손으로 자연스럽게 흘렸다.
그리고 오른발을 이용해 강신의 발을 툭 차면서 균형을 잃게 만든 후, 놀고 있는 반대쪽 손으로 넘어지려는 강신의 몸을 공중에서 뒤집어 버렸다.
강신의 증폭된 힘을 전력으로 사용하면 사람 뼈가 부서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러나 힘에는 엄연히 상성이라는 것이 있었다.
강한 힘은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부드러움은 빠름으로 대항할 수 있다.
무협지에서 단골로 나오는 구절이었지만, 현대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거짓말들을 일삼는 자칭 무술가들이 모든 무인들을 사기꾼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기를 갈고닦은 무인들은 스스로를 뽐내고 않았고, 대중들이 있는 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설야의 가루를 흡입한 강신을 날려버린 이 남성 또한 무예가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강한 힘을 사용하는 강신에게 있어 최악의 상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광신도들의 리더는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유술(柔術)의 달인이었다.
“큭…. 초코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강신이 선택한 건 반격도 공격도 아니었다.
-멍!
강신이 초코를 부르자, 지상에 남아 있는 강신의 그림자에서 거대한 초코의 발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공중에 떠있는 강신의 몸을 하늘로 밀어주었다.
퍽!
길리슈트로 형태를 바꾼 보호 장비였기에, 차단력이 온전치 못했고 그 충격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으윽..!”
강한 충격이 강신을 덮쳤지만, 덕분에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초코의 등장으로 화기를 들고 있었던 적들은 당황했고, 즉각적으로 사격을 가하지 못했다.
“뭐하는 게야. 사격해!!”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사격을 시작한 건, 강신이 나무가 우거진 산속으로 들어갈 때쯤이었다.
탕!! 타다당!
그들의 탄환은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을 맞힐 수 없었다.
다행히 강신은 아무런 상처 없이 구은혜가 있었던 작은 공터를 지나 나무들 사이에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그만! 사격 중지!”
바로 눈앞에서 U.M.A와 강신을 놓친 리더 격의 남성이 잔뜩 화가 난듯했다.
강신이 사라진 방향으로 계속 사격하는 이들에게 사격을 멈추라고 소리치자, 잘 훈련받은 군인처럼 곧바로 사격을 멈췄다.
“쯧…. 평범한 요원이 아니었나.”
광신도들의 리더가 혼자서 중얼거리자, 강신을 포위했던 인원 중 한 명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사제님, 뒤를 쫓을까요?”
“뭘 당연한 것을 왜 물어! 당장 쫓아가!”
평소에는 온순한 할아버지 같던 그가 성을 내자, 화들짝 놀란 비밀 종교 집단의 일원들은 서둘러 강신을 추격했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사제라고 불린 남자가 오른손을 가볍게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강신의 공격을 흘렸던 오른손이 떨리고 있었다.
“젠장, 나도 아직 멀었군…….”
처음에는 강신의 힘을 이용해 그대로 바닥에 꽂아버리려고 했었다.
그런데 강신이 가진 힘을 모두 해소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공중으로 날려야 했던 것이다.
조금 전 상황을 생각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 만나면 제대로 상대해주겠어.”
그리고 그도 추격에 나선 이들을 쫓아 이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