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82
81화
비밀 연구소 사람들은 강신이 U.M.A를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강신에게도 엄연히 호불호는 존재했다.
그의 호불호를 가르는 건 외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강신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가였다.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했던 틈새 동거자를 성신에서 연구한다고 했을 때, 강신답지 않게 U.M.A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는 틈새 동거자와는 달랐다.
평소에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외형까지 사랑스러웠으니, 강신이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강신이 갑자기 이런 두서없는 생각을 한 이유는 계속 고집을 피우는 구은혜 때문이었다.
“이 아이는 절대 양보 못해요!”
U.M.A를 전담으로 포획하는 팀에 속해있는 강신은 구은혜가 U.M.A를 포획했다는 사실에 뭐라고 할 마음은 없었다.
‘그래, 저게 평범한 U.M.A라면 딱히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
구은혜는 U.M.A라는 것을 알면서도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U.M.A의 새끼를 잡았다.
해당 U.M.A의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새끼를 잡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게다가 함께 온 HG 그룹 요원들도 구은혜에게 U.M.A의 새끼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리고 그녀는 U.M.A를 키울 것처럼 말하고 있었는데,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길을 헤매는 토끼는 장수하는 종인만큼 유년기가 굉장히 길었으며, 무엇보다 이 시기에 어미와 떨어지게 된다면…….
“그 아이는 부모가 없으면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키우실 생각이십니까?”
죽는다는 소리를 들은 구은혜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아니, 나는…….”
강신은 구은혜의 핑계를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고, 싸늘하게 자신이 할 말을 이어갔다.
“사랑스러운 외형과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모습만 보고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가방에 넣었겠죠.”
“…….”
“그게 평범한 토끼였다면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형의 생물이 출현하는 곳에서 해선 안 될 굉장히 경솔한 행동입니다.”
그녀도 자신의 행동이 경솔했다는 것을 아는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저 분한 표정으로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런 경솔한 행동을 하는 건, 당신과 함께 온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그러시겠죠.”
“…….”
“이제 그 아이를 저에게 주시죠.”
구은혜는 멍청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천재까지는 아니어도 수재라고 불릴 정도로 똑똑한 편이었다.
평소였다면 자신이 잡은 이형의 새끼를 요구하는 이유를 물었을 테지만, 열악한 이곳에 갇힌 지 보름이 넘었다.
그녀도 많이 지쳐있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강신의 기세에 압도됐다.
구은혜는 자신도 모르게 가방에서 포획한 U.M.A를 꺼내주려고 했다.
“아니요. 그 가방째로 주세요.”
“아, 네….”
그녀는 강신의 요구대로 메고 있던 크로스백을 그대로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이제, 이 방향으로 쭉 걸어가시면 이 구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구은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숙여 강신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철부지 같은 그녀였지만, 자신의 잘못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강신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우선 회사 목표는 달성했고, 그럼 다음은…….”
구은혜에게 건네받은 크로스백이 살짝 들썩였다.
어미랑 떨어져서 제대로 된 영양을 공급받지 못했음에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미약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 작은 아이를 어미의 품속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도, 강신은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를 만나야 했다.
사실 여기에 U.M.A의 새끼를 내려놓고, 그냥 작전 지역 밖으로 나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강신이 걱정하고 있는 건, 이 구역 전체에 능력을 펼친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의 ‘생명’이었다.
이대로 둔다면 저 어미 U.M.A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새끼들은 이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강신에게는 어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었고, 어미를 만나야 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크로스백에 든 새끼는 어미에게 자신의 목숨을 걸 정도로 소중한 아이지만, 그만큼 다른 새끼들도 소중하다.
강신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있다고 해서 보금자리로 강신을 들이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모습을 나타낼 것 같지도 않았다.
아이를 단지 숫자로 판단했다면 그냥 포기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어머니의 모성이었다.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U.M.A의 마음은 애가 타들어 갈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시간을 끌 생각이 없는 강신은 U.M.A를 불러내기 위해서 조금 거친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찌이익-
강신이 조심스럽게 크로스백을 열어 새끼 U.M.A를 지면에 내려놓았다.
새끼 U.M.A가 꼼실댔지만, 강신에게서 도망가지 못했다.
애초에 강신은 풀어주기 위해 지면에 내려놓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미 U.M.A를 이곳으로 불러내기 위해,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그리고, 협박을 하는 건 위협적인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신보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초코가 더 적합했다.
강신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초코를 불렀다.
“초코야.”
-멍!!
강신의 그림자 속에서 검은 개가 나타났다.
그러자, 강신의 머리 위에 붙어 있던 설야가 날아서 초코의 머리 위에 앉았다.
마치 초코에게 자신이 위라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강신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을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리고 초코에게 새끼 U.M.A를 경계하라고 지시했다.
-으르르….
강신의 생각대로 초코는 몸을 낮춘 상태에서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댔다.
초코가 당장이라도 작고 어린 새끼에게 달려들 것 같은 상황처럼 보였다.
초코에게서 위협을 느낀 새끼 U.M.A가 가엽게 몸을 떨어댔지만, 강신은 초코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탁! 탁! 탁!
강신의 뒤쪽에서 무엇인가가 지면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신은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어떤 소리인지 알수 있었다.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가 화가 났을 때, 뒷발로 바닥을 치는 소리였으니까.
“왔구나.”
태연하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런데 U.M.A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강신은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생각보다 덩치가 큰데.’
강신은 기껏 해봐야 한 뼘 크기의 토끼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U.M.A는 굉장히 오래 살았는지, 대형견 크기의 초코와 비슷한 덩치였다.
작은 토끼에게는 물려도 크게 다치지 않겠지만, 저 정도 크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초코야, 그만해도 돼.”
강신이 목표를 이루자, 넌지시 초코에게 말했다.
방금까지 새끼에게 위협을 가하던 초코가 으르렁거리는 것을 멈추고, 다시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졸지에 발판을 잃어버린 설야가 화들짝 놀랐다.
급하게 날아올라 강신의 어깨 위로 내려앉은 설야는 초코의 행동에 짜증이 난 것인지, 괜히 자신의 더듬이로 강신에게 화풀이를 했다.
자신의 아이를 위협하던 초코가 사라지자, U.M.A는 강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듯했다.
강신은 새끼 U.M.A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품속으로 안아올렸다.
그리고 최대한 나긋한 목소리로 부드러운 톤으로 강신이 말했다.
“아이를 해칠 생각은 없어.”
U.M.A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강신의 음성과 톤, 새끼에게 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이 적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어필했다.
어미 U.M.A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조금씩 다가왔다.
“괜찮아. 이리 와서 너의 아이를 데려가.”
뜻이 전해지지 않아도 강신은 어미 U.M.A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계속 나긋한 톤으로 말을 걸었다.
강신은 천천히 다가오는 U.M.A를 보채지 않고, 끈기 있게 기다렸다.
‘조금만 더….’
마침내 어미 U.M.A가 강신의 지근거리까지 왔고, 강신은 그런 어미 U.M.A에게 새끼를 건네주기 위해서 몸을 숙였다.
그때, 갑자기 어미 U.M.A의 긴 귀가 쫑긋하고 움직였다.
어미는 천천히 다가왔던 것과는 달리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강신을 노려봤다.
강신은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가 어째서 저런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잠깐!”
강신이 다급히 외쳤지만 U.M.A는 기다리지 않고, 곧장 수풀로 달아났다.
갑자기 왜 U.M.A가 도망간 건지 고민하던 강신은 하늘을 쳐다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검은색의 튼튼한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강신은 인상을 쓰고, 지상으로 착지하는 인원들을 바라봤다.
‘어디 사람들이지?’
강신은 자신의 일을 망쳤다고 해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함부로 공격할 정도로 몰상식한 사람은 아니었다.
나무가 많은 산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낙하산들이 지상으로 내려오기 전에 나무에 걸렸다.
그들은 낙하산을 회수할 생각이 없었는지, 몸과 낙하산을 연결하고 있는 끈들을 나이프를 꺼내 끊었다.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하나둘 지상으로 내려온 그들은 슬금슬금 움직이며 강신을 포위했다.
“어디서 나오신 분들입니까?”
강신이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먼저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들은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오히려 들고 있는 개인 화기들을 들어 강신을 위협했다.
강신은 그들의 복장과 행동을 관찰했고, 곧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검은 방호복에 그들의 소속을 알려주는 문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괴한 촉수들이 가득한 문장, 강신이 싫어하는 단체의 소속이며 미친 광신도들의 집단.
바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강신이 입고 있는 길리슈트를 보며, 살짝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자신이 들고 있는 U.M.A의 새끼에게 고정되어있었다.
강신은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바로 깨달았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오색빛의 나비를 불렀다.
“설야야.”
오색의 아름다운 나비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루를 흩날려주었다.
“스으읍….”
강신은 그대로 가루를 조용히 흡입했다.
그러는 동안 강신의 그림자에서는 초코가 곧 일어날 전투를 경계하며 낮게 으르렁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