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97
96화
사실 척준신이 걷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흔들리지 않는 하체와 훈련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강신은 이미 꾸준한 운동으로 준비된 상태였고,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훈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하체가 버티지 못하면 무너지게 되지. 그리고 갖고 있는 힘을 완전히 낼 수가 없어.”
척준신이 알려주는 걷는 법은 무협지에서 나오는 것처럼 복잡한 발자국을 따라움직이거나, 현란하게 움직이는 걸 요구하지 않았다.
걷는 방식에 따라서 어디를 지탱해야 힘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과학적으로 알려주었다.
기초는 어렵지 않았고 강신도 금세 따라 했다.
다음으로 이어진 교육은 지탱하고 있는 지면에서 힘을 끌어와, 그 힘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법이었다.
걷는 방식이 불안하면 힘은 분산되었고, 그만큼 위력이 줄어들었다.
척준신은 강신에게 자신의 힘을 다루는 방법을 철저하게 훈련시켰다.
강신은 분명 힘들었을 텐데도 그 어떠한 불만도 표하지 않고, 착실하게 척준신의 교육을 따라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신은 자신의 몸에 대해서 이해도가 높아졌다.
신체의 작은 회전만으로 원래 힘보다 더 힘을 가중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배웠으며, 어떠한 자세에서도 효율적으로 힘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척준신이 마지막으로 알려준 건 지면을 지탱하고 있는 하체에서부터 힘을 끌어와, 자신이 가진 힘을 섞어 한 번에 풀어내는 법이었다.
척준신의 설명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강신 본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그는 척준신이 말한 것들을 본능적으로 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척준신이 마지막에 알려준 기술이었다.
하체에서 힘을 끌어올려 자신의 본래 힘과 섞어서 증폭시킨다.
말은 쉬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전혀 감이 잡히지가 않네요….”
“이건 오로지 본인의 노력으로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니, 더 정진하게.”
척준신의 교육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다음은 강신에게 배웠던 걸 끊임없이 반복시키는 게 다였다.
그날부터 강신은 필요한 업무를 마치면 나머지 시간은 훈련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척준신은 강신이 집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걸 잊지 않았다.
강신은 하루 종일 훈련실에서 쉬지 않고, 샌드백을 타격하며 훈련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몸에 굉장한 무리가 가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겠지만, 회복력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강신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났다.
주변 사람들은 샌드백만 붙잡고 살고 있는 강신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11일째 되는 날.
훈련을 시켰던 척준신도 그가 무리를 한다고 생각했고, 강신이 훈련 중인 장소를 찾아갔다.
“설마 아직까지 이러고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척준신은 강신에게 크게 바라는 게 없었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 그리고 전투에서 어떤 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만 확인해도 충분한 성과였다.
하지만 강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쉬지 않고, 열흘 전에 알려준 자세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팡! 팡!
강신이 두들길 때마다 샌드백이 크게 출렁이며 흔들렸다.
“그만!”
척준신이 크게 소리치자, 그제서야 강신은 훈련실에 척준신이 들어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 척부장님.”
“배움에 욕심이 있는 것은 알겠네만, 그렇게 욕심만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건 좋지 않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게. ……마지막으로 열흘간 얼마나 늘었나 보고, 훈련을 마무리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강신은 열흘 동안 자신이 반복했던 행동을 척준신에게 펼쳐보였다.
강신의 자세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더이상 척준신이 자세를 봐주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다.
혼자서 연마하면서 익숙해지는 단계에 들어서있었다.
배우는 속도가 가히 경이로울 정도로 빨랐다.
“그 정도면 나쁘진 않군. 움직임이 살짝 끊어지는 곳은 반복 숙달만이 답이네.”
“알겠습니다.”
척준신은 혹시나 강신이 자만해서 큰 실수를 하게 될 걸 우려했다.
그래서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던져주기 위해 샌드백 앞에 나섰다.
“그리고 이게 자네의 최종 목표네.”
샌드백 앞에서 척준신이 가볍게 주먹을 말아쥐고 심호흡을 한 뒤, 몇 초간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흐읍!”
파앙!
퍼억!
주먹이 바람을 터트리는 소리와 함께 샌드백의 타격지점 반대 부분이 터져나갔다.
샌드백 안에 들어있는 톱밥이 비산했다.
척준신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신에게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게 자네가 최종적으로 배우게 될 촌경(寸勁)이라 불리는 기술일세.”
촌경(寸勁).
발경의 한 종류로 사람들에게는 원인치 펀치라고도 불리는 유명한 기술이었다.
자신의 몸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기술의 경지였다.
눈을 떼지 못하는 강신을 보며 척준신이 말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무리하면서 훈련하지 말게.”
척준신의 충고에 강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날, 강신은 오랜만에 떠오르는 영감을 바탕으로 소설을 작성했다.
짧은 단편 소설을 만들고 정보를 정리해서, 권영식에게 보고하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
권영식은 강신의 짧은 소설을 보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흠…. 재미있구만.”
“뭔가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인가요?”
“자네가 지금 가져온 소설 말이네만…. 현재 우리 연구소에 보관 중인 개체가 있네.”
오늘 강신이 영감을 받아쓴 소설의 주인공이 이미 성신 그룹 내부에 있었다고 한다.
연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은 권영식은 즐거워 보였다.
권영식의 말을 들은 강신도 해당 U.M.A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 U.M.A는 어디 있습니까?”
“30층 C구역에 있네. 나도 지금 가볼 생각이었으니, 함께 가지.”
그렇게 강신은 권영식을 따라 해당 U.M.A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U.M.A가 보호되고 있는 큐브는 2미터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이었고, 다른 큐브들에 비해 굉장히 작았다.
그 안에는 작은 탁자 크기의 무거워 보이는 검은 쇳덩이가 들어가있었다.
강신은 그 쇳덩이가 오늘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인 ‘개인을 위한 금고’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름에 금고라는 말이 들어가는 만큼 이 U.M.A의 내구성은 정말 훌륭했다.
연구원들은 이 금고의 재질을 파악하기 위해 표면을 긁어봤지만, 전혀 흠집도 나지 않았다.
X선으로 속을 살펴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폭파까지 시도해보았는데, 이 견고한 금고는 파괴도 불가능했다.
개인을 위한 금고는 총 스무 개가 존재했다.
금고의 주인이 없을 때, 지금 강신이 보고 있는 것처럼 칙칙한 검은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금고가 주인을 고르면 각자 다른 색을 띠게 되었다.
금고의 주인이 정해지면 단 한 개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물건의 크기에 따라 금고의 크기도 변화했다.
가장 골치 아픈 건 금고가 주인을 정하는 방법이었다.
스무 개의 금고가 주인을 고르는 관점은 모두 달랐는데, 방법은 스무 개 모두 동일했다.
그건 바로 검은 쇳덩이 상판에 있는 미로처럼 생긴 퍼즐을 푸는 것이었다.
단순히 퍼즐 푸는 걸 성공하는 사람을 주인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퍼즐을 해결하는 방식이 중요했다.
“저게 미로 퍼즐이 맞긴 맞다는 거군. 문제는 저걸 풀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건데….”
권영식은 인상을 쓰며 턱을 쓸었고, 그의 말을 들은 강신은 의문이 생겼다.
“저걸 풀지 못한다고요? 아무리 어려워도 미로의 본을 떠서 출구를 미리 계산하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쉬웠으면 나도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겠지.”
여기에 있는 연구원들도 입구와 출구, 그리고 말의 역할을 하는 돌출된 스틱을 보고 미로 퍼즐이라는 걸 예상했다.
“문제는 저 미로 퍼즐이 계속 변화한다는 것이지.”
“변화해도 다시 분석하면 되잖아요?”
“물론 그렇게도 해봤지, 하지만 말이 출구와 가까워질수록 미로는 계속 움직였네. 출구 바로 앞까지 간 연구원들도 많았지만, 금고가 출구를 닫아버리더군.”
“아예 풀지 못하게 하는 건가요.”
출구를 막아 풀지 못하게 한다면, 몇 번이고 시도하면 그만이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퍼즐을 푸는 걸 실패하면, 고통이 가해지네.”
“고통이요?”
“처음 실패하면 누가 꼬집는 정도의 고통일 뿐이지만, 그 이후로 횟수가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고통이 점점 더 심해지더군.”
“고통이 심해진 다라…. 지금까지 가장 심각한 고통을 받은 사람이 누군가요?”
“내가 저 퍼즐을 푸는 걸 포기한 게 몸 전체가 마치 개미에게 갉아먹히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나서였네.”
“팰로우님이 직접 시도하셨습니까?”
강신은 권영식이 직접 연구에 참여했다는 걸 듣고는 깜짝 놀랐다.
“나뿐만이 아니지.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다 시도해봤어.”
연구원 중에서 권영식만큼 많이 도전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의 말에 틀린 건 없었다.
실패의 누적은 사람마다 달랐고, 많은 실험을 위해 권영식은 대부분의 연구원을 동원했었다.
“혹시 몸에는 고통의 흔적이 남습니까?”
권영식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몸에는 흉터도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더군. 그냥 고통만 느껴지네.”
“…….”
“자네 소설을 보면 저 U.M.A는 퍼즐을 풀어도 연구 가치가 꽤 떨어지니, 연구 우선순위는 떨어질 것 같군.”
오로지 한 명의 주인을 만들고 딱 한 가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금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소스가 없었고, 중요도가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쉽네요.”
연구 우선순위가 떨어지면 이 U.M.A를 찾는 연구원들도 많이 줄어들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강신이 U.M.A를 위해 따로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날 강신은 금고의 퍼즐을 풀기 위해서 몇 번 도전했다.
그러나 권영식의 말대로 출구가 닫혔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강신은 한동안 금고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의 예상과는 달리 다음날, 비밀 연구소의 CL(Culture Leader, 컬쳐 리더) 김한수 수석이 보낸 전체 메일에 금고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었다.
CL은 회사의 조직활동 강화를 위해 구성원들이 함께할 수 있는 여러 이벤트를 계획하는 직책이었다.
-수신: 연구소 연구원-전체 인원
-제목: CL 활동 관련 공지입니다.
-내용: 안녕하십니까, 저는 연구소 CL 김한수 수석입니다.
이번 분기 CL 활동과 관련하여 안내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CL 활동은 연구원과 현장 요원들은 따로 진행할 예정이며, 이번 CL 활동은 연구원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시기와 종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CL 활동 시일.
XX년 7월 10일 ~ 20일까지.
스포츠
탁구: 단식, 복식, 남녀 혼합전.
축구: 각 부서당 2개 팀.
농구: 각 부서당 2개 팀.
배드민턴: 남녀 혼합 복식.
계주: 남2,여2로 구성한 혼합계주.
E-스포츠
별의 전쟁 1,2: 각 부서 1개 팀
레스토랑스: 각 부서 1개 팀
고급시계: 각 부서 1개 팀
일반
퀴즈대회: 인원 참가 제한 없음.
보물 찾기: 인원 참가 제한 없음.
특수
미로 퍼즐: 참가 제한이 없으나, 위험도가 있음.
(상품: 개인을 위한 금고)
U.M.A와 산책: 참가 제한은 없으나, 상품은 없음.
(위험도가 전무한 토끼처럼 생긴 U.M.A입니다.)
각 부서는 종목별 참가하는 인원들을 종합하여 보내주시면, 경기 일정을 정해서 통보하겠습니다.
CL 활동 간 과열되는 경우가 없도록 큰 부상자가 생기면 양측 모두 실격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이번 CL 활동은 이제까지와 다르게 큰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며, 회장님과 임원분들께서 많은 상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메일을 확인한 강신은 할 말을 잃었다.
강신이 걱정하던 U.M.A는 연구 가치가 별로 없다는 게 알려지자, CL 활동의 이벤트 상품으로 나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