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96
95화
성신은 직원이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먼 거리를 움직였던 피로를 고려해 귀국 당일은 보통 쉬도록 했다.
하지만 강신 일행은 가지고 있는 장비들 때문에 곧장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강신은 장비 반납을 끝내고, 울프팀의 팀장으로서 출장 보고서를 작성했다.
더불어 수원 지원팀의 팀장인 김병기 부장과 유타주의 존에게 어떤 부탁이 담긴 메일을 발송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 날,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는 텍사스와 청계천에서 발견된 모노리스로 불타올랐다.
그 내용을 토대로 인터넷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발견한 두 개의 모노리스는 강신이 전날 둘에게 부탁한 것들이었다.
이고르의 기둥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대중에게 이제 모노리스라는 물건은 외계에서 온 물건이 아니라, 일종의 거리 예술품쯤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모노리스는 단지 인증 사진을 찍는 구조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걸로 음모론의 나머지도 모두 사라질 거고…. 그러면 이고르의 종족들도 조금이나마 움직이기 편해지겠지.”
강신은 자신의 컴퓨터로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며 안도했다.
다른 계획은 제대로 진행되었지만, 쉬엄쉬엄 일하려고 했던 오늘의 계획은 크게 빗나갔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강신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강신을 찾아온 건 임 상무였다.
그는 강신이 출근해서 뉴스를 보고 있을 때, 찾아왔다.
꽤 오래간만에 보는 것이었지만, 임 상무의 표정은 강신을 반기는 것보다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이번 출장, 고생이 많았습니다. 강 선임.”
“고생이라고 할 게 뭐 있나요. 그런 일이 생길 줄은 임 상무님도 모르셨을 테니까요.”
솔직히 임 상무도 이렇게까지 강신이 고생할 줄을 몰랐을 것이다.
미안해하는 표정을 한 임 상무의 표정을 본 강신은 그가 조금은 편하도록 말을 바꿔서 말했다.
“갑자기 일이 생기긴 했지만…. 뭐, 그 덕분에 얻은 것이 적지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 상무님도 어쩔 수가 없었을 테죠.”
“…이해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박 전무님도 강 선임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며, 회사 본관 1층에서 강 선임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보통 사과를 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오라 가라 하진 않는다.
그런데 강신이 출장을 다녀온 사이, 박상진 전무가 H 소속의 강신에게 직접 일을 추천한 게 사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됐다.
박상진은 현재 30층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다.
임 상무는 울프팀 소속이었기 때문에 간단한 구두 경고만으로 끝이 났다.
강신도 이미 회사 사내 메일을 확인해 해당 내용을 알고 있었다.
‘바쁠 텐데, 시간을 따로 뺄 정도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것이겠지.’
“안 그래도 커피가 마시고 싶었습니다. 잠시 나가서 바람 좀 쐬어야겠네요. 왠지 커피를 마시다가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강신의 개인 큐브 냉장고에는 이미 그가 원하는 대부분의 음료가 들어 있었다.
강신이 핑계를 대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눈치가 빠른 임 상무는 그가 돌려 말한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다.
“고맙습니다. 강 선임, 커피는 제가 사죠.”
“비싼 걸로 마실 겁니다.”
“얼마든지요.”
그렇게 강신과 임 상무는 본관에 있는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강신은 커피를 주문하고 그것을 받아, 주변에서 보지 못하도록 블라인드 처리가 되어 있는 세미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박상진 전무가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볼 때마다 무섭다고 느껴지는 인상이었는데, 그는 며칠 만에 얼굴이 홀쭉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꽤 시달린 듯했다.
“어서 오게나, 강 선임. 이번 일 처리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네. 정말 미안하게 되었군….”
하지만 그의 기질은 어디 가는 게 아니었고, 사과를 하는데도 당당함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의 사과가 절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이미 임 상무님에게 이야기해 드렸지만 저도 얻은 것이 많았습니다.”
“그렇게라도 말해 주니 고맙군…. 보상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한 가지 자네에게 알려 줄 것이 있네. 이번 일은 절대 내 자의로 한 행동이 아니었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사과를 하고 바로 핑계를 댔다며 인상을 찌푸렸을 것이다.
하나 이미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는 강신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압니다. 이미 그쪽에서 접촉했거든요. 보니까, 국가에서 움직인 것 같던데 일개 개인이 어떻게 버팁니까. 그리고 회장님도 아시니까 징계도 그 정도로 그치신 거겠죠.”
“…고맙네.”
“그런데, 박 전무님에게 압박을 넣은 곳이 어디인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직접 입으로 꺼내기는 힘든지, 박상진 전무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하기 꺼려 했다.
하지만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임 상무가 입을 열었다.
“미합중국 국방부입니다.”
“자네…!”
“저는 괜찮습니다.”
“크흠….”
미합중국 국방부라면 흔히 사람들이 펜타곤이라 부르는 곳이었다.
“이번 일로 아마 자네는 그들에게 완전히 알려졌을 테지.”
“괜찮습니다. 그래도 적대적인 조직에 알려진 건 아니니까요. 좋은 협력 관계로 남아 있으면 좋겠네요.”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강신도 자신의 존재가 언제까지 비밀에 부쳐질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이르든 늦든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에 불과했다.
“다시 한번 자네를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진심으로 사과하는 박상진을 보며 강신은 유타주에서 사 온 기념품을 건네주고 그 자리를 마무리했다.
* * *
강신은 출장지에서 사 왔던 기념품들을 챙겨 평소 알고 지내 온 연구원들과 현장 요원, 보안 요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큐브에 돌아왔을 때 권영식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강신의 보고서를 읽고 자세한 내용을 강신에게 듣고 싶다며 찾아왔고, 강신은 권영식에게 그때 일들을 설명했다.
“암흑 물질을 변환시킬 수 있는 장치는 아직 개발하지 못했는데…. 나중에라도 개발이 된다면 안정성을 최대한으로 생각해야겠군.”
“네, 조심하는 게 좋겠죠.”
“그리고 지식 전이제를 섭취한 자네의 상태를 조금 확인해 보고 싶은데…. 괜찮겠나?”
“물론이죠.”
강신은 그런 권영식의 요청을 흔쾌히 허락했다.
이미 회사로 오기 전에도 강신은 스스로의 상태가 궁금했다.
이미 영어, 불어, 라틴어, 일본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건 확인한 상태였는데, 다른 언어는 어떤지 잘 몰랐다.
강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권영식은 개인 큐브로 여러 자료를 가지고 왔다.
이미 사라져 버린 언어들이었지만, 강신은 막힘없이 그 언어들을 읽고 해석해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언어는 도저히 읽지 못하는 것도 존재했다.
“역시 이건 안 되는 건가.”
권영식은 몇 가지 언어들은 강신이 읽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던 것인지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건 도대체 무슨 언어길래, 읽히지 않는 겁니까?”
“이건 언어가 아니라 그냥 암호문이지. 혹시나 해서 넣어 봤는데 아무래도 암호 해독은 안 되나 보네.”
권영식도 암호문의 해독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은 눈치였고,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현재 강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가 대단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뭐, 이것만으로도 고고학 파트 쪽에서 자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게 뻔하군…. 엄청 귀찮게 할 것 같은데.”
“도와드릴 게 있다면 도와드려야죠.”
“개인적으로는 지식 전이제라는 물건의 실물을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그가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으니 이것으로 만족해야겠군. 확인은 끝났으니, 나는 이만 가 보지.”
그렇게 강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권영식이 개인 큐브를 떠난 건,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였다.
그 이후로도 여러 사람이 강신을 찾아왔다.
김한수 수석과 이순자 부장도 잠시 안부를 묻기 위해서 찾아왔고, 김만복과 백소은이 강신에게서 출장 기념품을 약탈하기 위해 놀러 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람과 친해진 산토와 최태준까지 잠시 얼굴을 비추고 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척준신이 강신을 찾아왔다.
척준신은 개인 큐브로 들어와 대뜸 강신에게 물었다.
“강 선임, 혹시 호신술 같은 거 배워 볼 생각 없나?”
“갑자기요?”
정말로 뜬금없는 이야기였지만, 척준신의 표정은 그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려 주었다.
“흠, 갑자기는 아닐세. 사실 이전부터 몸을 지키는 정도는 알려 주려고 하고 있었네. 오히려 지금이 조금 늦은 감이 있는 편이지.”
사실 척준신은 강신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간단한 호신술을 알려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를 통해 강해진 강신에게 과연 호신술이 필요할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척준신은 어째서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척준신은 HG 그룹과 광신도가 얽힌 일에서 강신이 최태원과 부딪혔던 보고서를 확인했다.
그래서 강신이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좋습니다. 저도 요즘 느낀 게 많아서 배워 두면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좋아. 오늘은 좀 늦었으니 내일부터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 * *
다음 날.
강신은 아침 운동을 끝내고, 훈련층인 26층에서 척준신이 따로 빌려 둔 트레이닝 룸으로 향했다.
강신은 척준신이 분명 격한 방식으로 호신술을 알려 줄 것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다.
그러나 강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척준신은 이론을 먼저 설명하기 시작했다.
“호신술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술들을 말하지. 그럼, 여기서 몸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상대는 누구일 것 같은가?”
“음…. 나쁜 사람이요?”
“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네가 말한 나쁜 사람은 아마 자네보다 힘이 세고 속도도 빠른 사람이겠지. 호신술은 자기보다 강한 사람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네.”
처음 입문하는 강신도 알기 쉬운 기본적인 이론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그런 사람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겠는가?”
“호신술 대부분은 상대방이 방심하는 순간을 노려서 제압하는 형식이라고 알고 있어요.”
“맞네. 여기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호신술의 기본 이념이지. 하지만 이 모든 걸 간단히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그게 뭔가요?”
“간단해. 상대방보다 힘이 세지고 속도가 빨라지면 굳이 호신술이 필요가 없네.”
“…….”
강신은 척준신이 말한 내용을 듣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자네에게 지금까지 호신술을 알려 주지 않은 이유라네.”
실제로 무예가로 살아온 척준신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솔직히 내가 아무런 장비도 없이, 강화된 자네를 상대하라고 한다면 이길 자신이 없어. 그런데 반대로 모든 장비를 갖추었다면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네.”
“그렇겠죠. 보호 장비는 척 부장님의 몸을 지켜 줄 것이고, 저를 상대하면서 시간만 끌면 된다는 걸 알고 계시니까요.”
“그렇지. 그렇다면 묻겠네. 만약 최태원이라는 사람이 자네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우리 회사에서 사용하는 동급의 보호 장비를 착용했다면…. 과연, 지난번처럼 승리를 장담할 수 있겠나?”
강신은 압도적인 힘으로 극에 달해 있던 무술가를 찍어 눌렀다.
하지만 척준신의 말대로 저런 외부요인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반대로 자네가 만약 상대방이 사용하는 무술을 알고 있었고, 자신의 몸을 다룰 줄 알았다면 어땠을 것 같나?”
강신이 최태원의 유술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최태원은 순식간에 강신에게 제압됐을지도 모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 잘 알았습니다.”
“이해가 빨라서 좋군. 나는 이제부터 자네에게 호신술을 알려 줄 건데, 일반적인 호신술이 아니네. 인간의 무술로부터 호신하는 방법을 알려 줄 생각이야.”
이제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간다고 생각한 강신은 각오를 다졌다.
“좋아요. 그럼, 이제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자네는 오로지 자신의 힘과 속도를 믿고, 무술의 흉내를 낼 뿐이야. 그러니 걸음마부터 시작해야겠지. 처음은 걷기일세.”
“네…?”
걷기라니…. 강신은 당황해 되물었지만, 척준신의 표정에서 장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