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2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23화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진은 많이 봐 왔다.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지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 경험한 건 처음이었다.
“……!”
머릿속이 하얗다.
어찌나 놀랐는지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에 0.5초 정도 얼어붙어 있었다.
일단…….
일단 나보다 작은 걸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옥-
옛날에 중학교 시절이었나, 지진 시 행동 요령으로 봤던 것을 떠올리며 동생을 끌어안고 몸을 숙였다.
그러고는 머리 위로 손을 올려서 낙하물을 막고.
쿠구구구구궁-
투두두둑- 하면서 과자 봉지 몇몇 개가 내 몸 위로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간 지났을까.
땅이 흔들리던 지진이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
내 허리를 누군가 감싸고 있었다.
중현이가 눈을 감은 채 나를 끌어안아 주고 자기의 몸으로 막아주고 있었다.
“중현아?”
“형. 괜찮아요?”
“어. 나는 괜찮지.”
나도 내가 뒤에서 잡고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땀에 젖은 금발 머리카락 아래로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비주가 나를 바라보았다.
“형?”
“괜찮아?”
“네. 저는 괜찮고 애들이…….”
경황이 없던 와중에 비주를 챙겼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비주는 지호를 감싸고 있었고, 지호는 리혁이를 끌어안고 있었다.
기차놀이처럼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
“…….”
절대 웃음이 나오면 안 될 상황인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살짝 새어 나왔다.
막내 품에 있던 리혁이에게 내가 주변에 떨어진 생수병을 내밀었다.
“일단 마셔.”
“계산을 해야죠.”
“계산은 내가 몇 번이고 할 테니까 일단 물을 좀 마셔, 리혁아. 너 지금 많이 놀랐어.”
순간적으로 패닉 어택이 왔는지 동공이 잔뜩 확장되어 있고, 관자놀이를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다.
천천히 생수로 목을 축인 리혁이에게 내가 물었다.
“어때? 괜찮아?”
“네.”
리혁이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다른 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들 괜찮아? 어디 떨어지는 거에 맞거나 그러진 않았어?”
“네. 말짱해요.”
“저도 괜찮아요. 빠르게 숙이다가 살짝 긁힌 거 빼면…….”
멤버들 상태도 OK.
꼼꼼하게 확인을 마치고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몸을 웅크리고 있는 카메라 감독님들을 발견했다.
모두 품속에 소중한 무언가를 보호하고 있었다.
“감독님.”
“…….”
“감독님, 이제 끝났어요.”
“끝났어?”
목숨만큼 소중한 걸 보호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내가 물었다.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카메라 보호 중.”
“감독님. 카메라가 중요한 게 아니죠. 몸이 더 중요한 건데.”
“너네 힘들게 찍은 분량 날아가면 안 되잖아.”
“…….”
카메라를 품에 안고 있던 감독님들이 비척비척 일어났다.
낙하물에 맞을 수 있는데도 몸이나 머리를 먼저 보호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와 메모리부터 챙기는 이 모습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감독님 중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얌마, 어린애가 어른 걱정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너희는 괜찮니?”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괜찮아요. 피디님이나 다른 분들은….”
“우리 말짱해.”
고개를 돌려보니 피디님과 다른 스탭들도 우리를 찾아와 있었다.
다들 자기 걱정을 먼저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지부터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일단…….”
어느새 캄캄해진 주변을 바라보았다.
지진 때문에 잠시 불이 나갔는지 마트가 어둡다.
음료가 진열된 냉장고에서는 냉기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까보다는 확실히 덜 차갑고, 여기저기 물건이 떨어져 있어서 잘못하면 넘어지기 쉬운 그런 느낌이었다.
“어…….”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명확한 데이터가 안 떠올랐던 터라 전문가를 찾았다.
“리혁ㅇ…….”
고개를 돌리다가 말을 멈췄다.
“그… 준비가 되어 있구나.”
“이런 상황에 늘 대비가 되어 있었죠.”
이미 풀세팅을 마친 리혁가 헬멧 턱끈을 조이며 말했다.
하얀 안전모.
발견되기 쉬운 형광 조끼.
손전등.
허리춤의 주머니칼.
평소 리혁이가 여행할 때마다 가지고 다니던 재난 가방 속 내용물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일단은 내 것밖에 없어서요. 나머지 가방은 호텔에 있으니까 호텔 가면 줄게요.”
“그, 그래.”
어차피 입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손전등을 켠 리혁이를 따라서 마트를 이동했다.
“여진이 올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조심하면서 걸어가요.”
갑자기 리혁이의 뒷모습이 믿음직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중에서 제일 좁은 저 어깨가 지금은 태평양처럼 광대하게 보이는 느낌.
불빛을 따라 걷는 동안 지호가 말했다.
“제가 얼마 전에 본 영화가 떠오르는 거 같아요.”
“어떤 영화인데?”
“마트에서 사람들이 고립되는 영화예요. 밖에서는 괴물이 튀어나오고, 안에서는 사이비 아주머니가 이상한 종교 세우고 그런 내용이에요.”
감독님 중 하나가 농을 했다.
“우린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괴물은 중현이가 해치우고, 사이비는 우주가 세우면 되니까.”
“아 그러네여.”
“뭐가 아 그래야.”
내가 지호를 툭 치며 타박하고 있는 동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산대 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마디씩 또렷하게 들려오면 다 해석이 될 텐데, 영어가 막 여기저기서 섞이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때 모여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 우리를 발견했다.
“Hey!”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손전등을 가지고 있네? 괜찮아요?」
「네.」
「저는 톰이고요. 마트 주인입니다. 많이 놀라셨죠?」
「반가워요. 톰. 저는 우주예요.」
손전등에 눈이 부셔하는 털복숭이 주인의 모습에 리혁이가 손전등을 껐다.
내가 대표로 물었다.
「방금 지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아시나요?」
「잘 모르겠네요. 큰 지진까지는 아니긴 한데….」
「다행이네요.」
「아마 곧 라디오나 TV로 소식이 나올 겁니다.」
그때 누군가 어둠이 눈에 익었는지 우리를 분간했다.
「잠깐만. …어? 뉴블랙이에요?」
「네.」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인이다-!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조금 마음을 놓았다.
정말 심각한 일이었다면 사람들이 ‘지금 뉴블랙이고 뭐고, 지진이 났는데…’ 하고 반응했을 테니까.
누군가 농담했다.
「여러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만약에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구조대가 왔을 테니까요.」
「……저희를 위해서요?」
중요한 미국 시민도 아닌 우리에게 구조대가 급파될 리가 없지 않나… 하고 생각할 때.
「여러분 팬들이 구하러 오겠죠.」
「아.」
갑자기 설득력이 생겼다.
수플레들이 헬리콥터를 두두두두 몰고 와서 줄을 타고 뛰어내리는 그런 장면이 상상된다.
다들 작게 웃을 때였다.
유쾌하게 상황을 넘기는 미국 사람들 틈바귀에서 톰 씨가 말했다.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일시적인 전력 차단이라서 금방 불이 들어올…….」
깜빡-
눈부심에 눈을 끔뻑이다가 천장을 보았다.
깜빡이던 형광등이 들어오면서 전력이 돌아왔다.
어둠 속에서 떨었던 사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와아아-!」
마트에서 뒤섞여서 환호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혼자 안전모를 쓰고 형광조끼를 입은 리혁이에게.
“…….”
“…….”
우리 메인보컬의 얼굴과 귀가 빨갛게 토마토처럼 변해 가기 시작했다.
거리를 슬금슬금 벌리는 우리에게 리혁이가 말했다.
“뭐야. 어디 가요??”
“우린 모르는 사람이에요….”
“야!”
* * *
얼마 안 가 우리는 TV에서 소식을 접했다.
알래스카 주 정부와 앵커리지 시가 방금 벌어졌던 소동에 대해 언론 발표를 했기 때문이었다.
[앵커리지 북서부 10km 지점에서 시작된 이 지진은…….]대략 5.3 정도의 강도라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경미한 부상자와 약간의 건물 피해들을 제외하면 큰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했다.
가벼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각하지는 않은 사건.
하지만….
“……이게 뭔 일이냐.”
인터넷이 되는 곳으로 이동해서 핸드폰을 켜자 톡과 문자 등의 연락이 미친 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가장 먼저 연락에 답한 사람은…….
“할머니.”
-너 괜찮냐!?
“응. 나 괜찮아.”
나를 보자마자 아이고- 하면서 눈을 감고는 털썩 앉는 할머니였다.
그 옆에 있던 나비가 냐아앙 했다.
-하이고. 부처님, 보살님. 감사합니다….
“진짜 별일 없었어. 조금 놀라기만 하고.”
-…….
“많이 놀랐구나….”
-너 같으면 안 놀라겄냐? 내가 또…….
할머니가 말을 멈췄다.
아마 또 장례 치르는 줄 알았다는 뉘앙스의 말이지 않았을까.
내가 웃으며 말했다.
“나 진짜 멀쩡한데? 봐봐봐. 예쁜 얼굴도 말짱하고, 몸도 말짱하고, 동생들도 말짱하고.”
주변에서 가족들과 통화를 하고 있는 다른 동생들을 영상통화로 비춰 주었다.
꼼꼼하게 다른 멤버들을 확인하던 할머니가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
곧장 잔소리가 시작됐다.
-너는 왜 하고 많은 데 중에서 그런 몸도 꽁꽁 얼어붙고 땅도 흔들리는 데를 갔냐. 가려면 안전하기라도 한 곳에 갈 것이지, 테레비에서 남극 간다고 주댕이로 방정을 떨어 대 가지고…….
왜 알래스카로 여행을 갔냐.
왜 지진 나는 데로 갔냐 등등.
걱정과 타박이 담긴 잔소리를 20분 정도 들은 후에야 어느 정도 할머니가 이성을 되찾았다.
다른 때였으면 ‘잔소리 좀 그만…’ 했을 나도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내가 할머니 상황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좀 괜찮아?”
-그려.
할머니가 물었다.
-한국으로는 바로 오냐? 밍기적대지 말고 후딱 와.
“그건 조금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아. 몇 가지 좀 고민되는 게 있어서.”
그러곤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근데 할머니는 우리 지진 난 거 어떻게 알았어? 주변에서 알려 줬어?”
-테레비에 뜨드라.
“TV에…?”
진실을 알게 된 건 할머니와의 통화가 끝난 후였다.
온라인 검색을 하자 대문짝만 한 기사가 떴다.
-국민 아이돌 방문한 알래스카, 5.3 규모 지진
-뉴블랙 알래스카 여행 촬영 중 지진.. 소속사 “확인 중”
아무래도 우리 때문인지 해외인데도 지진 규모에 비해 보도량이 많은 편이었다.
지금도 쉴 새 없이 지인들과 친구들에게도 ‘괜찮아????’ 하는 톡이 들어오고 있었다.
너무나 연락이 많아서 최소 300명은 단톡방에 초대해서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수플레들도 SNS 상에서 괜찮냐며 물어보고 있는 상황이라 동생들과 의견을 모았다.
“일단 지인들에게 답장하는 건 상태 메시지를 바꾸는 것 정도로 하자.”
“네.”
메신저 상태 메시지로 ‘괜찮아요’를 띄운 후.
Y앱이나 SNS 라이브 등을 활용해서 수플레들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기로 했다.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해도 지진은 지진이야. 팬들한테 괜찮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도 너무 과하게 웃진 말자.”
“네.”
“조금 진지하게 라이브를 해야 하는 상황이야.”
뉴스를 통해서 민가나 상점 등에서 여러 재산 피해가 보고된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팬들에게 ‘저희 괜찮답니다! 꺄르륵!’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명심할게요. 형.”
“그래.”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생들에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긴 한데. 지금 앵커리지 쪽에서 이래저래 피해가 좀 벌어진 상황이잖아.”
“네.”
“우리 귀국을 조금 늦춰 보는 건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 일도 아니고 남의 나라 일이긴 하다.
하지만 촬영을 실컷 다 끝낸 다음에 지진이 일어난 날 ‘저희 잘 놀고 갑니다~’ 하기에는 조금 꺼림칙한 기분도 들었다.
중현이가 물었다.
“형은 무슨 생각인데요?”
“내 생각에는…….”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에 동생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한국의 TF팀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은 거 같은데?
“그래?”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스케줄은 우리가 조정할게.
TF팀과도 조율을 하고, 현장의 리얼리티 스탭들과도 조율을 마치고 나서 계획을 확정 지었다.
우리의 의견을 전달받은 앵커리지 시 측에서도 30분 만에 좋다는 연락이 돌아왔다.
그렇게 모든 절차를 빠르게 마치고 라이브 방송을 켰다.
빠르게 수십만, 수백만 규모로 수플레들의 시청 숫자가 늘어나는 걸 바라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차분한 목소리로 팬들에게 인사했다.
읽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댓글들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오늘 앵커리지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다들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일단 저희와 프로그램 스탭 분들은 모두 아무런 피해 없이 무사한 상황이고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앵커리지 시에서도 인명 피해는 없다고 들었어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번 지진 때문에 여러 피해를 입었을 앵커리지 시의 주민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민 분들께서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말을 리혁이가 다시 영어로 옮겨 주었다.
멘트가 끝났을 무렵 내가 영어로 말을 이었다.
「우리 뉴블랙은 이번 앵커리지 시의 피해를 돕기 위해 기부와 함께 피해 복구 활동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완전히 다시 복구하려면 열흘 정도 걸린다는 시 측의 말에 우리도 이틀 정도 돕고 가기로 했다.
내가 수플레들에게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혹시나 알래스카의 수플레 분들께서 저희를 도와주실 여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저희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쯤에서 라이브 방송을 마무리했다.
내가 물었다.
“이쯤이면 된 거 같지?”
“네.”
이번에 알래스카에서 여러 가지를 받아가기도 했으니 돌려주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알래스카의 수플레들과 함께 앵커리지 시의 피해 복구를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러면 시청으로 가 보자.”
“네.”
기왕 가진 영향력을 좋은 쪽에 써 보자고 생각하며 동생들과 함께 이동했다.
* * *
같은 시각.
미국 전역의 공항들에서는 항공사 직원들이 연신 눈을 깜빡이고 있는 중이었다.
“어디로 가신다고요?”
“앵커리지요.”
“잠시만요… 저희 지금은 비행기에 예약이 꽉 찬 상황인 터라…….”
“정말 한 대도 없어요? 한 대도?”
대형 항공사는 물론이고 중소 규모 항공사들까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항공사의 책임자들이 당황했다.
‘왜… 왜 갑자기……?’
알래스카는 그리 사람들의 수요가 많은 곳이 아니다.
관광할 만한 계절인 여름이라면 모를까, 이제 겨울을 초입에 두고 있는 지금은 비수기 그 자체.
그 때문에 항공편도 적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요가 미친 듯이 폭발하는 중이었다.
띠리리리리리-
전화로 문의가 들어오고, 온라인에서는 앵커리지 행 비행기가 매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공항에서도 캐리어를 밀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알래스카 행을 물었다.
카운터에 있던 항공사 직원 중 하나가 물었다.
“저 혹시… 앵커리지에 가시려는 이유가 뭔가요? 지금 지진 때문에 앵커리지가 혼잡스러운 건 아시죠?”
“알아요.”
캐리어에 한 손을 올린 여성들이 굳은 얼굴로 답했다.
“지진 때문에 가는 거예요.”
“지진 때문에요?”
“앵커리지 시의 피해 복구 활동을 도우려가려고요. 봉사단 모집에 지원했어요.”
항공사 직원이 감탄했다.
‘오. 정말 좋은 일을 하는구나.’
그렇게 비행기 예약에 성공한 수플레들이 하나하나 알래스카를 향해 떠나기 시작했다.
손에 핸드폰을 든 모두가 똑같은 영상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알래스카의 수플레 분들께서 저희를 도와주실 여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저희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구름단이 비행기 창에 비친 자신들의 얼굴을 보며 굳게 다짐했다.
최애가 선한 일을 하겠다는데 팬으로서 동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좋은 일 하고 와야지.’
‘도와야지.’
‘기다려요. 앵커리지. 내가 가고 있어요!’
작은 도움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며 다짐한 수플레들이 주먹을 꼬옥 쥐었다.
그렇게 수많은 주먹이 쥐어지는 가운데.
위이이이이잉-
각지에서 수십여 대의 비행기가 웅장한 엔진 소리를 내며 알래스카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