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atile herald genius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새로운 가족 (2)
* * *
“가상 공간 속의 테마 파크를 만드는 겁니다.”
“VR 테마 파크인가요? 확실히 그거라면 세계 각국의 팬들이 모두 동시에 참여할 수 있겠군요.”
“히어로 학교의 세계를 직접 활보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팬들한테는 이만한 선물이 없겠네요.”
현민, 민학, 철환 모두 좋은 아이디어라는 듯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VR 기술은 현재 가장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드는 우리 IP와 결합된다면 세간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킬 터였다.
마치 오래 전 푸키몬GO가 그랬듯이 말이다.
“비용 면에서도 훨씬 낫겠네요. 실제 테마 파크로 만들려면 수천 억이 들어갈 것이 100분의 1도 안 되는 돈으로 구현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한 번에 전부는 힘들겠고 20주년용으로 학교 부근 정도만 구현하고, 나머지는 서서히 추가해서 런칭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방향성을 제시해 주자 모두들 신나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주었다.
1년 매출은 조 단위였기 때문에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아이디어를 실현할 만한 여력은 있었다.
우리는 석 달 동안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고 나서,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당분간은 미국 출장을 다니느라 바빴다.
VR 기술이 가장 첨단을 달리는 곳은 역시 IT 대국인 미국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확보해 둔 인맥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특히 데지니 컴퍼니의 사장인 그레이스 데지니는 우리의 사업 계획에 굉장한 흥미를 보이는 동시에 협력자가 되어 주었다.
미국의 첨단 VR 기업과의 협력 아래, 한미 공동 제작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번 20주년 기획의 총책임자로서 프로듀서 업무를 도맡았다.
성우들을 모아 녹음하는 일은 물론이고 음악과 미술 등 다방면을 감독했다.
물론 여기에는 데지니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일했던 경험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20주년이 다가오고 VR 테마 파크의 런칭을 며칠 앞두고 이런 뉴스도 나왔다.
[히어로 학교 20주년 기획의 효과? 전 세계적으로 VR 기기 판매량 증가세] [VR 기기 전문 개발사. 옵큘러스 주가 연일 급등]그 정도로 이번 20주년 기획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며칠 후 모두가 기다리던 대망의 런칭일이 다가왔다.
[20주년 기획으로 공개된 VR 속 히어로 학교의 세계. 전 세계 팬들의 극찬 이어져] [또 다시 증명된 IP의 힘. 히어로 스튜디오 김민준 대표 인터뷰]20주년 이벤트로 배포된 무료 VR 어플.
2년간 공을 들여 나온 높은 퀄리티에 전 세계 VR 커뮤니티는 요동치고 있었다.
[와. 퀄리티 미친 것 같더라] [진짜 게임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 오진다] [인게임 안에 SNS 구현한 건 진짜 대박이다. 나 사실……. 히어로 학교 분수대 벤치에 앉아서 이 글 쓰고 있음 ㅋㅋ] [정식 어플 나오면 엄청 지를 듯. 빨리 업뎃되어서 콘텐츠 늘었으면……!]20주년 기획의 화려한 성공.
이번 기획은 전 세계의 매스컴을 타면서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았고, 충실한 업데이트와 적절한 과금 요소로 갓 VR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지구적인 인기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히어로 학교.
그 성공 신화는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 * *
세월은 흐르고 흘러…….
민예와 예준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느덧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둘이 입학하게 된 곳은 가연 예고였다.
가연 예고는 이제는 내 처가가 된 삼명 가문의 후원을 받고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수순이기는 했다.
정준이 운전하는 검은색 벤츠는 나. 예린. 민예. 예준 이렇게 우리 가족 넷을 태운 채, 가연 예고 입학식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 학교 가기 진짜 싫다.”
뒷좌석에 앉은 채 투정 부리는 민예.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태블릿에 웹툰 콘티를 끄적이고 있었다.
민예는 이미 중학교 1학년에 레이버 웹툰 정식 연재 작가로 데뷔하여 열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작가 반열에 올라가 있었다.
예린을 빼닮은 외모에다 인스타 활동도 적극적이라, 옛날 김준희의 뒤를 잇는 십대 미소녀 웹툰 작가로도 유명했다.
어린 나이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한 때 걱정을 하긴 했지만, (악플러나 이상한 누리꾼에 상처 받을 수도 있으니까) 본인이 만족하고 있으니 별 잔소리는 안 하고 있었다.
“너, 오늘 따라 화장 너무 진한 거 아냐?”
오히려 딸에게 잔소리가 많은 것은 아들인 예준이었다.
안경을 고쳐 쓰면서 날카롭게 지적하자 민예는 까탈스레 응수했다.
“이 정도는 다 하는데. 뭘. 넌 아싸라서 잘 모르나 본데.”
“뭐? 너 말 다했냐?”
“아니. 아직 다 안 함. 개노잼, 책벌레, 아싸.”
싸우는 걸 보면 여느 사춘기 고등학생과 다르지 않지만, 두 아이는 중학생의 나이에도 이미 세간에 화제가 될 정도로 다양한 방면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예준은 중학교 2학년(14살)에 이미 최연소로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로 등단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피아노로도 전국 콩쿠르에 우승을 차지했다.
외국어 재능도 타고 나서 영어로 현지 작가 뺨치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등,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었다.
민예야 현역 웹툰 작가에다 인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히어로 학교 모바일 신캐 일러스트를 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춘문예 그런 거 당선돼 봤자 돈은 되나? 네가 쓴 글 읽어봤는데 진짜 시간 낭비가 따로 없던데.”
“하긴……. 문학이라는 걸 이해 못 하니까 웹툰 수준도 늘 양산형에 그저 그런 수준이지.”
“야.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민예와 예준이는 관심사도 완전히 다른 데다 경쟁심도 강했다. 그래서 둘 다 충분히 잘나가는데도 웬만해서는 서로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저 둘에게 있어선 그 라이벌 의식이 동기 부여가 될 터.
내내 언쟁을 벌이던 두 아이.
조용히 하라는 예린의 일침에 그제야 조용해졌다.
“여기에요?”
“응. 맞아.”
차는 어느새 가연 예고 정문에 도달해 있었다.
이사장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졸업생 연설을 하러 온 이래 거의 10년 만이었다.
그때에 비교해 외관상으로는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주차장은 외제차들로 그득했고, 학생들은 대부분 귀티가 느껴진다.
“진짜 오랜만이다. 약간 가슴이 아려오는 것 같지 않아?”
나는 예린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막 회귀하고 이 학교 비탈길을 오르던 기억이 생생했다.
학교 퀸카였던 예린을 동경하듯 바라보던 추억도 말이다.
“예린아.”
차에서 내리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분명 40대 초반일 텐데도 주름살 없이 꽤나 동안으로 보이는 여성. 다름 아닌 김준희였다.
“김준희 작가님, 오랜만에 봬요.”
“어. 민예구나. 요즘 신작 잘나가던데? 나도 잘 보고 있어.”
“아뇨. 잘나가긴요 무슨……. 작가님 신작도 엄청 잘 보고 있어요!”
준희는 민예가 살갑게 대하는 몇 안 되는 어른 중 하나였다.
아니 가장 존경하는 업계 선배이자 롤모델이라는 말이 정확하다고 할까.
2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웹툰 작가라면 확실히 존경할 만은 하니까.
“민준이 너도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네. 희진이도 많이 컸네. 오랜만이다.”
준희의 어릴 적 모습을 빼닮은 여자애가 빼꼼 인사하고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남편 분은?”
준희의 남편은 의사였다.
병원 배경의 웹툰을 준비하러 병원에서 취재를 하다 눈이 맞았다 뭐라나.
남편도 그녀도 모두 돈을 잘 벌다 보니 꽤나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일이 바빠서 못 왔지. 나는 프리랜서라 이런 건 좋아. 작업만 미리 끝내 놓으면 시간은 자유니까.”
“그러게 말이야. 근데 웹툰은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지?”
“다른 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늙어 죽을 때까진 계속 하지 않을까?”
“언제 한번 같이 작업해도 재밌겠네. 새 웹툰 아이디어는 많거든.”
“그래? 스토리 보내만 주면 한 번 보고 결정할게.”
“읽어보면 분명 좋아할 거야. 그럼 슬슬 올라갈까? 입학식 시간도 다 돼 가는데.”
“응.”
준희와 학교 비탈길을 올라가면서 다른 졸업생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전국의 온갖 재능러들이 모이는 학교답게 잘나가는 동기들이 많았다.
주노는 프로 피아니스트 겸 인터넷 방송 BJ로 월 억대를 벌고 있었다.
고유민도 꾸준히 로판 소설을 연재하면서 코코아 페이지의 여제라 불리우고 있었다. 가끔씩 로판 쓰는 법에 대한 무료 뮤튜브 강좌를 올려 지망생들을 돕기도 했다.
“김민준, 너 엘레나랑은 연락해?”
엘레나는 한국에서 드라마 배우로 활동하다가, 할리우드로 가서 뛰어난 연기력과 유창한 영어를 살려 미국 드라마에 출연 기회를 잡았다. 지금은 20년 차 베테랑으로 받는 돈이 회당 30만 달러였나?
어쨌든 미드 쪽에서 톱스타 반열에 오른 건 사실이었다.
“응. 드라마 작업 때문에 가끔 하는 편이지.”
요즘 엘레나의 드라마 각본 작업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녀는 각본에도 도전하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각본에 대한 내 지적 코멘트 하나하나를 열심히 메모하는 것을 보면, 역시 톱스타의 반열에 오를 만한 열정과 성실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밖에 박철환은 내 오른팔로 우리 회사의 중역으로 많은 도움이 돼 주고 있었다.
* * *
우리는 입학식이 열릴 학교 강당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학부모과 학생들이 모두 모여 있는 가운데 시작된 입학식.
“곧 이어 입학생 대표 선서가 있겠습니다.”
입학생 대표로서 단상 앞에 선 것은 예준이었다.
예준이는 문학 소년이기도 했지만 성적도 뛰어난 모범생이었다.
거기다 키도 180센티가 넘어 여학생들한테도 인기가 많으니…….
내 아들이지만 솔직히 엄친아가 따로 없다.
“고작 선서하는 거 가지고 거들먹거리기는…….”
물론 민예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지만 말이다.
둘이 언제쯤이면 사이가 좋아질 지 아버지로서는 좀 걱정이었다.
입학식이 한창일 무렵, 학생들 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와. 저 사람 김민준 아니야?”
“예준이 아버지시지? 와.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인데.”
“김민준도 우리 학교 졸업생이라면서?”
“개부럽네. 집에 개인 비행기도 있다던데. 해외여행도 소풍 가듯 하겠지?”
나는 입학식에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혼자서 잠시 학교 안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소매 안에서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민준 형, 오랜만입니다. 잠시 괜찮으신가요?”
수화기에서는 김신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20년 전 나를 회귀시켜 준 바로 그 녀석 말이다.
“괜찮아. 그런데 진짜 오랜만이네. 잘 지내고 있어?”
“네. 저야 항상 잘 지내죠. 다름이 아니라 오랜만에 한번 뵈도 될까요?”
“물론이지. 어디서 보면 될까?”
입학식이 끝나고 준희 가족과 함께 근사한 점심 식사까지 마치고 나서, 강남에 있는 한 카페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새하얀 피부에 키가 큰 남성이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민준 형.”
“그래. 오랜만이다.”
신후는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변함이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