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61)
* * *
“아, 뭐. 아직 결정을 못 했습니다만 긍정적으로 검토할 생각입니다.”
=신중한 건 좋은 일이죠. 그나저나 생각보다 연락을 빨리 주셨군요.
“보내 준 수정구는 잘 봤습니다. 율리시즈 상단에서 새로 출시되는 포션을 소개하는 영상 같더군요.”
티티제가 본 건 포션 통에 뭔가를 담고 있는 모습. 그런데 그 내용물이 상식적이지 않았다.
짙은 회색이 감도는 시커먼 연기가 포션통으로 빨려 들어가는 영상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만약, 티티제 본인이 생각한 대로 그게 연기포션이 맞다면, 당장 주문해야 옳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흡입 포션이 생산된 적은 없었으니까.
만약, 중화마기가 포션이라 주장하는 놈들이 있다면 그건 금기니까 제외하자.
“율리시즈 상단이 어째서 그토록 가파르게 성장했는지 알겠더군요. 만족하지 않고 계속 연구하고 개발하는 자세에 감동했습니다.”
=……예?
마커스는 도통 티티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번 포션은 중증환자들에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더군요.”
=중증환자라니요?
“어, 제가 잘못 본 건가요? 포션을 연기로 만들었다고 보여 주신 거 아니었나요?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보내 준 거로 생각했는데요?”
=아! 포션을 기체로. 그거 너무 좋은 생각이군요. 이거 베이크 님 덕분에 좋은 포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마커스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으며 티티제는 생각했다.
이 사람, 정상인가?
그 정도로 마커스는 흥분했다.
=만약, 우리 율리시즈 상단에서 흡입 포션을 개발한다면, 일정 금액은 베이크 님 몫이 될 겁니다. 조만간 우리 율리시즈 상단의 포션 담당자가 연락을 드릴 겁니다.
정상이 아니네.
“흠흠, 포션이 아니면, 제가 본 건 뭡니까?”
=마깁니다.
“뭐, 뭐라고요?”
=린튼 백작 측은 이미 마신을 깨울 마기를 저장하는 중입니다. 그들은 이번에 랭커스 상단과 손을 잡은 이유는 두 가집니다. 하나는 성물을 찾는 것, 또 하나는 바로 마신이 잠들어 있는 장소를 찾는 것. 그것입니다.
“말도 안 됩니다.”
=믿고 안 믿고는 베이크 님의 자유입니다만, 마신 무덤의 위치를 알아내는 순간. 린튼 백작은 랭커스 상단을 제거할 겁니다. 물론 베이크 님도 그 속에 포함되겠지요.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린튼 백작과 손을 잡고 마신의 무덤을 찾아낸 후, 린튼 백작을 제거하자.
이게 티티제의 계획이었으니까.
티티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때, 마커스가 나직이 속삭였다.
=가르크스, 그 장소가 어딘지 알고 싶지 않습니까?
“그, 그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이렇게 하시죠. 린튼 호텔과의 이번 사업을 우리 율리시즈 상단과 하시죠.
“그 건은 이미 결정된 일입니다.”
=이참에 랭커스 상단, 아니 호헨들에게 베이크 님의 힘을 보여 주시죠. 우리 율리시즈 상단에서 팍팍 밀어주겠습니다.
“호, 호헨이라니.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런 게 뭐가 중요합니까? 그것보다 베이크 님이 호헨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 * *
=알겠습니다. 약속을 지키십시오.
“당연한 말씀을. 그리고 기체 포션에 대한 아이디어는 고맙습니다. 충분히 사례하겠습니다. 그럼.”
통신구를 끊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습격 실패, 사업도 실패.
아무리 의장의 아들이라고 해도. 한두 번도 아니고 연달아 실패하는 자를 봐주는 단체는 없을 거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 티티제는 월트셔가 티티제에게 제안한 것을 원로원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어 올보그 황제에게 연락해 월트셔를 신수밀렵꾼으로 고발했다.
=정말입니까? 베일에 싸인 놈이 월트셔라는 놈이었다니.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월트셔는 헬로타를 재건할 생각입니다.”
=원로원의 뜻이겠지요. 그자들을 절대로 그냥 둬서는 안 되겠군요.
“폐하. 그자들과 엮인 자들을 먼저 가려내는 게 먼저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을 하곤 나는 하우프만 연구소에서 발견한 리스트를 알려 줬다.
모든 일에 절차가 있는 법.
대륙 회의를 통해 월트셔가 신수밀렵 진범으로 잡혀들어갈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일은 은밀히 이뤄질 거니 로테르 자작을 잡아들일 때보다 훨씬 오래 걸릴 거다.
그때까지 월트셔가 방심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발로우를 불러 말했다.
“월트셔는 의심이 많은 자입니다. 이곳 연구소는 그자가 잡혀 들어갈 때까지는 정상으로 보여야 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발로우 마법사께서 계시는데, 제가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잘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이거, 모처럼 투본산에 가 보나 했더니. 다음 기회로 넘겨야겠습니다. 하하하.”
나는 하우프만 연구소를 맡긴 후, 플린트 공국으로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카알리 왕은 여전히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플린트 공국의 별이신 카알리 왕께 인사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율리시즈 대장의 활약은 나를 기쁘게 합니다. 특히 이번 가르티제 목장 일은 정말 잘하셨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겸손한 건 여전하군요. 그래, 고서에 관심이 생겼다고요?”
플린트 공국에 있다는 책 목록을 카알리 왕에게 미리 연락해 놓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예, 선조님이 어떤 분인지, 공부하고 있습니다.”
“데빌몬스터를 상대하다 보니, 마신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군요.”
“예. 분명, 영웅들께서 마신을 잠재웠다고 하셨는데, 왜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어 다각도로 알아보는 중입니다.”
“나도 한때는 율리시즈 대장이 가진 의문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 조사를 많이 했지요.”
카알리 왕이 옆에 서 있는 시종에게 말했다.
“안내해 드리게.”
“예, 전하.”
“편하게 갔다 와요. 내가 평소에 모아놓은 것들이에요.”
“감사합니다.”
나는 카알리 왕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뒤에 서 있던 세이건과 에른, 그리고 헤인켈에게 말했다.
“스피카와 호크를 데리고 쉬고 있어. 로이칸에게도 먹을 걸 좀 챙겨 주고.”
“알겠습니다.”
“아, 이러면 되겠네. 나도 차를 한잔 마셨으면 좋겠으니까. 비서관. 후원으로 준비시켜.”
“예, 전하.”
“율리시즈 대장, 스피카와 호크는 뭘 좋아하지요? 고기?
[고기! 고기 좋아요.] [클훼훼. 고기 먹는다!]갑자기 두 녀석이 고기라는 소리에 킁킁거리며 좋아하며 알현실을 나섰다.
[나도 고기 먹고 싶은데.]내 품에 안겨 있던 카이가 부러운 듯 바라보길래, 나는 따라가라고 말했다.
[싫다. 고기도 맛있지만, 난 재미있는 게 더 좋아.]뭐를 발견했길래 이 녀석이 고기를 마다하지?
잠시 후, 시종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카알리 왕의 개인 서재였다.
“굉장하군.”
개인 서재라기보다는 도서관이라고 해야 어울릴 것 같은 서재엔 책이 빼곡했다.
“후, 여기서 언제 다 찾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팅거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내 등에 매달려 있던 카이가 본체로 변하더니, 도도도, 책장으로 달려가 책을 한 권 꺼내 바닥에 내려놨다.
그러더니 이번엔 팅거가 맨 꼭대기에 있는 책 한 권을 떨어뜨렸다.
떨어지는 책을 간신히 손을 받은 나는 녀석들에게 말했다.
-야, 야. 너희들 책은 장난감이 아니야. 그러다 찢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하냐?
[걱정도 많다.] [팅거, 네가 이해해. 마커스가 원래 걱정이 많잖아.]녀석들은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책장에서 책을 꺼냈고, 그때마다 주의를 줬다.
일국의 왕의 책을 망가뜨릴 순 없으니까.
그런데 결론은.
“음, 그냥 둬도 상관없겠군.”
녀석들은 마나를 적절히 사용해, 책이 바닥에 완전히 떨어지지도, 찢어지지도 않게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녀석들에게 신경을 껐다.
“흠, 생각보다 자료가 상당한데?”
그간 몇 권의 책으로 4대 영웅들이 한 업적은 이해가 갔다.
간단했으니까.
마신이 대륙을 휘어잡으면서 사람을 비롯해 동물들을 죄다 죽이고 다녔다.
그렇다고 모든 생명체를 다 죽인 건 아니었다. 마신의 목표는 대륙제패였으니까 그를 추종하는 무리가 있어야 했다.
그래야 군림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여 마신은 자신에게 복종하는 무리와 반발하는 무리를 철저하게 구분 짓고, 반발 세력을 처단했다.
온통 마신의 세상으로 변했다.
반발 세력에서 마신을 무찌르는 자가 나왔다. 그들이 바로 4대 영웅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 테페론의 도움을 받아 마신을 처단했고 그를 묻었다.
원래 계획에서 비틀어진 결과였다.
원래 계획은 마신을 소멸하는 거였으니까.
“호헨 베이크가 마신을 이용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갔는데 왜 그런 무모한 생각을 했는지 알 것 같군.”
마신을 제거하지 못하고 그저 잠을 재웠다고 하길래, 나는 4대 영웅의 힘이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어떻게 마신을 없앨 수 있을까. 그 정도면 아주 잘한 거지.
카이와 팅거가 내게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내 실력 정도로는 마신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그렇다는 건 4대 영웅들은 얼마나 강했다는 거야?”
그런 4대 영웅도 성물인, 유리아와 블론의 힘으로 겨우 잠재운 마신을 호헨 베이크가 이용할 생각을 했다?
“쓸데없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만했네.”
읽을 책은 정면 위쪽에, 다 읽은 책은 왼쪽에, 다시 한번 읽을 책은 오른쪽으로.
나는 방금 읽은 책을 오른쪽으로 뺐다.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지?”
나는 서고에 빼곡한 책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아버지가 일러 주신 세 권만 읽을까?”
그때, 카이와 팅거, 벨라가 신이 난 표정으로 노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엉덩이를 의자에 죽치고 낑낑거리고 있는데, 녀석들의 해맑은 표정을 보니,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뭘 하고 놀길래?
[밀퍼드!]휘리릭. 후웅, 후웅,
촤라락, 촤라락, 촤라라라락.
휙, 휙, 휙.
촤르르르륵.
[25권이다! 이힛, 내가 이겼다!]뭘 하는 건지.
이 녀석들이 뭘 하고 노는 건지 모르겠다.
한 녀석이 단어를 외쳤다. 그러자 책장에서 책이 와르르 쏟아지더니, 페이지가 촥 펴졌다. 그리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단어를 외치곤 다시 반복.
-야, 너희들 뭐 하는 거야?
[보면 몰라? 지명 찾기.] [이힛, 여기 책이 많아서 놀기 좋아. 네 책은 몇 권 안 되어 시시했는데. 시작한다. 드찬테.]-자, 잠깐. 그러니까 너희들이 말을 하면 그 단어가 있는 책이 알아서 펼쳐진다고?
[당연하지.]-그런데 여기엔 네가 말한 드찬테가 없는데?
[흥, 하수냐? 거기 써 있는 알모다가 드찬테잖아.]바로 그거다. 녀석들의 능력을 왜 까먹고 있었지?
그 후로 나는 녀석들을 인덱스 삼아 빠르게 원하는 것을 찾아 나갔다.
그래도 여기 있는 책들을 다 보기에는 며칠이 더 필요했다.
퍽!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카이가 내 다리를 쳤다.
[야, 마커스 이 나쁜 놈아. 고기 좀 먹고 하자. 배고파 죽겠다.] [나도, 난 힘이 하나도 없어.] [으으, 몸이 떨려.]팅거와 벨라까지 테이블 위에 드러누워 버렸다.
“후, 할 수 없네, 내일까진 다 봐야 하는데.”
나는 정리를 하고 서고를 나왔다.
[으힛.] [여기 재미있는 게 참 많단 말이야.]언제 배가 고팠냐는 듯 녀석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어디론가 휙 하니 사라졌다.
녀석들은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이제 서고에서의 일이 지겨웠던 거였다.
그때였다.
살기?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그리곤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왔다.
“끄윽, 사, 살려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