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301)
* * *
데스케이드로 넘어오는 순간 온몸에 강한 충격이 강타했다.
큭!
입에서 저절로 신음이 흘렀다.
강한 마기가 폐부를 통해, 피부를 통해, 온몸으로 파고들었던 것.
[허억! 수, 숨이 안 쉬어져.] [히, 히잉.] [크아, 크르릉! 감히 이놈들이 나를…… 케, 케켁!]팅거와 벨라, 카이까지 나와 같이 가공할 만큼 엄청난 마기에 괴로워했다.
그때였다.
디잉…….
손에 새겨진 테페론의 축복 띠가 진동했다. 이어 은은하게 온몸을 감싸는 기운. 몸속에 파고든 마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 어어어?] [마, 마기가 증발해….] [후우우우, 저 뱀대가리를 놔 주고 죽을 뻔했네!]카이가 호숫가에 빼곡하게 정렬해 있는 마물들을 노려봤다. 그리곤 시선을 틀어 호수 너머의 건물로 향했다.
호수에서 빠져나온 검붉은 마기가 흘러 들어가는 장소였다.
[마신이 저기 있어!]카이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가서 죽이자는 소리.
-그전에 여기부터 막고.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번엔 마신을 꼭 죽여야 하니까. 다음은? 없다.
지금 이 상황은 급작스러웠다. 그러나 준비가 미흡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늘 원래 평화로운 세계로 돌아가길 바랐고, 그걸 위해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했다.
대륙을 우리 집 안마당처럼 돌아다녔다. 열심히 성물을 찾아 헤맸다.
힘들었냐고?
당연히 힘들었다.
그러니 당연히 마신과 싸워 이겨야 한다.
우선!
-저 마기가 솟아올라오는 걸 먼저 부서뜨려야지.
나는 호수 안을 내려다봤다.
물이 넘실거리고, 마기가 가득한 호수 안이 너무나 선명하게 잘 보였다.
[테페론의 축복을 받고 나니, 시야가 뻥 뚫렸어.]팅거가 좋아했다.
[맞아. 진짜 잘 보여. 마커스, 저기에서 마기가 올라오고 있어.]벨라가 말했다. 굳이 날개로 가리키지 않았음에도 우리의 시선은 같은 곳으로 향했다.
온통 회색 마기로 가득 차 있는 호수 속 깊은 곳에서 검붉은 마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저거다!”
저게 바로 짐작했던 암흑 마기 저장소.
정확한 명칭은 모른다. 다만, 유리아나 성물처럼 마기가 가득 저장돼 있는, 마신의 힘의 원천이라는 것밖에.
디이잉.
팔목에 새겨진 띠가 더욱더 강하게 진동했다.
우리 넷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카이의 앞발에서, 팅거, 벨라의 목에서. 그리고 내 손목에서.
후우우웅!
빛은 하나가 되어 그대로 마기 저장소로 날아갔다.
번쩍!
일순간 회색 마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콰과광!
빛에서 뿜어져 나온 신성력이 마기를 부수어 버렸다.
그때, 후드득. 호숫가에 새카맣게 집결해 있던 마물들 몸에서 파이테스들이 대거 떨어졌다.
[잘됐군.]카이가 더없이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앞발을 뻗었다.
보라색 드래곤 기운이 강하게 쏘아지는 게 보였다.
“우, 으아아아!”
“허억.”
“커억…… 수, 숨이 안 쉬어져!”
호숫가를 새카맣게 에워싸고 있던 마물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다들 목을 잡으며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카이가 그들에게 달리 뭔가 한 건 없었다. 파이테스들을 죽이는 것에 진심인 카이에겐 마물은 뒷전이었으니까.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방패가 사라진 마물들이 강력한 기운에 타들어 가고 있었던 것.
* * *
마커스와 팅거, 벨라, 카이의 몸을 정화한 테페론의 축복이 그들에겐 죽음의 기운이 되어 버렸다.
마신과 앨빈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신음을 내질렀다.
“크윽!”
“으아악!”
마신은 신음을, 앨빈은 비명을 내질렀다. 앨빈을 두르고 있던 암흑의 방패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크아아아……!”
앨빈의 온몸이 그대로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암흑의 방패가 사라진 이상. 앨빈에게 남은 건 파이테스 방패.
파이테스 방패로는 테페론의 축복에 맞설 수 없다.
파이테스 방패는 테페론의 기운에 그 어떠한 영향도 못 미치니까.
앨빈의 몸이 시커멓게 타는 걸 본 마신은 그제야 이 기운이 뭔지 깨달았다.
“……테, 테페론의 축…… 복?”
마신의 눈은 더없이 휘둥그레졌다.
“아, 아니다. 그럴 수, 그럴 리가 없다!”
마신은 부인했다.
“아, 아니다. 만약 테페론의 축복, 테페론이 이 땅에 있었다면, 나를 살려…….”
두진 않았을 것이다. 라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만약 그 말을 내뱉는다면 테페론 신이 즉시 자신을 죽일 것 같다는 공포가 밀려왔으니까.
마신은 손을 뻗었다.
“마, 마기를!”
마신은 호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주변에 떠다니는 마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모든 기운을 끌어모아 손끝으로 집중했다.
마기를 빨아들여 벗겨지는 암흑의 방패를 사수해야 한다.
원래라면, 정신이 조금이라도 멀쩡했다면, 자신의 마기로 앨빈을 치유해 줘야 했다.
그러나 이미 공포에 잠식된 마신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생존, 그것을 위해 마신은 몸부림쳤다.
그러나 테페론의 축복은 마신의 영혼을 옥죄었다. 테페론의 축복은 마신의 육체가 아닌 영혼을 공격했다.
“크윽!”
그러나 마신은 버텼다. 영혼이 너덜너덜해져도 기어코 버텼다.
마신에게 테페론 신은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마신은 그런 존재를 이기고 싶었다. 이 땅에 그의 모든 것들을 지우고 싶었다.
그의 강한 염원이 너덜너덜해진 영혼을 아직 버티게 해 줬다.
“내, 내가 어떻게 그 긴 시간을 버텨 왔는데, 이겨 냈는데!”
마신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주변의 마기를 끌어모았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모래알처럼 작은 마기까지 모조리 긁어모았다.
마기만이 이 상황을 버틸 무기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승리를 안겨 줄 터이니.
쓰러졌던 마신은 죽을힘을 다해 일어났다. 자세를 꼿꼿이 했다.
그것만으로도 폐부가 터질 것만 같았다.
마신은 심장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마기를 발동했다.
후우웅!
순식간에 검붉은 마기가 심장에서 피어올랐다. 마신은 그대로 팔을 들어 지팡이를 바닥으로 내려쳤다.
쾅!
바닥에 쩍 갈라졌다. 이어 수십 마리의 레드애쉬가 튀어 올라왔다. 마신이 있는 곳이 2층이라는 건 의미가 없었다.
이어 하늘에서도 후드득, 파이테스가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파이테스는 쏟아지는 즉시 사라졌다. 카이의 기운에, 테페론의 축복 기운으로 나타나자마자 소멸한 것.
그러나 마신은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레드애쉬 역시 테페론의 축복에 영향을 받았다. 나타난 즉시 레드애쉬가 쓰러졌다. 그러나 파이테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즉사하진 않았다는 것.
마신은 손을 뻗었다. 수십 마리의 레드애쉬의 몸에서 동시에 마기가 피어올랐다. 마기는 그대로 마신에게 흡수되었다.
마기가 흡수될수록 마신의 눈빛이 살아났다.
* * *
마신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마기가 강해졌다.
[마기가 강해졌어.] [저기, 레드애쉬가 있어!]팅거에 이어 벨라가 소리쳤다.
-저놈들 때문에 마기가 강해진 것이군.
그나마 다행인 건 마신이 좀 급해 보인다는 것. 마신은 마기를 흡수하느라, 우리가 다가가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죽이자.]-당연하지.
최고로 좋은 공격은 선빵이니까!
그리고 테페론의 축복이 깃든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도 확인하고 싶고!
우리는 동시에 기운을 날렸다.
쾅!
“크어어억!”
마신이 비명을 내지르면 뒤로 나동그라졌다.
[에? 안 죽는데?] [그러게? 되게 강한가?] [이 마신! 강하군!]카이가 호승심을 내보였다. 그리고 마신도 만만치 않게 호승심이 강했다.
“가소롭군.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났지?”
분명 부상을 입었을 텐데, 목소리만큼은 기세등등했다.
“널 잡으러 왔지!”
“감히!”
마신의 고함이 우레와 같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어리석은 것, 고작 인간 주제에!”
“인간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지? 널 죽이기만 하면 되는데.”
“제 능력도 모르는 놈이군. 용기는 가상하군. 기억해라. 여기가 무덤이 될 터이니.”
하여간에 마물들은 말이 많단 말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하자는 뜻.
쾅!
우리는 있는 힘껏 기운을 날렸다.
“크어억!”
마신이 나동그라졌다. 그러나 곧바로 일어나서 내게 응축마기를 쏘았다.
나는 손을 뻗었다. 그대로 마기가 흩어졌다. 테페론의 축복이 작용해 준 것.
“이, 이럴 수가!”
마신은 당황했지만, 이내 마기를 연달아 날려댔다.
나는 그대로 막아 냈고, 내가 막지 못한 건 카이가, 벨라, 그리고 팅거가 막아 냈다.
마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너는…… 드, 드래곤?”
[크하하하! 이제야 나를 알아보다니, 느려터진 녀석!]도대체 저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아, 용사님에게 배운 거였군.
어쨌든 우리는 놈이 놀라든 말든 기운을 퍼부었다.
“으으…….”
마신은 마신이었다. 그렇게 공격을 해댔는데도 아직 죽지도 않고 나를 노려봤다.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걸 보니, 내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저렇게 형형한 눈으로 쏘아보다니.
강한 정신력 하나는 높이 살 만하군.
그러나 그것뿐.
-가라!
최후의 공격을 위해 손을 들었다. 그때였다.
마신이 나를 보며 비죽이 입꼬리를 올렸다.
“너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하여간에 마물들은 말이 너무 많다니까.
나는 무시하고 기운을 손끝으로 모았다. 그 순간.
후우웅.
갑자기 눈앞에 익숙한 신형들이 나타났다.
“블…… 록?”
이어 칼레이, 세니아까지.
제피크 삼인방이 마신과 우리 사이에 서 있었다.
“아, 아니 왜……?”
“크하하하하!”
마신이 놀란 우리를 보며 건물이 떠나가라 웃어재꼈다.
“이 미친놈이!”
나는 마신에게 고함을 내질렀다. 말도 안 되는 상황. 이런 상황은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카이, 벨라. 보호막을 시전해.
[알았어!]나 역시 드래곤 방패와 수호방패를 펼쳤다. 그러나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방패에 틈이 보였다. 마신의 강한 기운이 방패를 뚫은 것.
“그래봤자, 내 기운엔 못 당하지. 크하하하!”
“저기 호수 바닥에 숨겨 놓은 기운을 쓰는 모양인데, 그것도 이제 끝이지.”
“상관없다. 네놈만 죽일 수 있다면.”
마신은 또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네놈만 사라지면 그 마기는 쓸 필요도 없을 것 같거든. 네놈 말고 나를 이길 놈은 없으니까.”
“오호! 알고 있긴 하는군. 내가 널 이길 거라는 것을!”
나는 놈에게 한 마디 더 얹었다.
그때였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마신이 내가 아닌, 제피크 삼인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놈이 나를 공격하면 이것들은 죽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힘이 없어도 이것들은 발끝으로도 죽일 수 있다.”
그건 맞다. 마신 저놈의 기운이라면 후, 입김만 불어도 제피크 삼인방은 그냥 재가 되어 버릴 거다.
“죽여요.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세니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맞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칼레이까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만약에 우리를 살리겠다고 여기서 어영부영하다가 저놈을 못 죽이면 넌 내 손에 죽는 거다. 알겠어?”
하여간에 블록 저놈은, 쯧.
“죽긴 누가 죽어!”
그런데 칼레이가 고개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내 눈을 보고를 두어 번 반복했다.
나는 칼레이를 빤히 바라봤다. 그때였다.
칼레이의 속마음이 읽혔다.
대단한 사람이다. 가테지가 지나가는 소리로 나도 가테지처럼 정신계 마법을 익혔다는 말을 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칼레이는 융합마법의 기반으로 응축된 암흑 마기를 해제할 수 있다고 전해 왔다.
다만, 마신의 암흑 마기를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나는 짧은 시간에 고심했다. 분석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칼레이가 마기 선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기의 기운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 혹시?
나는 카이에게 물었다.
-카이, 너 내 생각을 칼레이에게 넣어 줄 수 있어?
[그거 내가 할 수 있는데?]벨라가 대답했다.
아, 얘 통역도 했었지.
나는 곧바로 벨라에게 내 뜻을 전했고, 벨라가 칼레이에게 전달했다.
칼레이는 곧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이해했다는 뜻.
“하여간에 인간들이란! 죽음을 앞두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군. 앞가림도 못 하는 녀석들이 누구를 걱정해!”
마신이 우리를 비웃었다. 그리고 말을 얹었다.
“네놈이 손끝 하나라도 움직이면 이놈들은 그대로 재가 될 것이니!”
“그러든지!”
내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기운을 마신을 향해 퍼부었다.
쾅, 쾅. 쾅. 쾅. 콰과쾅쾅!
폭격이 시작된 것.
* * *
껌뻑, 껌뻑.
마신은 눈을 껌뻑였다.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이 빛도, 투명하리만큼 환한 빛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면 보였다.
투명하고 백색의 강한 빛이 마신의 시야에 파고 들었다.
푸앗!
마신의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갔다. 피가 빠져나가고 기운이 스며들었다.
테페론의 축복, 그것이었다.
‘이, 이대로 죽는 건가?’
마신은 자신이 정말로 이번엔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왜 죽는 걸까?
왜 자신을 공격했던 거지?
인간들을 앞세웠는데, 인간들은 아군을 살리기 위해 공격을 멈췄었는데.
마신은 그전에도 조금 전과 같은 일을 반복했다.
마신뿐 아니었다. 마물들도 불리할 때면 인간들 앞에 인간들을 인질 삼아 승리했다.
‘왜? 저놈은 내가, 마물들이 쓰는 방법을 취했던 거지? 저놈은 인간이 아닌 건가?’
마커스는 분명 인간을 인질로 삼았음에도 자신에게 공격을 날렸다.
그러나 마신은 생각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파앙!
테페론의 축복이 날아왔다. 잠시 멈췄던 축복의 기운이 계속 날아들고 있었다.
마신은 죽을힘을 다해, 마기를 폭발했다. 움직일 순 없지만, 누운 채로, 눈도 뜨지 못한 채로 가슴 깊숙이 숨겨 놓은 마기를 날렸다.
펑!
그러나 마기는 날아가지 않았다. 아니 숨이 턱 박혔다.
“큭!”
마신은 자신의 가슴이 뻥 뚫렸다는 걸 깨달았다.
심장 가장 깊숙한 곳에 암흑 마기를 꼭꼭 숨겨 놓았는데, 놈을 날려 버렸어야 했던 그 비장의 수가 심장에서 폭발한 것이었다.
그때 마신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죽어라.
마커스의 목소리였다.
그 순간, 마신의 환했던 시야가 서서히 점멸했다. 이윽고 마신에게 암흑이 찾아왔다.
* * *
[와, 와. 와!] [사, 사라졌다! 마신이 사라졌다고!] [쓰으읍! 이놈의 마기는 조금이라도 삼켜야 해.]테페론의 축복이 죽은 마신의 마기를 지우고 있는 사이, 카이가 한 줌이라도 자신이 없애겠다고 입을 크게 벌리고 날아다녔다.
“후우우, 이제 끝났군.”
으으, 죽겠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쫙 뻗어 버렸다.
“야, 임마, 마커스, 이거 풀어. 풀어주라고!”
“네가 알아서 풀어.”
“마기 족쇄라고! 내가 중독돼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앙?”
“무슨 엄살이 왜 그렇게 심해요? 해독약도 먹었고, 예방약도 몇 병이나 먹었으면서.”
세니아가 블록을 타박했다.
“그, 그래도. 그냥 마물도 아니고 마신인데, 그놈이 가면서 저주라도 내리고 갔으면 어떡해?”
“괜찮다. 그놈 완전히 힘을 잃고 갔어. 그리고 이것 봐. 족쇄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잖아.”
칼레이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그, 그러네.”
마신의 기운이 완전히 소멸하자, 마기 족쇄도 사라진 거다.
“칼레이 마법사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드러누워 있던 나는 일어나 칼레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닙니다. 대장이 제 뜻을 알아듣고 잘 해 주셔서 산 거지,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희들 나 몰라 무슨 짓을 한 거야?”
우리는 블록이 내지르는 소리를 무시했다.
나는 창가로 가서 섰다. 카이, 팅거, 벨라는 창틀에 섰다.
-테페론의 축복으로 모든 걸 치유한다.
[치유한다.] [치유!] [치유!]화아악!
손목에서, 목에서 테페론의 축복이 뿜어져 나왔다.
이어 눈앞에 보이는 건 높은 드래곤 상.
“드래곤 관?”
갑자기 팟!
네 개의 눈동자에서 빛이 쏘아졌다.
우리가 지닌 테페론의 띠에서도 빛이 쏘아졌다.
이어 빛은 하나로 뭉쳐 덩치를 키워나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성한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기운은 점점 더 덩치를 키우다가 이윽고 팡! 하고 터졌다.
빛이 쏜살같이 사방으로 퍼졌다.
대륙 곳곳으로 날아갔으리라.
“끝났군.”
* * *
마커스가 후련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고 있는 그때.
올보그 황제를 비롯해 마나를 지닌 사람들은 그냥 알 수 있었다.
“끝났군.”
드디어 기나긴 마물과의 싸움이 끝이 났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