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현석형님과 나는 한동안 골목골목을 정신없이 달렸다. 만약 앞쪽에서 좀비 몇이 튀어나오면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그런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숨은 턱까지 차올라 오는 듯 했고, 뒤쪽에서는 좀비들이 쫒아오고 있었다. 비록 뒤쪽의 좀비들은 이제 꽤 거리가 벌어졌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뛴다고 하기 보다는 가벼운 구보를 하는 정도의 속도밖에 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무작정 뛰는 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막상 좀비와 맞닥뜨리면 숨이 차서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디든 잠시 한숨 돌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했다.
“헉! 헉! 형님.”
“허~ 허~ 말해.”
나나 형님이나 말하는 자체가 여간 힘들지가 않았다. 다만 나보다는 형님의 숨소리가 조금, 아주 조금 덜 거칠게 들려서 조금 자존심이 상하긴 했다.
“헉! 헉! 어디… 쉴만한 곳에 좀…”
숨이 차서 말을 바로 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어디 좀 들어가죠… 이러다 좀비 나오면… 그냥 당하겠어요.”
좀비가 나오면 숨어서 지나가든지, 아니면 하나하나 처리하면서 가야지, 이런 방법은 판단 착오였던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크르륵…”
헐떡거리며 겨우겨우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전방 1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갑자기 좀비 하나가 튀어 나왔다. 놈은 아직 우리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그냥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놈을 처리하고 가야 할 것 같긴 했지만, 뒤쪽의 놈들 때문에 느긋하게 놈을 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뒤쪽의 놈들은 이제 골목골목을 지나며 시야에서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따돌렸다고 안심할 수가 없어서, 아직까지 이렇게 달리는 중이었다.
체력이 떨어지니 짧은 손도끼는 왠지 불안했다. 리치가 짧다보니 지금처럼 체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실수라도 했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았다.
난 손도끼를 다시 허리춤에 걸고, 어깨에 메고 있던 소총을 양손에 거머쥐었다. 총구 쪽을 양손으로 움켜잡고 크게 휘두르기 위해서 준비를 했다.
“끼약!!! 키르륵!!!”
어느새 놈이 우리의 존재를 눈치 챘다. 이렇게 큰소리로 헐떡거리며 뛰고 있으니 진작 알아차리지 않은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헉! 형님… 헉! 잠시만… 제 뒤로… 오세요… 헉! 헉!”
정말 말 몇 마디 하는 것도 숨이 찼다. 현석형님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는 내가 뭔가 하려한다는 걸 알았는지 아무 말도 않고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놈의 바로 앞에 당도 했을 때, 놈이 나를 잡기 위해서 양팔을 뻗었다. 그때 난 허리를 숙이면서 옆으로 빠졌다. 그리고 들고 있던 총을 있는 힘을 다해서, 정말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놈의 다리를 향해서 휘둘렀다.
빡!
제대로 한방 먹였는지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크게 났다. 순간 고개를 돌리는데 놈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무리를 하기위해서 몸을 돌리려는 찰나, 현석형님이 어느 순간 쇠파이프를 들고 쓰러진 놈의 앞에 섰다. 그리고 쇠파이프를 들고 세차게 내려쳤다.
퍽! 퍽! 퍽!
현석형님의 파이프는 검붉은 좀비의 피로 뒤덮혀 버렸고, 앞으로 고꾸라져서 움찔거리려던 놈은 그대로 잠잠해졌다.
“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조금은 긴장감이 가시는 듯 했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천천히 계속 이동을 하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놈을 처리하면서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그냥 계속 이동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쉴만한 곳을 찾는 것도 힘들뿐더러, 뒤쪽에 있는 보이지도 않는 놈들을 걱정하는 것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다른 좀비들을 걱정하는 것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계속 이동을 하는 것과 쉬어가는 것에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이동을 하면 굳이 잠시 쉬어갈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후~ 그러자. 자꾸 시간을 지체하는 건 아무래도 마음에 좀 걸리네. 바로 움직일까?”
우리는 그 자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는 바로 출발을 했다. 총은 다시 어깨에 둘러메고, 한손에는 다시 손도끼를 움켜쥐었다. 그렇게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우리가 갈 길을 멀고, 잠시 뛰어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골목길을 따라 가다가 작은 상가건물이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작은 중국집과 치킨집의 간판이었다.
여태까지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잘 몰랐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 간판을 보자 너무나 반가웠다. 분명 중국집과 치킨집이라면 배달용 오토바이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 가게 입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 있을지, 있다손 치더라도 상당한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오토바이가 지금 작동을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말이 딱 지금의 내 심정과 같았다.
“형님. 저기… 중국집하고 치킨집이요… 혹시 스쿠터라도 있지 않을까요?”
건물 담벼락에 바짝 붙어서 몸을 숨기고 있던 나는 내 앞에서 주변을 살피던 현석형님에게 작게 속삭였다.
“스쿠터? 아… 오토바이 말하는거지? 음… 글쎄… 어떨지 모르겠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 아닐까? 그리고… 오토바이가 있더라도 열쇠를 못 찾을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형님이 역시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는 아무래도 꺼려지는 모양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전에 다른 무리에 있을 때 배운 적이 있어서 스쿠터는 열쇠 없이 시동 걸줄 알아요. 지금 공구나 도구가 좀 마땅치 않기는 하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어떠세요?”
군인들 무리와 함께 있을 때, 몇 번 어깨너머로 보고, 필요할 것 같아서 몇 번이고 물어 봤던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음… 그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확인 차 갔다와보자.”
그제서야 현석형님도 내 의견에 동의를 했다. 의견조율을 하느라 좀 떠든 것이 문득 걱정이 되어 주변을 살지만, 다행스럽게도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앞장을 서서 조심스럽게 상가 건물로 다가갔다. 작은 골목길을 몇 번 지나야 했고, 그 갈림길 멀리에 좀비들이 몇 보이긴 했지만, 눈을 피해 지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상가 건물로 오기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치킨집과 중국집은 간판은 우리가 있던 쪽에서 보였지만, 실제 가게는 건물 다른 쪽에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가게들만 보일 뿐이었다. 상가를 끼고 돌면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지나가는 가게마다 좀비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했기에 바짝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가게의 전면유리들이 대부분 깨져 있어서 더 신경이 쓰였다.
일단 건물 모퉁이 쪽에 모여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건물 모퉁이 쪽에서 보이는 두면은 확인을 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지 한쪽 면을 지나서 반대쪽을 확인해야 했다.
“가시죠.”
출발을 알리는 내 말에 현석형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몇몇 가게는 안전하게 지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쯤에 있는 가게 안에 좀비가 둘이나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현석형님에게 수신호로 내 뜻을 간단하게 전달했다. 형님은 내 옆에서 앉아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신호에 맞춰서 함께 가게 안으로 달려 들어가 각자 하나씩 좀비를 맡아 달려들었다.
이제는 일반적인 좀비와 일대일로 맞서는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상황이 어느 순간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키아악!!!”
나와 형님이 가게 안으로 달려들자 놈들 또한 우리를 인식하고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놈들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했다.
놈들의 괴성을 듣고 다른 좀비들이 몰려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맡은 놈에게 재빨리 다가간 나는 늘 하던 대로 발을 들어올려 놈의 복부를 있는 힘껏 밀었다.
이제는 놈이 뒤로 휘청거리다가 넘어지면 마무리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이 일대일로 좀비와 마주했을 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놈이 휘청거리기만 할 뿐 넘어지지 않았다.
“크르르륵!!!”
놈이 듣기에도 역겨운 소리를 내며 그저 몇 걸음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쳇!”
하지만 나도 이제는 이런 정도에 당황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튕기듯 놈에게로 대시해 들어갔다. 그리고 놈의 오른쪽으로 살짝 지나쳤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서 놈의 뒤통수를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퍽!
놈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쓰러지는 놈에게서 도끼를 뽑아들고 확인 차 한번 더 놈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놈을 마무리하고 고개를 들자, 현석형님도 별 문제 없이 다른 한 놈을 막 처리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서로의 안전을 확인한 우리는 다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로는 피자집에 도착할 때까지 다른 좀비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중국집은 피가집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다. 조용히 피자 가게 안과 주변을 살폈지만 오토바이는 보이질 않았다.
“젠장. 중국집은 한 가게 건너였으니까, 계획대로 거기까지만 확인을 해보죠.”
피자집과 멀지 않은 위치였기 때문에, 중국집 역시 가게 주변에는 오토바이가 없다는 사실을 진즉에 알 수 있었다. 피자가게에서 나온 우리는 다시 중국집으로 향했다. 지저분한 가게 옆 벽면에 붙어 빼꼼히 가게 안을 살폈다. 가게 안에는 스쿠터 하나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좋아요. 여기는 하나 있어요.”
가게 안에 좀비는 없었기 때문에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재빨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좀비들의 시야를 가릴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빨리 확인을 해야 했다.
“그럼. 동철아. 빨리 들어가서 확인하자.”
스쿠터가 하나 있다는 말에 현석형님은 흥분을 한 것인지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형님을 뒤따라 들어가 함께 땅바닥에 뒹굴고 있던, 먼지가 수북이 앉아 있는 스쿠터를 일으켜 세웠다.
나도 살짝 흥분한 나머지 가게 안을 먼저 살펴보지 못했다. 가게가 작고 얼핏 봤을 때 좀비가 보이지 않아, 방심한 것도 없잖아 있었다. 그리고 그 방심은 역시 사고를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