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부앙!
자동차 엔진이 교한 굉음을 내며 힘을 쏟아 내고 있었다. 이럴 때면 밖을 보며 경치가 좋다고 감탄을 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애매해졌다.
도로는 온갖 쓰레기가 날아다녔고, 길가 수풀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엉망이 되어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 산은 더 풍성해 졌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지나다니며 나 있던 산길들이 인적이 끈기면서 풀숲에 뒤덮이기 시작해서 다니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다들 어떻게 지내셨어요?”
“두 분은 사귀시는 거 맞죠?”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용진이 이런 저런 질문들을 쏟아 냈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자 이내 조용해졌다.
그렇게 침묵 속에서 달렸다.
“…”
우리는 거의 대부분 이렇게 이동을 했다. 나는 운전을 하고, 기웅이와 지선이는 각자 무기를 점검했다. 할 말이 있으면 그러면서 한마디씩 했지만, 오늘은 입을 땔 일이 없었다. 그런 차 안이 박용진은 답답했던지, 길게 한숨을 내 쉬고는 차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느 순간 차가 휘청거렸다.
끼익!
“헛.”
백 미러로 박용진이 뭘 하는지 보고,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도로 한 가운데 서 있던 차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걸 급하게 피하느라 차가 좀 심하게 휘청거렸다.
“미안.”
난 조금 미안한 나머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도로 중간, 중간에 서 있는 차들을 피하며 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국도 중간, 중간에 있는 작은 도시나, 시골 중심지를 지날 때 였다.
그럴 때는 도로에 차도 조금씩 많아져서 세워져 있는 차와 어슬렁 거리고 있는 좀비들을 피하는 데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고 외곽으로 바로 빠지지 못하고 중심지로 들어가 버려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런 경우가 몇 번 씩이나 있었다. 그 덕분에 많은 거리를 돌아가야 했다.
이런 세상이 되기 전 이라면 부산까지 가는데 몇 시간이면 충분했지만, 이젠 그러기가 거의 불가능 했다. 한산한 국도만 골라서 다니려니 시간은 늘어나고, 그 만큼 휘발유 소모도 많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출발 전에 휘발유 몇 통을 트렁크에 실어 놓아서, 기름 걱정은 많이 덜었다.
******
퍽!
어느 시골집의 방안, 내 도끼질에 안 그래도 흉한 몰골의 좀비가 머리가 세로로 쪼개지며 쓰러졌다.
날이 어두워져서 헤드라이트라도 켜면, 좀비들이나 약탈자들을 끌어 모으는 결과 밖에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좀 일찍 쉴만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후~ 이걸로 대충 정리는 된 거 같네. 일단 정리부터 하고 쉬자.”
박용진을 포함해서, 넷 모두 바쁘게 집 안에 쓰러져 있는 좀비들을 정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정리할 수 있었다.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각자 총기를 점검하거나,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냈다. 예전이라면 이렇게 삭막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마을에서의 일이 벌어지고 난 후로, 나도 그렇고 다들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박용진은 뭔가 말을 하고 싶은지 입술이 움찔움찔 거렸다.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아니… 꼭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여태까지 혼자서 한동안 지내다 보니까… 그냥 말이 하고 싶긴 하네요. 하하.”
이전 이었다면 좀 분위기를 맞춰 줄 생각이 들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마음이 너무 심란해서인지 짜증부터 났다.
“별…”
한마디 쏘아 붙이려다가 그 마저도 입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고 신경을 꺼버렸다. 지선이와 기웅이도 그런 우리를 바라보다가 각자 하던 것을 했다.
생각해보면 말 좀 붙여보려다가 된 서리를 맞은 격이긴 했다.
‘분위기 봐 가면서 그러던가… 하~’
마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미련과 그로 인한 불안감. 지금 가고 있는 부산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너무나 막연한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불안감. 이런 것들이 나나 우리 일행들을 쳐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어쩌면 박용진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런 것들을 날려버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들기도 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또, 지금은 지금 기분에 몸을 맡겨 버리는 것이 편했다.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났다.
******
날이 밝고,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정의 연속이었다. 차는 계속 달렸고, 그 와중에 가끔 대화가 오가긴 했지만, 필요에 의한 말들이었고, 그나마 그것도 나와 지선이, 기웅이 간의 대화였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또 경남 어딘가의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내일이면 목표한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을 위안 삼으며, 또 하루를 보냈다.
이튿날.
내리 쬐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응? 무슨…”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렇게 눈을 떠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불침번 말번이 자고 있는 일행들을 깨워야 했다. 햇살이 저렇게 눈부신 걸로 봐선 내가 일찍 일어난 것 같지도 않았다.
“기웅아. 일어나 봐.”
“으응? 형님.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 있는 것 같아. 불침번 서는 데로 가보자.”
기웅이가 일어나는 것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몸을 일으켰다.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옥상을 향해서 뛰어 올라갔다.
******
“지선아!”
지선이가 옥상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지선아! 지선아!”
지선이를 붙잡고서 마구 흔들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호흡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도, 상처가 있는지 확인 하는 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저 깨워야겠다는 생각에 그녀의 몸을 흔들 뿐이었다.
“으으…”
다행히 지선이가 정신을 차리는 듯 했다.
“괜찮아? 무슨 일이야? 다친 데는 없고?”
“아… 머리야… 앗! 오빠! 박용진! 그 자식이 권총하고 소총을 뺏었어.”
“너는? 넌 어디 다친 데 없어?”
지선이도 정신이 없는지 몸을 일으켜 앉아서는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없는 것 같아. 머리는 깨진 것 처럼 아프긴 하지만… 다른 데는 이상 없는 것 같아.”
지선이가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그때서야 기웅이가 뒤이어 올라왔다.
“기웅아. 지선이 좀 봐줘. 난 내려가 볼게.”
“예? 예.”
기웅이는 아직 어리둥절 해 하며 지선이를 붙잡았고, 나는 다시 뛰어 내려갔다.
******
박용진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선이 방에 있던 배낭 하나와 집 밖에 세워 놨던 차까지 함께 사라지고 없었다.
“젠장! 개XX! 처음 볼 때부터 찜찜하더라니…”
기웅이가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욕을 토해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나와 기웅이가 자던 방에 있던 소총 한 자루와 도끼 두자루, 배낭 두 개가 전부였다. 탄이 얼마 남지 않긴 했지만, 엽총도 모조리 챙겨 가버렸다.
“이 자식! 잡히기만 해봐! 아주 작살을 내버릴 테니까!”
“기웅아. 진정하고, 앞으로 일부터 고민하자. 총 없이 살 때도 있었는데 뭐. 차는 또 구하면 되고. 그런데… 이제 어쩌지? 부산으로 계속 가?”
내 말에 흥분해 있던 기웅이가 그래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 화가 나긴 하지만, 앞으로의 일도 문제였으니까.
“부산으로 간다고 무슨 수가 생길까요?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고… 더군다나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