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48)
20세기초.
국제적인 제약회사들의 종주국을 뽑으면 몇 국가를 꼽을 수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두 국가가 스위스와 독일제국이다.
“이 둘이 제약업계의 종주국에 가까운 지위를 차지한 건 전적으로 비스마르크의 과학기술투자에서 비롯된 그의 업적이지.”
“스위스도 말입니까?”
“맞아, 스위스에 독일계 학자들이 많이 살았거든. 스위스는 독일제국 바로 밑인데다 인구에서 독일계의 비율이 높아.”
아인슈타인 박사도 독일계인데 스위스에서 활동한 전적이 있으니.
스위스 과학계는 독일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결국 독일계가 전세계 과학기술에선 선두주자인 셈. 영국도 있지만 기술력으로만 따지면 독일제국이 한발짝 앞이지.”
괜히 대영제국이 독일제국을 견제한 것이 아니다. 기술력의 격차는 한번 벌어지면 메울수가 없다.
이 격차를 메우려면 현대 중국처럼 자금을 융단폭격처럼 퍼부어야하는데…..아.
‘그래서 CDO인가.’
퍼즐이 하나 맞춰졌다.
대영제국의 벨푸어 차기내각이 CDO에 집착하는 이유를 하나 알아냈다.
“….아무튼. 독일제국의 제약업계가 각 유럽열강들과 미국 제약업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 독일계 이민자들이 제약업계로 투신하면서 제약업이 급격하게 발전했지.”
“화이자도 그중 한명이군요.”
“제임스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그렇지.”
이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제약업계의 지도를 바라보는데 도움이 된다.
“비슷한 선상에서 헤로인을 자체개발한 바이엘사가 현재 제약업계에서 얼마나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지도 알 수 있지.”
제약업계에서 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물론 현대 제약업계처럼 그렇게 수조, 수십조원을 때려붓는 미친 스케일은 아니지만 임상실험이나 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은 여전히 천문학적이다.
그 점에서 화이자는 제약업계에서도 효율적인 제약회사였다.
“당의정이라.”
이 시기에 기생충이 생기면 신토닌이란 구충제를 복용한다. 문제는 이 신토닌이 더럽게 쓰고 맛없었다.
그래서 찰스 화이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존나 달게 만드면 먹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 결과 단맛 식품첨가물을 신토닌에 발라 출시했고, 당연히 대성공이었다.
“다른 제약회사와 차별성까지 있지.”
“예, 도련님. 화이자는 독일제약사 출신이고 에하트는 제빵사 출신이라 식품첨가물에 있어 선도적인 기업 중 하나입니다.”
세계 최초의 당의정이었고.
이 신토닌으로 화이자는 회사의 기틀을 세웠다.
“제빵사다운 발상이야. 남북전쟁동안 방부제를 팔 생각을 하다니. 하하.”
제빵사와 제약사의 관계는 제약업계에서 강력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화이자는 그 차별점을 백분 활용했고.
“남북전후엔 청량음료 붐이 불자 열대과일에서 구연산을 추출해 청량음료회사에 납품했고.”
화이자는 식품첨가물에 맛있는 구연산을 첨가해, 청량음료에 단맛을 추가한 기여자였다.
“화이자··· 만만하지 않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지.
20세기 초 화이자는 본격적인 확장에 들어가고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파고들 빈틈은 이곳이었다.
“제임스. 화이자는 투자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하던가?”
“화이자는 현재 현금부자입니다. 딱히 추가투자를 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은 꽤 높을 텐데?”
현실의 장벽.
그것은 독일제약업계의 독점벽이었다.
그들은 어떤 국가에 진입하면 자기네들끼리의 담합해 독점벽을 올려버린다.
그 대표적인 피해국가가 스웨덴이었고.
“예, 그부분이 문제겠죠. 게다가 그들은 독자적인 아이템도 없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신토닌 계열 구충제인데다 방부제 정도죠.”
아쉽지만 그들은 포트폴리오도 다양하지 않다. 핵심아이템은 있다.
차별성도 있다.
제빵사와 제약사가 합심했다.
그런데 그뿐이다.
“카피가 빠르겠군.”
“예, 합성방법만 우회하면 화학자들이나 제약사들이 조합할 수 있습니다. 화이자의 최대고민이겠죠.”
한철장사란 뜻이다.
대규모 글로벌 제약공룡이 한번 뛰어들면 개박살낼 수 있는 수준의 한철장사.
“그 부분을 어필했더니 반응이 좀 있었습니다.”
“하하, 제임스 역시 자네도 만만치 않아. 보험업계 출신이라 그런가? 기업의 약점은 기가막히게 찾는군.”
“…..예?”
제임스는 괴상하게 얼굴을 구겼다.
디트로이트 도련님, 방금 자신이 말하기도 전에 제약업계를 다 파악하고 약점들을 술술 말씀하시지 않았나?
뭐지. 기만인가.
아, 안 되지.
이런 불경한 생각을.
제임스는 자신의 뺨을 후려쳐 정신을 되찾았다.
“왜그러나?”
“아닙니다. 잠시 풀어졌습니다.”
“아무튼. 이부분을 후벼파면 좀 길이 보이겠네. 인수합병을 원한다고 운은 떼봤어?”
“예, 처음에 화이자 측에서 격렬히 거부한 이유가 인수합병 때문입니다.”
“까다롭네.”
내가 성공이 보장된 기업이라면 엔젤투자자가 되어줄 의향도 있다.
코카콜라도 내 엔젤투자로 날아다니고 있고. 대영제국에서 콜라를 마실 수 있다니.
나는 이것만으로 코카콜라에 투자한 값은 다 뽑았다.
만족스러웠어.
“음?”
나는 멈칫 멈춰섰다.
‘코카콜라?’
코카콜라…..
그러보니 이쪽도 제약사들이랑 화학자들이 대량으로 있는 식료품기업 아닌가?
“쯧. 그래도 코카콜라는 안되겠네.”
코카콜라도 내 전략에 쓸 수는 있지만.
그래도 코카콜라로 이번 바이엘(Bayer)건을 진행하기엔 무리수가 좀 있었다.
애초에 제약업을 위한 시설투자도 되어있지 않았고.
“역시 화이자가 맞다.”
하지만 방금 고안한 코카콜라도 훌륭한 스페어가 될 것 같았다.
화이자를 인수한 뒤에 기술제휴까지 맺으면 둘의 제품군도 다양해질 수 있을 것 같고.
“청량음료(화이자)와 탄산음료(코카콜라)의 조합이라. 최곤데?”
퍼즐이 딱딱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인수하려면 화이자 밖에 없다.
“제임스.”
“예, 도련님.”
“화이자 꼭 인수하자.”
“예!”
기분좋게 입매를 뒤틀었다.
예감이 좋다. 하지만 먼저 할일이 있었지.
“그전에. 일단 JP모건은행부터 들리자고.”
***
월스트리트 23번지.
JP모건.
변호인단 협상.
협상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바이엘사의 변호인단.
JP모건의 변호인단.
이 두 집단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1심은 저희 바이엘이 패소했더군요.”
바이엘사의 변호인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려 JP모건측이 제출한 증거자료의 10배를 제출했는데도 말입니다.”
혀 끝이 날카롭다.
“이게 미국사법계의 현실입니까? 그렇다면 미국사법계의 미래는 암울하군요. 로비로 1심을 가져가시니 기분이 참 좋아보이십니다? 미국은 변호사 자격증도 달러로 땁니까?”
비아냥.
“요즘 미국변호사들은 참 살기 편해요. 괜찮은 전주 하나만 백으로 얻으면 판사고 검사고 개처럼 설설기니. 원참. 돈없는 독일변호사들은 서러워서 살겠나.”
바이엘측은 1심에서 패소했다.
아까운 일발의 차이도 아니고. 그냥 압도적으로 패소했다. 제출한 증거자료의 양은 바이엘 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습니까.”
블라치포드 변호인단.
크레바스는 웃는 상으로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의 이마엔 뿌득 힘줄이 섰다.
“그런 바이엘 측은 사람 수만명을 담궈놓고 제약 실험자료들을 증거자료라고 양을 불려 제출하다니요.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짓거리입니까?”
만 단위.
JP모간에서 단체소송을 위해 헤로인 피해자들을 집계해본 결과. 무려 1만 이상의 일반인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대병원에서만 만명 단위로 쏟아져나오니 JP모건 측도 당황했다.
“한명당 프로필만 뽑아도 수십만장은 될 테니까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안했을 뿐이지. 바이엘측의 증거자료가 유의미하다고 볼 순 없지 않습니까.”
전신의 구멍에서 물을 쏟아내며 금단증상으로 의심되는 탈수로 죽어가는 환자들.
온몸에 벌레가 꿈틀거리는 감각에 손톱으로 피부가죽을 뜯어낸 환자들.
환각에 취해 자아를 잃어버린 환자들.
그저 감기증상을 치료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잭 트레이시.’
무려 회장의 아들이 당했다.
하지만 바이엘은 오히려 눈썹을 찌푸렸다.
“미국변호사 여러분. 어거지도 적당히 피우시죠. 애초에 저희 헤로인이 그 원인이라는 의학적인 증명조차 없는 주제에 뭐가 그리 당당하십니까?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섭취하는 의약품이 얼마나 많은데 왜 헤로인만 콕 집어가지고 그러십니까. 미국은 재판을 무슨 로비자금규모로 합니까?”
“사람 수만을 담궈놓고 그런 말씀이 잘도 나오는군.”
“그러니까 그 수만이 헤로인 탓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것 아닙니까!”
쾅-!
바이엘측은 탁상을 내리쳤다.
“저희 바이엘사의 의약품에 의심을 하고 싶으시다면, 우선 그 인과관계를 증명할 의학적, 과학적 증거자료들을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후진적인 로비재판말고, 문명인답게 정정당당하게 말입니다.”
탁.
바이엘측은 보고서를 휙 던졌다.
“이건 저희 헤로인이 무해하다는 ‘의학적’, ‘과학적’ 증거자료들입니다. 합리적인 근거들이 이렇게 쌓여있는데도 저희가 패소하는게 말이나 되느냔 밀입니다. 정황증거로 승소하는게…하. 말을 맙시다. 저희까지 격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까요.”
바이엘측의 화풀이가 이어졌다.
크레바스는 웃는 얼굴로 손톱이 파고들게 깍지를 꽉 끼었다.
피가 진하게 베어나왔다.
“…..당신네들은 헤로인 피해자들에겐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왜 저희가 미안합니까? 애초에 저희가 한 일이 아닌데요.”
“헤로인을 복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발견하지 못한 다른 공통점이 있겠죠. 꼭 저희 헤로인 탓이라고 몰아가기엔 증거가 빈약해보이시는데 그렇게 자꾸 유사과학으로 밀고 들어오시면 곤란합니다.”
바이엘측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경고했다.
“감사합니다. 저희 바이엘은 이번 1심으로 미국법원을 어떻게 상대하면 되는지 알게되었습니다. 다음은 없습니다.”
쾅-!
바이엘측은 경고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하.”
헛웃음이 터진다.
크레바스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는 손이 하얘질정도로 꽉 틀어쥐었다.
쾅-!
“저런 쓰레기들…..”
물론 크레바스도 대기업들의 변호인단 생활을 하며 깨끗하지 않은 사건들도 많이 봐왔지만, 이번 바이엘 측처럼 독한 사건은 처음이었다.
제일 분한 점은 재판부에서 혼란할 때 로비를 한 건 맞았기 때문이다.
크레바스는 다시한번 얼굴을 쓸어내렸다.
‘…..우리가 시대에 뒤쳐진 것인가.’
그렇다고 후회하는가 묻는다면.
결코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이건 사법로비를 걸어서라도 승소해야하는 건이다.”
정황증거가 너무 확실했다.
헤로인을 복용한 이들이 겪는 금단증상도, 중독증상도, 환각증상도 다 비슷하게 겪었다.
일반 감기환자가 중환자실로 들어가 발생하는 치료비로 피해자 가족들은 허리가 휘어진다.
완치된 결과조차 없다.
그런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자신의 자녀들이 회복하기를 두손으로 간절히 빌며, 지금도 병원 중환자실에서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불가능을 기도하고 있었다.
‘사람을 살려야할 의약품이 어째 사람을 죽이고 있단 말인가. 어째서 멀쩡히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느냔 말이다!’
만약 자신의 가족중 누가 헤로인을 복용하기라도 한다면…..
속이 울렁인다.
“우웁..우웨엑!”
“어이, 크레바스! 괜찮은가!”
그 모습이 너무 처참했다.
크레바스는 뉴욕 변호사생활로 둥글게 깎여나간 양심이 재조립되는 기분마저 느꼈다. 감기 치료를 위해 독약을 들이마신 일반인 환자들은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저런게 지금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다.
당장 JP모건 본사에서 몇 피트 떨어지지 않은 약국에 가면 아이들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지금도.
피해자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유죄는 피해자들이 증명해야한다니.
이 무슨 불합리한 현실이란 말인가.
“결국 피해자들의 증언따위 겉으로 보인 현상일 뿐이라며 쳐내고, 일반피해자들에게도 생리학적 의학적 근거를 요구하며 자신들의 유죄를 증명하라니, 이런 개같은 자식들! ”
쾅-!
그건 대형제약회사도 단기간에 못한다.
그것을 증명하려면 바이엘놈들도 15년은 무언가. 지금 시대의 의학기술로는 150년도 넘게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이엘측도 이걸 인지하고 재판에서 걸고넘어질 의도였고.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니 그걸 십분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겠다라.”
만약 바이엘사가 독일제국을 등에 업고 재판부에 전방위적인 로비자금을 쏟아부으면 2심. 어떻게될지 장담할 수 없다.
가뜩이나 최근 사법부는 그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로비자금도 잘 먹히지 않는 추세다.
이대로 가다간 패소할지도 모른다.
“젠장!!!”
크레바스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오늘따라 유독 그의 어깨는 왜소해보였다.
***
“하하..하……”
변호인단이 협상하는 협상장.
나와 존 피어폰트 모건 회장은 옆방 밀실에서 그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하고 있었다. 유유히 떠나는 바이엘 측의 변호인단까지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건회장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하……”
뿌드득-
모건 회장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쨍그랑!
“이런 천하의 개자식들을 보았나.”
분노한 모건회장의 악력에 유리잔이 폭발했다.
“제놈들도 못하는 증명을 우리더러 하라니. 이런 불합리함이 존재해도 되는 건가?”
“아버지.”
“감히 모건 일가의 구성원을 건드리고도 저 따위로 뻔뻔하게 나오다니. 지금도 부인이 옆에서 손붙잡고 잭이 완쾌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모습에 더해 저놈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모습까지 봐야하나?”
“아버지.”
“이 개자식들이 뭐!!! 합리적인 증거? 합리적인 증거!!! 이런 빌어먹을 개자식들을 그냥!!!”
“아버지!!!”
내가 일갈하자.
뚝 멈춘 존 피어폰트 모건 회장은 나를 공허하게 바라보았다.
모건 회장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겠지.
모건의 부인이 수십만명의 일반인피해자 자료들을 수집하며 1%, 1% 사라져가는 잭의 완치가능성에 수척해지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들었다.
‘로비전으로 가면 좀 힘들긴 하지.”
현 미국로비계는 몇몇 세력들이 틀어쥐고 있었다.
하나는 총기.
하나는 금융.
하나는 에너지(석유.석탄).
하나는 철도.
그리고….제약이다.
자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로비풀에 있는 인맥의 문제였다. 게다가 미국은 독일계 미국인들이 상당히 많다. 이것도 무시할 수 없고.
애초에 의약품은 그 인과관계의 증명이 가장 까다롭다.
의학이 발달한 21세기에서도 백신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어 논란의 여지가 많은데, 하물며 20세기초다. 실제로 바이엘측의 말도 아주 허언은 아닌게, 20세기초 대형병원에는 마약성 의약품들이 판을 치고 다녔다.
그러니 더더욱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로비경쟁으로 넘어가면 제약과 금융은 서로간 메리트가 사라진다. 그리고 치킨게임이 시작된다.’
상상하긴 싫지만 독일제국이 정부차원에서 바이엘의 편에 서 뒤로 계속해서 암암리에 지원을 보태준다면, 미국법원에서 패소할 수 있었다.
이게 아예 헛소리도 아닌게, 미국법원에서 미국기업이 패소한 사례는 꽤 많다.
로비경쟁이 극렬한 총기류 다툼에서도.
원역사에선 독일계가 승리한 전적이 있는만큼, 존 피어폰트 모건회장의 걱정은 타당하다.
게다가 자국기업 보호주의는 어딜가나 팽배했다.
기업들도 위기상황에선 자유방임주의를 집어던진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걔들 개털이던데.’
블러핑 오지네.
물론 제약회사 로비가 세긴하지.
독일제약회사가 작정하고 합심해 덤비면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도 현금이 있어야 견디지.
-의장님, 지금 바이엘, 바이엘이라 하셨습니까?
-잘됐군요! 정말 잘됐습니다!
-초기투자금이 막대한 독일제약업계의 투자가 지금 가장 시급합니다!
저놈들 개털이라던데?
무려 독일 중앙은행장에게 들은 말이다.
잭 트레이시의 안위는 솔직히 내 관심사가 아니지만, 모건의 위상이 훼손될 상황은 나도 반갑지 않다.
모건 회장도 본인이 어찌 손을 쓸 수 없는 이 상황이 거의 평생 처음 있는 일이겠지.
그럼 도움을 좀 줘볼까?
나는 천천히 검지를 들었다.
“제가 어디서 좀 주워들은 정보가 있는데….한번 들어보시렵니까?”
내가 씨익 미소를 짓자.
공허하던 모건회장의 눈에 불이 켜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