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67)
“이사님, 뉴욕증권거래소가 폭락했습니다. 당분간 철강주들이 폭락하면서 뉴욕증권거래소의 전체적인 하락장이 예상됩니다.”
뉴욕.
US스틸(USS) 구조조정본부.
베이론이 월스트리트저널 한 부를 가져왔다. 추락하는 철강주들이 바닥을 뚫고 멘틀까지 닿으면서, 다우지수는 처참하게 깨지고 있었다.
“추락도 일시적인 문제다. 철강이 치킨게임을 하면 철강회사들이야 초비상이 걸리겠지만, 다른 기업들은 살판날 텐데. 다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겠지.”
“예, 다음주 정도면 잠잠해지겠죠. 저가경쟁의 효과가 나타날 쯤엔 뉴욕증시의 폭등장까지 예상합니다.”
사실 월스트리트의 판단미스도 당연하다.
이건 예측이 불가능하다.
US스틸은 전세계 철강회사를 단 3개만 남겨놓고 싹 다 죽여버리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런 치킨게임은 전례가 거의 없었다.
“대불황 이후 유럽대륙의 기조가 바뀐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겠지.”
하지만 전례가 없을 뿐.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 철강이 싸지면 산업이 발전한다.
그들도 다 알고 있었다.
문제는 철강역사 최대의 치킨게임이 불어올 나비효과의 여파였다.
“유럽대륙은 1870년대 이후로 무역의 기조가 정반대로 꺾였어.”
“대불황 말씀이시군요.”
대불황.
사실상 유럽대륙에선 대공황 이전 가장 큰 공황사태가 바로 이 대불황이었다. 이때 유럽대륙은 완전히 골로 갈 뻔했다.
화폐시스템이 개판으로 돌아갔으며.
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무더기로 멸망하기 시작했다.
“그래, 영국을 제외하면 자유무역주의자들도 목소리가 많이 죽었어.”
19세기 중반.
곡물법의 폐지.
식량의 관세철폐로 자유무역의 시대가 도래했다. 영국의 경제계에선 ‘각국이 상대적으로 낮게 드는 상품만 제조해 자유무역을 하면 모두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간다.’ 는 비교우위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베이론, 자네 영국이 왜 곡물법을 제정했는지 아나? 사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은 여기다.”
전례가 없다.
물론 우리처럼 대규모로 치킨게임을 시작한 전례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한 산업 전체의 가격이 폭락한 전례가 없는가?
그건 아니었다.
“나폴레옹의 전쟁이 끝난 뒤, 곡물가격이 폭락한 사태 때문에 제정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아. 의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지주계층들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지.”
이번 철강과 똑같다.
곡물가가 대규모로 폭락해버린 것이다.
지주들은 이권을 지키기 위해 영국의회는 곡물법을 제정하고 곡물수입의 문을 걸어잠궜다.
“근데 영국은 이때 깨달았지. 자신들이 시대에서 뒤쳐진 판단을 했다는 것을.”
보호무역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특히 산업가에게 말이다.
“유럽의 국가들이 관세로 문을 걸어잠그니까 팔아먹을 시장이 사라져버린 거다.”
비교우위론은 여기서 등장한다.
“산업혁명으로 공업이 발달하고 기술력이 일취월장하는데 팔아먹을 시장이 없어. 게다가 영국은 자신들의 기술력이 자신감이 있었다.”
19세기 중반.
유럽에서 영국은 산업혁명의 기수였다.
빅토리아 시대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산업혁명의 공업화의 수혜를 톡톡히 보았다.
그런데 팔아먹을 시장이 없다.
“다른 국가들의 공업 따위 싹 다 죽여버리고 시장을 처먹을 자신이 있었던 거야.”
그래서 곡물법을 폐지하고 프랑스와 함께 관세의 문을 열어제꼈다.
“이때가 그 유명한 아편전쟁의 시기다.”
“아! 아편전쟁으로 중국시장을 개방해버린거군요. 영국의 상품으로 청제국의 시장을 집어삼키기 위해.”
“맞아.”
낙후된 국가의 시장을 열어제낀다.
그 틈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신문물로 시장을 초토화시킨다. 그 이익을 쪽쪽 빨아먹어 대영제국으로 부상한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
그 토대가 자유무역에 있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본격적인 제국주의와 대영제국의 시작이지.”
보이지 않는 손.
자유방임주의.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을 바탕으로 유럽대륙은 무역의 문을 활짝 열었고 장벽을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딱 두 곳. 미국과 독일은 관세로 벽을 높여버렸다. 의외지 않나? 그 자본주의의 미국이 자유무역주의를 버리고 관세의 벽을 높여버렸어.”
남북전쟁의 단초가 이 자유무역이었다.
정말 아이러니한 건 또 있었다.
“남북전쟁. 이때 자유무역을 원하던 세력은 어디였을까.”
“평범하게 이미지상으로 생각한다면 북군이겠지요?”
경제는 이래서 재밌다.
“남군이었어.”
북군은 보호무역을 외쳤고, 남군은 자유무역을 외쳤다. 면화를 대량으로 팔아먹어야했으니 남군은 자유무역을 원했다.
하지만 후진적인 공업으로 앓고 있던 북군은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승리를 쟁취했다.
“북군은 승리하자마자 관세의 장벽을 세웠어. 20세기인 아직도 미국산업은 관세의 벽이 존재해. 그것도 높은 벽이.”
지금도 관세는 존재한다.
미국과 독일의 관세가 현 시점에서 제일 높다.
“비스마르크의 독일제국도 미국모델을 따라했어. 그들도 자국 산업화를 위해 관세의 벽을 높였지.”
엎치락뒤치락.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단 지금당장은.
영국과 프랑스의 자유무역.
Vs.
독일과 미국의 보호무역.
이렇게 나뉘어져 있을 뿐이다.
문제는 여기서 보호무역을 한 독일과 미국이 최종적으로 승자가 되었다는 점에 있다.
곧 보호무역이 승리한다.
그리고 철강괴물의 포효로 이미 반쯤 승리가 점쳐졌다.
세상은 보호무역으로 회귀하겠지.
하지만 그 오판을 나는 자유무역으로 깨부숴주겠다.
‘미국과 독일은 이미 보호무역의 꿀 다 빨았다. 그러니 이젠 자유무역으로 꿀을 팔 차례다.’
사다리를 걷어찬다.
나는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려는 그들의 문을 완전히 열어젖힌다.
철강독점은 그렇게 완성된다.
“재밌게 돌아갈 거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유무역을 외치던 자신들의 제국주의 텃밭이 초토화되기 시작한다면 말이야.”
철강의 종속화.
자유무역의 옹호냐. 철강의 종속화냐.
“그놈들, 다 때려치우고 관세의 벽을 올린다에 내 전재산을 건다.”
다른 물품들이었다면 다르겠지.
그런데 하필 철강이다.
산업의 쌀.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의 산업들 속에 녹아들어버린 철강.
“철강의 주권을 빼앗기면 경제적인 예속화가 이뤄질 텐데 그걸 용인할까? 그것도 이 제국주의 시대에서? 어림도 없지.”
이미 전례도 있고. 대불황으로 관세를 잠가버린 원역사의 기록도 있다.
’20세기 초는 보호무역의 시대였다.’
우두둑.
나는 몸을 풀었다.
“설마 내가 그 정도도 예상 못했을까.”
하지만.
결국 관세는 저들의 목을 조를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지 않아도 시대의 흐름은 이미 자유무역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에 유명한 격언이 있지.
-공짜 점심은 없다.
자유무역으로 꿀만 빨아온 대영제국.
이번엔 저들이 그 자유무역으로 쌓아온 업보를 청산당할 시간이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어. 화약 없는 전쟁이.”
이번 전쟁에는 향후 세계패권이 달렸다.
“다만 그 전에…..”
나는 정색했다.
눈에 빛이 사그라들었다.
“내 계획을 방해할 쥐새끼들부터 족치고 시작한다.”
관세전쟁에 앞서서.
우선 청소할 시간이다.
***
“매점매석?”
상무부.
철강산업의 치킨게임이 선언되자 가장 바빠지는 부서는 상무부였다. US스틸의 치킨게임은 유럽으로 번지기 전에 우선 미국 철강업계부터 초토화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예, 철강은 상품거래소에 본격적으로 상장되거나 거래되는 물품은 아닙니다만, 무역회사들이 값싸게 철강수요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 뭔지 알겠군.”
이건 그거다.
최초공급자와 최종판매자까지 줄을 세워놓고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한 사람은 누굴까?
정답은 유통업자다.
“유통하는 해운사들이 철강들을 매점매석하려고 달려든다는 말이군. 거머리 같은 자식들.”
결국 철강도 해운을 통해서 수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운사들이 매점매석을 한다면 이들을 통해서만 철강을 수출해야 한다.
“창고에 쌓아두고 물량 조절하면서 비싸게 팔아먹을 생각이군.”
코텔류 장관은 생각했다.
세상 살기 좋아지니 자살 방법도 참 다양해졌다고 말이다. 별애별 수단으로 제 목을 메려고 사방에서 안달이 났다.
“애초에 해운사들이 다 먹을 수는 있고?”
“현 해운사장의 점유율을 보면 꼭 불가능하지만도 않습니다.”
미국수출 해운사 시장점유율.
필리핀회사 20%.
IMM(JP모건) 20%.
나머지. 60%.
“모건계열의 해운사가 조금 밀리는데?”
“아마 그동안 해운 말고 다른 산업들을 꾸역꾸역 돼지처럼 퍼먹느라 미쳐 보지 못했을 겁니다.”
“하긴 필리핀회사도 결국엔 동남아의 독점해운사지. 미국의 독점해운사는 아니니까 당연한가.”
미국의 해운사.
그동안 모건의 눈이 들지 않았다니, 이놈들 운이 억수로 좋았다.
“아니다. 안 좋은거구나.”
아직 매운맛을 보지 못해 눈이 멀었다.
부나방처럼 불타오르는 업화를 향해 온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벡악관의 지시는 어떤가.”
“백악관은 불공정거래행위로 기업국에서 수사원들을 파견하라고 합니다.”
“….???”
상무부 장관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뭔 개소리야? 불공정행위는 저 디트로이트 모건의 US스틸이 하는 독점행위 아니야?”
“그…. 장관님 백악관 브리핑 끝까지 안보셨습니까?”
“……어? 어.”
코텔류는 민망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하도 쌓인 일거리가 많아서 중요한 부분만 속독했다.
‘아니 애초에 그걸 알려주는데 이 자식의 일 아니야?’
코텔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기업국 국장은 한숨을 내쉬고 브리핑했다.
“백악관 왈. US스틸의 저가경쟁은 소비자들의 효용을 높여주는 행위다.”
“아.”
코텔류 장관은 첫문장으로 단박에 알아들었다.
기업국 국장의 말이 이어졌다.
“US스틸이 독점한 이후 철강의 가격을 오른다면 반독점법의 적용을 고려해봐야겠지만, 저가경쟁 자체는 시장교란 행위가 아닌 소비자 효용을 위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맞는 말이긴 하군.”
쉽게 말하면 싸게 팔아야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소리다.
어렵게 말한다면……
코텔류는 비교우위론을 떠올렸다.
자유무역론자들의 이론이다.
소비자들의 효용치가 최대가 되려면, 공급가가 최대한 저렴해져야 한다.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공급자가 공급을 해야 한다.
우생학이 판치던 시기라 이론도 적자생존식이다.
물론 엄청엄청 러프한 설명이다.
“비교우위론이라면 납득이다. 유럽의 자유무역론자들의 주류이론 중 하나 아닌가.”
약간 다른 것 같았지만 백악관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맥락도 크게 다르진 않고. 행정부의 하위부서인 자신들은 그저 따르면 된다.
“그렇다면….”
코텔류 장관의 눈에 불이 켜졌다.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해운사들은 ‘악’이군.”
지금 담합하려는 해운사들은 단순히 이익을 해치는 집단이 아니다.
산업혁명을 촉진시켜 인류가 크게 진보할 수 있는 인류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행위다.
미국 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이익에 해를 끼친다.
인류의 악이다.
기업국.
상무부의 반독점감시부서.
백악관이 철퇴를 꺼내들으라고 의뢰했으니 자신들은 휘두르면 된다.
“이 경우는….그래. 카르텔이다.”
죄명은 담합이었다.
“재무부 관세청에 연락해서 공조를 의뢰하고, 법무부에 연락해서 반독점법에 대한 기소를 준비해달라고 연락 돌리게.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겸직이니 기소 정도는 손쉬울 거야. 게다가 그 양반 연방판사 출신이잖아.”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현 법무부 장관이었다.
코텔류 장관은 서류철을 탁탁 털었다.
검은 정장의 기업국 국장은 눈을 살벌하게 떴다.
“청소 시작해.”
***
“이러면 되겠나?”
워싱턴 D.C. 백악관.
디트로이트 모건.
US스틸 뉴욕 구조조정본부와 연결된 대통령 직속 핫라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의자에 몸을 파묻혀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툭. 툭.
그의 다른 손에는 상무부에서 올라온 결재서류철이 들려있었다. 이외에도 책상 위엔 상무부와 재무부, 법무부에서 올라온 결재서류들이 즐비했다.
해운사들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대응책.
주제는 이거였다.
– 예, 이 정도면 만족스럽군요. 저희 US스틸 경호팀에 상무부의 잠입수사원들과 합류하라고 전해줘야겠습니다.
“아마 연방검찰쪽 수사관들도 파견될 걸세. 반독점법은 엄연한 법치국가의 법률 아닌가. 미국 동부의 경찰들까지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면 지휘체계가 꼬일 것 같아서 안 보냈네.”
– 연방검찰과 상무부의 지휘봉을 제가 잡아도 되겠습니까?
이제와서 무슨 소리를.
루스벨트는 손을 휘휘 저었다.
“돼. 돼. 지금까지 했던 일들 중에 제일 쉬운 일일세……잠깐.”
루스벨트는 돌처럼 굳었다.
“그 자네의 ‘경호팀’이라는 게 혹시….”
– 예, 맞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실 출신들로 이루어진 정예들입니다.
“…..젠장. 역시나.”
– 하지만 안심하세요. 무역회사들을 족치는데 설마 기관총까지 사용하겠습니까.
“뭐, 그렇긴 한데…..”
아마 연방검찰도 섞여있을 텐데, 거기다 총을 갈긴다? 주방위군 바로 출동이다.
총으로 쏜놈들은 정당방위의 명목으로 고깃덩어리로 전락하거나 사법부의 철퇴를 맛보게 되겠지.
“벌써부터 화려하군. 아직 자네가 노리고 있는 독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야.”
– 쥐새끼들은 박멸하고 시작해야죠.
“그것도 맞는말이지. 다음부터는 미리 언질 좀 주고 시작하게. 갑자기 이런 폭탄을 투척하면 심장에 안 좋아. 친구 할애비가 빨리 가길 바라는 건가?”
– 할애비…? 아니 이건 또 무슨 엄살입니까. 중년인거 뻔히 아는데. 그러고 보니 프랭크는 잘 지내나요?
“쯧. 한창 대학에 다니고 있네. 자네한테도 아마 그 대학의 연락이 갔을 텐데.”
– 잘 지낸다니 다행이군요. 아무래도 저는 학교는 적성이 아니라.
“그래 보이네. 자네도 바쁠 텐데 들어가 봐.”
– 예.
달칵-
전화가 끊겼다.
루스벨트는 수화기를 되돌려 놓았다.
“흠…..”
해운사들의 담합.
루스벨트는 잔잔한 눈빛으로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끊어진 전화 너머로 작게 속삭였다.
“디트로이트, 끝을 모르고 커가는군. 그런 자네의 능력을 높이 사지만, 만약 자네의 행위가 미국 국익에 해가 된다는 일이 발생한다면……”
루스벨트의 눈에 불이 켜졌다.
“나는 언제든 자네를 찢어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네.”
아직은 봐준다.
디트로이트 모건은 위대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존재다.
루스벨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아직’ 미국에게 필요한 인재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그를 신용하지 않는다.
차곡. 차곡.
반독점을 위한 철퇴들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었다.
“부디 타락하지 말게나.”
루스벨트는 이미 각오했다.
디트로이트 모건이 선을 넘는다면, 그는 남은 정치인생과 대통령직을 불태워서라도 디트로이트를 추락시킬 각오가 되어있었다.
“제발.”
필요한 공권력이라면 얼마든지 빌려줄 테니.
백악관과 연방정부는 네 편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었다.
***
“해운사들을 먹는다.”
“예?”
갑자기?
베이론은 심각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철강으로 치킨게임 중이지 않으셨습니까? 해운사들을 인수할 여유가 있는 겁니까?”
“자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나는 검지를 들었다.
“철강 치킨게임은 단순히 철을 싸게 팔아서 저놈들이 싹 다 죽었습니다. 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산업의 쌀.
철강의 치킨게임은 전세계 경제판도 자체를 뒤엎어버릴 최강의 나비였다.
“연쇄효과가 폭발적으로 일어날 거야.”
“연쇄반응입니까.”
“그래, 지금 우리가 족치러 가는 해운사들의 담합과 같은 이슈들이지.”
“그런데 해운사는 왜 인수하는 겁니까?”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베이론을 쳐다보았다.
“철강이 저가에 대량으로 풀리면 해운업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본 적 있나?”
“….이런. 철강은 무겁고 부피가 크죠. 아마 물동량이 크게 늘겠군요.”
“그뿐이 아니야. 철강부터 완성품까지 모든 물건들의 물동량이 크게 오르겠지. 보호무역은 어차피 무너져. 자유무역의 시대를 열어젖힌다.”
“그렇게 되면 해운사들은 황금기를 맞이하겠군요.”
“그래.”
해운사들의 최전성기.
철강에서 물처럼 쓰는 돈. 반대로 황금기의 해운으로 메꿀 수 있다.
작용과 반작용 같은 거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은 올라간다.
최대한 이익을 추구한다.
“게다가….”
아예 인수해버리면 해운의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
“수직계열화도 될 수 있지.”
씨익 웃었다.
“철강산업은 제철만이 아니야. 해운부터 시작하겠지만, 우리는 광산부터 최종판매까지 다 집어삼킨다.”
“….!!!”
베이론은 눈을 부릅떴다.
“최종판매라면….어디까지….”
“글쎄.”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휘이이이잉-!
강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할퀸다.
뉴욕항.
어퍼뉴욕 부두의 거대한 창고시설에 우리들은 와있었다.
“일단 해운사들부터 조지자.”
그래야 유럽까지 손수배달서비스를 해드리지.
“아참. 이놈들 철강 창고도 털어야지. 몇년분 철강을 비축해놨을 텐데. 손해배상 청구는 되려나?”
“….???”
내 마지막 대사에.
검찰과 상무부 수사관들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홱 돌아보았다.
왜 뭐.
어차피 내껀데.
내가 가져가는 게 뭐.
나는 당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