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12)
러시아제국의 황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금융가.
“해외자금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몇달전의 세상 조용하고 평화롭던 은행 사무실은 더이상 없었다. 지금은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직원들. 피튀기는 전장으로 변모했다.
군홧발 소리처럼 울리는 구둣발소리.
수화기는 미친듯이 울어대고, 수화기 너머로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노호성이 터져나온다.
은행 직원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불려가는대로 서류철을 꽉 안아들고 뛰었다. 고성이 오가는 사무실, 더이상 일상적인 톤으로는 대화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무실과는 또 별개로, 소음으로 가득찬 은행창구는 더 가관이었다.
“돈 내놓으라고!!!”
쾅-!
은행창구로 몰려든 수백, 아니 수천명의 인파들은 개점과 동시에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수천명이 밀어내는 압력은 창구테이블을 부숴버릴 기세로 쾅쾅 쇄도했다.
창구직원들의 멱살은 남아나지 않았고, 카라는 있는대로 쥐어뜯겨 있었다.
고객들의 주먹이 휘둘러지면 피하느라 식은땀을 줄줄 흘렸고, 뒷줄에 선 수백명의 분노어린 눈빛들에 좌절한다.
“우리돈 없어지면 다 네 책임이야! 당장 내놓으라니까! 너네 사장이랑 내가 어?! 밥먹고 같이 사냥가고 하는 사이야! 몰라?!”
“고…고객님 침착하시고요.”
“침착이고 나발이고 파산하게 생겼으니까 내 계좌의 돈들은 다 빼내야되겠다고! 이 개자식아!”
꽈아악.
붙들린 멱살은 앞뒤로 흔들렸고, 구토가 나올정도로 골을 뒤섞는다.
일반창구 직원들은 수천명의 인파에 질식되었지만, 더 높은 등급의 고객들을 상대하는 은행직원들도 죽을맛인건 똑같았다.
“….이만한 금액을 인출하시려고요?”
“걱정말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저택에 믿을만한 고성능 금고가 몇개 있네. 이런 위기의 사태가 벌어질까봐 내 미리 금고지기들에게 부탁해놨지. 설마 인출이 안된다는 헛소리를 지껄이진 않겠지?”
“아니, 그게 고객님, 다시한번만 재고를….”
속으로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액수가 더 높으신 분들이 뻐져나가면 은행의 존폐에 위기가 닥쳐온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었고, 정신적인 데미지들이 계속해서 쌓이고 축적되었다.
[러시아권 은행들의 줄도산 위기. 파리가 날리기 시작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금융가.] [러시아재무부에선 아직 특별한 조치가 없어. 비테장관의 진면목을 보여줘야할 부분에서 실망감을 안겨줘.] [러시아제국 5대 대형은행들. 어젯밤 호텔에서 비밀회동을 가져. 특별한 조치를 취할까?] [해외자본비율이 높은 러시아제국, 재앙의 그 다음단계는 무엇인가.]“외환보유고가 없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
제국헌법과 연방특별법에 의거해 설립된 러시아제국의 중앙은행. 러시아 전반의 경제를 책임지고 러시아권 은행들에 깊은 뿌리를 박아넣은 러시아경제의 패자 중 한 곳.
“시베리아횡단철도만 해도 머리터질것 같은데, 대관절 이건 또 무슨 난리란 말인가!!!”
국가부도의 위기.
초비상 사태가 걸렸다.
***
“잠깐. 프랑스 중앙은행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압류하겠다는 논의가 오갔다고?”
“예.”
“미친놈들이네?”
뉴욕.
재무부 산하 금융서비스국.
국장실엔 어김없이 나와 제임스가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가운데 놓인 탁자엔 서류들이 쌓여있었고, 프랑스 대영제국 러시아제국 별로 알아보기 쉽게 서류산의 산봉우리를 쌓아놓았다.
제임스는 서류철을 뒤적였다.
신문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탁.
“예, 하지만 아무리봐도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압류하면 러시아제국이 눈깔돌아갈 것 같거든요? 아무리 제네들이 국가부도의 위기라고 해도 철도를 넘기겠습니까?”
“그놈들이 차르의 인생사를 좀 알아도 그런 개소리는 못하겠지. 게다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물리적으로 압류한다는건 진짜 더 미친짓이고.”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압류하는건 진짜 무리수다. 압류자체는 가능하다. 그냥 압류딱지 붙이고 은행이 관리하면 되는거니까. 문제는 부수적인 요소들이다.
압류절차? 뭐, 프랑스 은행직원들이 동원되어 일일이 철도상태를 보고 다닐 수 있다. 가치평가하고 제일 쓸만한 구간을 집어갈테니까.
“특히 러시아 극동사령부는 심각한 수준인데, 그런 개판5분전인 마적때에게 프랑스은행 직원들이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예? 마적때요?”
하지만 시베리아횡단철도 자체가 이미 러시아제국 군부의 중요한 수송수단이자 군사적 전략자원이다. 러시아 군부가 가만있지 않는다.
러시아육군의 군단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보호하기 시작하면, 프랑스 은행직원들이 과연 추심을 할 수 있을까?
못한다.
“러사아제국의 극동사령부는 마적때 맞아. 맨날 대한제국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보면 모르나. 국경에서 맨날 마적때가 내려온다잖아. 비슷한 미친놈들이야.”
“아하….”
“문제는 프랑스 은행직원들이 몇몇 실종될거라고. 그걸 프랑스정부가 가만히 보고 있을까? 인도차이나에 남청제국에 지분까지 있는 프랑스가?”
프랑스정부가 가만있을리가 없다.
분명히 러시아제국에 책임을 요구할 것이고, 러시아군부는 벌집쑤시듯 혼란한 분위기에 내던져지겠지.
“명분을 잡히면 러시아제국은…..어우.”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압류한다는 명목, 압류한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보호한다는 명목. 프랑스가 군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답없다.
아니, 투입할 수도 없다.
적진 한가운데에 몇천명 파견해서 뭐하려고.
수십만 이반들이 밭에서 수확되어 군단으로 투입될텐데.
포위되서 죽을 뿐이지.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하지만 꽤 진심인 것 같은데요? 휘팅어가문이 대주주로 참여한 러청은행을 움직이고 있답니다. 러시아대형은행들의 부채들을 갚아주는 대가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관련된 자산이란 자산들을 닥치는대로 인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휘팅어 가문….”
걔들은 그럴만 하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부설할 때 들어간 자금의 대부분을 휘팅어가문이 프랑스차관으로 지원해줬다.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이권 일부분은 휘팅어가문이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지배권을 더 확고히 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하하하.”
나는 웃음을 지었다.
“제임스, 봐. 이젠 완전히 경제지 신문기사에서 미국이란 단어자체가 사라지고 있어. 다들 어그로 끌지 말라는 재무부의 엄포에 쥐죽은듯 살고 있다고.”
“덕분에 영국과 프랑스가 모든 어그로를 다 끌어갔군요.”
대영제국의 시티오브런던은 버서커처럼 은행들을 마구잡이로 파산시키고 다니는 파괴신으로 군림했고.
프랑스는 시베리아횡단철도 이슈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미친새끼들.”
‘오히려 좋다.’
이 기회를 틈타 월스트리트는 잠자코 있었다.
물을 휘젓는 소용돌이가 잦아들고, 휘날린 모래와 자갈들이 가라앉을 때까지. 우리는 맹수처럼 숨을 죽인체 귀한 옥석을 노린다.
영불이 미친개가 되는동안, 미국은 슬슬 언론이란 세탁기를 돌리며 이미지세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놈들 삽질할때, 우리는 과실 따먹을 준비를 하자고.”
시베리아횡단철도 압류.
하지만 러시아중앙은행의 외환위기.
“외환위기로 오면 우리야 편하니까.”
드르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임스, 당장 연방준비제도에 의뢰해 달러, 파운드, 프랑 준비하라고 하게. 경상수지, 무역수지가 흑자나면서 쌓아놓은 외환들 일단 1/4만 준비해놓으라고 해. 태산처럼 쌓여있잖아.”
“일본 중앙은행위원회엔 어떻게 전달할까요?”
“당연히 걔네들도 준비해놓으라고 해. 러시아제국이 유럽방면만 있는것도 아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감당하려면 그정도는 필요하다.”
구제금융.
외환위기가 도래했다면 이제 진짜 국가부도까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라는 대형자산을 러시아제국이 포기한다면, 러시아제국경제가 살아날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1%?
아니, 너무 절망적이니 10% 정도로 해놓자.
하지만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매각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땐 진짜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이다.
“군대를 들이밀고 추심하면 진짜 전쟁이다.”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까지 하겠습니까?”
“하고도 남아, 저놈들은.”
영불협상이 서로 손을 잡았으니 프랑스대육군과 영국왕립해군이 손을 잡을수도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러시아제국이 부도나면 얼씨구나 더더욱 박차를 가할걸? 쟤네들을 조지지 못하면 프랑스경제가 조져질텐데 눈에 뵈는게 있겠나.”
누구하난 죽어야하는 상황이란 소리다.
쾅-!
“국장님! 장관님! 급보입니다!”
그때 모니터링팀의 헤드들이 헐레벌떡 문을 열고 쳐들어왔다. 긴급할때는 그냥 들어와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저들의 얼굴은 심히 위기감이 엿보이고 있었다.
“프로드파곤과 그보즈드가 파산했습니다.”
“뭐?”
프로드파곤.
그보즈드.
러시아제국 철도차량산업의 90%를 차지한 초대형 독점연합이다. 철도산업에 군림하는 몇안되는 괴물들.
그런 푸로드파곤과 그보즈드가 연쇄적으로 부도 위기를 맞이했다.
“계열사들까지 정리하면서 필사적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죽을 것 같다?”
“부채비율이 이미 자본금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시간문제로군.”
하필이면 또 철도차량산업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위태로운 상황속에서 이는 우연이 아닐터.
딱봐도, 프랑스입김이 닿은 은행들이 추심을 최대한 앞당기고 있었다.
철도관련 사업체들의 추심을 말이다.
“신디케이트들도 작살나겠군. 철교 건설 연합, 철도장비 생산연합, 철도 레일부설 도구제조 연합. 단 하나라도 놓치면 안된다! 자금사정 싹다 모니터링해!”
진짜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압류하든.
저들이 파산하든.
아니면 줄줄이 부도나 국가까지 부도나든.
나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하면 된다.
그것이 미국 재무부 장관의 위무 중 하나겠지. 나는 내 조국에 부를 안겨줄 생각이다.
‘3개 열강이 삽질하는 동안, 우리 미국은 어부지리를 노린다.’
결국 게임체인저는 미국이고.
어그로관리만 잘해도 떨어지는 콩고물들이 짭잘하다.
미쳐돌아가는 제국들이 경쟁하듯 급발진하는동안, 미국은 정상인만 되어도 어그로관리가 가능하니까.
“좋아. 아주 좋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내게는 또하나의 목적이 있었다.
어쩌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목표가. 나는 눈빛을 무겁게 가라앉혔다.
‘지금 이 기세를 틈타서, 미리 작업을 쳐야겠군.’
나는 제임스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제임스는 서류철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네덜란드에 이 서신을 보내게. 하지만 몰래 발신인 미상으로 네덜란드 황실로 보내야해. 어렵겠지만 해내야한다. 가명을 쓰든 차명을 쓰든 개인편지로 보내든 상관없어. 다만….”
나는 편지봉투를 꺼내 제임스에게 들려주었다.
“그저 빌헬미나 여왕에게 전해주기만 하면 돼.”
러시아제국은 곧 SOS를 친다.
프랑스는 추심해 미쳐돌아간다. 대영제국은 파괴신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들을 관망하고 있었고.
중립국들은 더듬이를 세우고 있었다.
“이번 재무장관회의는 미국에서 개최되어야한다. 네덜란드도, 스위스도, 그 어떤 중립국에서도 열리면 안돼.”
나는 꾹 입술을 다물었다.
“나머지는 내가 요리할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까다로워.”
“하지만 네달란드에서 개최되지만 않으면 돼. 그리고 네덜란드에겐 영국을 미워할 거리를 제공해주면 되고.”
“영국이 겉으로 네덜란드를 신경쓰면서 뒤로는 어떤 악랄한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
이번작전을 위해 장장 8년동안 가루처럼 풍화되고 깎여나간 석유업계.
네덜란드의 로열더치는 실시간으로 대영제국의 석유회사들에 의해 질식하고 있었고.
네덜란드 황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예? 그럼 네덜란드는 독일에 붙지 않겠습니까? 독일인 비율이 큰 국가 중 하나잖습니까.”
제임스의 그말에 나는 눈을 반개했다.
과연,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시야각이 넓어졌다. 프랑스와 독일제국 사이를 가로막는 국가들.
룩셈부르크, 벨기에와 네덜란드 중 하나가 비공식적으로 독일제국으로 돌아서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까.
러시아제국은 곧 리타이어된다.
독일제국을 막을 방파제들이 점점 사라진다.
참고로 룩셈부르크는 대략 10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의 동군연합(같은 군주가 다스리는 국가들)이었다.
네덜란드가 위태로워지면 룩셈부르크도 장담할 수 없게된다.
새로운 뇌관의 탄생이다.
“바로 그거야.”
내 목표는 공황도 러시아제국의 붕괴도 아니다.
전쟁.
내 목표는 언제나 확고부동했고.
러사아공황 또한 전쟁을 위한 조각 중 하나일 뿐이다.
하나 둘, 퍼즐을 맞춰나간다.
“로열더치, 네덜란드의 석유와 돈줄을 끓어버릴 뻔했는데 가만히 있을리가 없지.”
“하지만 미국의 스탠더드오일도 로열더치를 묻어버리려고 했잖습니까?”
“더 좋아.”
연합군과 동맹국.
영불협상은 어차피 연합군이다. 미국도 훗날 연합국으로 참전할 운명이기도 했고.
하지만 독일제국은 동맹국이지.
네덜란드가 영국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미국에게 치욕을 느낀다면, 동맹국으로 들어가겠지?
그럼….더 좋지 아니한가.
연합국과 더더욱 멀어지게 되잖아.
“러시아공황으로 연막이 뿌려졌을 때, 우리는 세계를 조율한다.”
뇌관들을 하나둘 뿌려놓을 시간이다.
“네덜란드가 재무장관회의 개최지를 거부한다면, 일단 북유럽으로 갈수도 있지만, 내가 거부권을 쓰면 돼.”
네덜란드는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개최지였던만큼, 각국과 거리가 그리 멀지고 않은만큼, 후보지로 선정될 확률이 높았으니 가능성을 제거해야한다.
하지만 북유럽은 아니다.
“얼마전까지 내가 프로이센 경찰에게 살해당할 뻔 했다는 건 상류층에게는 유명한 사건이니까. 너무 멀다고 거부하면 인정해줄거다.”
“게다가 러시아제국의 입김을 받았을수도 있으니 영국에서 거절하겠군요.”
“결국 미국이야.”
세레메테프 백작 측에서 보내오는 비테장관의 전보들을 듣고있으면 네덜란드 다음, 미국으로 정해질 확률이 높았다.
“비테장관이 구제금융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더군.”
“오…”
“사실, 당연한 결과긴 해.”
제임스의 감탄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결국 미국도 엄연한 중립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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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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