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33)
“프랑스의회의 의원들은 정교분리법에 투표하는 순간 파문될 것을 각오하시오!”
바티칸.
로마교황청의 세 법정 중 하나인 사도 교도소. 가톨릭을 수호하는 바티칸은 프랑스 의회에 최후통첩이자 엄포를 놓았다.
파문.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가톨릭 신자가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가톨릭 공동체로부터 축출하는 조처.
가톨릭계와 바티칸은 정교분리에 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무시해.”
하지만 이미 프랑스라는 기차는 떠났다.
프랑스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세속주의의 실현을 위한 제도들을 차곡차곡 쌓아왔고, 이탈리아와 꽤 호의적인 관계를 구축했고, 1904년 바티칸과 단교를 선언한지 오래다.
로마 교황청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문제는 프랑스 내부의 가톨릭계 우파들이었다.
“세속주의에 따른 정교분리 법률이 프랑스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땅땅땅-!
결국 프랑스 의회에서 세속주의적인 정교분리법이 통과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바티칸과 단교를 선언한 후폭풍을 정리하려면, 정교분리를 서둘러야했으니.
하지만 프랑스 의회의 투표수는 거의 반반이었고, 정교분리법은 아슬아슬하게 통과되었다.
반대로 말하면 반대자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드레퓌스가 프랑스를 반으로 갈랐고, 에밀루베가 봉합했지만, 에밀루베 대통령은 또다시 프랑스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가톨릭교도와 공화주의자.
프랑스는 순식간에 두쪽으로 쪼개졌다.
“프랑스는 해당 법안이 유지되는 한, 바티칸과 대화하려는 생각은 버리시오!”
프랑스는 뒤집혔다.
가톨릭교도들은 프랑스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고, 종교단체들은 단체로 들고일어나 항의시위를 벌였다.
종교단체들은 그에 멈추지 않고 정치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정치와 결탁된 종교세력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에밀 루베를 손가락질했다.
“이것은 말도 안되는 법안이오!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고 프랑스 교회를 탄압하는 행동이 아닙니까!”
“교회의 자산을 국유화한다니, 프랑스가 언제부터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가 되었습니까! 파리코뮌이 다시 부활하기라도 했습니까!”
“이건 정신나간 짓거리야!”
“좌파의 정치인들아, 신이 두렵지도 않느냐-!”
가톨릭계는 치명상을 입었다.
정치계에서 뿌리를 뽑힐 위기에 처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다면, 정치권과 야합한 종교세력들은 말소될수밖에 없다.
아직 공표되지는 않았다.
종교단체들은 정치인생이 종료된다는 프랑스정부와 의회의 통보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프랑스 가톨릭 교회의 재산을 몰수하다니 이게 정녕 옳은 짓거리란 말인가!”
하지만 법안은 몇달 뒤 공표되었고.
프랑스 전역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제일 큰 논란은 역시나 종교자산의 국유화였다.
프랑스정부는 종교자산들의 목록을 작성해 자산들을 몰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반발은 예견되어 있었다.
4800개의 예배장소에는 강력한 동원이 이뤄졌고, 63200개의 예배장소에는 일반적인 동원이 이뤄졌다.
교회 재고를 국가가 가져가려는 시도는 가톨릭입장에선 미쳐버릴 행동였다.
“우리는 신을 원합니다!(Nous voulons Dieu!)”
문제는 가톨릭교도들은 성물들이 가득한 교회를 압수하는 프랑스정부의 행태를 두눈뜨고 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고, 이는 가톨릭 입장에선 심각한 신성의 모독이었다.
결국 가톨릭교도들은 여기서 꼭지가 돌았다.
“이 미친새끼들이 감히 신성모독을 해?!”
탕-!
골은 깊어져갔고.
극단으로 치달은 갈등은 결국 프랑스 서부에서 총성을 불러왔다.
대통령은 미소지었다.
그리고 프랑스정부는 결코 이 명분을 놓치지 않았다.
***
“묵념합시다.”
프랑스정부.
검은 정장의 인파들.
파리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에밀 루베 대통령의 엄숙한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대통령이 굳은 얼굴로 묵념하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도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도 수수한 검은정장을 입고 연단에 올랐다.
“프랑스의 정교분리법을 집향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수차례의 총성은 프랑스를 울리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프랑스 공화주의자들과 비가톨릭계 뿐이었지만, 대통령은 뻔뻔하게 나갔다.
연설을 듣던 가톨릭계열들은 분노했지만, 대통령이 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바람에 날뛰지도 못하게되었다.
가톨릭 신자가 죽음을 애도하는 장소에서 날뛰면 시민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적어도 정상적인 종교인으로 보지 않을 것임은 자명했다.
법안이 통과된 이상 종교계는 시민들의 지지가 필요했고, 굳이 지금 날뛸 필요는 없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저 에밀 루베는 하늘로 돌아가신 모든 시민분들께 죄송하단 말씀을 올립니다. 제 부덕이고, 제 잘못입니다.”
대통령은 울기일보직전의 얼굴로 단상을 꽈악 쥐었다. 그 모습에 훌쩍이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저는 결코 프랑스의 정치가 종교에 먹히게 두진 않을 것입니다. 바티칸에 내정간섭을 받는 프랑스는 오늘 이후로 없기를 바랍니다. 가톨릭계의 간섭에서 시민들이 해방되기를 바랍니다.”
강하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충격을 받았다. 이토록 강하게 말한 적이 있던가.
바티칸과 단교했을 때에도 이런식으로 강하게 말하진 않은 듯했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신실한 신자들, 독실한 가톨릭교도들이 가득해야할 성전에서 시민이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십계명에서 살상을 금지했을 터인데, 도대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까?”
명분은 대통령에게 있었다.
사람이 죽어서는 안되었다. 가톨릭교도들은 이때 위기감을 느꼈다.
“그들 사이엔 반체제의 역심을 품은 자들이 숨어있습니다. 아십니까? 일부 1000명 가까이되는 마을에선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대통령은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침튀기며 열연을 펼쳤다.
“낭트와 꼼페르의 브르타뉴 지역에서는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세무공무원이 징수를 위해 돌입해야할 교회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국가공무원을 피습했습니다! 시위대는 경찰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총까지 발포되었습니다!”
브르타뉴.
가톨릭에 대한 신앙이 돈독한 지방이다.
심하게 반발할 수 밖에 없지. 가톨릭계통이 지배하는 지역이었으니.
그들에게 이것은 성전이었다.
“경찰들을 향해 신자들이 쏟아져나왔고, 대규모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이제 머리로 총구를 들이미는 그들로 인해 프랑스 서부는 혼돈에 빠졌습니다! 대통령인 저는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합니까!”
폭동이다.
누가 봐도 이건 폭동이다.
프랑스 반체제를 꾀하는 혁명세력들이란 프레임이 씌워졌다.
“헌병과 군대의 투입은 끝까지 미뤘습니다.”
원역사와 비틀렸다.
곧바로 헌병과 군대를 투입한 원역사와 다른 정반대의 행보.
이것은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경찰 수십명과 시민들이 총성에 낙엽처럼 쓰러졌습니다.”
혁명은 좋지만 좋지 않다.
그럴수밖에.
프랑스인들에게 혁명은 명예이자 공포다.
혁명으로 인해 몇명이 죽어나갔던가.
로비에스피에르의 공포정치라는 선례는 그들의 머릿속을 하얗게 증발시키고도 남았다.
“대통령으로서 엄중하게 선언합니다.”
이것은 국가적인 비상사태다.
프랑스 서부 곳곳에서 경찰 수십이 총격을 당했다. 군대를 투입하지 않은 결과, 열화처럼 끓어오르는 폭도들의 분노는 더욱더 가중되었고, 눈에 뵈는 것이 사라진 군중들은 더욱 대담해졌다.
물론.
대통령은 이것을 노렸다.
아니, 에밀 루베 내각의 핵심원들은 처음부터 판을 이렇게 짰다.
그래야 프랑스가 살 수 있었고.
앞으로 다가올 재앙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었다.
“현 시점부터 프랑스 서부의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대통령권한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대전쟁.
그 서막을 끊을 총성이 울려퍼졌다.
***
“이곳인가.”
그시각 워싱턴 D.C.
프랑스 대사관.
나는 곧바로 프랑스 대사관으로 향했다. 사실상 OPEC에 의한 석유수출금지를 완화하고, 석탄수출제한까지 완화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만 오진 않았다.
“프랑스 대사관은 오랜만이군.”
록펠러회장.
스탠더드오일의 회장이 나와 동행했다. 멜론은 텍사스 유전지대에 대해선 전적으로 내 의견을 따른다고 말했다. 멜론은 나를 신용하고 있었다.
나중에 따로 대가를 청구할지도 모르지만, 당장은 편했다.
사람이 적을수록 의사결정과정이 빨라지니까.
“최근 프랑스 움직임이 심상치 않길래, 먼저 선수치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놈들이 약할때 기선제압 먼저 해야죠.”
“옳은 말이지. 갑을관계가 명확해야 일처리도 빠른 법. 괜히 파워게임 한다고 정치질로 설치면 골치 아퍼.”
“동의합니다.”
프랑스 대사관은 의외로 조용했다.
하긴 그럴만도 한가.
당장은 유럽대륙에 외무성 인원들을 갈아넣으면서 모니터링 해야한다. 독일제국과 러시아제국이 아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게다가 정교분리로 인한 계엄령 사태로 본토 상황이 쑥대밭이 되었으니, 사실상 폭풍전야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제때 찾아온 모양이네요.”
“노리고 왔으면서 무슨…뭐, 우리가 휘두르기 딱 좋은 환경이긴 하군.”
빈집 제대로 왔다.
며칠만 늦게왔어도 프랑스 대사관은 붐볐을테니까. 라이시테에 의거한 계엄령부터 성공해야 미국으로 물자를 받던 뭐하던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일주일 뒤엔 상황이 달랐겠지만, 나는 갑이 되고 싶었다.
프랑스대사관.
우리는 수많은 실무진 보좌관들을 이끌고 대사가 머물고 있는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쳐들어갔다.
“….아하하. 이거 갑작스러운 방문이시군요. 환영합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불평할 처지가 아니었다.
사실상 재무장관회의에 따른 선착순 혜택은 미국이 프랑스에 베푸는 은총이기 때문이다. 이미 프랑스의 자존심을 꺾어버린 미국은 더이상 꿇릴게 없었다.
안면몰수하고 수출제한 완화한답시고 석유 한방울만 줘도 저놈들은 할말 없다.
‘프랑스 대사가 무능하진 않군.’
적어도 그런 공기는 읽을 줄 아는 인간이었다.
대화는 통하겠네.
“대사님,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 아, 아닙니다! 모건 재무장관님이 오시는데 저희 프랑스 대사관이 모셔야지요!”
하얗게 질린 대사는 옆에 서있던 보좌관을 팔꿈치로 툭툭 치면서 ‘마실것 좀 가져와!’하고 종용했다.
“모시다니요. 프랑스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 수출금지를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미국에게도 좋은 일이죠.”
“아유, 아닙니다!”
갑을관계다.
천연자원을 두고 갈라진 갑을관계.
프랑스정부는 시민들에게 프랑스의 승리라고 홍보하겠지만, 사실상 미국에게 목덜미가 잡힌 셈이다.
‘러시아제국이 수출금지를 풀지 않는 한, 이 기조는 계속된다. 아마 공황을 다 회복할때까지는 내수에 집중하겠지.’
프랑스를 공략하려면 지금이었다.
“일단 서로 시간이 없으니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예, 좋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저희 미국은 중립국으로서 계약상 원칙에 따라 철저히 계약서의 내용만을 기반으로 공급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이건 중립국으로서 ‘공급’하는 물자다.
즉, 특정국가와 동맹을 맺어 동맹상대를 지원해주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건 무역이고 거래다. 겉으로는 일단 [Pride or Oil]로 교환을 한 것이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인정받는 대가로 우리는 물자를 공급한다.
석유는 대표적인 공급물자일 뿐이다.
프랑스와 돈독한 관계?
맞지. 중립국이라고 돈독하단 표현을 못쓰는건 아니다. 지양해야하지만 호감의 표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어감이었다.
프랑스 대사도 굳이 깊게 따지지 않았다. 별 의미부여를 안하는 듯 보였다.
“…..감사합니다! 저희 프랑스도 그 이상을 바라진 않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영 아니었다.
아니, 어떻게든 ‘너무 좋아요.’란 표정을 지으려고 얼굴을 최대한 구기고 있는 듯했지만, 너무 무섭게 생겼다.
똥 씹은 표정이 이런것일까.
그럴 수밖에.
계약서는 아직 중요한 부분이 백지다.
공급물량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프랑스는 을의 위치에서 절대 해방될 수 없었다.
계약서만으론 안심이 안된다는 거지.
하지만 그래야 미국이 프랑스 목덜미를 쥐고 닭처럼 흔들 수 있었다.
프랑스 대사관은 이 사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 이 더러운 천민자본주의 짐승들이 한번 잡은 자신들의 목덜미를 결코 놔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프랑스놈들의 생각이야 뻔하지.’
그나마 대사관이라 이정도다.
다행스럽게도 프랑스 대사관 직원들은 미국생활이 긴 탓에 미국에 익숙해져있었지만, 프랑스 본토놈들은 빠꾸없다. 자존심 스크래치나면 바로 박아버린다.
재무장관회의의 델카세 장관처럼 말이다.
“프랑스에겐 새로운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이건 계약서보다 더 강제력이 강한 수단이자, 프랑스에 공급을 일정수준 이상 해주겠다는 미국의 호의이기도 합니다.”
운을 띄웠다.
프랑스 대사는 곧바로 미끼를 낚아챘다.
“강제력이 강한 수단입니까?”
“예, 프랑스에게도 미국에게도 강한 수단이죠.”
서면으로 명시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미국은 아직 목줄을 풀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수단으로 프랑스에게 믿음을 줘야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을.
미국이 ‘조금’ 유리해도 문제는 없겠지.
“프랑스결제은행을 설립하려고 합니다.”
바로 프랑스에게 전략물자를 공급할 창구를 개설하는 작업이었다.
미국은 물자를 공급하고, 프랑스는 결제하고.
사실상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수단이었고, 어기면 미국이 상당한 신뢰를 잃게될수도 있는 수단이었다.
아, 이름이 결제은행이라 살벌해보인다면 기분탓이다. 내가 프랑스결제은행을 미리심어서 뿌리박아 나중에 통째로 집어삼키는 그런 짓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프랑스는 소중한 고객이었다.
이름은 그냥 프랑스가 결제하는 은행이니 결제은행이라 지었을 뿐이고.
나는 참한 미소를 지었다.
“어떠신가요?”
“……”
침묵.
회의실은 단숨에 조용해졌다.
뒤이어 정신을 차린 프랑스 대사의 얼굴이 꽤 봐줄만하게 변했다.
결제은행이란 네이밍.
프랑스 대사는 하얗게 질렸다.
“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