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47)
“…..뚫렸다.”
프랑스측 마른강 전선.
마른강 앞쪽의 에페르네가 뚫렸다. 파놓은 참호를 메꿔놓은 프랑스군은 강성한 독일군에 패퇴했다. 마른강 앞쪽에 형성되었던 전선은 순식간에 독일군 공세에 밀리고 밀려 뒤쪽으로 거침없이 밀려났다.
진정한 의미로 파리 코앞까지 밀려버린 전선은 정체기를 맞이했다.
마른강 뒤쪽까지 밀린 전선은 참담했다.
미군장교는 퇴각하면서도 참담한 심정으로 프랑스군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게 참호를 파라고…후.”
미군장교는 고개를 젓고 참호로 고개를 숙였다.
다행스럽게도 2선으로 미리 동원된 프랑스군이 두번째 참호선을 구축해놓은 뒤였고, 독일군의 공시는 다시한번 마른강 뒤편에서 정체되었다.
이젠 진짜 말그대로 파리가 코앞이었다.
쾅-! 쾅-!
현재 시각은 오전 4시.
인간이 가장 약해지는 시간대.
독일군 중포 포병대가 쏴대는 포탄떨어지는 소리가 밤새 지면을 울린다. 고막 찢어지도록 쏟아붓는 포탄들은 어두운 밤하늘에 궤적을 그리며 쏟아졌고, 연쇄적인 폭발들은 밤하늘을 대낮처럼 훤히 밝혔다.
폭발로 밝아진 하늘에는 포탄이 다시 유성우처럼 쏟아진다.
“으, 으아아악!”
우당탕.
포탄소리에 정신이 나가버린 병사들은 두손으로 귓가를 터뜨릴듯 짓누른채 제자리에 발광했다. 몇몇 쓰러진 병사들의 공포는 괴질처럼 덜덜 떨리는 신체로 표출되었고, 정신나간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며 척추를 새우처럼 비틀어 웅크렸다.
“살려줘! 살려줘!”
“허억…허억…꿀꺽.”
모두가 패닉이었다.
남은 병사들조차 횡성수설했고, 쓰러진 병사를 위생병에게 맡긴채, 충혈된 눈으로 참호 밖을 쥐잡듯이 뒤졌다. 포탄이 터질때마다 뿜어지는 섬광에만 의존해 독일군을 탐색했다.
끓어오르는 긴장, 소총을 쥔 손의 압력이 점점 억세게 총신을 압박한다.
독일군처럼 의심되는 인영이 튀어나올 때마다 십수개 총구가 빛남과 동시에 일제히 격발되었다.
인영은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피아식별은 되지 않는다.
“공세가 지속됩니다.”
포탄은 그 이후로 1시간동안 폭우처럼 쏟아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포탄은 참호를 미친듯이 두드렸고, 정신이상자들과 사상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휘이이이…..쾅, 쾅쾅!
잠시 뒤, 독일군의 포격은 재개되었다.
또다시 참호를 두드리는 포격에 프랑스군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질어질한 사령부는 이미 머릿속이 백지장 상태였고, 프랑스 파리의 참모본부는 속절없이 밀리는 프랑스군의 퇴각에 정신이 나가버렸다.
“퇴각! 퇴각하라!”
“뚫린 전선은 애초에 참호를 메우고 돌격을 했다고? 그놈들은 참모본부의 지시를 씹고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한건가? 머릿속에 무슨 꽃밭이 있으면 그따위 개짓거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2선으로 물려! 2선은 절대 뚫려선 안된다. 닥치는대로 참호를 파고들어가 방어에 전심전력을 다해라!”
정상적인 통신상태도 안되거니와, 소통조차 되지 않는다. 사방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직 방어 뿐이었고, 독일군의 공세는 지칠줄을 모르고 삼일밤낮을 지속되었다.
프랑스군은 잠을 설쳤다.
죽은자를 제외하고, 삼일동안 잠을 잔 병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잠에 빠진 병사들은 이미 영면에 들었다.
“아이러니하군.”
미군장교는 포탄이 날아다니는 하늘을 아랑곳하지 않은채, 참호내부를 거닐었다. 빠른 걸음으로 참호를 걸어다니며 전선의 상황을 망원경으로 살폈다.
대낮처럼 밤하늘을 밝히는 섬광 덕분이 독일군 진영의 모습이 흐릿하게나마 보인다.
본래라면 미군장교는 전선에서 퇴각해도 되지만, 그는 보불전선의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싶어 남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공세로 돌진한 프랑스부대가 참호를 메운 덕분에 독일군이 사용할 수 없게 되버렸군.”
사보타주를 한 셈이 되었다.
그러면 뭐하나. 애초에 공세를 하지 말고 버텼어야한다. 그나마 마른강 전선이 엔강 조금밑 위치에서 형성되었을 때, 정체되었어야했다.
하지만 독일군은 그대로 밀어버렸고, 미친 프랑스군 장교들은 참호를 메우고 독일군 측면타격을 위해 기동했다.
결론은 개같이 멸망했다.
무지성 돌격한 프랑스군은 싹다 전멸한체, 살아남은 소수들은 2선까지 물러나 참호속으로 뛰어들어 항전했다. 하지만 이미 전선은 마른강 유역의 뒤쪽까지 밀려났고, 여기서 더 밀리면 파리였다.
“그 미친놈들….”
다행스럽게도 베르됭은 아직 함락되지 않았고, 최후의 방어선이 구축되었다.
“엘랑비탈로 돌격하고 떼죽음 당할거면 차라리 참호에 쥐죽은듯이 박혀있던가. 이게 뭔 의미도 없는 개죽음이란 말인가.”
믿을 수 없군.
미군장교는 충격적인 표정으로 피곤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작은 충격음만 들려도 포격소리가 플래시백으로 터진다.
미군장교는 잘게 떨리는 손을 틀어쥐었다.
“이걸로 프랑스 참모본부도 엘랑비탈이 얼마나 무모한 작전인지 알겠지.”
독일군은 파리 코앞까지 진군했다. 독일군 포병대가 쏟아내는 포탄소리의 잔재가 파리시내를 울릴 지경이다.
프랑스군 참모본부도 사리는듯 침묵했다.
엘랑비탈의 목소리도 사그라들었다.
애초에 엘랑비탈의 교리는 보불전쟁의 잔재가 섞인 교범이다. 하지만 보불전쟁 이후로 이미 반세기 가까이 지났고, 참호에 의해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뒤집혔다.
한마디로, 엘랑비탈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효과와 알수없는 용기를 불어넣는 선동적인 부가요소를 제외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엘랑비탈에 대한 맹신이 약해진 것만으로도, 이번 전투로 제일 큰 수확을 얻은건가.”
프랑스 참모본부가 조용해졌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수확이었다.
그럴수밖에.
무지성 돌격한 프랑스군은 지멋대로 날뛰다가 전멸당했다.
옆부대는 참호선을 파고 철통방어를 시전했지만, 참호전선 한군데가 뚫리자 허리가 끊긴 프랑스군은 점점 기존 전선에서 물러났다.
독일군이 구멍뚫린 참호선을 비집고 침투하고, 우회기동해, 기존 참호선의 후방을 타격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점점 전선은 전체적으로 뒤로 후퇴했다.
“이제야 말 좀 듣겠군.”
멘탈 개박살났다.
프랑스군 참모본부는 사실상 초상을 치르고 있을시간도 없었다. 치명적인 실태를 반성할 시간조차 주워지지 않았다.
-막아! 막으라고!!!
이젠 거의 무조건 참호전을 파라고 정신없이 최전선 부대들에게 전달했고, 어기는 즉시 군사재판감으로 군검찰부에 송치될 것을 경고했다.
“놈들, 당해봐야 정신차리지.”
결론적으로 마른강 후면의 참호선은 더 깊고 길게 요새화되고 있었다. 베르됭은 지옥에서 기어올라온 무언가가 되어있었고, 마른강 전선을 타고 쭉 위로 올라가 로렌군이 후퇴한 이미앵 쪽까지 참호전선이 연결되었다.
“이제야 멈췄군.”
어느정도 전선이 정리되자, 드디어 독일군 공세가 둔화되었다.
악랄해지고 두꺼워지는 프랑스군의 참호선에 독일군이 파쇄기에 들어간 종이마냥 실시간 조각조각으로 썰려버렸다.
프랑스군의 생존본능은 자존심을 찔러 죽여버렸고, 각성한 프랑스 공병대의 활약으로 참호전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쾅-! 쾅쾅-! 쾅-!
거의 백야현상.
늦은 밤, 새벽에도 독일군 포병대의 소나기가 다시 폭우처럼 참호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새벽 밤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진다.
악랄하게 항상 3시에서 4시 사이.
포탄이 랜덤으로 쏟아진다.
“….죽겠다.”
프랑스군 병사들은 검게 죽는 다크서클을 손으로 비비며 일주일 밤을 세웠다.
그들의 수면시간은 당연히 운명하셨다.
독일군 공세가 재개된 이래로 병사들에게 주어진 밤의 수면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쾅-!
“으아아악!”
***
“…..하.”
파리 프랑스군 참모본부.
군 장성들은 참모본부에 우글우글 모여있었다. 독일군의 공세가 완화되었다한들,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독일군의 공세는 언제 참호선을 뚫을지 알수가 없었다.
프랑스군 장성들은 이마를 짚고 탄식했다.
당분간 프랑스군에 공세는 없다. 공세에 ‘공’자만 나와도 뺨을 올려칠 분위기였다.
참호에 틀어박힌 채, 폭우처럼 쏟아지는 독일군 중포 포병대의 ‘소나기’와, 해일처럼 밀려드는 독일보병사단의 인해전술을 막아내야했다.
“…..”
미군장교들의 눈치를 볼수밖에 없어졌다.
프랑스군 참모본부의 미군장교들은 ‘거봐, 우리말이 맞지’라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고, 프랑스군 장성들은 불편한 표정으로 헛기침했다.
보급줄이 잡힌 것만으로도 불편해죽겠는데, 프랑스군 일부가 무지성 돌격을 한 바람에 전선이 한번 처참하게 찢어졌다.
2선에서 복구했지만, 뼈아픈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런 실태는 없도록 유의하겠소.”
“기가 차서 말도 안나오는군요. 혹시 프랑스군은 지금 군단급 하나가 증발했는데, ‘유의하겠소.’ 한마디로 끝낼 생각입니까?”
“….쯧.”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군 장성들은 쉬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무언가 꼼수를 의심하는 프랑스군 장성들의 모습에 미군장교는 한숨을 내쉬었다.
“프랑스가 밀리고 파리가 함락되면, 미국정부는빌려준 돈을 떼어먹히게 됩니다.”
“!”
“채권자가 채무자의 안전을 요구하는데, 잘못된 부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군장교는 시가에 불을 붙였다.
어중간하게 의리네 정의네 떠들어봤자, 공감도 안되고 별 의미도 없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프랑스에 개입한 원인 중 하나가 채권자로서의 자격이었으니, 차라리 이렇게 채권자 행세를 하는게 더 진실성 있게 보일 수 있었다.
일단 팩트기도 했고.
할말없어진 프랑스군은 찌그러졌다.
“이젠 진짜 파리 코앞까지 밀려났습니다. 이번전선이 뚫리면 파리함락은 기정사실로 굳어집니다.”
“이미 중요 정부기관들은 보르도로 피신시켰소. 정치인들은 남고싶어했지만, 억지로 열차에 태워 내려보냈지.”
사실상 파리함락을 기정사실로 치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군장교에게 자존심을 꺾였다는 느낌보다는 차마 인간이라면 더이상 철판을 깔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프랑스군의 장교들은 여전히 자존심이 드높았고, 자신을 불만스럽게 보는 장교들은 많았다.
눈깔 찌르고 싶게.
‘전의를 잃지 않은 것만으로 칭찬해야하는가.’
일본에 주둔했을때는 이런일이 없었다.
일본군부에서 답없는 인물들은 이미 처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였고,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군대가 해산되고, 자위대조차 없을 땐 경찰로 전부 편입되어 공공안전을 수호하는 공안경찰로 투입되었다.
공안들은 어수선해진 일본제국을 수습했고, 그들은 6년이상의 세월동안 길들여져 소위말하는 미군의 개가 되었다.
물론, 남은 일본군 간부들 중에서 말안듯는 장성들과 영관, 위관들은 널려있었다. 하지만 미군이 틀어쥔 이상, 영창으로 보내거나 교도소로 싸그리 집어넣으니 1년만 지나도 조용해졌다.
미군장교.
존 조지프 퍼싱 준장은 썩은 동태눈깔로 프랑스군 지휘부를 둘러보았다. 썩은 달팽이 냄새가 진동하는 듯하다.
‘차라리 기가 꺾여 미군에 설설기던 전직 일본군들이 프랑스군보다 100배, 1000배는 낫다.’
하지만 프랑스군은 다르다.
유럽주축의 열강들 중 하나였고, 일본때처럼 함부로 때려부수진 못한다. 일본을 GHQ로 틀어쥔 푸른 눈의 쇼군, 맥아더 사령관처럼 제국주의 시대를 그대로 맞아버린 무자비한 사람이 프랑스군의 키를 잡으면 안된다.
뭐, 미군사령부가 직접 정한 것은 아니고, 전쟁부 자문위원회를 통해 본인을 추천받았다고 했다.
전쟁부 자문위원회는 미서전쟁부터 엄청난 입김을 자랑하더니, 기어코 대전쟁에 까지 마수를 뻗혔다.
모건장관도 자문위원회에 한발 걸쳤다고 들었었는데, 과연 진실은 어떨까.
이번 일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파견된 퍼싱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뭐, 그래도 전황이 완전히 촤악으로 치닫진 않았지 않습니까.”
다행인 점은, 전선의 형태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읺다는 사실이었다.
빠른 속도로 공세하는 독일군의 약점.
둔화된 독일군은 약점을 품은채로 공세를 아직도 지속하고 있었고, 결국 빠른 우익기동으로 독일군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빨리 프랑스군의 전선이 붕괴된 바람에 야기된 문제였으니 꽤 아이러니하다.
어쩔 수 없다.
모든 계획들에는 장단이 있는 법이니.
단기결전을 목표로 빠르게 거의 독일군 전체를 우회시킨 슐리펜 계획은 당연하게도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이번 패퇴로 도드러지게 드러났다.
“독일군 제1군과 제2군 사이의 간격이 엄청나게 벌어졌습니다. 독일군이 우익기동을 크게 도는 과정에서 이미 예상된 부작용이었습니다.”
프랑스군 장교들은 눈에 붙을 태웠다.
제아무리 미군장교들이 눈엣가시여도 독일군만할까.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양배추놈들이 이악물고 쏟아지고 있었으니, 갈아마시고 싶을 것이다.
“이 격차를 더 벌리면, 독일군의 제1군과 제2군 사이가 저 심하게 벌어질 겁니다. 제가 최전선 참호를 시찰한 미군장교들에게 정보를 수집한 결과, 조금만 더 벌리면 측면이 비게 될 공산이 큽니다.”
‘독일군을 유인해야한다.’
“흐으음….”
프랑스군 장교들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발언권이 약해진 그들은 자신들도 아는 내용을 퍼싱이 미주알고주알 토해내자 아니꼬왔던 것이다. 자존심이 찌그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퍼싱은 바위처럼 더 강하게 말했다. 이놈들은 왠만한 충격으로는 자존심을 접지 않는다.
아마도 전쟁이 끝날때까지.
장점은 항복을 모르는 애국투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애국투사로 달려나갔다가 1초도 되지 않아 기관총이나 포탄에 갈려나가 산화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머리를 더 깨야한다.’
이 시점에서 퍼싱이 말한 작전대로 프랑스군이 움직여 승리한다면, 한풀 꺾여버릴 것이다. 한 100개 중에 하나를 파리함락 직전까지가 꺾어버리는 것인데, 효율이 극악이다.
자존심 덩어리인 프랑스인들은 퍼싱에겐 너무나 피곤했다.
“프랑스 제6군으로 독일군 제1군의 측면을 타격해야합니다. 그렇게 남쪽으로 그들을 더 유인해 끌어와야 제2군과 벌어지게 될 겁니다.”
이건 몰랐는지 프랑스군 장교들은 침음성을 삼켰다. ‘이게 과연 될까?’ 따위의 고민이 아니라, ‘이게 성공하면 프랑스군은 어떻게 되는거지?’ 따위의 고민이었다.
몇몇 프랑스군 장성들이 일어나 삿대질을 하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장성들이 뜯어말리기를 반복했다.
여기서 미군장교를 건드렸다가 보급이 끊기면 농담이 아니라 파리가 함락당한다.
프랑스군은 턱밑까지 차오른 수위에 비교적 분노조절이 잘되고 있었다.
‘전쟁부가 식견이 좋군.’
하지만 퍼싱의 의견또한 아니었다.
미육군전쟁부는 재무부와 협력해 미군파병을 결정하더니, 평소의 삽질하던 미육군은 어디가고, 날카로운 식견만이 남아있었다.
미육군 전쟁부에서 벌어지는 난투극과 암중모략, 백악관의 피눈물나는 노력을 모른채, 퍼싱은 순수히 감탄했다.
모두가 돌격을 외치는 동안.
이번 작전을 입안한 담당자만큼은, 돌격하는 군대들의 약점과 반응을 파악해 허를 찌른 것이다.
누구도 독일군 공세를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 독일군의 허리를 끊어놓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퍼싱도 최전선 참호의 장교들이 보내준 정보들이 아니었으면 쉽게 믿지 못했을 것이다.
퍼싱은 얼굴을 굳히고 목소리를 끓어올렸다.
“빨라진 공세로 독일군 제1군과 제2군이 벌어졌을 때가 절호의 기회입니다. 독일군의 허리를 끊어버리죠.”
슐리펜 계획의 허점.
독일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전선을 굳힐 절호의 기회가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왔다.
물론, 사람은 대량으로 죽어나갈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켜야할 국토고 밀어야할 전선 아닌가.
승리를 위해 갈려나갈 뿐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하고 합리화시켰다.
‘아참.’
순간 퍼싱 준장은 한가지를 떠올렸다.
“아, 필리프 페텡 대령은 준장으로 진급하겠군요.”
퍼싱은 강한 어조로 아예 못을 박았다.
필리프 페텡 준장같은 인물이 프랑스군 수뇌부로 올라와야, 그 빌어먹을 엘랑비탈의 기조를 때려부술 수 있었다.
아, 참고로 퍼싱 자신은 참모본부로 파견된 최고위 고참이 아니었다. 자문단으로 ‘파견된’ 장교들 중에는 최고위 고참이었지만, 자문단 전체로 봤을 땐 아니었다.
듀이해군원수.
이상하게도 프랑스군은 미해군에게 반항적이지 않았다. 고작 태평양을 제패하고 군함을 숨쉬듯 뽑아내고, 전장을 개박살낼 드레드노트들이 우글거리는 미해군따위가 두려웠던 걸까.
프랑스해군은 얌전했다.
아마 지금쯤 카리브해에서 프랑스해군장교들을 가르치고 있을 듀이원수가 최고위 고참이었고, 그는 퍼싱에게 자문단의 전권을 맡기고 훈련에만 전념했다.
고로.
지금의 퍼싱준장은 무려 해군원수의 전권을 위임받은 상태였다.
“만약 퍼싱준장, 당신의 말대로 했는데도 이번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제대로 책임질 수 있겠소?”
참다못한 꼰대 하나가 발작했다.
프랑스군 참모본부는 오늘도 평화로웠다. 퍼싱은 떨리는 눈꺼풀로 이악물고 미소를 머금었다.
“닥쳐.”
다행히 계급은 비슷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