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52)
“끊어졌네.”
미국.
워싱턴 D.C.
코텔류 상무부장관은 상무부청사로 찾아온 모건장관을 맞이하고 있었다. 미국의 전시물자들을 총괄하는 핵심적인 행정부처로서 재무부와 상무부는 공조해 기능하기 시작했다.
그런 코텔류 상무장관이 모건장관을 불렀다.
“끊기다니요?”
“독일의 해운사들이 결국 왕립해군들에게 항로를 차단당했네. 함부르크항의 HAPAG나 브레멘항의 NDL은 이제 미국에서 보급품을 가져갈 수 없게 되었네.”
“올게 왔군요.”
별 감흥은 없었다.
애초부터 왕립해군이 그걸 두눈뜨고 내버려두고 있던 지금까지의 상황이 더 이상했었다. 딜로이트를 포함한 회계법인들이 전쟁참전을 끝까지 틀어막으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지.
결국 참전결정을 내렸고, 왕립해군이 제일 먼저 시행한 작업이 바로 독일해운사들의 차단이었다.
“씁,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독일제국의 해운사들을 풀어놓을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상무부에서도 해군부와 공조해 조치를 취해놓았네.”
미국이 ‘직접’ 물자를 공급할 시장하나가 날아갔으니 아깝긴 하다.
독일에도 물자를 팔아넘기고 싶었지만, 적당히 눈치를 봐야하는 시점이다. 사실 이것때문에 미리 독일결제은행과 러시아경제에 손을 봐놓은 것이었고.
‘사실 독일해운사를 억류하는것이 손해였다면, 국제외교에 어깃장을 놔서라도 안하겠지만…억류해서 나중에 꿀꺽 집어삼키는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독일해운사들의 자산들을 삼킬 수 있는 합법적인 기회다. 사실상 국제적인 눈치를 명분으로 독일해운사들의 자산들을 집어삼키고 싶은 욕망도 존재했다.
결국 상무부는 손익을 계산한 결과, 어깨를 으쓱하고는 독일국적의 선박들을 항구에 억류해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좋은 소식이라면…일단 HAPAG와 NDL의 선박들을 합쳐서 150여대가 훌쩍 넘는다네.”
거봐. 이득이 된다니까?
독일선주들의 심장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지만, 결국 이 선박들은 미국의 것이 될 예정이었다.
결코 슈킹이 아니다.
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미국이 몰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독일제국이 나쁜 것이다.
상무장관의 눈빛도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미국은 죄가 없다.
독일선주들이 들었다면 피눈물흘리며 득달같이 달려들 생각이었지만, 이미 물자들과 독일해운사들의 자산들은 우리들이 억류해놓았다.
나중에 몰수상태로 바꾸어 적당히 이해관계자들끼리 뿜빠이하면 독일빼고 모두가 행복해진다.
“프랑스입장에선 기뻐할만한 소식이군요.”
“보르도로 임시수도를 이전한 프랑스입장에선 왕립해군이 든든하겠지. 적어도 바다만큼은 독일놈들이 넘볼 수 없네.”
“그렇겠지요.”
원역사와 다르게 드레드노트도 없는 독일제국이다. 드레드노트를 독점한 왕립해군과 미해군이 전세계 해양을 지배하는데, 어딜 감히 독일나부랭이가 끼어든단 말인가.
물론, 유보트라는 잠수함들이 공급되기 시작하면 독일제국놈들도 좀 살판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미안하지만, 그 설계도는 내가 가지고 있다.
원망할거라면 내게 그 설계도를 가져다준 산업스파이를 원망하도록.
하지만 결국 영국해군들도 싹다 지워야한다.
나는 독일편도, 영국편도, 프랑스편도 아니다. 나는 유럽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공평하게 군대가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이다.
영국해군들도 쓴 고배를 마시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은 아닐 뿐.
“일단 프랑스보급선부터 손봐야겠군요.”
“보급선? 이미 메인은 해군부놈들 관할로 넘어가지 않았나? 왕립해군들과 물만난 물고기마냥 파닥거리더만.”
“아뇨. 그쪽 보급얘기가 아닙니다.”
프랑스로 가는 보급선은…해군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유유자적 한적하게 놀러다니는 기분으로 휴양다니면 끝이고.
대서양을 포함한 전세계의 바다는 이미 우리들의 것이다. 해군부 애들이 그래서 날뛰는거고.
안전하다못해 지루할 지경이다.
하지만 육상은 다르지.
“프랑스 보르도에서 시작해서 파리까지 들어가는 보급선을 얘기하는 겁니다.”
“…..미친놈인가?”
상무장관은 순간 입을 막았다.
하지만 곧 자신의 반응이 정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천천히 입을 내렸다.
프랑스 육상보급, 그것도 파리까지 보급선이라니 미쳐도 제대로 미친게 분명했다.
“그러다 물자 다 날아간다.”
“날아갈수도 있죠. 독일제국놈들이 미국과 전쟁을 하고싶어 미쳐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슐리펜은 교묘하게 프랑스 내 미국자산들을 건드리지 않고 있어요. 이건 그도 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알고 있다?”
“독일제국이 미국과 전쟁을 시작하는 순간, 절대 좋은 결말은 볼 수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말입니다.”
아마도 HAPAG와 NDL같은 기존 공급망까지 사라졌으니, 독일군의 보급문제는 더 조여올 수밖에 없었다.
베를린 참모본부에게 지금 제일 큰 문제는 보급이었고, 슐리펜 계획을 어떻게 해서든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런 슐리펜에게 미국이란 변수는 결코 달갑지 않은 변수일수밖에 없었다.
“베를린은 지금 결코 감당불가능한 미국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아쉽지만, 슐리펜도 그 사실을 아는 모양이고요.”
“….아쉽다니, 뭐가?”
“아, 말실수. 다행히 슐리펜도 미국참전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
독일제국이 미국을 공격해서 얻을 메리트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코텔류 장관은 좀 궁금한 눈치였다. 나는 입을 열었다.
“왜?”
“일단, 독일제국이 해군도 딸리는 상태에서 대서양을 건넌다는 발상자체가 미친겁니다. 그렇다면, 독일군은 결코 미국의 영토를 타격할 수 없다는 소리입니다.”
“이런, 일방적으로 쳐맞는 상태가 된다는 말이군.”
“예, 심지어 미국의 인구수는 가공할만합니다. 공업력도 독일철강을 밀어내면서 우위를 과시했고요. 물론 독일제조업과 격차가 크진 않지만, 규모는 또 다른 얘기거든요.”
“아, 대량생산.”
“맞습니다. 대량생산된 공업지대와 대규모로 징집된 미군이 유럽대륙에 상륙하는 순간, 독일제국은 국가 자체가 휘청일만한 리스크를 떠안게 됩니다. 그런데 막아내도 아무런 이득이 없어요.”
결국 멸망전으로 치달으면 독일제국이 갈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바다를 잃은 상태의 독일제국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미국에게 얻을 이득 하나없이 손해만 보는 전쟁을 계산에 까다로운 슐리펜 참모총장과 독일제국 정부에서 절대 용납할리가 없었다.
“손해만 보는 전쟁이라.”
“미국본토에 상륙하는데만 독일군 수백만은 죽어나갈 겁니다. 독일군의 상륙시간만 지연시키면 미해군 드레드노트가 무한대로 뽑아져나오는데, 독일군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일리 있군.”
설령 드레드노트를 공략할 모종의 방법이 생긴다해도 마찬가지다. 그저 박살나는 군함보다 공급되는 군함의 숫자가 더 많아지면 될 뿐인 얘기였으니까.
무한 리젠으로 독일군을 질식사시킬 수 있었다.
무한한 인민의 파도?
아니, 거기에 플러스 무한공업의 파도다.
“정말 미친나라야.”
코텔류 상무장관은 아득해지는 얘기에 헛웃음을 터뜨리며 얼굴을 쓸었다. 미국이란 나라는 언제봐도 사기적인 맵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대양을 건너는데만, 독일군의 체력이 소모될 것을 생각하니 또 웃긴 것이다.
“그러니 독일제국은 미국이 선을 크게만 넘지 않는다면, 결코 건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길수 있고 없고의 얘기가 아니다.
전쟁을 개시해서 얻을 이득보다 파괴될 손실의 규모가 아득하게 크다.
애초에 기본적인 국력은 인구에서 나온다.
전쟁을 다 이겨놓고 국민들의 숫자가 반토막 이하가 난다면, 그게 이긴 것인가?
유럽이 사는 게르만이 소수민족으로 전락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전쟁을 하면 안된다.
‘언젠가 뇌절하겠지.’
전쟁은 이성을 갉아먹는다.
게다가 독일군이 뇌절하지 않으면 독일군이 아니지. 하지만 적어도 해군에 대한 대책이 생긴 이후일 것이다.
그전에 뇌절해봤자 자살행위, 많이 쳐줘봤자 동반자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무튼, 육상보급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군.”
“성조기를 걸면 독일군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기억나십니까? 저희 프랑스 결제은행이 담보물로 잡은 자산중에서 중요한 자산도 하나 있지 않았습니까.”
“너무 많아서 뽑을 수가 없군.”
“하하, 답은 철도입니다.”
철도는 이미 미국자산이나 다름없었다.
프랑스정부는 상환할 능력을 많이 잃어버렸고, 프랑스철도는 사실상 미국재무부의 소유로 넘어왔다.
프랑스철도가 부서질 것까지 염려해 철도부설권까지 따왔으니, 남는 장사했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철도가 미국자산인 이상, 독일제국은 절대 건드리지 못합니다. 파괴할 수 없지요. 막아도 열차를 강행돌파시키면 됩니다.”
“그게…되나?”
“일단 건드릴 수 없잖습니까. 게다가 선만 안넘으면 됩니다. 파리시내에 있는 미국인들을 위한 물자들이라고 대충 둘러대면 어느정도 보급은 가능하겠죠.”
“독일은 승리가 코앞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참모본부가 대공세를 지시한 상황에서 미국과 마찰을 빚고 싶진 않을겁니다.”
물론 독일군이 열차에 몰래 탑승해서 파리시내 내부까지 침투할 우려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파리시내에 보급하는 문제가 더 시급했다.
“시가전은 절대 독일군이 못이깁니다. 조금이라도 파리지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장담할 수 있을 겁니다. 기관총이란 물건이 나온 이상, 어디에나 매복할 수 있는 파리시는 말그대로 지옥이 되겠죠.”
“파리가 그정도인가?”
파리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나올 전형적인 반응. 예술의 도시 파리가 개미굴같은 지옥이라면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파리만큼 지랄난 인위적인 지형도 없었다.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입니다.”
파리하수도와 카타콤.
그 둘을 합치면 거의 지하도시였다.
독일군은 발밑에서 기어올라오는 프랑스저항군을 상대해야할 것이다. 열린 맨홀뚜껑이나 하수구에서 갑자기 기관총 세례가 터진다면 그만한 지옥이 따로 있을까.
기관총의 물량?
이미 한차례 미서전쟁을 치루면서 대량의 중고품을 소유한 우리에게 기관총 물량만큼은 여유로웠다. 오히려 프랑스재무부는 기관총에 들어갈 총알보급을 더 걱정해야할 것이다.
“보르도에서 파리행 열차들이 시간표를 짜고 있습니다. 독일제국의 신경을 살살 긁는선에서 보급을 시작할 겁니다. 다만 체류중인 미국인들을 구호한다는 명목과 적십자의료자들의 수송을 명분삼을 겁니다.”
적십자.
록펠러 회장 등의 막대한 기부를 통해 설립된 미국지사를 통해 제네바에서 적십자단체를 파견해줄 수 있다는 연락은 이미 받았다.
그들은 훌륭한 명분이 되어줄 것이다.
설령 공격받더라도, 국제적인 여론이 독일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또한 미국 국민들을 명분으로 삼았으니, 미국이 참전할 명분까지 빌드업할 수 있었다.
“열차에 성조기를 걸어, 파리 시내로 보급열차를 밀어넣을 겁니다.”
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나와 상무장관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재무부통신실로부터 전보입니다.”
코텔류 상무장관은 나와 눈빛을 교환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재무부정보국 소속 직원이 내부로 들어왔다. 나는 그에게서 건네받은 전보종이를 펼쳤다.
코텔류 상무장관은 궁금한듯 내게로 다가왔다.
“음.”
“무슨 내용이 적혀있나?”
나는 미소를 지었다.
“방금 프랑스재무부에서 담보물이었던 프랑스철도 일부구간의 소유권을 미국재무부에 넘겼습니다.”
이제 프랑스철도는 우리 것.
사용하려면 미국재무부의 허가를 받으세요.
‘음.’
나는 손으로 종이질감을 만졌다.
상무장관에겐 비밀이지만, 전보의 내용은 프랑스재무부의 소식뿐이 아니다. 말미엔 중요한 내용이 하나 더 적혀있었다.
뉴욕병기국에서 날아온 정보였다.
‘기대되는군.’
토카레프.
랜드리스와 구제금융을 받은 러시아제국에 정중히 ‘요청’한 결과, 전설적인 총기기술자가 뉴욕병기국으로 합류했다.
기관단총.
토카레프의 합류와 동시에 뉴욕병기국은 신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
“…..또 왔습니다.”
독일군 제1군 군영.
파리 제16구와 제17구를 점령해나가던 독일군은 곳곳에서 들이닥치는 프랑스게릴라군의 테러에 학을 떼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쏟아지는지 알 수 없는 눈먼 기관총의 세례에 병사들은 미친듯이 갈려나갔다.
하지만 최근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덜컹. 덜컹.
치이이이이…..
철도를 통해 들어오는 증기기관차.
열차플랫폼을 향해, 미국성조기와 적십자기를 단 열차차량이 미국국적의 철도를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독일군은 심히 불편해진 표정으로 그 열차를 바라보았다.
플랫폼을 점거한 독일군 부대는 철도와 차량에 털끝 하나 댈 수 없었다.
“프랑스재무부가 철도를 미국에 넘겼다지?”
“며칠전에 미국대사관에서 파견나왔으니 맞을 겁니다. 무려 미국대사가 저희군 사령관님과 담판을 냈지 않았습니까.”
“그 대사란 놈도 어지간히 미친놈이다.”
아무튼 그놈의 미국국적 때문에 뭘 건드릴수가 없었다. 제1군 사령부는 최근 통신선을 복구해서 베를린 참모부와 교신을 겨우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문제는 베를린 참모본부에서 미국자산을 건드리지 말라는 엄포가 내렸다는 것이다.
그날 제1군사령관의 사무실엔 괴성과 파괴음이 터져나왔고, 부대장들은 불호령을 피하고 싶어 공포에 떨며 몸을 사렸다.
제1군사령관은 결국 미국자산을 건드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교묘하게 선을 넘지 않은 물량과 명분이 더욱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로를 이용할 수도 없었다.
“사령부에서 근무하는 참모장교들이 죽을소리를 내고 있답니다. 열차를 억류하자고 헛소리한 참모장교 하나가 재떨이에 맞아죽을 뻔했다고…”
“….세상에 미친놈들이 많아.”
부대장은 사령관 면상에 대고 헛소리한 참모장교의 힘들어질 군생활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사령부에선 파리내부로 들어가는 수송열차를 이용할 방안을 연구중이랍니다.”
하지만 부대장은 별 관심 없어보였다. 그는 나른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고, 수송열차를 바라보았다.
치익-!
“높으신 분들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 열차 다시 출발한다.”
빠아아아아앙-!
칙칙칙칙…
잠시 열차플랫폼에 정차한 수송열차는 검문조차 받지 않고 다시 석탄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독일군 부대원들은 심히 불편해진 얼굴로 열차의 겉모습만 훑어볼 수 밖에 없었다.
부대원들이 수송열차 선두를 바라볼때, 부대장은 뭔가 발견했는지, 열차 후미에서 뚝뚝 떨어지는 액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마 중간중간 정비를 제대로 못받은 탓이다.
“……기름?”
콧속을 찌르는 메스꺼운 냄새.
기름이다.
열차 후미에서 기름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불붙이면 수송열차가 불타오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만큼, 열차 후미를 적신 기름이 제법 선로로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진 기름줄기는 선로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
충동을 참으며 지긋이 그 광경을 노려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