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29)
“저희 영란은행은 영국 기준금리를 75bp인상할 예정입니다.”
영란은행이 뻗었다.
미-영 금리역전을 극복하고자 결국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영국경제는 또다시 출렁였다. 기준금리가 인상되자, 4%넘는 기준금리가 영국경제의 목을 졸랐다.
금융시장은 곧바로 셔터를 내렸고, 투자시장의 자금을 닥치는대로 빨아들였다.
“하……”
영란은행.
콜 영란은행 총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금융시장의 메인플레이어들이 겁먹고 리스크관리를 위해 자금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영국정부주도로 이끌어가던 인프라시장이나 건설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었다.
“해외투자자본들은 거의 바닥을 긁고 있습니다. 전부 다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투자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영란은행 이사회.
보드진은 회의실에 소집되어 영국경제의 미래를 논하고 있었다. 콜 총재는 미간을 주무르며 현상황을 타파할 묘수를 강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없다.
미래는 캄캄했고, 너무도 어두웠다.
“파운드화는?”
“파운드화는 실시간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해외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환거래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고, 파운드화는 나락을 가고 있습니다.”
“…..금리인상을 했는데도?”
콜 총재는 다 죽어가는 얼굴로 신음했다.
“금리가 높아서 이정도로 끝난겁니다.”
“……”
“현재 금융시장은 자금경색으로 투자매력도가 전혀 없습니다. 영국정부의 모라토리엄 경험으로 영국경제에 대한 신뢰도는 없는 상황에서, 민간경제에 신뢰도가 생길수는 없는 일입니다.”
“영국내부에 투자할만한 상품이 없는 것이 문제로군.”
금리인상 좋지.
해외투자자들이 높은 금리에 매력을 느끼고 국내로 들어오는 효과를 가져온다. 원래 그래야 정상이고.
하지만 현재 영국경제는 기준금리는 높지만, 막상 투자할 대상들의 신용도가 나락을 가있는 상황이라 해외투자자들이 투자하기를 꺼려했다.
“즉, 금리인상으로 투자하려는 해외투자자들의 수요는 많지만 국내에 투자할 공급물량이 없습니다.”
“……하아!”
“오히려 이번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가 살인적으로 폭등해 낮은 신용도가 더 빠르게 추락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대로 안돼. 저래도 안돼.
이건 답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해외투자자들은 아예 이탈하게될테고.”
“예, 저희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국내 투자시장의 유동성이 해결될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차라리 이렇게라도 해외투자자들을 끌어안는 편이 더 나을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어차피 투자시장의 신용도는 물건너갔으니, 높은 금리를 미끼로 해외투자자들을 억지로 붙들자는 의견이다.
그래야 파운드화라도 지킬 수 있었다.
파운드화의 가치는 해외투자자들을 조금이라도 더 붙들어야 방어된다.
‘…..이게 맞는건가.’
콜 총재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덮었다.
뒤엉킨 영국경제의 실타래를 풀어내기엔 너무도 꼬인 매듭들이 많았다.
일단 회의실로 이사들을 소집해 앉혀놨지만, 자신들이 내뱉는 발언들이 실제로 그런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정도로 엉켜있었고,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부총재, 존 베어링이 손을 들었다.
“일단, 파운드화를 지키고 나머지를 해결해야합니다. 파운드화가 작살나는 순간 영국경제는 지옥으로 떨어질테니까요.”
존 베어링, 영란은행 부총재.
시티오브런던의 내부고발자인 그는 아직 미국으로 망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를 견제할 이들이 다 사회적으로 죽어버렸으니, 굳이 떠날 이유가 없었다.
“맞는말이지.”
콜 총재는 조금 정리되는 상황에 고개를 털고 일어났다. 확실히 파운드화 환율부터 방어해야 모든 일들이 시작될수 있었다.
“하지만 파운드화를 지키려면 인플레이션부터 잡아야하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폭등한다는 뜻은 반대로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한다는 의미니까 말일세.”
인플레이션.
영국공황으로 영국경제는 이미 인플레이션의 극점을 찍고 있었다. 이미 세계대전에 참전한 국가들은 전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지만, 영국은 특히나 더 심했다.
독일제국은 아직 공황을 겪지 않아 ‘그나마’ 체력이 탄탄했고, 프랑스는 프랑스결제은행이 산소호흡기를 달아주고 있었다.
영국은?
식민지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웨스트민스터 헌장은 좀 진척이 있나?”
“총리실에서 영연방 프로젝트의 재검토를 공문으로 발송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상황을 기존 초안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그렇긴 한데……”
하지만 초조했다.
기존초안을 일단 빨리 시행하고 추가로 거래하는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일단 목숨줄부터 붙여야지.
“하…..”
콜 총재는 총리실이 좀더 빨리 웨스트민스터 헌장을 발표해 자금을 끌어오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총리실은 그저 기다리라고 말할 뿐이었다.
“콜 총재님, 파운드화 환율은 이미 고점대비 절반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환율담당 이사가 침울하게 말했다.
대영제국 패권시대.
벨에포크이자 빅토리아 시대의 기축통화였던 파운드화는 이미 절반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제 파운드화는 기축통화는 커녕 열강의 법정화폐의 가치조차도 없었다.
“이제 초인플레이션이 가시권으로 들어왔습니다.”
쿵.
그런 소리가 회의실내부로 들리는 듯했다.
초인플레이션이라는 초유의 워딩에 영란은행 이사들은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있을수 없는 일이다.
대영제국에 초인플레이션이라니.
빅토리아 시대에 전세계를 호령하던 대영제국 파운드화가 초인플레이션이라니, 이게 대체 말이나 되는가.
절대로 부정하고 싶었다.
“파운드화 환율을 방어하려면, 인플레이션을 잡아야합니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금리인상으로 안된다면, 다른 수단으로 물가안정을 실시해야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자네에겐 다른 방법이 있는가?”
콜 총재는 간절했다.
그러나 환율담당 이사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물가안정을 시키려면 국가신용도를 높여야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야합니다. 즉, 영국경제 내부로 돈이 돌아야합니다. 결국 해외투자자들을 끌어와야합니다.”
“……”
“다시 원점입니다. 죄송합니다.”
해외투자자본.
영국경제의 치명적인 단점은 이곳에 있었다.
빅토리아 시대부터 대영제국이 안고있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지만, 영국경제는 해외자본에 좀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저희는 다시 영국으로 해외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매력을 어필해야합니다.”
답은 해외투자자들이었다.
국제금융의 산실이니만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유동성 위기처럼 해외투자자들이 한번에 빠져나가면 답이 없는 경제구조였다.
해외투자자들이 빠져나가자 영국경제는 그대로 속빈 강정으로 부실해져버렸다.
“별다른 수단이 있나?”
콜 총재는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이대로 머리에 피가쏠리고 스트레스수치가 높아지면 그대로 골로 가버릴 것 같았다.
“…….”
하지만 이사회 전원이 같은 마음이었다.
콜 총재는 침묵에 휩싸인 회의실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그래, 씨발 암담하군.”
“죄송합니다.”
“내게 죄송할게 뭐있나. 죄송은 우리를 믿어준 국민들에게 해야지. 뭐, 일단 영국재무부에선 경기부양책을 쓰기로 합의했네.”
“예?”
이사회는 동요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방금 영국재무부가 뭘 합의했다고 하셨습니까?”
충격과 공포.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거짓말이죠?”
천천히 돌아가는 고개.
콜 총재는 결국 그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
벌떡- 쾅-!
몇명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절대로 안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있어선 안되는 일이며, 절대로 막아야하는 일입니다!!!”
영란은행 이사회는 폭주했다.
콜 총재는 예견된 이사들의 폭동에 골머리를 싸맸다. 물론 자신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정책결정자들은 그들처럼 경제인 출신들이 거의 없었다.
“……하.”
“총재님, 이것은 근대금융의 역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사태입니다! 경기부양책과 긴축정책을 병용하는 미친짓거리는 대체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 입니까!”
분노와 성토.
하지만 경제학 전공자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정치인들에겐 있을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콜 총재는 헬쓱해졌다.
“뭐…..”
콜 총재는 눈동자를 굴렸다.
“총리실과 재무장관이 그랬지.”
로버트 영국재무부장관.
그는 친미계 인사였긴 했지만, 경제적으로 정통한 인간이었다. 이사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지만, 콜 총재는 개인적으로 로버트 재무장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영국의회는 그 인간들을 당장 경질시키지 않고 뭐한답니까!!!”
“진정해. 알겠으니까 좀 진정하게.”
로버트 재무장관도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는 친미계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영국을 제1순위로 두는 인사였고, 모건장관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인사도 아니었다.
미국에서 머무를때, 로버트를 옆에서 봐온 콜 총재는 그를 그렇게 평가했다.
“로버트 재무장관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부동산 시장과 건설시장의 유동성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하더군.”
건설시장.
기본적으로 자본이 대규모로 움직이는 자본시장이었고, 영국총리실이 큰정부를 자처하면서 건설투자를 늘리면서 규모는 더 확대되었다.
그런데 미국금리인상으로 금융사들의 자본이 대거이탈하면서 건설프로젝트들은 물론이고 건설사들이 부도날 위기에 쳐해버렸다.
“없어.”
“예?”
“없다고. 건설시장에 자본이 없어.”
이게 대체 뭔 소리지?
맨처음 이사들은 콜 총재의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총재님, 자금경색으로 유동성위기가 닥쳤으니 당연히 돈이 없겠지요.”
“아니.”
콜 총재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한말은 비유나 과장이 아니었다.
“진짜 없다고. 아예.”
“……!!!”
이사들은 눈을 부릅떴다.
설마 이정도로 시장상황이 안좋을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예?!!!”
“이번 공황과 전쟁으로 위신이 하늘을 찌를정도로 높아진 미국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영국건설업체들의 신용도를 디폴트등급으로 내려버렸네.”
“…….허!”
“투자부적격. 투자하지 말라고 못박았다고.”
이제 해외투자자들은 대부분 미국경제에 종속된 자본들이다. 금융시장에서 미국신용평가사는 하느님 바로 아래에 위치했고, 절대적 심판자로 군림했다.
그런 그들이 영국건설시장에 못을 박아버렸으니. 돈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 공황이 닥친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이들은 없네.”
평상시라면,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존재할 것이었다.
하지만 공황이었다.
설령 존재했어도, 한웅큼 먼지만큼의 자본도 없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겁니까?”
“그래서 영국정부에서 건설시장에 대한 대규모 감세정책과 지원예산을 책정하고 있네. 지출정책으로 건설시장이라도 살려보려고.”
잘되면 좋겠다만……
콜 총재는 머리를 붙잡고 아래로 쓸어내렸다.
“현 영국건설시장은 영국에만 국한된 시장이 아니란건 다들 알고 있겠지?”
대영제국(British Empire).
영국본토가 위험해지자 파운드화로 연동된 다른 식민지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콜 총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영국총리실이 숨긴 비장의 카드조차도 이젠 위태로워지고 있었다.
“이대로 웨스트민스터 헌장이 선언되어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네.”
파운드화.
이번 경제위기를 해결할 카드이기도 했지만, 제일 위태로운 조커이기도 했다.
고작 파운드화 하나로 전세계의 1/4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콜 총재는 이사회를 향해 한탄했다.
“이대로면 파운드화를 버려야할지도 모른다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