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30)
-월스트리트저널.
영국발 파운드화 쇼크.
영국정부의 말도안되는 2중정책으로 파운드화가 꺾여버리자, 이후로는 급속도로 추락하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경제학계에선 이번 충격적인 사태를 분노의 눈길로 뜯어보았고, 건설시장을 살려 공황을 피히려했다는 영국정부의 노력을 어느정도 정상참작을 했다.
하지만 이미 불길은 거세게 타올랐고.
경제학계가 영국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해명을 했음에도, 파운드화는 오히려 더 꺾일뿐, 악마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버렸다.
“영국 파운드화가 실시간으로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급격한 충격을 우려해, 미국금융사들에게는 공매도를 자제하라는 공문을 내렸습니다.”
“뭐, 공매도는 이미 할놈들은 다 했겠지. 미리미리 안하던 기관들이나 혈안이 됐을걸.”
솔직히 파운드화가 무너지길 바랬다.
하지만 기준금리와 신용평가사가 원투펀치를 날리자마자 뻗어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너무 약하잖아. 영국경제.
예상외로 시장이 받아들이는 영국신용도는 빠르게 추락했고, 시장은 사실상 영국경제를 디폴트나 모라토리엄 상태로 평가하고 있었다.
뉴욕 금융서비스국.
나와 제임스는 뉴욕으로 올라와 금융시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런던증시는 재개장 일정을 미뤘습니다.”
“영국놈들 지금 런던증시따위를 신경쓸때가 아니다. 일단 런던증시가 잠겨서 이정도로 끝났다고 봐야해. 진작 무너졌어야할 파운드화가 이제야 터졌다고 봐야 옳다고.”
투자자들은 파운드화를 시장에 집어던졌다.
전세계적으로 미국 달러권이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운드화의 가치는 미친듯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애초에 이미 영국경제는 영국공황과 2차례 모라토리엄으로 진작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었다.
“파운드화가 지금까지 버틴 이유가 뭐일것 같나.”
“대영제국의 식민지를 착취….커흠. 죄송합니다. 식민지들의 도움으로 대영제국이 살아날것을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맞아. 식민지들이지.”
비록 웨스트민스터헌장은 발표되지 않았고,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었지만, 대영제국 식민지가 최후의 보루라는 것쯤은 전세계 금융시장이 인지히고 있었다.
애초에 식민지라는 최후의 수단이 있던만큼 파운드화 가치가 절상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까져버렸군요.”
“차라리 경제학계는 영국정부가 2중정책을 펼친 이유를 몰랐어야했다. 괜히 경제학계가 대영제국의 2중정책을 낱낱이 파헤친 탓에 오히려 파운드화가 완전히 붕괴되었어.”
이젠 파운드화가치가 1/2값이었다.
대영제국 기축통화로서의 고점대비 1/4토막이 나버린 셈이다. 이미 초인플레이션까지 초세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대영제국은 자국의 건설시장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숨겼어야했어.”
“왜죠?”
“원래 금융시장은 영국공황을 영국본토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으니까.”
영국본토만의 문제.
원래는 국제금융시장은 영국공황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제국식민지들이 스스로 문을 걸어잠구고, 자구책을 모색해 회생할 수단들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식민지들이 들고일어나 파업을 선언한 탓에 영국본토안에서 문제가 국한되었다는 인식이 파다했어.”
오직 본토만이 영국공황을 정통으로 맞았다.
시장은 그렇게 판단했었다.
파생상품인 CDO에 묵은지처럼 절여졌던 시티오브런던이 장렬하게 폭사하면서 영국본토의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렸다고 말이다.
“근데 이번엔 대영제국 전체가 휩쓸렸군요.”
“그래, 영국건설시장으로 파운드화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운드화.
이게 기폭제였다.
“파운드화 절하로 금융사, 건설사들의 외채부담이 증가했어. 그런데 영국본토의 불길이 파운드화로 연결된 파운드권역 전체의 건설시장 문제로 번져버렸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파운드화로 연동되어 식민지들의 건설시장까지 전부 크랙이 나버렸다고.”
그걸 국제금융시장이 알아채버렸다.
나는 재무장관으로서, 대주주로서 신용평가기관 3사에 해당 사실을 알렸고, 경제학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던 헤지펀드, 무디스, S&P 신용평가기관 3사는 곧바로 대응했다.
미국까지 휩쓸리기 싫으면 발을 빼야했다.
“제임스. 당장 뉴욕금융서비스국 모니터링팀들을 전부 가동해서 뉴욕은행들의 파운드화 움직임을 전부 파악해.”
뉴욕금융서비스국.
‘뉴욕의 등대’로 불리는 뉴욕금융당국은 뉴욕금융시스템을 관조할 수 있었다. 모니터링팀에는 재무부 정보국 직원들이 합류해있었고, CIA의 협조요청도 넣을 수 있었다.
“분명히 폭락한 파운드화를 부채를 끌어안은채, 주웠거나 줍고있을 투자기관들이 존재할거다. 그놈들이 잘못터지면 바로 금융위기니까 일일히 다 파악하고 전부 보고서로 작성해 장관실로 올려.”
“예!”
“지금당장 파운드화는 쓰레기지만, 덩치만큼은 세계에서 제일 큰 통화 중 하나다. 이걸 가지고있는 뉴욕은행은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
쓰읍….
대처할 타이밍을 놓쳤다.
영국파운드화 시장이 너무 빠르게 무너져버렸다. 설마 대처할 시간도 없이 붕괴해버릴 줄이야. 이렇게 약할 줄 알았으면 살살쳤지.
“뉴욕 10대은행장들을 전부 호출해. 어차피 페트로달러 시스템도 가동중이겠다. 여차하면 양적완화로 달러를 풀어버리면 돼.”
불사신 달러.
석유와 금본위제로 점철된 달러화폐는 불사신이 되어버렸다. 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이자, 석유패권이 유지되는 이상, 절대로 멸하지 않을 불멸자였다.
“어차피 본격적인 금융위기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왜 그렇죠?”
“그야, 파운드화가 아무리 큰들, 결국은 영국통화고, 이미 월스트리트에선 숏포지션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피식.
나는 웃음을 지었다.
“오히려 뉴욕증시에 금융위기가 아니라 활황의 폭풍이 몰아칠지도 모르지. 숏포지션을 건 투자은행이나 자산운용사들은 대박쳤겠는데?”
파운드화는 벌써 반퉁이 나버렸다.
레버리지까지 꼈으면, 공매도세력들은 이미 떼돈을 벌어 금지탑을 쌓고있을 시점이었다. 무차입공매도가 아직 합법인 시장에서 그 수익률은 훨씬 더 미쳐돌아갈 것이다.
“뉴욕금융시스템이 무너질일은 없어. 다만 나는 미국의 재무장관이다. 뉴욕금융시스템에서 무너지는 금융기관들을 구제해 민간금융을 살려낼 의무를 가지고 있다.”
재무장관은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실패한 사람들을 돌봐야한다. 국가기관에서 일한다는건 그런 거겠지.
나는 미국인이었고, 미국의 문제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채권발행이 막혀 유동성위기가 닥친 금융기관들부터 살린다. 우린 연방준비제도가 아니야. 국민혈세로 움직이는 재무부잖아. 적자가 나도 살릴건 살려야해.”
“……예.”
“어디에 무슨 폭탄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연방준비제도는 돈을 잃으면 안되는 위치였지만, 재무부는 다르다. 재정정책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자금들이었으니까.
제임스의 눈빛이 비장해졌다.
“어차피 제도권 금융사들은 연준이 살릴테고. 우리들은 그림자금융을 살리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춘다. 당장 재무부로 해당내용 하달하고, 산하 정부기관들에게 싹 다 공문돌려.”
“예!”
제임스는 우렁차게 외쳤다.
원래 공무원은 사명감으로 일하는 것이다. 돈보고 공무원하면 못버티지. 물론 나와 제임스가 할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사명감으로 일하면 얼마나 좋아.
미국을 위기에서 구할 히어로.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축할 히어로.
뭔가 일할맛 팍팍 나잖은가.
“그리고 독일결제은행을 제외한 전세계 결제은행장들에게도 비밀리에 공문 하나 돌리고.”
“결제은행에요? 무슨 공문을 돌릴까요.”
씨익.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그만 상임이사 권한을 집어들고 BOSS 위원회 가동할 준비하라고.”
파운드화가 쓰레기로 전락했다.
이제 유로화를 최초로 도입할 국가를 낙점할 타이밍이었다.
꿀꺽.
제임스는 침을 삼켰다.
“예!”
“우린 그전에 할일이 좀 있다.”
***
워싱턴 D.C.
주미영국대사관.
“모건장관. 제발 살려주시오.”
영국대사는 이제 모건앞에서 놓을 그 어떠한 자존심도 남아있지 않았다. 모건장관이 그동안 영국을 후려친 대가는 항상 참혹했고, 대영제국은 무릎을 꿇어야했다.
이제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매번 두려움에 휩싸여야했다.
‘대체 이번엔 무슨 일을 벌이려고 대사관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영국대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별거 아닙니다.”
“아….하하 그렇군요. 별거 아니군요.”
젠장.
‘거짓말 하지마!’
영국대사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항상 모건장관이 저말을 할때마다 큼지막한 폭탄들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영국대사는 각오를 결심했지만서도, 낭패어린 표정으로 모건장관을 바라보았다.
“아니요. 이번엔 영국에게 도움이 될만한 건으로 찾아왔습니다. 파운드화도 해결하고, 유럽대륙의 질서도 확립하고. 전쟁 후 경제도 해결할 좋은 열쇠를 가지고 말입니다.”
역시나.
영국대사는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던 자신을 질책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모건장관은 그런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을 원하는건가.
“말씀하시죠.”
“예, 파운드화가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어지간한 통화정책으로 회복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까지 유동성위기로 출렁이는 상황에선 더더욱 말입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대영제국의 식민지들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 빼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건장관은 콜라병을 꺼내 콜라를 따랐다.
탄산으로 식도를 태우고 단맛으로 위장을 절이는 저딴 음료가 뭐가 맛있는지 모르겠지만, 모건장관은 항상 소지하고 다녔다.
전혀 신사적이지도 않았고, 툭까놓고 말해서 애입맛 아닌가.
하지만 그런 감상따위 속으로 눌러담았다.
그딴 생각따위 떠오르지도 않을정도로 충격적인 모건장관의 발언이 뒤따랐으니까.
치익-
“파운드화 포기하시죠.”
“…..예?”
“파운드화는 현재 변동환율인데다 초인플레이션을 앞두고 있습니다. 화폐개혁을 단행하려면 지금뿐입니다. 이대로 초인플레이션의 영역에 접어들면 아무도 해결못할겁니다.”
“…..잠깐. 잠깐만요.”
영국대사는 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말씀이 지나치신 것같습니다. 이이상은 타국에 대한 내정간섭입니다. 불쾌하군요.”
“뭐, 그리 불쾌한 얘기는 아닐겁니다.”
치익-
탄산소리가 거슬렸다.
하지만 묘하게 탄산소리가 들릴때마다 모건장관에게 집중하게 된다.
“일단 파운드화 대신 BOSS채권을 도입하는 방법이 대영제국 경제의 유일한 생문입니다.”
“…..장관님. 선넘지 마시죠. BOSS채권의 상임이사들은 대부분 미국기관이지 않습니까!!!”
쾅-!
영국대사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무리 모건장관이 날고뛰어도 감히 타국의 화폐를 가지고 내정간섭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건 외교적 결례도 아니고 참사였다.
외교사에 있을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
물론 제국주의시대를 풍미한 영국대사가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절대적인 은보유량으로 성립된 은본위제입니다. 규모는 청제국의 경제규모에 필적하죠. 신용까지 창출해 통화승수를 일으키면 청제국의 몇배는 더 거대한 경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화폐입니다.”
“……”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화폐는 달러 이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록 미국금융권이 상임이사를 차지하고 있디만, 유일한 비미국권 은행이 영란은행 아닙니까.”
“……”
“BOSS의 은보유량이 전세계 은총량의 90%를 넘어갑니다. 절대적인 가치방어가 가능한 화폐죠. 파운드화를 대체할 유일무이한 화폐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재정정책에 사사건건 개입할 여지가 주어지지 않습니까.”
모건장관은 한숨을 푹쉬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영국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
영국대사는 말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세계대전으로 망가진 화폐가 파운드화뿐만이 아니란 소리입니다.”
“…….!!!”
“유럽대륙은 전쟁 후에 엄청난 경제적 피폐함속에서 한세기는 앓아야할 것입니다. 젊은층이 다 갈려나간 독일과 프랑스는 더할말도 없지요.”
“…….오헝제국과 이탈리아, 발칸반도는 말할것도 없겠군요.”
“예, 이대로 러시아제국의 소모량이 늘어날 것이고, 애초애 러시아제국은 경제적으로 공황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입니다. 루블화의 가치는 그닥이죠.”
톡토독.
모건장관은 손톱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아시아태평양 신흥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추락하는 유럽대륙의 경제력이 추월당하는건 시간문제일겁니다. 조금 먼 얘기지만 말이죠.”
“무슨 말씀을 하고싶으신 겁니까.”
꿀꺽.
영국대사는 침을 삼켰다.
“유럽대륙은 전쟁후에 폐허에서 지내게될 것이고, 빠른 부흥과 열강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면 유럽은 하나의 연합으로 합쳐져야할 것입니다.”
“이렇게 전쟁으로 분열된 유럽을 하나의 연합으로…..?”
“예, 연합. 당장은 분열되었지만, 미국과 아시아시장이 성장할수록 다급해질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치익-
모건장관은 단숨에 콜라잔을 비웠다.
“일단 저는 유럽연합의 공통화폐로 유로화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좀 이른얘기지만, 전쟁이 끝난다면 급속도로 진행될 주제지요.”
유로화.
슬슬 영국대사는 감이 잡혔다.
대체 왜 모건장관이 파운드화부터 담궈버렸고, 영국을 제일먼저 유로화로 끌여들였는지.
“…..혹시 장관께서 유로화를 저희 영국에 먼저 제안해주시는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예, 일단 저희 미국은 BOSS채권을 유로화로 강력하게 추천할 예정입니다. 유럽대륙에서 IMF에게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들은 이미 경제권이 반쯤 예속된 상황이고, IMF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IMF에 거스르는순간 국제통화기금의 철퇴는 미국이란 거인에 의해 휘둘러질테니까.
그대로 초전박살이 날 것이었다.
“아마 유럽대륙 전체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탁.
콜라잔을 내려놓았다.
“이게 뜯어보니까, BOSS에는 상임이사가 영국은행과 미국은행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움찔.
영국대사는 모건장관의 말에 몸을 잘게 떨었다.
“그러니, 영국에게도 나쁜 얘기는 아닐겁니다.”
“…..후.”
영국대사는 손을 움켜쥐었다.
두손이 식은땀에 미끌거렸지만,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한마디로, 영국이 유일한 유럽권 상임이사니, 유럽대륙의 질서를 영국이 주도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씨익.
모건장관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래야 영국도 유로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마음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유럽의 2인자.
모건장관의 말은 잔인하면서도 달콤했다.
영국에게 유럽대륙의 2인자 자리를 내줄테니, 파운드화를 포기하고 미국에 복속하라고.
당근과 채찍.
그래, 알고는 있었다.
이게 미국이 영국의 마음을 회유하려는 당근과 채찍전략임을 잘 알고 있었다.
영국대사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모건장관이 제시한 당근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시련.
모건장관의 제안에, 영국대사의 동공은 지진이리도 난듯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뭐….”
어쩌지?
이걸 받아들여야하나?
모건장관은 그럴 생각할 틈조차도 주지 않았다.
“만약 영국측이 거절하면, 저는 이 제안을 들고 그대로 옆집 프랑스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잠깐.”
텁.
영국대사는 슬쩍 떠나가려는 모건장관의 손을 단호하게 붙들었다.
손에는 힘줄이 틜정도로 힘을 주었다.
그래, 모건장관도 무섭고, 미국도 무서웠지만….
“잠깐…잠깐만 기다려주십시요.”
“파운드화 포기안하시는것 아니셨습니까? 파운드화못지않게 프랑도 위태로운 상황이라 프랑스에게도 제안하러갈 생각이었습니다만…..”
“제가!”
안돼. 붙잡아야한다.
영국대사는 급한마음에 고성을 내질렀다.
“제가…….파운드화 포기하도록 본국총리실을 설득해보겠습니다. 제발 저희에게 기회를 주십시요.”
프랑스?
이건 선 넘었지.
영국대사에겐 영국인으로서 지켜야할 선은 있었다. 미국이 작정하고 프랑스에게 칼을 쥐어주면, 칼을 쥔 프랑스가 영국을 어떻게 대할지는 열살짜리 어린아이도 알 수 있었다.
‘프랑스만큼은 절대 안된다.’
안돼.
안된다.
수천년간의 철전지원수에게 절대로 칼을 넘겨줄 순 없었다
***
“정말 영국에게 칼을 쥐어주실 생각입니까?”
영국대사관을 벗어난 워싱턴 D.C.
내 옃에앉은 제임스가 내게 물어봤다. 나는 천천히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BOSS의 상임이사는 은보유량으로 결정되지.”
“예, 그렇죠.”
“우리가 라이히스방크를 어떻게 상임이사에서 박탈시켰더라?”
“라이히스방크요?”
제임스는 눈을 깜빡였다.
“그야….다른 미국은행에게 은을 몰아줘서 말석이던 라이히스방크를 밀어내……아.”
제임스는 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좀 BOSS의 돌아가는 메커니즘에 눈이 떠진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제임스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영국이….좀 많이 잘해야겠지?”
2인자?
글쎄, 마름정도라면 적당한 것 같다.
게다가 나는 아직 BOSS 통화로 파운드화를 대체해준다고 밖에 안했다.
영국은 그저 유럽대륙이란 찻잔을 휘저을 스푼일 뿐이었다.
“위로는 미국이 손으로 찍어눌러. 아래에선 프랑스와 독일이 칼로 찌를테고, 상임이사직은 불완전하지. 이게 과연 영국에게 좋은 선택지일까?”
아닐걸.
찻잔을 젓는건 언제나 미국이고, 스푼이 닳으면 교체할 뿐이었다. 미국정치는 언제나 자국국익 중심으로 돌아간다.
영국은 제 역할을 못하면 다시 철퇴를 맞을 텐데, 글쎄. 오히려 지옥불 속에서 칼날위를 걷는 느낌이지 않을까.
“뭐, 알아서 처신 잘하겠지.”
못하면 죽을테니까.
잊어선 안된다.
영국은 현재 IMF를 받는 국가였고, 아직 영국엔 이해관계를 함께할 영국결제은행이 없었다.
영국을 죽이려면 언제든 죽일 수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