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57)
“왜 찰스턴입니까?”
회의가 재개되자, 참석한 인원들의 시선이 해군부로 집중되었다.
찰스턴 침공계획.
허리케인 시기를 노린 스페인의 카마라함대가 미국 남서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무역항을 기습한다는 첩보를 접수한 이상. 이걸 최대한 이용해야했다.
하지만 회의실의 참석자들은 왜 굳이 스페인함대가 허리케인의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찰스턴을 기습하려는지 몰랐다.
내가 대답하려는 찰라, 새로 부임한 찰스 허버트 앨런 해군차관보가 양해의 눈빛을 보내더니, 슬쩍 끼어들었다.
“그건 해군부인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앨런은 해군부에서 들고온 서류들을 펼쳐들었다. 서류엔 수많은 숫자들과 지도경로들이 어지럽게 그려져있었다.
“저희 해군부는 태평양전역과 카리브해 전역을 다 커버할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디트로이트 자문의 도움을 받아 보급물자들을 보급받게 되었고, 무장상선들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찰스턴을 쳐야할 이유와 무슨 관련이 있죠?”
“그럴 수밖에요. 카리브해 전역에 보급되는 보급물자들은 펜실베니아철도를 통해 찰스턴 항구로 보급되고 있으니까요.”
“…!!!”
“참고로 무장상선들의 대부분이 현재 찰스턴항에 정박중입니다. 왜 스페인이 굳이 찰스턴항을 치려는지 아시겠습니까?”
사실 이유는 저것만이 아니다.
동부해안의 미해군 주요해군기지는 햄프턴로드와 뉴욕해군조선소, 포츠머스해군조선소 등이 있는데 전부 동북부에 위치한다.
즉, 작전수행을 위해 카리브해까지 항해할 때, 항속거리에 비해 물리적거리가 너무 먼 것이다.
중간에 연료나 탄약을 보급해줄 중간기지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이번에 스페인함대가 타격하기로 한 찰스턴 항이다.
앨런 해군차관보는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그들은 무조건 허리케인 시즌인 8월, 미해군의 방어선이 약해진 틈을 타 기습을 해올 겁니다.”
앨런의 말에 회의실의 분위기는 단번에 험악해졌다. 한마디로 찰스턴항이 포격을 당하면 당장 멕시코만이나 카리브해에서의 해상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는 의미 아닌가.
과연 스페인이 노리는 이유가 있었다.
“음…..”
비서실장은 의문을 던졌다.
“스페인함대가 찰스턴 항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알겠고, 찰스턴항을 공격당하면 미국의 주전여론이 끓어오른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확실한 이득은 없습니까? 듣자하니 주전여론을 위해 찰스턴항을 희생시키면 잃을게 더 많아보입니다만. 혹시 제안해주신 디트로이트 자문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당한 의견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번 건은 전쟁 그 자체에 거대한 이권이 걸려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첫번째, 찰스턴항을 침공당해 주전여론을 끌어올수도 있지만, 미군은 해군력을 키울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해군력을 키울 기회?”
“스페인이 먼저 침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미국이 전함을 찍어내도 유럽열강이 끼어들 마땅한 명분이 없어진단 의미입니다.”
미국이 선전포고를 했거나 선제공격을 했다면 해군력을 키우는 것은 고사하고 유럽열강들에 의해 견제를 받을 테지만, 찰스턴항을 통해 본토를 공격받는다면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
한 마디로 전쟁을 위해 전함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뽑아내도 유럽 열강들이 딱히 끼어들 명분이 없어진다는 소리다.
“하지만 자문님.”
비서실장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미국은 고립주의의 울타리 속에 있어야합니다.”
유럽의 그 어떠한 국가와도 동맹을 맺지 않으며 관심을 갖지 않겠다, 대신 유럽도 미국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미국의 고립주의.
먼로 독트린.
속내는 단순하다.
유럽 정치에 끼어들지 않고 우린 조용히 물건만 팔아서 돈만 쪽쪽 빨아먹겠다는 지극히 자본주의스러운 사고.
미국이 전쟁을 싫어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서부개척이랑 도금시대로 꿀을 쭉쭉 빨아먹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떠보기는.’
그까짓 껍질 언제든지 이익을 위해 벗어던질 수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현 미국 대통령도 해군력 증강에 아주 지대한 관심이 있는 인사인데다, 미국은 19세기 후반, 프리 드레드노트 급 전함 USS 아이오와를 뽑아내는 등 전함건조에도 열성적이었다.
나는 가죽가방에서 보고서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건 해군제독이자 아나폴리스의 지정학자인 알프레드 마한이 1890년 집필한 해양전략서적 ”해군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그 서적, 테디에게 들어본 기억이 있군.”
내 옆에 앉은 롯지의원이 맞장구를 쳤다.
‘테디라면…..’
회의실의 시선이 단숨에 롯지의원에게로 집중되었다.
“아, 테디와는 조금 친분이 있지. 내가 그를 해군차관보로 추천했으니까. 디트로이트 자문에 대한 것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해군차관보에게 들었네.”
“아, 그래서.”
즉, 나를 향한 롯지의원의 호감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심어준 인상이라는 거다.
이거, 루스벨트에게 호감스텍을 많이 쌓은 것 같아 기쁜데.
나는 코를 훔쳤다.
“아무튼, 이 해양전략서적은 미국이 해양패권을 손에 넣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권들을 풀어놓은 책으로 해군부에도 제출되었고, 지금 해군부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백악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걸로 기억합니다.”
19세기 미해군의 아버지.
알프레드 머한은 해군력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해군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도서로 집대성했다. 이 전략서적은 미국, 영국, 독일 등의 해군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유럽의 건함경쟁을 격발시켰다.
그의 전략서는 21세기 미군의 해군교리에도 짙게 남아있을 정도로 세계해군사에 큰 획을 그었다.
“역시 자세히 아시는군요.”
아.
비서실장의 말로 감이 왔다.
지금 그는 회의실에서 나를 무시하는 의원들을 겨냥해 내 신뢰도를 높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즉, 이번 찰스턴 침공을 명분으로 미해군은 태평양전역에서 얻은 군도들에 연료와 보급을 위한 경유지로 해군기지를 설치하고, 해군조선소를 풀가동해 전함들을 찍어낼 필요성이 있습니다.”
내 철강으로 해군기지와 전함을, 내 철도로 석탄과 보급을……
크흠.
말을 포장했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 미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의 패권을 위해 말입니다.”
“….!!!”
내말이 끝나자, 회의실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나왔다.
미국의 패권주의.
이번 전쟁을 토대로 미국은 해군력을 끌어올릴 것이며, 열강의 반열에 우뚝 올라설 수 있게 된다.
그 환상이 눈앞에 아른거리자, 공화당의 중진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 과연, 찰스턴 침공을 통해 미해군력의 강화를 꾀한다라. 명분으로선 훌륭하군.
– 이미 미해군은 전세계 5위급의 강대국입니다. 이번 기회에 해군력을 증강시키면 3위, 아니 1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미국의 패권이라…..좋은 울림이군.
그들의 눈빛에 제국주의의 물이 차오른다.
“두번째, 찰스턴항이 침공당하면 공화당에 이점이 있습니다.”
“공화당에 말인가.”
롯지의원이 흥미롭다는 듯,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점일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말씀드렸다시피 남북전쟁이전엔 노예무역항으로 쓰이던 대형무역항입니다. 즉,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뜻이죠.”
“….!!!”
“민주당의 딕시놈들, 엉덩이를 푹 함포로 찔리면 정신이 번쩍 들지 않겠습니까?”
“크하하하하하하!!!”
롯지 의원이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는 너무 웃었는지 그의 눈가엔 눈물마저 글썽이기 시작했다.
“훌륭하군!!! 아주 훌륭해!!! 이거, 찰스턴에서 찔리면 딕시놈들도 입에 거품을 물고 전쟁을 부르짖겠구만. 어쩌면 우리보다 더 분노할지도 모르겠어. 크하하하하!!!”
롯지의원이 폭소를 터뜨리자 회의실 내부로 웃음이 번졌다. 공화당의 중진들은 입가에 함박웃음을 짓고는 내 의견에 동조했다.
아예 대통령의 전권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한 포터 비서실장의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손가락 세 개를 들었다.
“마지막입니다만. 카마라함대가 찰스턴항에 온다고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작전지시서까지 얻게된 이상, 이번 기회에 스페인의 주력함대인 카마라함대를 지울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존 롱 해군장관과 앨런 해군차관보를 바라보자, 그들은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함 대수나 해군력은 미해군이 우월합니다. 게다가 본인들 스스로가 찰스턴의 만으로 들어와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포위망을 구축해 섬멸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죠.”
앨런 해군차관보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회의실을 한 바퀴 쭉 둘러보았다.
“이로서 미군은 육상과 해전 모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됩니다.”
“……”
조용하다.
어느새 회의실의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었고, 공화당 중진들은 눈에 불을 켠 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떻습니까. 찰스턴 침공. 한번 받아볼 만 하지 않습니까?”
툭- 툭-
포터 비서실장은 심각하게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만약 찰스턴침공을 받고 주전여론이 끓어오른다면, 그 이후엔 징병법을 통과시켜야겠군요. 적어도 30만 명 이상의 규모를 말입니다.”
부분동원령.
포터 비서실장의 말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다시 뜨겁게 끓어올랐다.
하지만 부분동원령은 인적자원만을 의미하는 워딩이 아니다. 그러니 이를 한번 더 바꿔말하면 이렇게 된다.
군수산업의 꽃. 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미국의 군수산업을 돌릴 경제법도 입안해야합니다.”
전쟁판이 커졌고.
이젠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집어삼킬 미국의 쇼미더머니 시간이었다.
***
“이야,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앨런 해군차관보가 내게로 다가왔다.
결국 회의는 찰스턴침공에 대해 만장일치의 찬성표를 얻으며 폐회했다. 나는 공화당 중진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데뷔를 마쳤다.
사실, 사업가인 내게 있어선 폐회한 지금이 본방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자문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제게 말입니까?”
“예.”
앨런 해군차관보는 어깨에 끼고 있던 서류를 꺼내 넘겨주었다.
나는 엄지에 살짝 침을 바르고 서류들을 빠르게 훑어넘겼다.
“뉴포트 뉴스 조선소군요.”
“예, 민간에서 운영하던 군함조선소이기도 합니다.”
“운영하던?”
과거형.
지금은 아니라는 의미다.
“예, 불행하게도 현재는 해군부에서 관선이사를 파견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간의 조선소에 관선이사라. 뉴포트 뉴스 조선소가 파산했군요?”
“정확하게는 소유주가 파산했습니다.”
“듣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돈 냄새가 난다.
나는 서류철을 넘기면서 앨런 해군차관보의 말을 귀에 담았다.
“검은 수요일에 대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알다마다.
그걸 내가 계획했으니까.
“그때 뉴포트 뉴스 조선소를 운영하던 소유주가 철도회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철도회사가 검은 수요일로 파산했다고 합니다.”
“체셔피크-오하이오 철도군요.”
서류철에 파산한 철도 이름이 떠올랐다.
체셔피크-오하이오라면 저번 검은수요일에 파산했고, 동시에 록펠러가문이 가져간 펜실베니아철도에 통폐합된 철도 중 하나인데.
뉴포트 뉴스 조선소까지 그 분식회계에 말려들었구나.
타이밍 한 번 기가막히네.
‘그러니까. 지금 해군 군함을 찍어낼 수 있는 조선소의 매물이 나왔다 이거지?’
씨익-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뉴포트 뉴스 조선소는 훗날 미국 최대조선소 중 하나로 부상하는 거대한 조선시설이다.
드레드노트급의 건함경쟁의 시대에서 6척이나 뽑아내 백색함대에 합류시킨 근본있는 군함조선소.
이외에도 구축함, 순양함, 어뢰정 등 무수한 군함들을 뽑아낸 전적이 있는 조선소였다.
그리고 제 1차 세계대전이 터진다?
말 다했지.
앞으로의 해군과 지속적인 협력에 앞서 그 토대를 다질 훌륭한 인프라 시설이었다.
“그런데 해군에서 왜 이 매물을 인수하지 않는 겁니까? 관선이사만 파견하지 않고 차라리 국영으로 돌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는데.”
“뉴포트 뉴스 조선소의 빚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저도 재무이사 출신이라 회계는 좀 봅니다만. 자본금은 진작 자본잠식 당했고, 해군부엔 이걸 해소시킬만한 예산이 없습니다.”
“자본잠식이면 자본금을 갉아먹기 시작하는 단계의 부분자본잠식입니까. 아니면 자본금이 텅 비어서 마이너스 손실만 쌓이는 완전자본잠식입니까?”
“완전자본잠식입니다.”
“그래도 조선업이면 해군의 군함물량만 밀어줘도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내 의문에 앨런 해군차관보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뉴포트 뉴스 조선소에서 수주했던 선박 건조계약들이 줄줄이 파토나면서 위약금까지 물려있습니다. 이걸 당장 살리려면 긴 법정공방을 위한 시간과 담당할 전문 재무이사, 법무팀이 필요한데 해군의 관선이사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문제가 이것만 있는것도 아니고요.”
“한계가 있군요.”
앨런 차관보가 나에게 다가온 이유를 찾았다.
혹을 떼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정보를 슬쩍 흘린 거겠지.
모건. 헤지펀드. 철도트러스트. 그리고 해군부와 깊은 연줄을 맺은 인물.
저쪽에서도 나에게서 나는 숨길 수 없는 돈냄새를 맡은 것이다.
씨익.
그러나 저건 혹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가지고 있으면 계속 불어나는 금광이었지.
‘이거…..기관총 좀 팔아보려고 왔더니 조선소까지 딸려오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