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58)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채총액이 어떻게 되는 거죠? 해군부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면 꽤 규모가 있다는 소린데요.”
“뭐, 자잘한 것들을 다 쳐내고 굵직한 것들만 뽑아보자면 대략 1억 달러입니다.”
“…!!!”
조선소의 수주는 한 건 한 건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금액이 날아왔다.
1억 달러.
현대 한화로 치면 3조원.
현 19세기말 미국의 경제규모로 따져서 계산해본다면, 대략 50조원 규모에 육박하긴 하지만 이건 정확한 수치가 될 수 없으니 패스.
여러 가지를 제하고 생각해봐도 대략 10조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건 해군부라도 힘들겠네.
“위약금은 그 중 얼마정도를 차지합니까?”
“위약금과 원래 가지고 있던 부채비율은 비슷합니다. 그러니 해군부로서는 위약금을 제하기 위해 긴 시간 법정공방에 매달릴 여유도 없고, 그럴 예산도 부족합니다.”
앨런 해군차관보는 어깨를 으쓱였다.
“차라리 그 돈과 노력으로 새로운 조선소를 짓는 게 더 경제적이거든요.”
“그건 또 그렇군요.”
이건 해군이니까 쉽게 말하는 거다.
조선소를 짓는건 엄청난 노력과 인력과 시간, 그리고 전문지식과 노하우 등 갈아넣어야할 자원들이 많고 복잡적인 산업이다.
해군이야 그럴 인적, 물적자원들이 넘쳐흐른다지만, 민간이 조선소를 설립하려면 절대 만만치 않다.
‘그러니 서로 좋은 거래지.’
해군으로선 골치아픈 매물을 처리할 수 있어서 좋고, 나는 귀찮은 과정없이 다 구비된 건실한 조선소를 꿀꺽할 수 있고.
물론, 해군 입장에선 내가 조선소에 목이 말라한다는 사실은 모르겠지만.
아니, 내가 1억이나 되는 막대한 빚을 안게 되는거니 더 신경써주지 않을까?
‘오히려 좋아.’
정보가 이래서 중요한 것이다. 모르면 모를수록 더 많은 이권을 ‘양보’할 수밖에 없다.
입 꼬리가 씰룩이고 싶어 비명을 지르지만, 나는 팍 미간을 찌푸렸다.
“1억 달러는 규모가 크군요.”
“역시 그렇지요……”
“하지만 몇몇 조건만 들어주신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앨런 해군차관보는 눈을 반짝였다.
하긴 1억 달러짜리 종양이 달려있으면 누구나 빨리 처리하고 싶어지지. 오히려 해군부 입장에선 이권 몇 개 던져주고 해치워버리는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좋아. 아주 좋아.
“첫 번째, 앞으로 10년간 해군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모든 군함의 철강납품계약에서 저희 페더럴철강에게 우선협상권을 주십시오.”
“우선협상권을 말입니까?”
“뭐, 계약을 독점하겠다는게 아니라 저희에게 유리한 계약들만 집어가겠단 의미입니다.”
“아아. 그런 거라면 괜찮겠군요.”
뻥이다.
1900년대 US스틸이 본격적으로 철강트러스트로 통폐합해 출범한다면, 카네기철강과 페더럴철강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철강업체가 한 몸이 된다. 그렇게 되면 해군조선소의 물량따위 씹어먹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이 양반도 해군차관보를 그만두겠지.
“마지막으로, 정상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해군의 군함 수주물량을 최대한 뉴포트 뉴스 조선소로 몰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건 당연합니다.”
하긴 원래부터 해군에서 물량을 몰아주려던 조선소였으니 이제와서 거부하는 것도 모양새가 웃기긴 했다.
‘정상화’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또 다르겠지만 말이다.
후……
앨런 해군차관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치 수술로 지긋지긋한 악성종양을 떼어낸 환자마냥 시원해진 얼굴이었다.
얼굴이 한 3년은 젊어진 것 같았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해군부에서 대형로펌에 의뢰했다간 세금을 그런데 쓴다고 여론이 들끓게 될 테니까요. 저희로선 해군부와 깊은 연줄이 있는 디트로이트 자문님께서 이 조선소를 맡아주시는게 더 좋습니다.”
하긴 정부부처에서 국민혈세로 대형로펌을 선임했다간 의회에 말 그대로 두들겨맞을 수 있다. 내가 워낙 해군에 깊이 개입해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신뢰할 수 있는 상대라 이건가.
‘좋네.’
“이런 쪽으로 빠삭한 민간의 기업에서 인수하거나 파산시키는 방법밖엔 없군요.”
“그 말씀대로입니다.”
확실히.
그런 면에 있어선 우리 헤지펀드가 유리하다. 뭐 헤지펀드 자체는 대형로펌을 선임한 경험이 거의없긴 한데, JP모건은행이라면 또 다르지. 페더럴철강의 법무팀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엔 그 사람이 살아있었지?’
현대적 미국 로펌의 크레바스 체계를 설립한 법조계의 거인.
폴 드레넌 크레바스(Cravath).
21세기 미국에서도 크레바스는 업계 최고의 대형로펌이었고, 지금은 19세기엔 두말하면 잔소리다.
‘뭐. 그가 크레바스의 전신이 되는 블라치포드 로펌에 합류하는 건 내년 1899년이지만.’
상관없다.
블라치포드 자체도 클라이언트로 JP모건은행, 웰스파고, 웨스팅하우스, 유니온퍼시픽철도 등 굵직굵직한 거물들을 끼고 있었으니까.
참고로 블라치포드의 동업자이자, 파트너 중 한 명인 윌리엄 H. 수어드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당시 국무장관이었다.
그러니 로펌이 거대해질 수밖에.
“맡길만한 대형로펌을 알고 있습니다.”
블라치포드가 웰스파고, JP모건은행, 유니온퍼시픽철도를 클라이언트로 끼고 있는 이상, 백중백 내 의뢰를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철도트러스트를 설계했고, 모건가의 아들에, 웰스파고 회장에겐 빚까지 지워놓았으니.
씨익.
“블라치포드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정확히게는.
‘블라치포드, 수어드 앤 그리스월드.’
내가 언급한 거물의 이름에 앨런 해군차관보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
“이쪽입니다.”
철컥-
앨런 해군차관보과 가계약서를 작성한 뒤, 나는 베이론을 따라 백악관에 있는 한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엔 라이만 게이지 재무부장관과 제임스가 앉아있었다.
제임스와 심각하게 대화를 하고있던 게이지장관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오셨군요. 여기 제임스 비서실장과 논의한 전쟁채권의 초안입니다. 굉장히 러프하니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만 게이지는 내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전쟁채권에 대한 기본적인 골자는 JP모건은행과 더불어 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들에 맡길 생각입니다만. 그리고 발행주관사로 디트로이트 이사님의 투자은행을 선정하고 싶습니다.”
발행주관사로 내 투자은행을.
다른 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들은 주관사인 내 투자은행을 통해 전쟁채권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는 구조.
‘막대한 수수료 사업.’
앉아서 발행만 해도 최소 몇 천만 달러가 들어온다. 나도 헤지펀드 명의로 전쟁채권을 사도 되고.
Bank of Detroit.
연방준비제도(FED)의 전신이 되는 연방통화위원회의 회원사로 가입할 때, 시중의 투자은행을 인수합병해 사용한 투자은행.
‘드디어 월가의 투자은행 다워졌네.’
자금 빛을 발할 때가 왔다.
나는 회의실의 의자를 끌어 엉덩이를 붙였다. 재무부 고위급들이 모인 회의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그럼 자세히 논의해보도록 할까요?”
***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
왕좌의 방.
“섭정 합하. 바클레이스 은행에서 저희가 요청한 추가대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아마 이번 쿠바의 대승 덕분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합스부르크-로렌의 혈통.
마리아 크리스티나 섭정은 왕좌의 방으로 들어온 해외부장관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서늘한 눈빛은 한차례 장관을 훑었다.
“우리 제국군의 포위망이 멈춘 이유가 기관총의 결함 때문이라 들었습니다만 그것이 사실입니까?”
“DWM 베를린 본사로 항의서한을 보냈지만, 원래 기관총은 정밀한 기계제품이라 산티아고 데 쿠바처럼 열대기후에서 우기에 사용한다면 말썽을 일으키는게 보통이라고 합니다.”
쿠바에서의 대승은 스페인제국에 훈풍을 불어왔지만, 마지막 미군의 관타나모 철수작전에서 기관총이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그들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30만 명을 무장시킨 수천문의 기관총의 대부분을 수리에 맡길 수밖에 없었고, 자동적으로 스페인의 공세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독일 본사에 직접 추가물량을 의뢰했다.
“DWM의 로에베 이사에게선 아직 답신이 오지 않았습니까?”
“아닙니다, 스페인제국을 위해 새롭게 기관총을 생산한다고 답신은 왔지만, 워낙 기관총 자체가 정밀한 기계제품이다보니 납품이 한 달 정도 늦어질 것 같다고.”
“한 달입니까…..”
어린 군주 알폰소 13세가 왕좌에서 얌전히 앉아있는 동안, 그 뒤에서 마리아 크리스티나 섭정은 침음성을 흘렸다.
“해외부장관은 이번 전쟁,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희 스페인이 쿠바에서의 실효지배를 속전속결로 굳히고 미국에게 필리핀을 넘기는 조건으로 조약을 타결한다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려면 쿠바를 ‘평화롭게’ 만들 기관총이 필수입니다.”
“주님께서 스페인을 승리로 이끌어주시거늘. 항상 그 역도들이 말썽이군요.”
마리아 크리스티나 섭정은 이를 갈았다.
쿠바의 독립세력과 치러온 10년전쟁으로 스페인의 국력을 갉아먹고, 쿠바는 쿠바대로 실효지배에서 벗어나버렸다.
한차례 그 역도들을 치워버리기 위해 강경파인 웨일러 장군을 파견해 공포정치를 펼쳐봤지만 결국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기관총.
스페인 제국에게 승리를 안겨준 그 기관총만 있다면 그 지긋지긋한 쿠바인들을 청소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망가져버렸다.
“반드시 쿠바, 쿠바만큼은 지켜내야합니다. 안그러려면 스페인제국에 미래는 없습니다.”
“예, 이번에 쿠바마저 빼앗긴다면 카탈루냐의 분리주의자들부터 독립하겠다고 들고 일어날 겁니다.”
혁명이다.
현 스페인제국의 의회는 보수당의 카노바스와 자유당의 사가스타라는 두 정치 거두에 의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고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지역은 독립을 내세우며 분리주의를 외치고 있었고, 바스크, 갈리시아 또한 분리주의를 원하고 있었다.
스페인제국의 강력한 중앙집권체제가 불러온 참사였다.
‘현 왕조의 혈통에 불만을 품고 3차례나 내전을 일으킨 정통주의 카를루스파도 문제인데다, 심지어 아나키스트들까지 날뛰고 있는 실정이다.’
스페인왕실의 정통성은 가톨릭에 그 근본이 있다.
그래서 마리아 크리스티나 섭정은 어떻게든 이 어지러운 난국을 해쳐나가기 위해 신심을 공언하고, 교회에 전적인 지원을 쏟아부었으며, 교황청과의 관계도 재정립했다.
그러나 쿠바를 빼앗기면 왕실의 붕괴 뿐 아니라 스페인제국 자체가 해체당할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혁명대신 패전이 더 낫다는 생각으로 선전포고를 했습니다만.”
“섭정 합하. 이젠 스페인제국의 승리까지 몇걸음 남지 않았습니다.”
쿠바만, 어떻게든 쿠바만 지켜낼 수 있다면 스페인제국은 앞으로도 존속할 수 있을 테니까. 그만큼 스페인왕실은 궁지에 몰려있었고, 승전의 희망은 달콤해보였다.
이젠 정말 쿠바밖에 없었다.
“이번 찰스턴항의 기지타격만 제대로 먹힌다면, 당분간 미해군의 발을 동북부에 묶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8월은 허리케인 기간이라 미해군의 방어선은 취약하다고 들었습니다. 충분히 승산은 있는 거겠죠?”
“예. 8월이 이번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그간 고립주의를 표방한 미국이다.
조용히 북미대륙이나 뜯어먹던 양키들은 유럽열강과의 전쟁을 싫어한다 하지 않던가. 그깟 항구하나 부쉈다고 전면전을 해올 일은 없었다. 그들의 반전여론이 당분간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러니 기관총이란 신문물로 속전속결 쿠바를 집어삼켜야했다.
“더불어 정예인 카마라함대가 찰스턴항을 기지타격하는 동안, 나머지 스페인함대는 추가로 육군을 쿠바에 상륙시킬 예정입니다. ”
“아시겠지만, 8월 중순에 도착할 기관총의 물량도 함께 실어서 보내야합니다.”
“예. 섭정 합하. 만약 독일의 DWM 본사에서 기관총 물량이 도착한다면 쿠바인들은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뿌득-
해외부장관의 말에 마리아 크리스티나 섭정의 이가 부서질 듯 갈렸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 빌어먹을 쿠바인들에게 있었고, 그 탓에 미국이 기어코 스페인제국에 최후통첩까지 걸었다.
봐줄 생각은 추후에도 없었다.
그녀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읊어냈다.
“치워버리세요.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독립투쟁을 위해 결집한 서아프리카계 흑인들, 콩키스타도르의 후손들, 크리오요들, 등 하나의 남김없이 전부 스페인제국의 종양이었으니.
실효지배를 위해선 쿠바에서 치워야했다.
“원래부터 우리에게 퇴로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저 전진만이 있을 뿐.
쿠바에서 한 차례의 대승을 거두자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승리의 광명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독실한 가톨릭계의 마리아 크리스티나 섭정은 손에 묵주를 꽈악 움켜쥐었다.
***
DWM 베를린 본사.
대회의실.
이시도르 로에베 이사의 호출을 받은 DWM의 임원들은 독일 지부들에서 베를린본사로 집결했다. 대회의실에 모인 임원들은 미리 회의내용에 대해 귀뜸은 받아 저마다 자료들을 서류철에 준비해와 있었다.
벌컥-
“다들 모였나?”
대회의실에 임원들의 수근거리는 소리가 커질무렵 이시도르 로에베 이사는 비서들을 대동하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로에베 이사는 단도직집적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는 품에서 고급진 인장이 박힌 편지봉투 여러개를 책상위에 꺼내놓았다.
“이미 내용은 전해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마리아 크리스티나 섭정에게서 먼저 우리에게 기관총을 팔지 않겠느냐고 의뢰가 날아왔네. 나는 응하겠다고 답신을 보냈고.”
처음, 로에베 이사는 디트로이트 이사에게 독일명의로 거래하는 걸 승낙한 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페인왕실에서 베를린본사로 제안이 날아오자 당황했다.
하지만 로에베 이사도 사업가였고 거절할 생각은 추후에도 없었다.
“베를린공장은 잘 돌아가나?”
“예, 수월하게 제조되고 있습니다. 카를스루에 공장도 총동원해 돌리기 시작했고요. 벨기에의 FN공장은 지금 협의 중입니다.”
“납품기일은 한 달 뒤 8월 중순일세. 그때까지 충분히 찍어낼 수 있겠나?”
“예, 문제없습니다.”
DWM 독일지부의 임원들은 반짝 눈을 빛냈다. 자신들이 기관총을 개발해놓고도 대규모 물량을 수주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디트로이트 이사가 먼저 기관총의 거래처를 뚫어놓았다지만, 베를린 본사가 직접 거래하는건 또 다른 얘기.
이번 거래만 잘 성사되면 유럽열강들의 군부에도 납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디트로이트 이사가 우리의 명의로 스페인제국과 거래했다는 증빙서류들. 전부 파쇄하게. 이전 거래와 이번 거래 전부 우리의 손으로 이뤄진 거래라고 홍보해야하니 말일세. 알겠나!!!”
“예!!!”
DWM 임원들은 확 펴진 얼굴로 우렁차게 외쳤다. 로에베 이사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의 비서들에게 속삭였다.
“애초에 우리 독일본사의 명의로 거래된 건이니 큰 문제는 없을걸세. 그래도 일단 디트로이트 이사에게도 이번 건에 대해 귀뜸은 해놓게.”
“예, 전달하겠습니다.”
***
뉴욕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본사.
“이건…..”
백악관에서 돌아온 나는 DWM 베를린 본사에서 로에베 이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스페인왕실이 바클레이스 은행으로부터 추가적인 대출을 받았고, DWM에 기관총을 또다시 대량으로 의뢰했다는 내용.
나는 콧잔등을 긁었다.
“뜻밖의 수확이군.”
독일본사의 명의를 써서 안그래도 좀 불안한 구석이 있었지만, 판이 이렇게 흘러가면 더 이상 걱정할 이유는 없어졌다.
“이걸로 내가 몰래 기관총을 납품했다는 사실은 덮어버릴 수 있겠네. 글쎄 독일본사가 직접 납품까지 했으니까.”
설사 누군가 내가 스페인군에게 기관총을 납품했다 의심해도, 독일본사가 직접 납품한 내역이 있는데다 내가 명의를 빌렸다는 증빙자료까지 파쇄했으니 충분히 덮을 수 있었다.
이걸로 내게 남아있던 약점이 사라졌다.
“바클레이스 은행놈들도 신나서 대출해줬겠는데. 스페인제국이 알아서 무덤을 파고 관짝까지 짜맞춰서 장례식장까지 마련해왔으니.”
나는 다시 편지로 시선을 내렸다.
설마 스페인제국이 이렇게까지 전쟁에 목을 멜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나저나 도대체 기관총은 또 왜 이렇게 많이 산거지? 진짜 나라를 팔아먹어서라도 전쟁을 하려는건가?”
농담으로 안들린다.
스페인제국을 4번이나 파산시킨 펠리페 2세의 전적이 있었으니. 미군에 대항해서 만전의 준비라도 마치려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관심을 접었다. 이미 내 손을 떠난지 한참이었으니.
“제임스, 이 건은 이제 우리 소관이 아니네. 로에베 이사에게도 답신을 보내지마. 설마 축복을 바라진 않겠지.”
“예, 도련님.”
“그보다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의 임원들을 전부 소집해주게. 전쟁채권 발행에 대한 건일세.”
이 소식을 전해들은 투자은행의 임원들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했다. 채권발행은 투자은행(IB)의 꽃이었으니.
월가의 대형은행들과도 협상해야한다.
막대한 이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