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진무는 놀란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처, 청무 사조님을 아십니까?”
“응? 자네도 아는가?”
“…….”
“허, 희한한 일이구만. 무당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라 들었는데…… 하긴 무당지검이니 숨겨진 역사에 대해서 알 수도 있겠구만.”
심장이 다 벌떡거리며 숨이 가빠 왔다.
만약 그가 안다면?
조각을 찾는 단서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조님. 자세히 말씀을…….”
진무가 흥분된 표정으로 채근하듯이 말하는 것에 의아함을 품으면서도, 풍환이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보자, 당시 나의 선대께서도 그 전대의 장문인을 통해 들었다 하셨다네. 청무 그분께서 무당이 배출한 최강의 고수셨다고 말이야.”
진무는 숨죽여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참 아까운 분이라 했지. 어찌 돌아가셨는지 듣지는 못했지만, 그때 무당을 대표했던 양의심공의 후반부인가가 넷으로 나누어졌고, 우리 곤륜에도 그 일부의 구결이 전해졌지.”
긴장감에 절로 침이 넘어간다.
알고 있다. 풍환은 확실히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뭐냐? 뭘 알고 있는 것이냐?
“그러고 보니 그 구결이 뭐였…….”
“……!”
뭐? 구결을 알아?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단서나 찾고자 했더니 넝쿨 달린 호박이었단 말인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군. 어찌 되었건, 그분이 살아 계셨다면 무당이 그리 쉽게 사패천주에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이, 이봐. 요점만 말해.
쓸데없는 첨언은 듣고 싶지 않다고.
마음 같아서는 멱살이라도 잡고 기억을 뒤져 토해 내라 하고 싶은 진무였다. 움켜쥔 주먹에 땀이 축축하게 배어 나왔다.
“망할 혁련무강 놈. 그놈이 죽지 않았다면 내 일장에 쳐 죽였을 것인데.”
남아 있던 응어리 때문이었을까?
풍환의 눈동자에 은은한 노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십칠 년 전…….”
이런 젠장할, 왜 자꾸 이야기가 비껴가는 거냐?
그래, 술이 필요하다. 자고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진실을 찾아낼 때 이만한 것이 없다.
진무는 급히 옆에 있던 술병을 잡아 풍환의 잔을 채우려 했다.
그런데.
“무당을 도와야 해.”
어?
갑자기 풍환의 몸에서 묘한 기세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이봐, 왜 또 그래?
지금 당신이 그럴 때가 아니야. 엄청 중요한 순간이라니까?
그리고 풍환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진무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익숙하다. 저 눈빛.
그리고 다음에 이어질 말은 분명.
“네놈이 어떻게…….”
아, 씨발.
하필이면 이런 순간에.
“혁련무강, 네놈이 무당을 무너뜨리고 이 곤륜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게로구나!”
풍환의 전신에서 살기 어린 기운이 쏟아져 진무를 강타했다.
제기랄!
한 열흘 조용하더니 왜 또 지랄인가.
“사부님!”
그의 변화를 눈치챈 운암이 고기를 먹다 말고 급히 진무의 앞을 막아섰다.
“피하시오! 진무!”
다급함에 운암의 말이 또 짧아지고.
“이놈! 어찌 막는 게냐! 비켜라! 무당을 공격하고 이제는 곤륜까지 노리고 온 놈이다!”
지극히 예상했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죽어라. 이놈!”
다 망했다.
이놈의 병증 도진 노인네 때문에.
또다시 천룡각의 제자 중 하나가 곤륜의 운궁으로 뛰어가고, 진무는 대해처럼 쏟아지는 운룡대팔식의 장력에 맞서기 위해 면장을 펼쳤다.
쾅! 콰쾅!
* * *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한설곡의 사건 이후 진무는 더 이상 현천관을 찾지 않았다.
아니, 찾을 필요가 없었다.
곤륜에 남아 있는 후반부의 구결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까.
진룡 풍환.
그다. 그가 알고 있다.
진무는 내상을 다스리며 천룡각 투선장에서 수련 중인 곤륜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진무를 따라다니던 운암이 모처럼 천룡각의 제자들의 수련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보게.”
“…….”
자신이 이성을 잃었을 때 저지른 행동에 미안함을 느낀 풍환이 다가왔다.
“미안하네.”
똑같은 사과.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또 한 번 죽을 위기를 넘겼지만 상관없다. 이젠 그가 목표니까.
그가 후반부의 구결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뇌를 두들겨 펴서라도 그의 입을 통해 구결을 얻어 내야만 했다.
그 전에 무당의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을 놓아 버리는 그를 넘어야만 했다.
언제까지 곤륜 장문인과 장로들이 힘을 합해 펼치는 태허도룡진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이보게.”
“괜찮습니다. 사조님.”
“어?”
“병증 때문이 아닙니까. 괜찮습니다.”
그래, 병증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늙으면 사람이 막을 수 없는 다양한 병이 찾아온다.
그걸 탓해서는 안 된다. 생로병사는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아, 정말 미안하네. 자네를 볼 낯이 없구만. 내 어쩌자고 자꾸 자네를 그 간악한 놈으로 착각을 하는 것인지.”
풍환이 자책하듯 말하고는 풀이 죽어 자신의 거처로 물러났으나 이제는 더 이상 그 간악하다는 말에도 동요되지 않았다.
지금의 고민은 어찌해야 하는가였다.
어찌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그를 넘을 수 있을까?
진무 스스로가 그의 정신을 깨워야 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를 넘어서야만 했다.
그래야 방해를 받지 않고 그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그 싸움. 그의 움직임.
진무는 두 번의 싸움을 통해 풍환의 움직임을 복기했다.
운룡대팔식. 그는 그것만을 사용했다.
하지만 풍환의 경지가 높기도 했고, 운룡대팔식 자체가 원체 뛰어난 무공이었기에 그 움직임이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히 파훼할 방법도 생각할 수 없었다.
좀 더 자세히 보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와 다시 싸울 수는 없었다.
잘못하면 정말 골로 갈지도 모른다. 한설곡에서도 장문인과 장로들이 조금만 늦게 도착했다면 대가리가 날아갈 뻔하지 않았는가.
그럼 어찌…… 아!
있다.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운룡대팔식을 사용하는 놈이.
풍환의 제자 운암.
그 경지는 풍환과 천양지차겠으나 펼치는 방식 자체는 같으니만큼 그를 통해 살펴보고 연구해 볼 수는 있을 것이었다.
“운암 도장!”
“예?”
갑자기 진무가 부르자 운암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대련 좀 합시다.”
“예? 정말입니까?”
본인이 이용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함박웃음을 짓던 운암이 이내 고개를 젓는다.
“좋기는 한데, 내상을 입으셨지 않습니까?”
너 따위가 나를 걱정해?
꿈도 크구나, 이 도구 녀석아.
너는 무혈이다. 곤륜에 잠든 조각을 얻기 위한 열쇠일 뿐이니라.
“이 정도는 거뜬하오!”
진무가 자신있게 자신의 가슴을 쳤지만 운암은 못내 걱정되는 눈빛이었다.
“자, 어서 시작합시다.”
진무가 투선장으로 나서자 운암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호승심을 감추지 못하며 자세를 잡고, 천룡각의 도사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그 주위를 둘러쌌다.
그렇게.
오랫동안 끝나지 않을 비무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 * *
쾅! 콰쾅! 쾅!
거친 폭음이 쉬지 않고 곤륜의 도관을 울려 대었다.
이제 그런 소리와 모습은 천룡각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진무와 운암의 비무는 곤륜의 모든 제자들에게 알려졌고, 이제는 장문인과 장로들마저 구경을 하다 갈 정도였다.
“허허, 어찌 저리도 열성적인가?”
천룡각에서 창문으로 둘을 바라보는 풍환은 제자와 진무가 기특하기만 했다.
한설곡 사건이 있은 지 다시 열흘이라는 시간이 지나간 뒤였다.
풍환이 둘의 비무를 지켜본 것만 해도 백여 차례를 넘었다.
결과는 모두 운암의 패배.
처음에는 순식간에 진무의 승리로 끝이 났으나 이제는 운암도 제법 버틴다.
그것은 운암의 뛰어난 재질과 끈질긴 호승심이 이루어 낸 결과였다.
단 열흘뿐이었으나 훨씬 더 경지가 높았던 진무와의 비무로 인해 그의 무공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전혀 다른 무공을 가진 고수와의 비무.
그것은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생사투가 아니니 서로의 무공을 겨루며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게 된다.
이는 오히려 풍환이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터였다.
운암의 운룡대팔식은 더욱 빠르고 날렵해졌으며, 기세 또한 날카롭게 변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진무의 의도임을 눈치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풍환조차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진무가 원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운암이 운룡대팔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펼치도록 유도했고, 그가 사력을 다할 수 있도록 몰아붙였다.
그의 발전을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발전하여 더욱 좋았다.
그는 날마다 다른 방법으로 공격을 변화시켰다.
풍환이 본 것은 백여 번이나 실제로 그들의 비무는 거의 이백여 회 이상에 달하고 있었다.
그 사이 운암은 운룡대팔식이 가진 모든 허초와 변초를 펼쳐 내었고, 내공 운용에 변화까지 줘 가며 진무를 공격했다.
그리고 진무는.
‘보인다. 보여!’
어느 순간부터 희열이 찾아든다.
곤륜의 운룡대팔식의 모든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비급?
그따위 건 볼 필요도 없었다.
눈앞에 살아 있는 젊은 운룡 한 마리가 생동감 넘치게 펄떡이는데 비급이 다 무슨 소용이랴?
눈을 감으면 운암의 움직임이 모조리 그려졌다.
투로의 모든 변화점이 예상되었고, 어찌 반응할지도 예측되었다.
진무는 면장에 변화를 줘 가며 운룡대팔식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확실해질 때까지, 완벽하게.
진무는 운암에게서 풍환을 그리며 싸우고 있었다.
취리릿!
땀으로 흠뻑 젖은 운암이 운룡대팔식의 네 번째 운룡삼현(雲龍三現)을 펼쳐 온다.
코 아래 인중, 가슴의 단중, 배꼽 아래 기해.
모두가 치명적인 사혈에 속하는 곳이다.
이는 곤륜의 무공이 마교와의 싸움에서 실전적으로 변해 왔음을 입증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 세 개의 잔영이 만들어지는 순간.
여기다.
이곳이 공략점이다.
운룡대팔식에서 유일하게 집중이 아닌 변화를 담은 초식.
그 때문이 원래의 가진 힘이 흩어진다.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해 봤다.
공격은 셋이나 결국은 근원은 하나였다.
나머지는 허초. 오직 하나만이 진정한 공격이었다.
진무는 익숙한 그 잔영 중 가장 선명하고 힘이 넘치는 녀석을 골랐다.
늘 노리는 곳은 다르지만, 지금은 가슴의 단중.
부딪혀서는 안 된다. 만약 운암이 아닌 풍환이라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터.
휘릭!
진무는 운룡삼현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태극권의 전사경을 통해 팔을 비틀며 작은 원을 만들었다.
퉁!
장력이 뻗어지는 방향이 비꼈다. 그리고 동시에 가슴이 열린다.
운암은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으나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진무의 한 발이 그의 가랑이 사이를 점하며 파고든 상태였다.
“이런!”
당혹성을 내뱉는 운암.
진무의 팔꿈치가 간결하게 당겨지며 운암의 가슴을 향해 뻗어진다.
힘을 과하게 담지 않았다.
그동안 세심할 정도로 살펴 본 바, 운룡대팔식의 모든 공격은 가슴께에서 일어나는 힘에서 비롯되었다.
단전에서 비롯된 내공이 사지백해로 퍼지고 있으나 운룡의 움직임은 그곳에서 변화를 시작했다.
그곳에 충격을 줌으로 흐름을 끊어 낸다.
퉁!
약간의 선기가 운암의 내력의 흐름을 끊어 내고, 몸의 내부를 진탕시켰다.
“큭!”
짧은 비명과 함께 운암이 주저앉고 말았다.
이백스물두 번째 비무.
진무의 승리.
“후우…….”
진무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운암에게 손을 내밀었다.
“허억, 허억. 진무, 정말, 대단.”
운암이 해맑게 웃으며 옹알이를 한다.
‘진무 도장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말하는 것이겠지.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고도 남았다.
운암은 졌음에도 상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원래 그렇다.
운동은 힘들지만, 몸의 모든 힘을 소진하고 났을 때 잠시간의 휴식에서 찾아오는 쾌감.
물론 누구나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운암은 그 꿀맛 같은 흥분을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다.
“운기, 회복, 다시.”
참으로 지칠 줄 모르는 녀석이다.
하지만 진무는 고개를 저었다.
“대련은 끝났습니다.”
“예?”
운암이 의아한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진무는 웃기만 했다.
드디어 준비는 끝났다.
곤륜의 운룡대팔식을 전부 파훼했다.
남은 것은.
진무가 고개를 돌려 천룡각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내다보며 흐뭇하게 웃는 그가 보였다.
풍환, 그대를 넘고 말겠다.
그리고 반드시 양의심공 후반부의 두 번째 조각을 얻을 것이다.